소설리스트

절대타경-189화 (189/712)

189화. 청주(靑州)의 옛 친구?

주광효도 마찬가지로 토납하다가 여기까지 듣더니, 잠시 멈추고 눈을 뜨며 말했다.

“교방사의 기녀 말고도 내가 보기에는 관아의 그 여 포두 역시 칠안을 마음에 둔 것 같네.”

송정풍은 순간 더 마음이 쓰라렸다.

“자네 어떻게 했는가? 양가(良家)를 희롱하는 재주가 참 뛰어나. 형님에게도 몇 수 가르쳐 주지?”

“형님?”

“아우에게 몇 수 가르쳐주시게.”

“아버지라고 불러야 할 거야.”

“꺼져!”

송정풍이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그는 예전에도 허칠안에게 같은 수법으로 속은 적이 있었다.

“부를 거야 말 거야?”

“아버지.”

허칠안은 웃었다.

“무슨 뜻인가?”

송정풍과 주광효는 알아듣지 못했다.

“진지하게 대해야 하네, 육체적인 것만 탐하지 말고.”

허칠안이 말했다.

“좀 일리가 있는 듯하네만 자네가 정말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가?”

송정풍이 말을 마치더니 갑자기 화를 냈다.

“자네 또 이 몸을 속였어. 어서 아버지라고 부른 걸 돌려내시게. 그러지 않으면 자네를 죽이고 말 거야!”

그는 말하면서 달려들었고, 그렇게 관계를 돈독히 하려던 참이었다.

이때 세 사람의 귓바퀴가 움직였다. 바깥에서 살려 달라는 소리가 들렸다.

“큰일 났군……!”

허칠안은 송정풍을 발로 걷어찬 후 장화를 신을 겨를도 없이 방을 뛰쳐나갔다.

두 동료가 그 뒤를 바짝 따랐다.

그와 거의 동시에 수련의 조예가 깊은 은라들도 뛰쳐나와 동라를 뒤따랐다.

* * *

배는 밤에 통행하지 않아 물살이 잔잔한 지대에 정박한 상태였다. 칠흑같이 어두운 수면에 호분위의 사나이가 기를 쓰며 헤엄쳤다. 그는 물에 가라앉다가 때로는 힘껏 뚫고 나오기를 반복했다.

야경꾼이 갑판 위에 있다가 밧줄을 던져 그를 끌어올렸다.

이때 무장한 호분위들이 긴장한 표정을 한 채 선실 바닥에서 뛰쳐 올라왔다.

“괜찮네. 물에 사람이 빠졌을 뿐이네.”

허칠안은 고개를 돌려 위로의 말을 건넸고, 돌아서서 물에 빠진 사나이를 쳐다봤다. 그의 복사뼈에는 푸르면서도 붉은 손도장이 있었다.

“어찌 된 일인가?”

한 은라가 물었다. 그는 강율중 휘하의 은라였다.

이번에 대오를 이끄는 사람은 금라 강율중이었다. 경험을 쌓으라는 목적에서 위연에 의해 파견된 허칠안을 제외하면, 다른 야경꾼들은 모두 강율중의 부하였다.

송정풍과 주광효는 허칠안이 함께 끌고 온 참이었다. 왜냐하면 출장 수당은 아주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을 세울 기회이기도 했다.

그 사나이는 물을 몇 번 내뱉더니 빠르게 회복했다. 다만 그는 놀라서 그런지 안색이 좀 창백했다.

“소직 술을 많이 마시고 아까 오줌을 누러 위로 뛰어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물속에서 누군가 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숙이고 봤는데 돌아가신 어머니였습니다.

어찌 된 일인지 모르겠으나 어머니가 저를 정성 들여 키워 주신 순간순간이 떠오르면서 슬픔을 가누지 못하고 뛰어들었습니다. 물에 빠지자마자 소직은 정신을 차렸습니다. 설령 어머니가 귀신이 되었다 한들 어떻게 이곳에 나타나실 수 있겠습니까. 허나 양쪽으로 제 발을 꽉 붙잡고 저를 물속으로 끌어당겼습니다…….”

“물귀신이네.”

경험이 풍부한 선원이 겁에 질려 말했다.

“사람이 죽은 후 시체가 변해서 된 음물(陰物)이 지나가는 사람을 꾀어 물에 빠트리는 일이 자주 있습니다. 이 운하에서도 매년 얼마나 많은 이가 죽어 나가는지 모릅니다. 날이 갈수록 음기가 쌓여 생겨나는 물귀신을 피할 길이 없습니다. 대인들께서는 밤에 나오지 마십시오. 물귀신은 지금껏 뭍에 오른 적이 없으니 갑판에 나오지 않으신다면 별일 없을 것입니다. 저희도 배를 타고 나오면 밤에는 선실 안에서 먹고 마시고 싸는 문제를 해결합니다. 이건 규정입니다.”

모든 이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칠흑 같은 수면을 바라보았다. 한밤중에 이런 일을 겪다니 정말 소름 끼쳤다.

