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대타경-186화 (186/712)

186화. 추리

잠시 후, 침착해진 허칠안은 다시 의자에 앉았다. 현재 상황을 고려했을 때 그의 눈앞에는 세 가지 길이 있었다.

하나, 이 일이 발생하지 않았던 척 계속해서 운주로 향한다. 또 다른 문제가 파생되지 않도록.

둘, 사람을 보내 호선의 조운 관아 호위대로 위장하여 방학을 협박해 선봉에 세운 다음 운주에 가서 접선하는 자와 만난다.

셋, 운주 조운 관아로 가서 이 사건을 처리하고 배후의 주동자를 체포한다.

첫 번째 선택지는 바로 제외했다. 두 번째 선택지는 시간을 너무 허비한다. 수로로 운주에 가려면 우선 사주를 돌아가야 했으며, 열흘이나 보름 안에 도착할 수도 없었다. 이는 그들의 일정과 맞지 않았다. 그리고 운주의 강운사는 눈앞에 가까이 있는 단서였다.

장 순무는 자신의 선택지를 말한 후에 강율중과 허칠안의 동의를 얻었다.

이때의 장 순무가 보기에는 그들 두 사람의 지지만으로도 충분했다.

* * *

정오 무렵, 관선이 우주에서 가장 큰 조운 부두에 도착해 천천히 물가에 정박했다.

돈선이 물가에 닿자 즉시 짐꾼들의 이목을 끌어 사람들이 벌떼처럼 모여들었다. 하지만 다들 완전무장한 호분위가 조운 관아의 호선위를 호송하는 모습을 보자 겁에 질려 뒷걸음질 쳤다.

장 순무와 강율중은 호분위 일부 인원을 남겨 배를 감시하도록 한 후, 위풍당당하게 군대를 이끌고 운주의 조운 관아로 직행했다.

* * *

조운 관아는 배안사와 강운사 두 가지 계통으로 나뉘었다. 가장 높은 급의 관원은 정4품 전운사(轉運使)로 천 명 가까이 되는 조운 관아 안팎의 인원을 관리했다.

“조운은 조정의 모든 관아 중 가장 부당한 이익을 많이 취하네. 원경 20년에는 조정에서 일찍이 매관매직을 널리 보급하였지. 판 관직 전부가 조운과 관련된 직위였네.”

장 순무는 길을 안내하며 나지막이 말했다.

“원경 22년에 이르러 위 공과 왕 재상이 손을 잡고 매관매직 정책을 금했네. 하지만 고작 2년 사이에 능력 없이 머릿수만 채우러 들어온 악질분자가 화가 날 정도로 많아졌지. 오늘날까지도 자리만 차지하고 국록을 받아먹는 놈들이 여전히 높은 자리에 기생하고 있네.”

허칠안은 장 순무의 분개를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는 오히려 그의 말에서 의미심장한 점을 끄집어냈다.

‘위연과 왕 재상, 철천지원수 두 사람이 손을 잡고 제압할 정도라면, 그 매관매직을 한 자는 누구일까?’

의심의 여지없이 원경제다.

사서의 기록에 따르면 매관매직을 한 황제가 적지 않았고, 원경제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 황제들은 모두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바로 돈을 물 흐르듯 쓴다는 점이었다.

게다가 사서는 이런 부류의 황제에게 평가가 아주 좋지 않았다. 적어도 이런 행위에 관해서는 비난하는 태도를 취했다.

그들은 곧 우주 조운 관아에 도착했다. 아역(*衙役: 관아에서 부리던 하인)이 맹렬한 기세로 다가오는 병마 한 무리를 보았다. 맨 앞에는 비포를 입은 고관대작과 가슴에 금라가 수놓아진 야경꾼이 있었다.

야경꾼은 누가 뭐라 물을 새도 없이 미친 듯이 관아로 달려 들어가 보고했다.

* * *

몇 분 뒤, 우주 조운 관아의 정4품 고관 전운사가 분주한 발걸음으로 친히 나와 맞이하였다.

이 전운사는 쉰이 넘어 수염이 희끗희끗했다. 눈썹의 사마귀는 그의 평범한 외모에 조금 색다른 인상을 심어 주었다.

“본관 장항영(張行英), 황제의 명을 받들어 운주에 사건을 조사하러 가던 길이오. 이는 내각의 공문서오.”

장 순무는 얇은 책자 한 권을 꺼내 건넸다.

“알고 보니 순무 대인이셨군요. 미처 예를 갖추지 못했습니다. 안으로 드시지요.”

전운사는 공문서를 다 보고 공손하게 돌려준 뒤, 몸을 옆으로 돌려 청하는 손짓을 했다.

곧 일행이 관아로 들어갔다. 전운사는 장 순무를 관아 대청으로 안내하였고, 자리에 앉은 뒤 차를 내오라 일렀다. 그는 웃으며 말했다.

