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대타경-179화 (179/712)

179화. 생선탕

강율중은 생각해 보더니 강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곳의 물은 어떠한 것 같나?”

허칠안은 내친김에 강물을 내려다보며 솔직하게 대답했다.

“별로인데요, 더럽네요.”

강율중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가 알면 됐어.”

“…….”

잠시 뒤 강율중이 말했다.

“운하의 남쪽을 따라가다 보면 청주(靑州)에 도착할 걸세. 우리는 그곳에서 육로로 바꿀 것이야. 육로로 열흘간 가다 보면 운주에 도착할 수 있을 걸세.”

“강 대인, 이런 비밀 통로를 제게 알려주시는 건 부적절한 일이 아닙니까.”

허칠안이 말했다.

“무방하네. 자네의 타고나 자질이라면 조만간 금라가 될 테니까.”

강율중이 그다지 개의치 않으며 웃었다.

‘친구는 친구야. 내 공을 가로채면 나는 화가 날 텐데…….’

허칠안이 미소로 답했다.

“재수 좋은 말은 받겠습니다. 음, 왜 한로(旱路)로 바꾸는 겁니까?”

“육로(陸路)일세.”

강율중은 정정한 후 설명했다.

“청주는 운주와 인접해 있지만, 두 주 간에는 서로 연결되는 운하가 없지. 만약 수로로 가려 한다면, 옆에 위치한 사주(沙州)를 돌아가야 하는데, 그럴 바엔 차라리 육로로 가는 게 더 빠르네.”

일찍이 전대 왕조에 수로가 흥해 운하를 파서 각각 남북과 동서를 관통하는 대운하를 건설했다. 그중에 지류가 헤아릴 수 없이 많아 지금 대봉에 이르러서야 조운이 발달한 것이다.

‘그런데 청주와 운주는 오히려 운하로 연결되지 않았다고?’

“수로가 없다고요?”

허칠안이 의혹을 제기했다.

“본래는 있었네. 운주와 청주를 잇는 지류가 있었지. 하지만 십여 년 전, 강물이 갑자기 물길을 바꿨네.”

강율중이 설명했다.

‘물길을 바꿨다라…….’

허칠안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수리(水利) 공사는 예로부터 지금까지 조정의 골칫거리였다. 시도 때도 없이 범람했고, 물길이 바뀌었다. 설령 전생이라도 수해는 여전히 사람들을 골치 아프게 했다. 남자가 노선을 바꾸는 정도는 괜찮다. 기껏해야 창자와 배를 뚫는 것뿐. 하지만 강물이 일단 물길을 바꾸면 천 리가 위험해지고 백성들이 불행해진다.

이때 전방에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허칠안이 있는 힘을 다해 멀리 내다보자, 기슭에 정박해 있는 작은 배 한 척이 눈에 들어왔다. 몇 사람이 물건을 태우고 있었다.

“무슨 일입니까? 왜 물건을 태웁니까?”

허칠안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일단 누군가 온갖 나쁜 짓을 저지르고 상인의 물품을 훼손하는 것이라 여겼다.

강율중이 몇 번 쳐다보더니 문득 깨달은 듯 말했다.

“일반적으로 이런 상황은 상인이 세관을 통과하지 않으려 물품을 태워 귀항을 준비하는 것이네.”

“곧 경성인데 왜 그렇게 하는 것입니까?”

허칠안은 이해할 수 없었다.

“허, 조정에서 운하에 세관을 겹겹이 설치하여 매 관문을 지날 때마다 세금을 한 번씩 내야 하네. 그렇게 내다보면 상인들은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물건을 팔아서 버는 은자가 낸 세금보다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지. 그래서 차라리 물건을 태워 버린 다음 귀항하는 것이네. 자네가 만약 물건을 적재하면 귀항할 때 또 한 번 세금을 내야 하는데 빈 배라면 낼 필요 없지 않은가.”

강율중이 개탄하며 말했다.

“연하(沿河)에서 물건을 태우는 건 자주 있는 일일세.”

“먹고 살기가 이렇게 힘들어서야.”

허칠안이 눈썹을 치켜떴다.

“더 보기 싫은 점은 상인들이 조운 관세를 부담하지 못하여 조운상회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데 그 상회에서 물건을 삼키고 비싼 값에 되판다는 것이네. 자네가 일찍이 태강현에서 넘겨받은 적 있는 초석광을 예로 들어보겠네.

현지 탄광민이 채석하고 재를 태우면 경성에서는 그렇게 많은 양을 소화할 수 없으니 각 주로 운반하여 판매할 수밖에 없네. 하지만 관세가 너무 무거워 그들이 감당할 힘이 없지. 상회에서는 이 기회에 저렴한 값으로 석회를 사들여 자신만의 경로로 운반하여 내보내면, 탄광민들은 1할 심지어는 더 적은 이익을 얻을 수밖에 없네. 억지로 배를 채울 뿐이지. 이 배후에 관련된 이익은 상상하기 어렵네. 위 공께서도 걱정이 태산이셔.”

