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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185화 (185/712)

185화. 공공 재물 횡령

허칠안은 고개를 돌려 자신의 관선 쪽을 보았다. 장 순무가 소란에 놀라 갑판에 서서 이쪽을 바라보며 무거운 표정을 짓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 돈선도 관선으로 우주 관아에 속했다. 허칠안의 이런 행위는 해적과 다를 바 없었다. 만약 납득할 만한 이유가 없다면 이 일은 처리하기 곤란했다.

“자네 지금 뭐 하는 짓인가?”

강율중이 질문하는 듯한 시선을 던지며 허칠안 손에 들린 구레나룻을 주시했다.

그는 그것이 조운 관아의 차복임을 한눈에 알아차렸다.

“이 배에 문제가 있습니다. 허나 구체적으로 무슨 문제인지는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허칠안이 설명했다.

“이는 우주 조운 관아의 돈선이지 않은가. 호송하는 것이 철광인가?”

강율중이 물었고 허칠안은 답했다.

“네.”

강율중은 고개를 끄덕이며 나지막이 말했다.

“자네는 이 배에 문제가 있는지 어떻게 발견했는가?”

“제가 사천감의 망기술로 관측한 결과 저들 모두에게서 핏빛이 보였습니다.”

허칠안이 말했다.

금라는 경험이 풍부했으니, 망기술의 정의에서 핏빛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두말할 나위 없이 알고 있었다.

“자네는 어떻게 망기술을 다룰 줄 아는 거지?”

강율중은 묻고 나서 고개를 돌려 관선을 바라봤고, 구경하러 나온 백의 술사를 향해 손바닥을 펼쳤다.

무형의 기기가 공기를 비틀어, 기뻐서 어쩔 줄 모르는 그 백의 술사를 돈선으로 끌어왔다.

“그들의 천수를 한 번 보시게.”

강율중이 부드럽게 말했다.

백의 술사는 미간을 찌푸리며 불쾌함을 드러냈다. 그는 도도한 술사의 신분이었다. 설령 고품 무사와 마주했다 할지라도 그도 위엄이 있었으며, 무시할 수 없는 저력이 있었다.

“바보처럼 멍하니 뭐하시오? 빨리 하시오.”

허칠안이 재촉했다.

“아아…….”

백의 술사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침묵이 흘렀고 이내 그의 눈에서 청광이 뿜어져 나왔다.

그는 선실을 자세히 관찰하더니 즉시 청광을 거두고 말했다.

“확실히 핏빛으로 가득합니다.”

강율중은 눈빛이 단숨에 날카로워졌다. 그는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물었다.

“또 달리 이상한 점은 없는가?”

“있습니다!”

허칠안은 당연히 확신이 있었기에 움직인 것이었다.

“의심할 만한 점이 몇 가지 더 있습니다. 첫째, 선실에 다툼의 흔적이 있습니다. 최근에야 생긴 것이지요. 둘째, 이 자들은 일 년 내내 물 위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그들은 민물고기의 흙 비린내를 어떻게 제거해야 하는지조차 모릅니다. 셋째, 그들은 과하게 제 발 저리더군요. 저희를 처음 봤을 때 당황하는 거나 그 후에 제가 무슨 요구를 하든지 그들은 아무런 불평 없이 만족했습니다…….

허, 제가 알고 있는 하급 관리는 전부 아무것도 개의치 않습니다. 설령 야경꾼에게 밉보일 엄두가 나지 않더라도, 만약 정말 양심에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면 믿는 구석이 있으니 몇 마디 불평이라도 했을 겁니다. 어쨌거나 조운은 야경꾼의 소관이 아니니까요. 하지만 그들은 얼렁뚱땅 넘어가고 싶어서 안달이 나, 요구한 대로 다 들어주었죠.”

‘……생선 비린내를 제거하지 못한다는 이런 사소한 점까지 기억하다니. 허칠안은 과연 사건 수사의 천재다.’

강율중은 마음속으로 감탄했으나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고개를 끄덕였다.

“빈틈없이 고려했군. 아주 잘했어.”

뒤이어 그는 또 물었다.

“여기서 우주까지는 불과 반일 거리. 그들의 몸에 핏빛이 물들었다면 수중에 인명(人命)이 있다는 뜻 아닌가. 허나 어떻게 우주 근처에서 사람을 죽였지?”

허칠안이 대답했다.

“저녁입니다.”

강율중은 잠시 허칠안의 말을 반복하여 읊조리더니 이해했다. 지금 시간에 근거했을 때 이 돈선은 밤에 우주에서 출발한 것으로 추정되었다.

밤빛을 틈타 사람을 죽이면 남의 주목을 끌지 않을 테니까.