“순무 대인께서 오랜 여로로 지치셨을 텐데 우주에서는 며칠 머무를 계획이신지요?”

그는 감정을 얼굴에 드러내지 않은 채 경성에서 온 이 순무를 관찰했다. 상대가 진지하면서도 재미없는 성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웃는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

‘경성에서 온 대인은 모두 이렇게 오만불손한가?’

‘……이 전운사가 일의 심각성을 아직 모르는군.’

장 순무가 손을 내저었다.

“본관이 이곳에서 묵을지 말지는 사건의 진전이 어떠한지에 달렸소.”

“무슨 말씀이신지요?”

전운사는 놀라서 물었다.

장 순무는 대청 밖을 바라보며 우렁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데리고 올라 오거라!”

구레나룻 사나이 방학을 포함한 62명의 황기방 구성원들이 이끌려 올라왔다. 그들 중에는 가벼운 부상을 입은 자도 심한 부상을 당한 자도 있었다. 모두 위축된 기색이었다.

전운사는 이들을 보자 놀라우면서도 망연하여 일어섰고, 그들을 가리키며 장 순무를 쳐다보았다.

“이 자들은 어찌 된 일입니까? 왜 저희 조운 관아의 차복을 입고 있는 것입니까?”

“이게 바로 본관이 전운사 대인을 찾아온 이유요.”

장 순무는 즉시 사건의 경과를 전운사에게 상세히 일렀다. 다 듣고 난 전운사는 핏기 없는 얼굴로 의자에 다시 엉덩이를 붙이고 중얼거렸다.

“이를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어찌하면…….”

‘쯧쯧, 기를 다스리는 솜씨도 아주 형편없군. 내가 경성에서 왕래했던 관원과 비교하면 이 전운사는 정말이지 허접해…….’

허칠안은 속으로 비아냥거리며 전운사의 표정과 미세한 동작을 살폈다.

장 순무가 나지막이 말했다.

“전운사 대인, 본관이 묻겠소. 대인은 이 사건의 내막을 알고 있었소?”

전운사가 황급히 고개를 저으며 애써 변명했다.

“본관은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순무 대인…….”

장 순무는 대꾸하지 않고 고개를 돌려 무리 속의 백의 술사를 쳐다봤다. 그러자 백의 술사 몇몇이 거짓말이 아니라는 의미를 담아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장 순무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말했다.

“그럼 강운사는 관아에 있소?”

이제야 비로소 관심이 원흉에게 돌아가자, 전운사는 자기 휘하에 뜻밖에도 반역자가 나타났다는 사실에 분노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강운사 엄해(嚴楷)는 오늘 쉬는 날이라 관아에 없습니다. 본관이 바로 순무 대인을 모시고 이 흉악범을 체포하러 가겠습니다.”

* * *

장 순무가 강운사 엄해의 저택 밖에서 손짓을 하니 호분위가 흩어져 엄부(嚴府)를 포위했다.

함께 온 조운 관아 전운사 양목화(楊木華)도 스무 명의 포수를 데리고 왔다.

호분위가 흩어진 후, 강율중은 사람을 데리고 바로 문을 부수고 들어가 저택의 하인, 호위병 전부를 눌러 넘어뜨렸다.

호분위, 조운 관아의 포수, 야경꾼 세 무리는 엄부를 통째로 휩쓸었다. 이들은 세찬 천둥소리처럼 신속하고 빠르게 움직여 상대가 반응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대인, 서재에 있습니다.”

조운 관아의 포수가 먼저 엄해를 발견했다. 허칠안이 동료들을 따라 서재에 도착했을 땐 이미 한발 늦었다. 걸쭉한 선혈이 사방으로 흩뿌려진 상태였다.

강운사 엄해는 의자에 힘없이 누워 있었다. 머리가 꺾인 채 목덜미에는 깊은 상처가 있었고, 오른손 쪽 바닥에는 비수가 떨어져 있었다.

이 결과는 양 전운사와 장 순무의 예상을 뒤엎었다. 그들은 모두 깜짝 놀랐으며 분노로 가득 찼다.

하지만 두 사람의 분노는 달랐다. 전운사의 분노는 무능한 격분에 더 가까웠다. 강운사가 죽음으로써 모든 시선이 자신에게 쏠렸으니, 그는 틀림없이 가장 먼저 의심받는 대상일 터였다.

장 순무는 잘 삶은 오리가 날아가 버리는 듯한 분노를 느꼈다.

‘사람이 너무 많아 현장이 훼손되기 쉽다……. 게다가 이 현장에 범인이 없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 핵심 단서를 없앴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가장 냉정한 허칠안이 생각이 바뀌는 사이 즉시 결단을 내렸다.

“모두 서재에서 나가 밖에서 기다리십시오.”

이 말을 들은 장 순무가 정신을 차리고 모두를 훑어보더니 나지막이 말했다.

“모두 밖에 나가서 기다려라. 서재에서 물러나거라.”