호분위 갑사는 이런 에피소드가 있고 난 후 더는 밤에 신진대사 문제를 해결하러 나오지 않았다. 야경꾼들도 알아서 잘 처세했다.

한편 허칠안은 밤마다 일부러 갑판 위로 뛰어가 오줌을 흘려보냈지만, 전설 속의 물귀신을 만나지는 못했다.

허칠안은 그리 간이 크지는 않았지만 물귀신에게 휴가를 주고 싶었다. 그는 단지 물원숭이가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 싶을 뿐이었다. 그는 전생에 물원숭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었다.

* * *

이날 흠차 대오는 드디어 청주 부두에 도착했다.

청주에 도착한 후, 그들은 육로로 바꿔야 했다. 육로로 가려면 마차와 말이 있어야 했지만 흠차 대오에게는 없었다.

그는 청주 관아에 찾아가 배치를 요청해야 했다.

장 순무는 배에서 내린 뒤 허허 웃으며 허칠안의 곁으로 걸어가 말했다.

“청주 포정사가 운록서원의 대유, 양공 양자겸이네.”

허칠안이 순간 반응을 보이지 않자 장 순무가 덧붙였다.

“호는 자양거사일세.”

‘그였군…….’

허칠안은 문득 모든 것을 깨우치며 자신의 시사에 무임승차한 그 대유를 떠올렸다.

양공은 모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자양거사에 관해 얘기하자면 명성이 자자했다. 이놈은 자신이 그 송별시의 제목을 잊어버린 틈을 타 신년이 시사를 읊은 후에 시 제목을 강제로 지었다.

정말이지 후안무치하고 뻔뻔하기 짝이 없었다.

허칠안은 나중에 서원 대유 셋의 시사를 마음에 담아 뒀다가 마음 편히 그들에게 무임승차했다. 자양거사의 깨우침을 이어받아 양심의 가책을 조금도 느끼지 못했다.

사람이 강호에서 떠돌아다니려면 상대가 무임승차하거나 내가 무임승차하거나 해야 했다.

그들은 부두 근처에서 마차 한 대를 빌렸다. 장 순무가 들어가 앉은 후 차창의 발을 젖히고 계속해서 말했다.

“자양거사는 원경 14년의 장원으로 이듬해 벼슬에서 물러나 서원에서 지식을 가르치고 인성을 교육하기 시작하여 제자가 천하에 가득하지.”

허칠안은 문득 떠올랐다.

‘이듬해 벼슬에서 물러났다고?’

장원은 한림원에 들어갈 수 있었고, 한림원의 서길사(庶吉士)는 저상(儲相)이라 불리기도 했다. 다시 말해 장원은 재상 자리를 놓고 승부를 겨룰 수 있었다.

‘그런데 이듬해 벼슬에서 물러나다니 아깝군!’

“조당 당쟁의 알력 싸움에 영향을 받았네. 지금처럼 각 당파의 다툼이 격렬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운록서원의 지식인을 마주했을 때 합심해서 창끝을 겨눈 것이지.”

장 순무는 탄식했다.

“자양거사가 장원에 급제한 후 구석 후미진 곳에 버려져 아무도 상대하지 않았네. 그는 이 때문에 일 년 동안 풀이 죽은 채로 매일 교방사를 전전하다가 이듬해 관직을 버리고 운록서원으로 돌아가 교편을 잡은 것이야.”

‘……나도 들은 적이 있다. 근 1년 동안 무임승차를 하다니.’

허칠안은 진심으로 부러웠다.

장 순무는 자양거사가 조당 각 당파의 알력 싸움에 피해를 본 이 일에 관해 탄식 말고는 더는 얹을 말이 없었다.

왜냐하면 허칠안은 운록서원에 동생이 있었기에, 상황을 확실히 알았기 때문이다.

황실은 이백 년 전의 국본(國本) 쟁탈 사건 탓에 운록서원의 지식인을 꺼리고 싫어했다. 그래서 정 씨 아성이 궐기하여 국자감을 세웠고 운록서원에서 조정에 인재를 바치는 일을 대신한 것이다.

쌍방에는 이해 충돌과 도통(*道統: 도학을 전통하는 계통)의 다툼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만일 원경제가 평형을 중시하지 않았다면 자양거사는 지금까지도 서원에서 지식을 가르치고 인성을 교육했을 터였다.

“자양거사의 뛰어난 재능과 역량은 당대 일류라고 할 수 있지. 그가 처음 청주에 왔을 때 맹렬한 기세로 포정사사 관아를 깨끗이 정리한 후 한 달 만에 탐관오리 178명을 면직하고 옥에 집어넣어 청주 관리 사회를 통째로 뒤흔들었네.”

장 순무는 탄복하는 어조로 말했다.

‘이렇게 무모하다고? 비록 새로 부임한 관리가 처음에는 의욕이 가득하다지만 경성에서 지방으로 파견된 고관이 설령 청주 관리 사회를 숙청하고 싶다 해도 천천히 해 나가야 하지 않나……. 자양거사가 조정의 위임을 받아 청주 포정사가 된지 얼마나 됐다고?’