잠시 후 야경꾼들은 배 안의 모든 사람을 갑판 위에 집결시켰다. 그러고는 한 명 한 명을 오랏줄로 묶었다.

주광효가 읍을 올리며 말했다.

“배에 총 62명 있습니다. 모조리 다 셌습니다.”

강율중이 고개를 끄덕인 다음, 포두 차림의 구레나룻을 쳐다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그를 깨우거라.”

그를 깨우는 과정은 아주 거칠었다. 주광효가 그를 있는 힘껏 발로 찼고, 구레나룻은 비참한 신음 소리를 내며 깼다.

이 남자는 조운 관아의 호선 포두로 위장한 채, 한 바퀴 둘러본 후 자신의 처지를 깨닫고서는 갑자기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그는 도대체 어디에서 문제가 생겨 자신이 이렇게 발각되었는지 여전히 믿을 수 없었다.

“내가 물을 테니 너는 답하거라. 속이거나 거짓말할 때마다 손가락을 하나씩 자를 것이다.”

감정이 섞이지 않은 강율중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러자 구레나룻은 고개를 들어 그들을 쳐다봤다. 그는 마치 속을 훤히 들여다보는 듯한 날카로운 눈을 보더니 몸을 벌벌 떨며 바닥에 엎드렸다.

“정체가 무엇이냐!”

“평민 방학(方鶴)이라 합니다. 강호를 떠돌아다니다가 우주에 황기방(黃旗幇)을 세워 생활을 꾸리고 있습니다.”

“생활을 꾸리는 데 관아의 하급 관리를 죽이고, 조정의 철광을 훔치는 것도 포함되느냐?”

“아, 아닙니다……. 대인, 소인은 돈을 받고 한 일입니다. 소인에게 이렇게 하라고 지시한 사람이 바로 우주 조운 관아의 강운사(綱運使)입니다. 그가 저희에게 오늘 밤 경성에 가는 돈선 한 척이 있는데 그 안에 철광을 싣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가 배에 타고 있는 호선위(護船衛)를 죽이고 이 배의 철강을 착복하라고 시켰습니다.”

‘강운사는 또 뭐야…….’

허칠안의 머릿속에는 물음표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허칠안은 야경꾼에 들어온 후 관리 사회와 접촉하기 시작하면서 번잡스러운 관직명 때문에 머릿속이 멍해진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강운사가 이 모든 걸 꾸몄다고?’

한편 야경꾼들은 소리 없이 눈빛을 주고받았는데, 모두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강율중의 표정마저 진지해졌다.

그들은 공공 재물을 훔친 큰 사건과 마주했다는 걸 명백히 알 수 있었다.

“합리적이지 않아.”

허칠안이 고개를 저으며 의문을 제기했다.

“왜 너희들에게 사람을 죽이고 배를 빼앗으라 한 것이냐? 단지 철광을 착복하고 싶었던 거라면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 관아의 하급 관리와 협력하는 것이 너희가 일을 도모하는 것보다 훨씬 안전하지 않겠느냐.”

강율중이 그를 쳐다보며 설명했다.

“각 주의 조운 관아는 배안사(排岸司)와 강운사 두 계통으로 나뉘네. 배안사는 운하의 관리 및 조량(*漕粮: 조세로 징수되어 배로 운송되던 곡식), 소금과 철 등 물자의 검수와 입고를 책임지고, 강운사는 선박 호송을 책임지지.”

‘다시 말하면 강운사의 관원이 철광을 착복하고 싶으면 물 위에서 손을 써야만 한다는 뜻이군…….’

허칠안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서 철저하게 죄를 덮으려고 호선의 호위대와 배를 한꺼번에 사라지게 하는 겁니까? 이렇게 하면 강운사도 피해자가 되니까요.”

강율중이 계속해서 물었다.

“철광을 착복한 후에 어떻게 처리하려 했는가?”

구레나룻 사나이가 고개를 저었다.

“저희는 철광을 운주로 보내는 것까지만 책임집니다. 우주에서 출발하여 사주를 거쳐 운주에 도착하면 접선하러 누군가 나올 것입니다.”

‘운주?!’

강율중은 낯빛이 확 달라졌다.

‘제기랄, 또 운주 이 해괴한 곳이군……. 맞다, 조운 관아도 공부 소관이고 공부는 제당이 장악했지. 제당은 무신교와 결탁하여 암암리에 운주로 군수 물자를 운송했고……. 이 모든 것이 맞아떨어지는군. 다만 물자는 운송하면 그만인데, 철광을 운송하는 일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골치 아프네.’

“너희들과 교섭한 자가 누구냐? 네 말투로 봐서는 이런 짓을 벌인 게 처음이 아닌데.”

“올해, 올해 총 세 번 했습니다. 운주로 운송한 것만…… 철광 십만 근입니다.”

