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7화. 조촐한 버전의 치킨스톡 제작
허칠안은 숙부의 의견을 간단히 물은 후에 둘째 날 아항으로 달려가 귀신 저택을 샀다.
사실 숙부는 좀 더 두고 보려 했지만, 숙모와 영월은 우물 안 여귀를 제외하고는 그 저택을 아주 마음에 들어 했다. 마침내 한 집안의 가장인 숙부도 말했다.
“사천감 사람이 봤으니 문제없겠구나.”
숙모와 영월은 완전히 마음을 놓았다.
거간꾼은 허칠안의 완강함에 탄복했다. 그는 심지어 좀 미안하기까지 하여 특별히 저택을 청소해줄 일손도 고용했다.
허칠안은 저녁 식사를 할 때 허평지에게 물었다.
“숙부, 여러 해 동안 저택에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잘 수리해야 합니다. 제가 그날 숙모와 동생들을 데리고 보러 가니 집 구조는 온전한데 다만 문과 창문 몇 군데가 썩어 문드러졌더군요.”
허평지가 잠시 머뭇거리더니 말했다.
“보름이면 충분하다.”
‘보름? 풀옵션도 아닌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 왜 필요하지…….’
허칠안이 말했다.
“저희 외성 장인들을 고용해요. 12시진(*24시간)을 쉬지 않고 일하면 7일이면 충분해요.”
허평지는 어리둥절해했다.
“왜 외성이냐? 내성 장인의 솜씨가 더 좋을 텐데.”
“외성은 목수 일당이 저렴하죠. 또, 저택에서 귀신이 나오는지 모르니까 안심하고 안에 머물 수 있을 거예요.”
‘정말 사악하다…….’
온 가족이 같은 생각을 했다.
목수를 고용하는 일은 허평지에게 맡겼다. 허칠안은 이런 시장 바닥의 사소한 일에 있어서는 하는 일이 미덥지 않았으며, 경험이 없는 편에 속했다.
하지만 허평지는 경성 토박이였다. 그가 이런 일들을 맡는다고 하니 숙모와 여동생은 모두 마음이 놓였다.
이 남자는 그래도 입에 수염이 좀 있을 만한 나이였다. 그래서 이 결정에는 남자도 좋아하고 여자도 좋아했다.
* * *
오늘은 휴가였다. 허칠안은 일주일 가까이 교방사에 가지 않은 참이었지만 오늘은 마차를 몰고 외출했다.
그는 미리 연락해 둔 산지 산물 점포 사장과 장터에서 만나 표고버섯 두 광주리를 샀다.
뒤이어 그는 자신만의 두 가지 약속을 이행했다. 첫째, 저채미의 술사 6품 승직을 돕는다. 둘째, 저채미에게 요리를 먹인다.
목표는 명확했다.
조촐한 버전의 치킨스톡 제작.
허칠안은 예전에 영상을 하나 본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영상을 배포한 사람은 미식가로 베어그릴스가 아니라 진정한 미식가였다.
그는 고대 요리법을 많이 수집했고, 요리법의 절차대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었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고대의 요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맛있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해 냈다.
그는 요리법을 총정리한 후에 현대 요리와 고대 요리의 가장 큰 차이점을 알아냈다. 세대교체는 양식의 변화와 증가가 아니라 조미료의 개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이었다.
허칠안은 이 세계에 온 후 이 말에 깊이 공감했다. 계월루 주방장의 솜씨는 좋았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의 음식은 아주 싱거워 보였다. 설령 허씨 가문에서 끓이는 육수라고 해도.
“조미료의 출현은 인류 미식 업계의 중대한 돌파구야…….”
허칠안은 표고버섯 두 광주리를 큰 항아리에 부어 물에 담갔다.
그러고 나서 그는 담을 넘어 본채에 가 암탉 한 마리를 훔쳐 죽인 다음, 아궁이 안에 넣고 푹 삶았다.
뒤이어 그는 물에 담근 표고버섯을 간단히 씻고 건져 올려 물기를 턴 후에 아궁이의 또 다른 냄비에 넣었다.
허칠안은 조미료를 조제하려는 계획이 아니었다. 그는 관련 지식과 조제 경험이 부족했다. 그는 다만 조미료의 주요 성분이 글루탐산나트륨이고 곡물 발효와 다시마를 통해 얻을 수 있다는 사실만 알았다.
‘……그런데 곡물을 발효하면 나오는 게 술 아닌가?’
허칠안은 기억을 더듬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내 그는 다시마에서 조미료를 추출하기로 한 선택지는 바로 지워 버렸다. 선택되지 않은 이유는 간단하다. 원가가 너무 높았다.
