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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184화 (184/712)

184화. 돈선(躉船) 검사

‘안전하게 하기 위해 확인해 봐야겠다.’

허칠안은 품에서 손을 뻗어 옥석경의 뒷면을 가볍게 두드려 운록서원의 ‘마법서’를 꺼냈고, 망기술을 기록한 페이지를 찢었다.

지금의 ‘마법서’에 가장 많은 것이 바로 망기술이었다. 허칠안은 금오위 백호 주적웅을 압송하여 경성에 들어오던 그 날, 얼굴에 철면피를 깐 채 장진에게 법술을 구걸하여 나날이 소모되는 마법서를 보완했다.

당시 저채미도 그 자리에 있었는데…… 기술을 공급하는 큰손이 되었다.

전부 망기술인 이유는, 이 법술이 간단하고 기록하기 쉬워서였다.

“쭉…….”

책장이 타들어 갔다. 허칠안은 눈 아래에서 청광을 내뿜어 전방의 관선을 조망하였다.

그는 끈적끈적한 선홍색의 핏빛을 보았다.

망기술의 정의에 따르면 살인자는 사람을 죽인 후에 한동안 핏빛으로 물든다고 하였다.

‘온통 핏빛이다……. 저 관선에 있는 모든 관리가 악인이구나…….’

허칠안은 깜짝 놀랐다.

하지만 그는 경솔하게 판단을 내릴 수 없었다. 운하에서는 시시때때로 해적이 말썽을 부렸기 때문에 이 하급 관리들도 약탈하려는 도적 떼를 막 격파했을 가능성이 있었다.

“저건 무슨 배인가? 어째서 우리 것과 다르지?”

허칠안이 점점 가까워지는 관선을 바라보며 옆에 있는 동료에게 생각나는 대로 물었다.

그 자리에는 동라가 적지 않았다. 그중 박식하고 경험이 많은 동라가 식별한 후 대답했다.

“저건 돈선(躉船)이네. 깃발을 보니 우주에서 온 것 같네.”

돈선(躉船)은 바닥이 얕은 큰 배로 화물을 운반하는 데 많이 쓰인다.

허칠안은 ‘아’하며 눈을 깜박이더니 계속해서 물었다.

“우주 부근에 해적 떼가 있는가?”

송정풍이 ‘키득키득’ 웃기 시작했다. 그는 손을 허칠안의 어깨 위에 올리며 말했다.

“여기서 우주의 세관은 반나절도 안 되는 거리네. 자네는 관아 입구에서 길을 막고 재물을 약탈하는 자들을 본 적이 있는가?”

“그럼 문제없겠군.”

허칠안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무슨 일을 확정한 듯한 어조로 말했다.

“뭐가 문제없다는 말인가?”

“공로를 세우는 데 문제없다는 말이네.”

그는 송정풍을 쳐다봤다. 그는 곧 스쳐 지나갈 배 두 척이 보이자 재빠르게 말했다.

“정풍, 즉시 배로 돌아가 강 금라를 찾아서 급한 일이 있다고 고하게.”

그는 뒤이어 갑판 위의 일고여덟 명의 동라를 훑어보더니 나지막이 말했다.

“저 배에 문제가 있으니 자네들은 나를 따라 행동하시게.”

그는 말을 마치고 측면의 그 돈선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배를 멈추시오!”

목소리가 메아리치며 강 위를 맴돌았다.

돈선 위의 하급 관리들은 조금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못 들은 척했다. 심지어 사공은 슬며시 돛의 각도를 조절하여 돈선을 야경꾼이 있는 관선에서 멀어지게끔 기울였다.

이번에는 다른 동라들도 이상함을 감지했다. 그들이 입을 떼기도 전에 허칠안은 난간을 받쳤고, 발밑의 갑판이 ‘콰지직’하며 갈라지면서 그의 몸 전체가 마치 포탄처럼 발사되었다.

허칠안은 순식간에 수십 미터의 거리를 뛰어넘어 돈선의 간판 위에 안전하게 착지했다.

콰지직…….

갑판이 갈라지는 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일고여덟 명의 동라가 연이어 도약했다. 그들은 과장스런 점프력과 들끓는 기기에 의지하여 돈선으로 뛰어올랐다.

갑판 위 하급 관리들은 돈선을 ‘침입’한 한 무리의 동라를 보자, 낯빛이 변하면서 살며시 등허리의 칼자루를 눌렀다.

“대인 몇몇께서…….”

선실에서 구레나룻 수염을 기른 한 사나이가 빠른 걸음으로 뛰어나왔다. 그는 관아 차복 차림에 관모를 썼으며, 발에는 검은색 장화를 신고 있었다.

그는 갑판 위의 동라들을 둘러보더니 읍하며 말했다.

“무슨 용건이십니까?”

허칠안은 대답하는 대신 그들의 미세한 표정과 움직임을 자세하게 관찰했다. 주광효가 나지막이 말했다.

“당신들은 어느 관아 사람이오?”