강율중은 몇 가지 더 질문한 후 분부했다.

“자네들은 이 돈선에 남는다. 방향을 틀어 따라라. 나와 함께 우주로 갈 것이다. 이 범인들을 잘 지키거라.”

또 허칠안에게 말했다.

“그를 데리고 나를 따라 배로 돌아간다.”

이번에 허칠안은 자신의 힘으로 관선에 돌아가지 않았다. 발밑의 기기로 그를 질질 끌면서 허공에 떠올랐고, 강율중을 따라 수십 미터를 가로질러 장 순무 곁으로 왔다.

“무슨 일이 생겼느냐? 왜 관아의 돈선을 가로막았지?”

장 순무가 이것저것 물었다.

“확실히 일이 생기긴 했습니다…….”

강율중이 ‘청하는’ 손짓을 했다.

“순무 대인께서는 저를 따라 방으로 들어가시죠.”

강율중은 허칠안의 발견과 구레나룻 사나이 방학에 관해 처음부터 끝까지 낱낱이 장 순무에게 일렀다. 그러고 나서 장 순무 앞에서 다시 방학을 심문했다.

장 순무는 방학의 자백을 들은 후 엄숙한 기색을 보였다.

“강운사(綱運司)의 강운사(綱運使) 말고도 그 일에 참여한 다른 관원이 있는가?”

“소인은 모릅니다…….”

장 순무는 허칠안을 쳐다봤다.

“자네는 그를 데려다 놓고 돌아오게. 본관이 자네와 의논할 일이 몇 가지 있네.”

그의 이 말은 허칠안을 단순한 부하가 아니라 같이 일을 논할 수 있는 동급 인물로 생각한다는 걸 의미했다.

허칠안은 방학을 데리고 방에서 나와 송정풍과 주광효에게 맡기며, 두 사람에게 꼭 잘 지키라고 신신당부했다. 그리고 방으로 돌아와 문을 닫았다.

* * *

장 순무는 그가 돌아오자 엄숙한 표정으로 물었다.

“자네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소직 한 가지 의혹이 있습니다.”

강율중과 장 순무가 쳐다보자 허칠안은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공부상서는 이미 실각했습니다. 지금의 제당은 응당 하찮은 일에도 크게 놀라며, 발톱과 이빨을 거두고 관망해야 하는 것이 맞지요. 왜 우주의 조운 관아가 이런 어수선한 정세에도 계속해서 운주로 철광을 운송하는 것일까요?

또한, 운주 비적의 난이 창궐한다 해도 결국은 세상에 얼굴을 내놓을 수 없는 산적 두목일 뿐입니다. 공부가 무기, 화포 등의 군수 물자를 수송하는 건 그렇다 치지만 철광조차 몰래 운주로 운반하려 하는데, 산적이 감당할 수 있는 정도입니까? 무엇을 할 생각일까요?”

장 순무는 눈을 감고 손끝으로 탁자를 가볍게 두드리며 중얼거렸다.

“제당과 무신교가 결탁하고…… 운주에 무기, 화포 그리고 철광을 수송한다라…… 소금, 철, 화약은 대봉에서 밖으로 유출을 금지하는 물품인데…….”

그는 우선 잠시 동작을 멈췄다가 뒤이어 몸을 떨며 눈을 떴다. 그가 놀란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천천히 내뱉었다.

“반역을 꾀하는 것이다.”

제당이 운주에 대량으로 군수 물자를 수송하고, 지금은 철광까지 더해졌다. 반란을 일으키기 위한 게 아니라면 다른 가능성이 떠오르지 않았다.

‘단순히 산적을 돕기 위해서라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겠는가?’

장 순무는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일어나 방안을 이리저리 천천히 거닐며, 때로는 강율중을 쳐다보다가 때로는 허칠안을 쳐다봤다.

“허칠안아, 자네가 또 본관에게 골칫거리를 하나 늘려 주었구나……. 도중에 이 일에 부딪혔으니 일정이 지체될 수밖에 없겠어.”

그는 입으로는 이렇게 말했지만, 표정과 어조에는 조금도 탓하는 기색이 없었다. 도리어 그는 걱정과 벅찬 마음이 뒤섞인 괴상한 표정을 지었다.

강율중이 말했다.

“대인께서 이 일을 경성에 보고하시면, 큰 공을 세웠다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일에서는 자네의 공을 빼놓을 수 없지.”

장 순무는 허칠안의 어깨를 힘껏 두드렸다.

운주행의 결과는 둘째 치더라도, 그는 이 사건을 발견한 것만으로도 큰 공을 세운 셈이었다. 설령 운주행이 아무런 소득이 없어도 충분히 메울 수 있었다. 심지어 공로가 있었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은 허칠안의 예민하고 날카로운 ’후각’ 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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