이내 서재에는 강율중, 허칠안 그리고 두 대인만이 남았다.

“순무 대인, 이 엄해는 죄를 짓고 형벌이 두려워 자살한 게 분명합니다. 이 사건은 본관과 무관합니다.”

양 전운사는 계속해서 해명하며 강운사와 선을 긋기에 급급했다.

장 순무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은 채 허칠안을 보며 말했다.

“허칠안, 자네 잘 보게.”

양 전운사는 자신도 모르게 허칠안은 쳐다봤다가 이내 관심을 거두고 장 순무를 붙들고 계속해서 해명했다. 그는 구구절절 하소연하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혈흔이 응고된 걸 보니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았으나 우리가 저택에 들어오기 전이네.”

강율중이 말했다.

“저희가 조운 관아에 들어갔을 때 죽은 듯합니다.”

허칠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엄해의 시체를 간단히 살펴보았다. 상처가 아주 뚜렷해 다시 검시할 필요가 없었다. 경동맥이 끊어져 죽은 것이다.

허칠안은 시체를 다 살펴본 후, 관례대로 서재 구석구석을 뒤지며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단서를 찾았다.

모든 과정은 불과 5분 만에 이뤄졌다.

곧 허칠안은 탄식하며 말했다.

“순무 대인, 그는 죄를 짓고 형벌이 두려워 자살한 것이 아니라 살해당했습니다.”

장 순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어찌 그렇게 생각하는가?”

전운사가 끊임없이 나불대다 해명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쳐다봤다.

“경동맥이 끊어지면 사람은 산소가 부족해집니다……. 살고자 하는 본능에 몸부림을 치기 때문에 이렇게 앉아 있을 수가 없죠. 물론 이것만으로 그가 살해당했다고 판단하기엔 부족합니다.”

허칠안이 말했다.

“엄해는 왼손잡이죠?”

양 전운사는 어리둥절했다.

“자네가 어찌 알았는가?”

“그의 왼손 가운뎃손가락에 두꺼운 굳은살이 있습니다. 이는 일 년 내내 붓을 잡아 생긴 것이지요. 일반적으로는 굳은살이 오른손 가운뎃손가락에 있기 때문에 저는 그가 왼손잡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목덜미에 있는 상처를 다시 보면 왼쪽이 깊고 오른쪽이 얕습니다. 이는 오른손으로 칼을 쥐어야 남는 칼자국입니다.”

‘대박…….’

전운사는 놀란 눈으로 허칠안을 쳐다봤다. 그의 눈에서 무시하는 기색은 더 찾아볼 수 없었다. 반주향의 시간이 채 안 됐는데 단서를 찾아내 사망한 진짜 이유를 추정해 냈다.

전운사는 사건 추론에 소질이 없었기에, 이는 그야말로 무릎을 ‘탁’ 칠 정도로 기가 막힌 능력이었다.

‘대단하다…….’

그도 익히 들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장 순무 역시 처음으로 직접 허칠안의 사건 추론 능력을 목격했다. 경성 관리 사회에서 이 동라의 사적(事跡)이 어떻게 소문났든지 간에 듣는 것과 보는 건 별개였다.

하지만 별다른 소용은 없었다. 사건 수사에 획기적인 역할을 하지는 못했다……. 엄해의 사인은 목이 베인 상처였다. 그러니 주술사가 꿈속에서 사람을 죽이는 것처럼 눈에 띄는 수법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렇게 간단하고 거친 범행 수법은 누구나 할 수 있기 때문에 범인을 특정 짓기가 더 어렵다……. CCTV가 없는 상황에 사건을 해결하는 건 너무 힘이 든다.

“문과 창문을 억지로 비틀어 열거나 부순 흔적이 없는 걸로 보아 범인과 죽은 자는 분명히 아는 사이입니다. 방금 방문한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혹은 엄해가 살려 달라고 한 소리를 들었는지 아닌지 저택의 하인을 심문해보시죠. 그리고 전운사 대인을 포함한 조운 관아의 모든 사람도 심문할 것입니다. 또한, 기운을 차단하는 법기로 망기술의 관측을 막지 못하게 몸수색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허칠안이 제안했다.

장 순무가 말했다.

“전운사 대인, 협조 부탁하오.”

그 후로 한 시진 넘게 사천감의 술사 세 명이 한시도 쉬지 않고 조운 관아의 관원과 하급 관리들을 살폈다.

하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강운사 엄해의 죽음과 함께 이 ‘공공 재물 횡령’ 사건의 단서도 끊겼다.

장 순무는 강율중 대동하에 우주의 제형안찰사사(提刑按察使司)로 갔다. 이 관아는 형벌을 관장하는 곳으로 마침 이런 일을 관리하는 관아였다. 동시에 조정의 감찰 기관으로 도찰원에 종속됐다.

장 순무는 도찰원의 첨도어사로 제형안찰사사의 직속상관이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