허칠안은 침묵했다.

그는 다른 일이 떠올랐다. 원경제가 도를 닦고 단약을 만드는 데 엄청난 비용이 든다고 했다. 게다가 이 은자들은 호부에서 나온 것도 아니었다. 전부 자신의 금고에서 비용을 댔다고 했다.

‘그럼 원경제는 그렇게 많은 은자가 어디서 나서 미친 듯이 돈을 써 댔을까?’

그는 이 문제를 더 묻지 않았고, 선실로 돌아와 토납하여 기력을 회복했다. 오시가 가까워지자 배가 고파 꼬르륵 소리가 났다.

* * *

그가 방을 나오니 갑판에서 왁자지껄하게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알고 보니 뱃사공 그물에 살진 민물고기가 가득 잡힌 참이었다. 그대로 민물고기를 갑판 위에 뿌리니 펄떡펄떡 뛰었다.

강율중을 필두로 하여 송정풍 등 스무 명의 동라가 옆에서 흥을 돋우었다. 그들은 점심으로 생선탕을 먹을 수 있게 되어 기뻐했다.

이번에 대오를 인솔하는 순무가 소리를 듣고 나와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도찰원의 첨도어사(僉都御史)로 정4품 관원이었다. 순무는 대봉 관리 사회에서 통상적으로 어사가 맡을 정도로 권력이 막강했다.

도찰원은 위연이 장악하고 있었다. 위연은 또 정2품 좌도어사(左都御史)라는 벼슬이 있었다.

이 어사는 그의 사람이라고 할 수 있었는데, 오전 내내 배멀미를 했다. 머리가 어지럽고 눈이 침침하여 마침 쉬던 참이었다. 그런데 이 무사들이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에 깨서 기분이 아주 불쾌했다.

“순무 대인께 가장 살진 놈으로 몇 마리 골라서 탕을 끓여 드려라.”

강율중이 웃으며 말했다.

염소 수염을 기른 기품 있는 순무 대인은 손을 내저으며 눈살을 찌푸렸다.

“민물고기는 비린내가 너무 심해. 본관은 입맛이 없네.”

그는 강율중의 호의를 거절한 후 불쾌한 듯 동라들을 훑어보곤 말했다.

“모두 좀 조용히 하게. 야단법석을 떠는 건 예의에 어긋나네.”

그가 말을 마치고 조급한 표정으로 선실로 돌아갔다.

“쯧쯧, 지식인은 몸이 약해. 고작 이 정도도 견디지 못하다니.”

동라 하나가 비아냥거리다가 강율중의 눈총을 받았다.

‘생선탕이 있으니…… 치킨스톡을 좀 넣어서 간을 맞추면 딱이겠군…….’

허칠안은 배고파서 꼬르륵 소리가 날 지경이라 점심 식사를 고대하던 참이었다.

* * *

관선의 부엌은 그을음 문제를 고려해 기름 연기가 빠져나가기 편리하게 선실 위층에 지어졌다. 부엌의 벽과 바닥에는 방화용 붉은 옻칠이 되어 있었다. 이런 옻칠의 주재료는 ‘식충수(食蟲樹)’라고 불리는 수지로, 방수와 방화가 된다.

식충수 같은 나무는 이러한 이유로 공부에서 대규모 면적으로 널리 재배된다. 또한 건축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응용되고 있었다.

부엌 안에서는 취사부 몇몇이 점심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들은 너무 바빠 한겨울에도 땀을 흘렸다. 솥에는 한가득 생선탕을 끓였다. 증기가 ‘쿠쿠’ 하면서 솥뚜껑을 받쳤으며, 짙은 냄새가 한가득 퍼졌다.

허칠안은 좋은 냄새를 맡으며 부엌으로 왔다. 이내 그는 아무 망설임 없이 솥뚜껑을 열고 물었다.

“생선탕은 다 됐는가?”

“곧 다 됩니다!”

취사부들은 대인 한 명이 온통 뒤죽박죽인 부엌에 직접 들어오자 매우 놀랐다.

허칠안은 간장을 넣어서 옅은 갈색을 띤 생선탕을 쳐다보았다. 그는 향기를 맡더니 말했다.

“내게 국자를 주게.”

취사부 한 명이 순순히 국자를 건넸다. 그러자 허칠안은 국물을 조금 떠서 맛보더니 의아해하며 말했다.

“흙냄새가 연하군.”

조미료와 요리 실력이 제한된 이 세계에서의 민물고기는 대부분 흙냄새를 제거할 수 없었다. 물론, 최고의 주루를 제외하고 말이다. 예를 들어 계월루의 요리사는 실력이 매우 뛰어났다.