대봉 경성은 중원 지역이라 연해와 멀었다. 조운과 해운이 있다고 해도 경성에서 해산물은 여전히 지위와 명성이 높은 고관들만 누릴 수 있는 사치품이었다.
“다시마에서 충분한 양의 조미료를 추출하려면 엄청난 양이 필요하다. 가산을 탕진해서 산다 해도 많은 양의 조미료를 추출하지 못한다.”
허칠안은 치킨스톡으로 조미료를 대체할 계획이었다. 이는 어린 시절의 호기심 덕분이었다. 어느 날 집안에 갑자기 태태락(*太太樂: 중국 조미료 브랜드)이 오면서 부모님은 더 이상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는 이 노란색 물건이 어떻게 조미료를 대체했는지 매우 궁금했다. 그래서 자세히 살펴봤다.
치킨스톡의 주요 성분은 구아닐산이었다. 이는 조미료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업그레이드된 물질로, 표고버섯에 많이 들어 있었다.
* * *
시간이 조금씩 흘렀고 그는 도중에 물을 몇 번 더 넣었다. 표고버섯과 암탉이 점차 삶아지자 기묘하면서도 좋은 냄새가 작은 부엌에 가득 퍼졌다.
허칠안은 표고버섯을 건져 올린 다음 냄비에는 걸쭉한 즙을 남겼다. 푹 고와진 표고버섯을 여과 면포에 싸서 힘껏 비틀어 짜니 걸쭉한 즙이 나왔다. 몇 번을 반복하니, 면포 안의 표고버섯은 바짝 말라 텅텅 빈 모습이었다.
그다음 그는 걸쭉한 암탉을 우려낸 육수와 표고버섯즙을 같이 섞어, 도약관(*搗藥灌: 약재를 빻는 관)으로 닭고기와 닭 뼈를 으깨 즙에 넣고 균일하게 휘저어 섞었다.
그런 뒤 그는 즙이 자연히 말라 덩어리가 될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다시 그 덩어리를 갈아 가루를 내면 조촐한 버전의 치킨스톡이 완성될 터였다.
허칠안이 이 모든 걸 다 하고 난 뒤 하늘을 보니 이미 해 질 무렵이었다.
이 시간에 취사부는 저녁 식사를 준비하느라 바쁠 터였다. 덕분에 마침 21세기에서 온 열등생의 발명을 시험해 볼 수 있었다.
‘숙부와 숙모에게 제품 피드백을 요청해야겠군. 허영음이 오늘 열 그릇을 먹을 거란 예감이 든다.’
허칠안은 입꼬리를 치켜올리며 아주 기뻐했다. 그는 이내 걸쭉한 즙 한 그릇을 담아 담을 넘어 본채로 갔다.
* * *
취사부 몇몇이 주방에서 아주 분주하게 준비 중이었다. 그들은 재료를 씻고 자르고 아궁이에 불을 지폈다. 그렇게 그들은 일을 하면서 수다를 떨었다.
“우리 곧 내성에 가서 살 거래.”
재료를 자르는 취사부가 웃으며 말했다.
경성 백성들은 내성 생활을 동경했다. 마치 허영음이 맛있는 음식을 동경하는 것처럼. 외성에 산다고 해서 꼭 사회 밑바닥층이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내성에 산다면 어쨌든 절대적으로 가정 형편이 부유하다는 의미였다.
민생과 치안 모두 내성이 외성을 압도했다. 내성에서는 빈민굴 같은 건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거기서는 아낙네가 외출하여 길거리를 돌아다녀도 흠칫흠칫 놀랄 필요가 없었다.
누구든 으슥한 골목을 봐도 과감히 걸어 들어갈 수 있었다. 물론 이런 일은 결코 제창할 가치가 있는 건 아니었다.
“공자님은 정말 능력자야. 대인께 그 저택이 오천 냥이라고 들었어.”
재료를 씻던 취사부가 말을 걸었다.
“오천 냥? 그건 우리 지금 저택이랑 비슷한데.”
불을 지피던 취사부가 말했다.
“네가 뭘 알아.”
재료를 씻던 취사부가 나무랐다.
“대인께 들은 바로는 그 저택은 최소 칠천 냥이랬어. 지금 우리 저택과 비교했을 때 훨씬 기품 있다고.”
그럼에도 오천 냥밖에 되지 않는 이유는, 당연히 공자님의 능력 덕일 터였다. 다들 허칠안이 야경꾼이니 싼값에 저택을 사는 일 정도는 식은 죽 먹기라 여겼다.
“부인께서 말씀하시길 며칠 지나면 우리를 데리고 내성에 가서 살 예정이래. 장담하건대 내성은 정말 번화해.”
