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대타경-182화 (182/712)

182화. 일호의 신분? (2)

허칠안은 고개를 들어 곤히 잠든 두 동료를 쳐다보았다. 그는 그들이 별 움직임이 없음을 확인한 다음 계속해서 문자를 보냈다.

[삼: 단수였네. 최상위 고수의 단수.]

‘단수?!’

이 정보는 천지회의 모든 이들에게 아주 큰 충격을 주었다. 그들이 상백 봉인물에 관해 토론한 적이 있었다. 그때 그들은 봉인물이 오백 년 전의 인물일 것이라 추정한바 있었다.

그들은 이렇게 연상해서, 그 봉인물의 신비한 강자는 적어도 2품이리라 여겼다.

‘단수? 한 손이 어떻게 오백 년이나 봉인되어 있을 수 있지…….’

오호는 속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며 미친 듯이 아우성쳤다. 그가 문자를 보내 반박하려는데 갑자기 극연을 탐색하여 고신에게서 얻은 깨달음이 생각났고 마음이 움직였다.

[오: 만약 정말 단수라면, 그 주인의 지위가 아주 높겠군. 봉인될 수 있었다는 건 죽일 수 없는 존재라는 뜻이지.]

남강 계집아이의 말은 찬물을 정수리에 들이붓는 듯 모든 이에게 일격을 가했다.

그렇다. 무릇 봉인된 존재는 죽일 수 없다. 그렇지 않으면 무엇 때문에 필요 이상의 짓을 하겠는가.

[삼: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 야경꾼 관아조차도 단수의 진짜 신분을 모르네. 단수는 결국 요족 족속들이 가져갔어. 내가 알고 있는 정보는 이 정도이네.]

‘그럼 방금 자네가 말한 ‘진짜 신분’은 무슨 뜻이란 말인가…….‘

천지회의 모든 이들이 속으로 비아냥거렸다.

[이: 우리가 아는 최상위 고수를 한데 모아 하나씩 빼다 보면, 이 절세 고수의 신분을 추측해낼 수 있을지도 모르네.]

이때 금련도사가 나타났다. 그는 한참을 정탐하는 중이었는데, 봉인물에 관한 화제가 그의 흥미를 이끈 듯했다.

[구: 도문은 바로 제외해도 되네.]

그는 다른 사람이 묻기 전에 바로 설명했다.

[구: 도문 삼종이 수련하는 건 육신이 아니네. 만약 도문의 어떤 원로가 봉인되었다면 원신은 오래 남을 수 있으나 육신은 필연적으로 메말랐을 것이네. 게다가 그 단수는 혈기가 넘치고 마염(魔焰)이 차고 넘치니 절대 도문 체계는 아니네.]

허칠안이 한 마디 끼어들었다.

[삼: 술사도 제외해도 되네.]

‘어랏, 삼호는 유가 제자인데 어째서 가장 먼저 제외하는 게 유가가 아니고 술사지?’

허칠안의 대답에 이호와 사호가 약간 당황했다.

[오: 고사(蠱師)도 제외해도 되겠지? 고족은 몇 백 년 동안 1품 고수가 없었네.]

이때 허칠안이 덧붙였다.

[삼: 유가도 마찬가지로 제외해도 되네. 이점은 내가 확실히 보장하네.]

맞다, 그는 확실히 보장할 수 있었다. 단수의 주인은 승려이니 불문 사람이었다.

[사: 좋아, 그렇다면 지금 남은 건 무사, 요족, 주술사, 불문 4대 체계이네. 주술사도 마찬가지로 신체 단련이 주가 아니네. 게다가 지난번에 삼호가 상백 밑의 봉인 진법에 불문(佛紋)이 있었다고 말했던 걸로 기억하네. 이러한 이유로 추측했을 때 불문이 봉인에 참여한 듯싶네. 나는 무사, 요족 그리고 불문 이 3대 체계에 기우는 편일세.]

‘일리 있는 분석이군. 사호의 지혜로움은 지서 채팅방에서 발군이야…….’

허칠안은 계속해서 대화를 이끌지 않고 냉정하게 지켜봤다.

[사: 나는 역사를 숙독했네. 오백 년 전의 인물이자 대봉 황실 세력에 속하는 자, 내가 아는 건 초대 감정뿐이야.]

그해 자료는 태반이 삭제되어 고증하기 어렵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할 수 있었다. 그건 바로 그해의 대봉은 인재가 쇠퇴한 건 차치하더라도 쇠약한 상태에 놓여 있었던 건 틀림없다는 점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무종 황제가 황위 찬탈에 성공하기 어려웠을 터였다.

따라서 오백 년 전의 황실에 1품이 두 명 있었을 가능성은 크지 않았다.

‘무사 체계는 일단 제외한다…….’

일호는 늘 정탐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이때 발언했다.