“소직은 조운 관아의 호선(護船) 포두입니다. 경성에 들어가는 철광을 호송하고 있습니다.”

구레나룻의 사나이가 대답했다. 그들이 입은 차복에는 물결 문양이 새겨져 있었는데 바로 조운 관아의 차복이었다.

우주는 철광이 많이 난다. 소금과 철 모두 나라의 명맥에 속하며 통속적으로 말하자면 전략 자원이자 재정의 핵심이었다.

이에 동라들은 결코 예상 밖이라 생각지 않았고, 고개를 돌려 허칠안을 쳐다봤다. 그들은 그가 왜 갑자기 이 배를 가로막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허칠안은 눈을 가늘게 뜬 채 미세한 점들에 주의했다. 지금까지 이 돈선은 여전히 항해 중이라 닻을 내리지 않았다.

“광효, 배를 멈추라 하게.”

주광효는 즉시 선미로 가서 크고 무거운 닻을 물속으로 차 버렸다. 그러자 돈선은 천천히 멈췄다.

과묵한 동료가 돌아오자 허칠안은 질문했다.

“방금 왜 배를 멈추지 않았소?”

“그건…….”

구레나룻 사나이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대인들께서는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그는 선실로 갔다가 순식간에 돌아와 잘 접은 은표(銀票) 몇 장을 건네며 웃는 낯으로 대했다.

“소직도 잘 압니다. 어느 곳에 있든 야경꾼 관아의 대인들을 마주치면 잘 섬겨야 한다는 사실을요……. 소직이 방금은 생각 없이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했습니다. 죽어 마땅합니다. 대인들게 용서를 구합니다.”

허칠안이 훑어보니 오십 냥 가치의 은표로 총 삼백 냥 정도 됐다.

‘그는 지금 우리가 배를 가로막은 게 뇌물을 받으려고 그런 줄 아나?’

그 자리에 있던 야경꾼들은 화가 나기도 하면서 우습기도 했다.

야경꾼은 아주 깨끗하지는 않더라도 탐욕스러운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야경꾼에 관한 평가가 확실히 좋지는 않았는데, 이는 문관들이 매일매일 중상모략을 한 덕택이었다. 그들이 야경꾼들을 위연의 발톱으로 취급하여 사람들을 잔인하게 해치는 충견 노릇을 하며, 뇌물을 받고 법을 어기는 악행을 저지른다고 모함했기 때문이었다.

지식인들이 가장 잘하는 일이 바로 붓으로 규탄하는 것 아닌가.

“칠안…….”

주광효가 양미간을 찌푸리며 시선을 허칠안에게 돌렸다.

그를 포함하여 모든 동라들은 허칠안이 은자를 탐내 돈선을 저지했다고 믿지 않았다. 이건 아무런 관계가 없는 여자를 위해 은라를 칼로 벤 놈이 사람들에게 예쁨을 받는 건 차치하더라도, 최소한 인품은 인정할 만했기 때문이다.

구레나룻의 사나이는 오래도록 은표를 받는 사람이 없는 걸 보자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는 자신이 잘못 대응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야경꾼들이 전혀 알아주는 것 같지 않았다.

“선실에 좀 같이 가 봅시다.”

허칠안이 몇 걸음 앞으로 나아가 구레나룻의 사나이를 응시했다.

이때 허칠안은 모든 동라의 앞에 서 있었다. 그는 별다른 거리낌 없이 오른손을 뒤에 두고 재빠르게 손짓을 했다.

그의 손짓은 은밀하고 미세했지만, 뒤에 있는 동라들은 티 나지 않게 표정을 굳혔다.

이 손짓은 야경꾼 관아의 전문 수화로 행동을 준비하라는 뜻이었다.

“한 번 쭉 검사해보겠소.”

허칠안이 요청했다.

“좋습니다. 그렇게 하시지요.”

구레나룻의 사나이는 단박에 승낙했다.

‘……너무 흔쾌히 승낙하는 거 아니야? 정상적이라면 조운과 관련된 일은 야경꾼의 소관이 아니라고 항의 한 마디라도 했을 텐데. 음, 그가 쫄았을 수도 있지…….’

허칠안은 이렇게 생각하면서 동료들을 이끌고 구레나룻을 따라 선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이내 협소한 계단을 따라 3등 선실에 이르렀다.

* * *

구레나룻의 사나이는 촛불을 하나하나씩 켜며, 야경꾼들을 데리고 광석으로 가득 찬 화물 상자를 하나하나 검사했다.

한 동라가 자잘한 철광석을 한 움큼 쥐고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전부 선별을 거친 고품질의 철광이군.”

구레나룻의 사나이는 대답 대신 허허 웃었다.

그 동라는 태연하게 철광을 던져 버렸다. 그런 다음 그는 칼집으로 허칠안의 허리를 찌르며 눈짓했다.

허칠안이 말했다.

“자네들은 계속해서 검사하시게.”

그는 그 동라와 한쪽으로 걸어가 나지막이 물었다.

“왜 그러나?”

동라가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광석을 너무 미세하게 갈았네. 품질이 과할 정도로 특출나.”