외성에서 생활하는 하층민 대부분은 내성에 갈 기회가 극히 드물었다. 그들이 말을 타거나 마차를 타지 않고 두 다리에만 의존한다면, 외성에서 내성에 가는 데만 한두 시진이 걸렸다. 정오에 출발하면 내성에 도착했을 땐 해 질 무렵이 되어버렸다.
저택의 하인들은 내성으로 옮겨 거주한다는 사실에 기대가 컸던 터라, 요 며칠 전심전력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혹시라도 지금 해고될까 봐 몹시 두려워했다. 어릴 때 허부로 팔려 온 녹아를 제외하면, 다른 여종과 사내종들은 일용 계약서에 서명했다.
“내가 한 가지 일을 발견했는데…….”
재료를 썰던 취사부가 갑자기 끼어들었다. 두 취사부가 쳐다보자 그녀는 나지막이 말했다.
“부인께서 점점 큰 공자님 자랑이 늘어. 항상 입에 달고 다니시잖아. 그런데 큰 공자님만 마주치면 절대 좋은 내색을 하지 않으신다니까.”
“콜록콜록…….”
그때, 갑자기 문밖에서 기침 소리가 들려오자 취사부들의 수다가 끊겼다.
“큰 공자님 어쩐 일로 오셨어요?”
취사부들이 놀라며 물었다.
주방처럼 기름지고 지저분한 곳은 주인들이 올 곳이 아니었다.
‘너희 하녀들, 정말 없는 말을 잘 지어내는구나……. 숙모가 내 자랑을 한다니…….’
허칠안은 손에 그릇을 든 채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내가 독자적인 비법으로 제작한 건데 너희들 음식 준비를 도와주러 왔어.”
허칠안이 주방을 쭉 훑었다. 주방은 더럽다고 할 수는 없지만 깨끗하지도 않았다. 어쨌거나 그곳에는 오랜 세월 동안 누적된 그을음이 있었고, 벽과 부뚜막에는 닦아낼 수 없는 기름때가 끼어 있었다.
하지만 부엌살림들은 부지런히 씻어 두었으니 문제없었다.
“이게 뭐예요?”
취사부들의 시선이 그의 손에 있는 그릇으로 향했다. 그 안에 든 것은 찐득찐득한 덩어리였다.
“좋은 거야. 함부로 보지 말거라. 이건 독자적인 비법이야.”
허칠안은 몸을 옆으로 돌렸다. 그는 취사부들에게 자신의 보물을 보여주지 않았다.
취사부들은 그의 행동에 개의치 않았고 계속해서 바쁘게 준비했다. 아무튼 큰공자님이 여기 있고 싶으면 있는 거였다. 그는 주인이고 자신들은 하인이니 감히 간섭할 도리는 없었다.
게다가 마님은 매번 그와 말다툼할 때마다 화가 난 나머지 흰자위를 까뒤집었다. 나리를 제외하면, 집안에서 큰공자님과 입씨름할 수 있는 사람은 하나뿐이었다. 바로 말로써 웃음꽃을 피우게 할 수 있는 둘째 공자님이었다.
허칠안은 가장자리에 선 채 만들어지는 음식들을 바라보았다. 첫 번째 냄비의 음식은 돼지고기 죽순 볶음이었다. 취사부들이 고기를 뒤섞어 볶을 때 그는 ‘치킨스톡’ 한 숟가락을 퍼서 집어넣었다.
그런 뒤 그는 젓가락을 집고 맛을 본 후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러자 음식의 맛이 훨씬 신선해졌지만 진짜 치킨스톡과는 비교되지 않았다.
‘구아닐산과 글루탐산나트륨을 잘 배합했는데…… 전생의 맛에 도달하려면 역시 조미료를 제조해 내야겠네…….’
허칠안은 그런대로 만족했다.
취사부가 상황을 지켜보다가 젓가락을 들어 죽순 하나를 집어서 음미했다.
그녀는 순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요리를 볶는 것도 잊었다.
익숙하면서도 생소한 맛이었다. 닭고기 맛도 났지만, 닭고기가 이렇게 신선할 수는 없었다.
허칠안의 치킨스톡은 겨우 한 숟가락만으로 죽순의 신선한 맛을 몇 단계 높여 놓았다. 이는 육수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허칠안은 그녀를 보더니 재빠르게 국자를 뺏어 타지 않게 요리를 볶았다.
“그거…… 맛있어?”
다른 두 취사부가 약간 의욕을 보이며 그녀를 쳐다봤다.
“너, 너무 맛있어. 여태껏 이렇게 입맛에 맞는 음식을 먹어본 적이 없다고…….”
취사부는 흥분해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