취사부가 말을 듣더니 자랑스럽게 말했다.

“대인, 저희 같은 사람들은 물 위를 떠다니기 때문에 평소에 먹는 것이 전부 생선입니다. 생선에 관해 세상에 저희보다 더 잘 아는 자는 없습니다. 어떻게 흙냄새를 제거하는지는 헤헤…… 저희가 비법이 있지요.”

그는 여전히 비법을 감추고 일부러 말하지 않았다.

허칠안은 ‘허’하더니 말했다.

“본관 역시 특제 비법이 있네. 이 생선탕의 신선한 맛을 몇 할 향상시킬 수 있지.”

취사부는 믿지 않았지만, 감히 반박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눈에 어린 못마땅한 감정은 전혀 숨겨지지 않았다.

허칠안이 내친김에 치킨스톡이 담긴 도자기 병을 꺼냈다.

“대, 대인…….”

몇몇 취사부들이 아연실색했다. 그들은 관선에서 여러 해 동안 근무하면서 많은 관원을 접대했다. 식사 면에서는 당연히 민감했다.

배 안의 관원들이 만약 중독돼 죽기라도 하면 그들도 따라서 순장돼야 했다.

“뭘 두려워하는가. 이따가 독이 있는지 없는지 맛을 보면 될 일 아닌가.”

허칠안이 위로하였다.

취사부들은 조금도 위로되지 않았다. 그들은 오히려 더 걱정이 됐다.

허칠안은 먼저 솥 안에 소량을 부어서 한 입 먹어보았다. 그런 다음 부족한 것 같아 조금 더 넣고 다시 맛보았다. 그는 몇 번을 반복한 뒤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와서 맛보시게!”

그는 생선탕을 한술 떠서 대화를 나눴던 그 취사부에게 건넸다.

방금 허칠안이 맛을 보았다는 사실이 그에게 용기를 주었다. 취사부는 잠시 주저하더니 숟가락을 받아 한 입 먹었다. 순간 그는 눈을 부릅떴다.

맛 좋은 생선탕이 미뢰를 적셨다. 그리고 꾸르륵…… 소리와 함께 목구멍을 따라 걷잡을 수 없이 굴러서 배 속으로 밀려들었다.

입술과 이 사이에 잔향이 오래 맴돌았다.

“너, 너무 맛있습니다…….”

취사부가 흥분하며 말했다.

“대인. 이, 이건 무슨 비법입니까? 어떤 신기한 비법인지 제게 가르쳐주십시오.”

허칠안이 웃었다.

“허허.”

* * *

장 순무는 주저앉아 이마를 짚은 채 항해 중 배의 흔들림을 견뎠다. 그는 백의 술사가 준 환약을 먹자 한결 편안해졌다.

수행원이 따뜻한 차를 받치고 와 말했다.

“나리, 경성 관내를 지났고, 강바람도 잦아들 테니 그때쯤이면 두통이 사라질 겁니다.”

장 순무는 고개를 끄덕였고, 차를 받쳐 한 입 마셨다.

“점심때가 되었으니 소인이 음식을 가져오겠습니다.”

수행원이 말했다.

“괜찮네.”

장 순무를 손을 내저으며 미간을 움켜쥐었다.

“본관이 머리가 어지러워 입맛이 없네…….”

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코를 킁킁거렸다.

“무슨 냄새인가?”

활짝 연 창문으로 강풍이 맛있는 냄새를 실어 박차고 들어왔다. 그 냄새는 장 순무의 걸신을 건드려 침 분비를 가속화하였다.

“꼬르륵…….”

수행원은 침을 삼켰고, 시선은 자꾸만 방 밖으로 향했다. 그는 마음이 이미 딴 곳에 있었다.

장 순무가 짧게 읊조렸다.

“좋아, 설령 입맛이 없다 해도 몸과 힘 겨루기를 할 수는 없으니 먹을 걸 좀 가져오거라……. 음, 그 생선탕 비린내를 참기 힘들겠지만, 본관도 드러낼 수는 없으니 모든 장병들과 동고동락해야겠지.”

수행원은 흔쾌히 응하고 방을 뛰쳐나갔다. 그는 순무 대인이 지식인답게 뻔뻔한 말도 듣기 좋게 늘어놓는다고 생각했다.

허칠안과 동료들은 널찍한 대청에 앉아 식사하며 허풍을 떨었다.

“이 생선탕은 정말이지 훌륭하군. 평생 이렇게 자극적인 탕을 먹어본 적이 없네.”

“그러게 말이야. 그 비린내조차도 향기로우니 말이야.”

“만일 매일 이런 생선탕을 먹을 수 있다면 평생을 배에서 지낸다고 해도 즐거울 것 같네.”

야경꾼들은 땀을 줄줄 흘리며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한 생선탕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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