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화. 나는 가족이 없다
강율중은 혼자 식탁을 차지한 채 눈을 감고선, 혀끝에서 맴도는 그 잊히지 않는 맛을 되새겼다. 그는 취사부를 불러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이 생선탕은 본관이 먹어본 적 없는 색다른 맛인데 어떻게 만들었느냐?”
‘아마도 특제 비법이 있겠지…….’
강율중은 속으로 생각했다.
그도 그 비법을 탐내지는 않았다. 그는 그저 순전히 궁금할 뿐이었다. 그는 탁자를 치며 훌륭하다고 소리치게 한 생선탕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알고 싶었다.
취사부들은 즉시 허칠안을 쳐다봤다.
“저 대인의 비법입니다. 소인과는 무관합니다.”
야경꾼들이 갑자기 그를 바라보았다.
“왜 나를 보는가. 이건 사천감의 특제 비법으로 나도 얼마 갖고 있지 않네.”
허칠안이 바로 말했다.
그는 이들이 지조 없는 야경꾼들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더욱이 강율중은 틀림없이 방법을 바꿔 그에게 구걸할 게 분명했다.
모든 사람이 문득 고개를 돌려 구석에 있는 백의 술사 셋을 쳐다봤다. 젊은 백의 술사가 말했다.
“우리를 봐서 뭐하는가. 사천감의 특제 비법은 허 공자가 가르쳐준 것이네.”
‘너희 술사들이 작정하고 해보겠다는 거지……?’
허칠안은 속으로 비난하였다.
이때 선실 입구에서 갑옷을 입고 투구를 쓴 시위대가 들어왔다. 그들은 생선탕 냄새를 맡으면서 묵묵히 자신들의 빈약한 음식을 받았다.
이번에 운주에는 동라 스무 명, 은라 여섯 명, 금라 한 명, 장 순무의 심부름꾼 세 명, 수행하는 호분위(虎賁衛) 백 명이 간다.
거기에 장 순무를 더하면 총 131명이었다.
이 호분위들은 협소하고 음침한 선실 바닥에서 지냈다. 먹는 음식도 야경꾼보다 좋지 않았으니, 자연스레 생선탕도 그들의 몫은 없었다.
몹시 야윈 사내들은 말없이 코끝을 킁킁거리며 슬며시 침을 삼켰다. 그들은 갈망하는 눈빛으로 생선탕을 바라보았다.
허칠안은 잠깐 생각하더니 취사부를 불렀다.
“배 안에 생선이 더 있는가? 없다면 다시 가서 그물로 잡아 장병들에게도 생선탕 한 솥 끓여 주게. 반드시 모든 사람이 다 마실 수 있어야 하네.”
그는 말하면서 도자기 병을 취사부에게 건넸다.
“부족하면 내게 달라고 하시게.”
호분위들은 눈을 크게 뜨며 반짝였다. 그들은 자신도 모르게 허리를 꼿꼿이 펴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감사합니다, 대인!”
‘나는 늘 마음이 너무 약해, 너무 약해. 모든 문제를 내가 짊어지려고 하니까…….’
허칠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허 가일세.”
“감사합니다, 허 대인.”
이때 장 순무의 심부름꾼이 걸어오더니 낭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생선탕 더 있습니까? 저희 대인께서 더 먹고 싶어 하십니다.”
모든 사람들이 박장대소하였고, 선실은 유쾌한 공기로 가득 찼다.
* * *
황혼 전에 허신년은 경성으로 돌아와 갈아입을 옷가지와 쌀 그리고 은냥을 챙기러 집에 갈 참이었다.
운록서원에서 공부하는 서생은 3개월마다 속수(*束脩: 스승님에게 드리는 예물)를 내야 했으며, 쌀과 밀가루를 직접 챙겨야 했다. 학원에서는 잠자는 곳은 제공했지만 음식은 제공하지 않았다.
그래서 허신년은 정기적으로 집에 돌아왔다. 그는 시간이 없어서 빨래하지 못한 옷들을 집으로 가져와 하인에게 준 다음 석 달 치 은자와 식량도 넉넉하게 챙겼다.
“허…….”
그는 허부 밖에 말고삐를 묶었는데 굳게 잠긴 대문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는 작은 일이 아니었다. 저택에 하인이 있으니 설령 주인이 집에 없더라도 그럴 때는 안에서 문을 걸어 잠글 뿐이었다. 밖에 자물쇠를 거는 일은 흔히 저택에 사는 사람이 없다는 의미였다.
허신년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그는 말에서 내려 담벼락 쪽으로 다가가더니, 크게 심호흡하고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
“담벼락을 넘을 것이다!”
그는 말을 마치고 말없이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끓어 넘치는 힘이 사지를 가득 채우는 듯했다. 그는 단거리 달리기로 도움닫기 하여 3m 높이의 담벼락을 뛰어넘어 안전하게 착지했다.