허칠안은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이건 경성으로 운반하는 것이잖나. 무슨 문제가 있는가?”

동라는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사람들을 쳐다보더니 시선을 거두고 나지막이 말했다.

“내가 몇 년 전에 공부와 함께 철광과 관련된 횡령 사건을 조사한 적이 있었네. 광석은 품질이 아니라 중량으로 계산하는 것이네. 관원들은 이익을 가로채기 위해 중간에서 재물을 가로채지. 철광에 자갈을 섞거나 품질이 떨어지는 철광으로 중량을 늘이는 방법을 사용하네. 어느 정도만 맞추면 문제가 생기지 않거든.”

‘……다시 말하면 이곳에 있는 철광의 품질이 너무 좋다는 뜻이지…….’

허칠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 * *

이들은 검사가 끝난 후 이상함을 발견하지 못했다. 모든 이들이 선실로 돌아왔고, 허칠안은 또 다른 요구를 했다.

“당신들의 공문서를 내게 보여주시오.”

구레나룻은 조운 관아에서 서명하여 발급한 공문서를 순순히 가져왔다. 허칠안이 착오가 없음을 확인한 후 말했다.

“도중에 별다른 상황을 맞닥뜨리진 않았소?”

“어찌 그랬겠습니까. 이제 막 우주를 떠나왔는데요.”

구레나룻의 사나이가 말했다.

‘허, 그럼 네 머리 위에 녹색빛이 뭔지 내게 설명해 보시지…… 아니, 핏빛은 뭐란 말이냐?’

허칠안은 걸으면서 선실을 관찰했고, 구레나룻의 사나이는 전 과정에 동행했다. 그는 질문이 있으면 막힘없이 대답했고, 태도가 유별날 정도로 좋았다.

* * *

이내 그들은 부엌에 이르렀다. 네 명의 취사부가 목찰(木扎)에 앉아 아무 말 없이 허칠안과 그 일행을 쳐다보았다.

부엌의 광주리 안에는 매우 신선해 보이는 제철 채소가 아주 많이 담겨 있었다.

허칠안이 웃으며 말했다.

“지금은 채소 잎만 봐도 두 눈이 반짝반짝거리네. 배에서 며칠 동안 생선만 먹었더니 비리고 맛이 없어.”

그는 취사부 네 명을 훑어보며 말했다.

“그렇지 않은가.”

취사부 한 명이 눈을 흘기며 구레나룻의 사나이를 쳐다봤고, 눈빛을 교환하더니 눈치챘다는 듯 겸손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렇습니다. 민물고기는 흙내가 나기 마련이니까요. 대인께서는 귀중한 몸이시니 적응하지 못하시는 게 당연합니다. 저희같이 일 년 내내 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이미 익숙해졌지요.”

“아, 자네는 생선 비린내를 제거할 줄 모르는군.”

허칠안이 웃음을 머금고 고개를 끄덕였다.

‘잉?’

취사부 네 명은 허칠안의 의미심장한 웃음 속에서 무언가 이상함을 알아차렸다.

구레나룻의 사나이가 역시나 떠보았다.

“대인…….”

그가 말을 하기도 전에 이 동라가 그의 턱을 아래에서 위로 후려쳤다. 잇몸이 부딪히면서 깨진 이가 튀어나왔다.

이어서 그 동라는 아주 빠른 속도로 그의 가슴을 주먹으로 가격했다. 펑펑……! 힘이 등까지 관통하여 차복이 갈기갈기 찢어졌다.

구레나룻의 사나이는 주먹에 맞아 날아갔다. 그리고 벽에 부딪혀 아무런 힘없이 땅에 쓰러졌다.

허칠안은 갑자기 폭력을 행사하고는, 그를 더 신경 쓰지 않은 채 고개를 돌려 취사부 한 명을 발로 걷어차 넘어뜨려서 갈비뼈를 부러뜨렸다. 그런 후 무사의 특급 권법으로 나머지 취사부 세 명의 갈비뼈를 내리쳐 부러뜨렸다.

모든 과정이 5초를 넘기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엌 안의 다툼은 바깥에 있는 양측의 이목을 끌었다.

허칠안이 소리쳤다.

“배 위의 모든 이들을 체포하여 산 증인으로 삼거라.”

진작 손짓을 보고 준비하고 있던 동라들은 반응이 매우 빨랐다. 그들은 아무런 망설임 없이 선원과 하급 관리들을 한 명씩 때려 엎었다.

야경꾼들은 대개 연기경이었으므로, 몸놀림이 그런대로 괜찮은 하급 관리들을 제압하는 일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허칠안이 허영음을 꿀밤 때리는 것만큼 쉬웠다.

이때 허칠안은 갑판 위에 내려앉은 강한 기기를 감지했다. 허칠안은 구레나룻의 사나이가 물에 뛰어들어 도망치는 일을 막기 위해 그를 들쳐 함께 선실로 나와 갑판에 이르렀다.

강율중이 눈살을 찌푸리며 아무 말 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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