[일: 오백 년은 무시할 수 없는 시간이네. 무종 황제가 발기한 청군 측 외에 또 다른 시간도 놓치지 마시게.]

사호가 칼답했다.

[사: 갑자탕요?]

[일: 상백의 봉인 진법은 불문이 힘을 발휘했고, 상백 사건 배후에서는 만요국 잔당이 모의를 꾀하고 있었네. 좀 더 연결해보면 그 단수의 주인이 만요국의 여황 구미천호(九尾天狐)일 가능성이 아주 농후하다고 추측해볼 수 있네.]

‘이…….’

허칠안은 어안이 벙벙했다. 일호의 분석은 하나하나 사리에 들어맞았다. 매우 일리 있었다. 만약 그가 이미 답을 알고 있는 게 아니라면 그 말이 정답이라고 생각될 정도였다.

‘……완전히 빗나갔어. 구미천호가 아니라 못난 승려라고!!

‘잠깐!’

허칠안은 예리하게 한 가지 점을 포착했다.

‘일호는 어떻게 배후의 추진자가 만요국 잔당이라는 사실을 알았지?’

처음부터 끝까지 그는 지서 단체 채팅방에서 배후의 요족이 만요국 잔당이라고 얘기한 적이 없었다. 반면 예전에 허칠안은 진북왕과 북방 요족이 결탁했다고 줄곧 생각했다.

나중에 밝혀진 후에는 천지회 내부에서 상백 사건의 세부 사항을 과도하게 자세히 논의한 적이 없었다.

그리고 상백 사건이 ‘아무런 단서도 없는 억울한 사건’이 되었을 때는 사건의 세부 사항이 공표되지 않았으며, 권종은 야경꾼 관아에 보관했다. 위연은 원경제에게만 이를 보고했었다.

“일호가 이 정보를 알아낼 수 있었던 경로는 네 가지뿐이다. 첫째, 원경제의 입을 통해서. 늙은 황제가 누구한테 말했는지는 내가 확언하지 못하지만, 분명히 곁에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말했을 것이다. 둘째, 내 입을 통해서. 이 일은 내가 세 사람에게만 보고했다. 그들은 각각 위연, 금련 도사, 회경공주다. 셋째, 이 세 사람의 입을 통해서. 일호는 조정 사람으로 지위가 아주 높다. 게다가 천지회 구성원이니 이 세 사람 모두 가능성이 있다. 넷째, 야경꾼 관아의 권종을 통해 알게 됐다.”

허칠안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주제를 이끌어 나가려 했다. 계속해서 한쪽으로 치우쳐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그가 쓸데없는 말로 이렇게 심혈을 기울인 일이 다 허사가 된다.

[삼: 왜 불문 사람은 불가능한가?]

‘불문 사람?’

모든 이가 이 말을 듣자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리고 생각에 잠겼다.

[오: 왜 불문 사람인가?]

오호는 모든 사람을 대신해 의문을 제기했다.

[삼: 허, 단지 추측일 뿐이네. 나는 불문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해. 경성에 청룡사가 하나 있긴 하지만 최상위 고수는 없네. 하지만 내 생각에는 불문에 신체를 단련하는 영역의 공법(功法)이 있을 것 같네. 이외에 만약 구미천호라면 왜 대봉 황실의 상백에 봉인해야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네.]

두 번째 문제는 역사적인 비밀에 속해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첫 번째 문제에는 대답을 줄 수 있는 자가 있었다.

[육: 불문의 무승 체계는 결코 무사에 뒤지지 않네. 혹은 불문에만 있는 무사라고 할 수 있지.]

육호는 사제 항혜의 죽음으로 한참을 기가 죽어 있다가 드디어 머리를 내밀었다.

‘불문에는 역시 두 체계가 있어…….’

허칠안은 이 일을 진작 알고 있었다.

[오: 무승이 불문에만 있는 무사인가?]

[육: 그러하네. 불문에는 두 체계가 있는데 그중 한 체계의 최초 품계가 8품 무승이네. 무승은 염불을 욀 필요가 없고, 심지어는 수계할 필요도 없이 불심은 닦지 않고 괴력만 수련하네. 허나 8품 무승의 다음 품계가 무엇인지는 나도 모르네.]

‘수계할 필요도, 염불을 욀 필요가 없는 불문 제자?’

천지회 구성원들은 얼떨떨했다.

‘수계할 필요가 없다? 그럼 잘 수 있는 거 아니야? 이상한 지식이 늘었군…….’

허칠안은 무승 체계를 알고 있었지만 무승이 수계할 필요가 없다는 말은 처음 들었다.

“다음번엔 항원을 교방사로 초대해서 그에게 젊은 여자를 붙여 줘도 되겠다…….”

허칠안은 계속해서 화제를 이끌어 나갔다.