* * *
저택은 아주 고요했고, 한 사람도 없었다.
허신년은 바깥뜰에서 안뜰까지 방문을 하나하나 열어젖혔다. 하지만 그 안에는 여동생도 부모님도 하인도…… 아무도 없었다.
무엇보다 저택의 물건들도 말끔히 옮겨져 있었다. 방안에는 이불도 없는 텅 빈 침상만이 남아 있었다.
‘내 집은? 그렇게 북적했던 나의 집이…… 아, 집은 아직 있지만, 내 가족은 어디로 갔지?’
허신년은 마당에 망연하게 서서 인생을 되돌아보았다.
“문만 잠겼을 뿐, 봉인 딱지가 붙지는 않은 걸로 보아 큰 형님이 죄를 짓지는 않은 듯한데……. 집안이 텅텅 비었지만, 바닥에 먼지가 쌓여 있지 않고 깨끗하게 청소되어 있으니 약탈당한 것도 아니다…….”
허신년은 과거에 합격한 자의 총명함으로 결론을 유추해 냈다. 그들은 이사 갔다!
‘왜 이사했으면서 아무도 나에게 알리지 않았지? 운록서원에 내가 있다는 사실을 잊었나?’
허신년은 화가 난 나머지 심하게 욕을 퍼붓고 싶었다.
‘아뿔싸…….’
곧이어 그는 낯빛이 변하더니 재빨리 자신에게 버프를 주고 담벼락을 뛰어넘어 말에 올랐다. 그는 성문이 닫히기 전에 경성을 벗어날 작정이었다.
이때 먼 곳에서 어렴풋이 북소리가 들려왔다. 성문이 닫히기 전에 울리는 북소리였다.
* * *
허평지는 새 저택에 있다가, 오늘 야간 근무를 해야 해서 저녁밥을 먹고 집을 나섰다.
숙모는 남편을 바라보며 의구심이 든다는 듯 말했다.
“원래대로라면 신년이 집에 올 때가 됐어요. 지난번에 은자와 식량을 많이 챙기지 않았거든요.”
그녀는 어머니로서 당연히 아들을 신경 썼다. 또한 그녀는 항상 아들이 집에 오는 시기를 헤아리곤 했다.
“아마도 요 며칠 사이에 돌아올 것 같소.”
허평지가 그다지 대수롭지 않아 하며 말했다.
“큰 애가…… 그에게 서신을 썼겠죠?”
숙모가 물었다.
“모르겠소.”
“모르겠다는 말이 무슨 뜻이에요?”
숙모가 눈썹을 치켜올렸다.
“나도 묻지 않았소.”
허평지가 대답했다. 그는 마지막 한 입을 먹은 후에 패도를 등허리에 차고 투구를 쓰며 말했다.
“나 나가봐야 하오. 저녁에 다시는 우물가로 가지 못하게 영음을 지켜보시오. 그리고 하루 종일 이것저것 의심하지 마시오. 저택에 귀신은 나오지 않소.”
허평지는 말을 마치고 문을 나섰다.
* * *
그는 그날 저녁 어도위 대오를 거느린 채 외성을 순찰했다. 그가 옛 저택을 지나가는데, 저택 문 앞에 웅크리고 앉아 무릎을 감싸고 얼굴을 두 팔에 파묻은 채 찬바람에 덜덜 떠는 사람이 보였다.
그 곁에는 말 한 필이 있었는데 맥 없이 투레질을 하며 발굽을 파고 있었다.
외성은 야간 통행 금지가 없어서 백성들이 이동하는 데 제약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어도위는 골라서 심문할 권력을 가지고 있었다. 허평지는 누군가 자기 예전 집 문 앞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걸 보더니 즉시 사람을 데리고 다가갔다.
그는 큰소리로 추궁하려다가, 횃불에 비친 그 사람의 유삼이 갑자기 낯이 익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허평지는 멍해져서 ‘설마……’하고 속으로 말했다.
“신년?”
그는 확실하지 않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 유삼 서생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더없이 준수한 외모에 초췌한 낯빛, 그는 바로 허신년이었다!
부자 둘은 한참을 서로 바라보며 침묵했다. 허평지는 긴장하여 두피가 얼얼했다.
“왜 객잔에 가지 않느냐?”
칼 맞아 죽을 허칠안, 그는 정말로 동생에게 서신을 쓰지 않았다.
“은자를 다 썼어요.”
“왜 저택 안에서 쉬지 않고?”
“말이 도난당할 거예요.”
“왜 서원으로 돌아가지 않았느냐?”
“성문이 닫혔습니다.”
“……집이 내성으로 이사 갔는데 네게 말한다는 걸 잊었구나. 음, 내성은 야간 통행금지니 이 아버지가 객잔에 데리고 가 주마.”
허신년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허평지를 외면했다. 그 목소리가 공허했다.
“대인, 소인은 가족이 없습니다.”
“…….”
* * *
달이 외로이 높게 뜬 어느 밤.