허칠안은 속으로 궁금해하며 미간을 찌푸렸다.

“조당의 각 당에서는 그의 이런 행보를 용인했습니까?”

장 순무는 웃으며 말했다.

“경찰 기간에는 조당 각 당의 투쟁이 치열하여 협력할 수가 없지. 또 위 공의 견제도 있으니…….”

그는 허칠안에게 ‘자신의 관점’이라는 눈빛을 보냈고 이어서 말했다.

“게다가 자양거사는 거칠면서도 세심하네. 취해야 할 죄증(罪證)은 다 취했고, 해야 할 말도 부정 관리가 내뱉게 했지……. 음, 운록서원의 지식인이 가장 잘하는 것이 시비를 가리는 것 아닌가.”

‘대인 말씀 중에 이 ‘리(理)’는 물리의 리인가요…….’

허칠안은 속으로 깨닫고 장 순무와 서로 쳐다보며 웃었다.

* * *

장 순무는 청주에서 운영하는 역참에 도착한 후, 특별히 허칠안을 데리고 자양거사를 만나러 포정사사 관아를 방문했다.

허칠안은 이때 이미 장 순무가 자발적으로 말을 건 이유를 깨달았다. 순무는 노련하고 악랄하였기에, 자양거사가 복종하지 않을까 봐 그를 끌고 온 것이었다.

어쨌거나 이 순무는 청주가 아니라 운주를 순시해야 했으니 말이다.

허칠안이 함께 가면 자양거사도 틀림없이 체면치레를 하기 위해 요구를 들어줄 테니까.

그들은 곧 포정사사에 들어갔다. 하급 관리가 사람들을 이끌고 내청으로 들어왔고 차를 내오라 한 뒤 자리에 앉았다.

“포정사 대인께서는 각 관아에 경계비 일을 시찰하러 가셨습니다.”

그들을 맞이한 사람은 포정사사의 좌참정(左參政)으로 종4품 관원이었다.

장 순무는 무어라 읊조리더니 이어 말했다.

“앞마당에 세워져 있는 그 비석 말인가?”

좌참정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포정사 대인께서는 경계비를 세워 청주의 모든 관리에게 경고하고자 하십니다. 벼슬아치로서 청렴하고 복을 베풀어야 한다고 말이죠.”

장 순무가 고개를 끄덕였다. 관리 사회의 풍조를 바로 잡은 뒤의 여파였다.

“포정사께서 이 일로 이렇게 마음을 쓰시는데 왜 경계비는 한 글자도 없이 빈 것인가?”

좌참정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포정사 대인께서는 아직 무엇을 새겨야 좋을지 생각하지 못하셨습니다. 요 근래 이 일로 고민이 많으시지요. 그리고 저희에게 의견을 내고 영감을 제공하라고 하셔서 저희도 힘이 듭니다.”

‘자양거사 대단한데? 공모 행사도 할 줄 알고 말이야…….’

허칠안은 속으로 생각했다.

대봉 판도는 16개 주(州)로 나뉘어 있었다. 허칠안은 주(州)를 성(省)으로 이해했다. 하지만 모든 주가 성(省)은 아니었다. 작은 주(州)들이 아주 많이 있었다.

예를 들어 청주는 십여 개의 주(州)를 관할한다. 이밖에도 부(府), 현(縣) 등이 있다.

* * *

이때 포정사 양공은 청주의 모든 관원을 이끌고 청주 부아로 들어섰다. 부아의 지부 대인이 공손하게 옆에 섰다.

양공은 붉은색 피풍 차림으로 비석 앞에 서서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여러 대인께서는 비문에 의견 있으시오?”

그는 본래 기품이 있었다. 하지만 지식을 가르치고 인성을 교육하는 데서 나온 그 기품은 불과 수개월 만에 사라졌다. 그리고 이를 대체한 건 정사를 돌보는 관리의 위엄이었다.

“소직이 생각하기에는 포정사 대인께서 탐관오리를 숙청하시고 풍조를 바로잡으신 사적을 비석에 새기어 후대 사람에게 주의를 주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청주 지부가 읍하며 말했다.

양공은 마음이 좀 동했다. 이렇게 하면 비문은 분명 청주 지방지에 실릴 테니 후세에 전할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그는 이내 이 제안을 부결했다.

“비문은 너무 많아서는 안 되네. 너무 번잡하여 눈에 들어오지 않을 걸세.”

“그럼 시사를 새깁시다.”

한 관원이 무심결에 말했다.

그런 뒤 그는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이 자신을 쳐다본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자 눈빛이 차분해졌다…….

이 관원은 억지로 웃더니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

경서를 많이 읽은 지식인에게 시를 짓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젊은 시절에 지은 작품 몇 수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다만 그 시가 고상한 경지에 오를 수 있는지 없는지는 별개의 문제였다.

비문에 시사를 새기는 경우, 시를 잘 지어야 할 뿐 아니라 세상을 깨우치는 역할도 해야 했다. 그러니 어찌 쓰겠다 한다고 써지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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