[삼: 만약 그 봉인된 강자가 불문 제자라면, 그렇다면 오백 년 전의 불문 역사를 찾아보기만 하면 그의 진짜 신분을 밝혀낼 수 있을 거라 믿네. 이 일에 나는 매우 관심이 많아. 만약 여러분이 관련된 정보를 안다면 내게 팔아도 되네.]

천지회의 모든 자가 즉시 관련 소식을 유념해서 살피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후…… 신수 대사, 저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허칠안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신수 정체의 의혹에 관해 사전 작업만 할 뿐, 조급하게 캐내지는 않았다.

보수적으로 추측해 보면, 신수의 품계는 1품일 터였다. 1품 고수가 얼마나 강한지 허칠안은 아무런 개념도 없었다. 아마 식견이 넓고 경험이 많은 금련 도사도 개념이 없을 것 같았다. 어쨌거나 지종 도수도 기껏해야 2품이었으니까.

하지만 시체가 토막 나고 오백 년 동안 봉인되어 있었다 해도 여전히 생기와 원신이 소멸하지 않았다……. 이런 괴이한 점들 때문에 허칠안의 마음속에서는 이미 신마(神魔)의 반열에 들을 수 있었다.

이건 그야말로 사람의 형상을 한 천재지변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8품 연기경인 허칠안은 비밀을 캐내는데 조금도 조급해하지 않았다.

‘그나저나 금련 도사가 선발한 천지회 구성원은 전국 각지에서 왔는데 서역 출신이 한 명도 없다. 이건 우연인가 아니면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잠시 후에 사호는 계속해서 말하는 자가 없는 걸 보자 바로 물었다.

[사: 불문에 관해 얘기하니 예전에 있었던 재미있는 일이 떠올랐네. 삼호, 이건 자네 유가와도 관련이 있어.]

‘유가의 일이 나랑 무슨 관련이 있다는 거야. 나는 단지 유가의 탈을 쓴 아경꾼일 뿐인데…….’

허칠안은 자조하며 표정을 바로잡고 옥석경의 화면을 주시했다.

순간 화면에 문자가 나타났다. 4호가 보낸 문자였다.

[사: 내가 일찍이 서역을 떠돌았던 적이 있었네. 그곳의 사람들은 보편적으로 문맹이고, 사리에 어둡고 뒤떨어져 있지. 게다가 ‘예(禮)’가 무엇인지 몰라. 하지만 현지인들은 손님 접대를 매우 좋아하네. 그들은 검객처럼 보이는 나를 열렬하게 환대했지. 허나 내가 그들에게 ‘지식인’이라는 신분을 밝히니 나를 대하는 그들의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네. 경멸하고 위협하고 몰아세우며 내가 어쩔 수 없이 현지를 떠나게 했네. 그 후 여정 중에는다시는 지식인의 신분을 드러내지 않았지.]

‘……이게 바로 소위 말하는 우등생에 대한 열등생의 분노인가?’

허칠안은 별다른 의견을 내세우지 않은 채 계속해서 다음 문자를 기다렸다.

[사: 나는 서역 사람들이 단순히 지식인을 싫어하는 줄만 알았네. 나중에 깨달은 건 그들은 지식인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 유가, 정통적인 유가를 싫어하는 거였네. 이 때문에 예전에 사서를 읽을 때 봤던 기록이 떠올랐지. 음, 오백 년 전의 그 역사 후 불문은 일찍이 대봉에서 번성하고 곳곳에 종교를 전파했네. 좋은 시절은 오래 가지 않았어. 백 년도 안 돼서 조정은 멸불 정책을 실시하기 시작했고, 멸불을 추진한 건 바로 그 당시의 재상이었네. 그는 또 다른 신분이 있었는데 운록서원의 원장일세.]

‘예전 지식인이면 대개 운록서원 출신이고, 유가의 정통이 갈라지기 시작한 일은 이백 년 전이니까…….’

허칠안은 문자를 입력했다.

[삼: 겨우 이건가?]

당시의 대봉은 유가의 근거지였는데 불문이 중원에 전도하려 했으니 유가가 손을 써서 저지한 건 당연한 이치였다. 같은 이치로 서역에서 지식인을 증오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아주 합리적이었다.

이 정보는 딱히 주워 먹는 재미가 없었다.

[사: 이봐, 삼호. 자네 요즘 좀 나태하네.]

허칠안은 뜨악했다.

‘그럼 내가 손가락이라도 깨물어서 너한테 머리 굴리는 척 연기해야 하니?’

[사: 춘시 준비 중이라 역사를 공부할 시간이 없다고 할 건가? 음,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그해 그 재상이 멸불할 때 했던 말이 있네. 불문을 멸하지 않으면, 천하가 다 불문이 될 것이니 내 목숨 바쳐 불문과 단절된 길을 걸을 것이다. 지금까지도 나는 여전히 이 말의 진의를 이해하지 못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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