관선의 방은 제한이 있었다. 허칠안 같은 일개 동라는 독립적인 방을 쓸 수 있는 대우를 받지 못했다. 그와 송정풍 그리고 주광효가 한 방에서 잤다.
나란히 놓인 침상이었다.
그가 고개를 돌려 왼쪽을 보면 송정풍의 얼굴이 그를 향해 있었다. 그리고 그가 오른쪽을 보면 주광효의 얼굴이 그를 향해 있었다.
허칠안은 문득 우스갯소리가 하나 생각났다.
만약 당신이 한 남자와 한 여자 사이에서 잔다면 당신은 엉덩이를 남자 쪽으로 향할 것입니까, 아니면 여자 쪽으로 향할 것입니까?
‘엉덩이를 여자에게 향하면 게이라 의심받고, 남자를 향하면 맞을 위험이 있다. 그러니 나 같은 상황에서 나는 똑바로 누워서 자는 걸 선택할 것이다…….’
허칠안이 속으로 구시렁거리는데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문밖에서 장 순무 수행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허 대인, 저희 나리께서 부르십니다.”
“알겠네.”
허칠안은 수행원에게 대답한 다음, 몸을 일으켜 앉아 이불을 젖히고 옷을 입기 시작했다.
송정풍은 베갯머리에서 인기척이 느껴지자 눈을 뜨고 중얼거리더니 물었다.
“자네 어디 가는가?”
허칠안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 나갔다 오겠네. 금방 돌아올 거야.”
송정풍이 ‘응’하고 말했다.
두 사람은 대화가 끝나자 표정이 갑자기 굳어지더니, 약속이나 한 듯 몸서리를 쳤다.
“꺼져, 꺼져.”
송정풍이 팔뚝에 올라온 닭살을 문지르며 욕지거리를 했다.
“내 좋은 꿈을 방해하다니.”
허칠안이 나가자 본래 송정풍을 등지던 주광효가 말없이 몸을 돌렸다.
* * *
흐르는 물과 같은 달빛과 별이 적막한 밤이었다.
소리 없이 적막한 강물 위, 달빛에 비친 잔잔한 물결은 은빛이 반짝이는 비늘 조각 같았다.
장 순무의 방에는 불이 켜져 있었다. 허칠안은 문을 두드리고 승낙을 받은 뒤 순무 대인의 방문을 밀어젖혔다.
그곳은 그리 널찍한 방은 아니었다. 장 순무와 강율중이 마주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으며, 강율중이 가장자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앉게. 차는 알아서 따라 마시게.”
염소 수염을 기른 장 순무는 엄숙한 표정을 지은 채, 허칠안을 향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장 순무는 조당에 두 번이나 나타나서 상서 하나를 두 번이나 무찌른 신기한 동라를 최대한 중시하며 우호적인 태도를 취했다.
‘한밤중에 차를 마시면 수면의 질에 안 좋지 않은가?’
허칠안은 자리에 앉아 매우 여유 있는 말투로 물었다.
“대인 두 분께서 소직을 어쩐 일로 부르셨습니까?”
도찰원과 야경꾼은 각각 다른 관아에 속하지만, 상급자가 같았다. 바로 위연이었다. 이렇기에 장 순무는 그의 사람이라 할 수 있었다. 한편 허칠안은 너무 딱딱한 인사치레가 불필요하다고 여겼다.
장 순무가 웃으며 말했다.
“허 대인이 신처럼 사건을 처리하고 능력이 아주 뛰어나다고 들었네. 본관이 한밤중에 자네를 부른 건 이번 운주에 가서 할 임무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싶어서이네.”
허칠안이 헤아리며 입을 열었다.
“대인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장 순무가 말했다.
“나는 권종을 이미 봤네. 주민(周旻)의 죽음은 어떠한 허점도 상처도 중독도 없는 극히 정상적인 죽음이네. 소문 없이 어떠한 허점도 남기지 않고 죽은 것 역시 허점이지.”
주민은 바로 아무런 까닭 없이 죽은 첩자였다.
강율중이 덧붙여 말했다.
“각 체계 중 이 일을 할 수 있는 건 도문과 주술사뿐이네. 공부상서 사건의 반응에 따르면 제당과 무신교가 결탁했고, 사람을 죽인 살인범 대부분이 4품 몽무(夢巫)이네.”
허칠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우선 장 순무의 지능 지수를 인정했다. 그는 머리가 명석한 관리였기에 우매하지 않았으며, 자신이 앞으로 어떤 상황에 직면할지 알았다.
이러면 아주 편했다.
사실 그는 일을 성사시키기는커녕 되려 망치는 상급을 만날까 걱정했다.
본래 신 같은 상대가 아니라 돼지 같은 팀원이 두려운 법이다. 솔직히 말해 허칠안은 예전에 장 순무를 허약하게 봤기 때문에, 이 방면으로 걱정을 했던 게 사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