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대타경-166화 (166/712)

166화. 천지회 내부 토론

‘삼호는 또 무슨 정보를 얻었지? 삼호는 왜 늘 이렇게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걸까? 경성의 소식은 그렇다 치자. 어쨌거나 그의 근거지인 셈이니까. 하지만 운주와 그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데 말이야. 내가 그렇게 오랫동안 조사했어도 단서를 찾지 못했는데 그가 어떻게 운주 비적의 난의 배후 지지자를 알 수 있단 말인가…….’

이호는 삼호의 사람 됨됨이를 잘 알고 있었다. 이호는 항상 삼호가 인품과 덕성이 고상한 지식인이라고 생각했기에, 질문하는 대신 정중하게 문자를 보냈다.

[이: 어찌 된 일인가. 음, 삼호 자네가 내막을 알려주게. 자네에게 신세 하나 진 것으로 하겠네.]

[삼: 하, 괜찮네. 내가 자네의 인품에 감복하였으니 이 소식은 무료일세.]

감정이 깊지 않을 때 거래하려면 무임승차를 근절해야 했다. 익숙해진 후에 감정이 깊어지면 서로 간의 이익 거래도 줄어들 터였다.

공짜가 가장 비싼 법이다. 거래의 대가가 감정이기 때문이다. 서로 간의 정이 점점 두터워질수록 무임승차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아니, 친구 사이에 어떻게 무임승차라고 표현하겠는가, 서로 돕는 거지.

이번에 이호가 그의 소식에 무임승차하면, 내일 그도 이호에게 무임승차할 수 있을 터였다.

[삼: 동북의 무신교이네. 무신교는 운주 비적의 난의 배후 조력자야. 음, 내 정보가 틀림없이 정확하다고 할 수는 없으니 이호는 참고만 하시게.]

무신교가 설령 운주 비적의 난의 배후 지지자가 아니더라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 터였다. 그가 이 일을 이호에게 털어놓은 이유는, 본래 이호가 이 일을 조사하게끔 유도할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무신교가 운주 비적의 난의 조력자라니?’

이호는 옥석경의 문자를 뚫어져라 보며 한참을 침묵했다.

[이: 자네는 그 일을 어떻게 알아냈나? 어떤 경로로? 음, 자네를 떠보는 게 아니라 정보의 진실성을 알고 싶네.]

[삼: 괜찮네. 어젯밤에 야경꾼이 경성에 있는 무신교 거점 한 곳을 발견했네. 그들은 공부상서와 긴밀한 왕래가 있었네…….]

그는 사건을 대략적으로 얘기했다. 단 너무 상세하게 말하지는 않았다. 어쨌거나 그의 신분은 사건에 참여한 야경꾼이 아니라 운록서원의 서생이었으니까. 요점은 공부상서가 무신교를 위해 화포와 무기 등의 군용물자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그렇군, 그렇군…….’

이호는 흥분한 듯 주먹을 불끈 쥐고 문자를 보냈다.

[이: 이 소식은 내게 아주 중요하네. 예전의 내 추측을 검증해 주었어. 고맙네. 금련 도사께서 자네를 좀 더 일찍 천지회에 끌어들이지 않았다는 게 애석하네.]

[구: 일을 논하려면 일만 논하시게. 사사로운 마음 품지 말고.]

금련 도사가 잠시 멈칫하더니 문자를 보냈다.

[구: 하지만 무신교가 암암리에 운주 비적의 난을 지지해도 그들에게는 큰 의미가 없네.]

[사: 맞네. 운주는 동남쪽에 있고 무신교의 근거지는 동북쪽이라 두 곳은 수천 리나 떨어져 있어.]

군사적 동맹이든 무역 거래든 현실적이지 않았다.

‘이는 나 역시도 드는 의심이야…….’

허칠안이 문자를 보냈다.

[삼: 이호, 자네가 한번 조사해보면 어떤가. 나는 자네의 능력을 믿어. 반드시 사건의 진상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네.]

이때, 염탐하기 좋아하는 일호가 튀어나왔다.

[일: 공부시랑의 일을 듣다 보니 상백 사건의 세부 사항이 떠올랐네. 화약은 전 예부상서가 주백호와 제사대전을 준비한 자들의 직무 편리성을 이용해 영진산하 사당 밑에 조용히 묻었다면, 불은 누가 붙였는가?]

[이: 금군?]

[삼: 금군은 아니네. 만약 금군이라면 야경꾼이 진작 밝혀냈을 거야. 그날 밤 순찰한 자들은 모두 희생됐고, 순찰하지 않은 자들도 현장에 없었다는 인증이 있네……. 그리고 예부상서는 금군을 부릴 수 없어.]

[이: 왜지?]

[일: 이는 조정의 기밀이네.]

‘무슨 조정의 기밀이고 자시고야. 원경제가 매달 한 번씩 사천감 술사를 시켜 금군이 양심에 따라 행동했는지 확인해서 그런 거 아니야……?’

허칠안은 속으로 비아냥거렸다.

그때 그는 갑자기 어떤 단서들이 관통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임독이맥(任督二脈)을 뚫는 것 같았다.

[삼: 일호의 뜻은 무신교 사람들이 영진산하 사당 내의 폭약에 불을 붙였다는 말인가?]

[일: 그렇네.]

[구: 종이 인형인가?]

[일: 도사께서는 어찌 확신하십니까?]

[구: 허, 종이 인형의 괴뢰술(傀儡術)이 도문에서 전해져 왔으니 당연히 잘 알지. 종이 인형은 능력이 미미해도 땅강아지와 개미보다는 강하고 무사의 감지를 피할 수 있네. 소리 소문 없이 영진산하 사당에 침입하는 정도는 어려운 일도 아니야. 하지만 종이 인형이 화약에 불을 붙이는 매개가 될 수 있어.]

[일: 다시 말해서 상백 사건에는 요족뿐만 아니라 무신교도 개입되었다는 말이군. 그럼 제당도 이 일에 관해 틀림없이 알고 있겠구먼?]

[삼: 아니지. 제당과 무신교는 단지 협력 관계일 뿐, 상․하급이 아니니 무신교가 모든 일을 제당에 알릴 가능성은 없네.]

[일: 하지만 무신교와 요족이 연루됐다는 점은 확실히 할 수 있겠군.]

‘요족이 상백을 폭파한 건 봉인물을 위해서이다. 그렇다면 무신교의 목적은 무엇인가? 신수 승려의 단수는 아니겠지. 그렇지 않으면 이익이 충돌하여 쌍방이 싸우기 시작할 것이다……’

허칠안이 생각하면서 젓가락을 뻗어 반찬을 집었지만, 아무것도 집히지 않았다.

본래도 음식이 많은 건 아니었건만 이미 모녀 셋이 다 먹어 버렸다. 특히 콩알이는 잘 먹어서 얼굴 혈색이 무척 좋아졌다.

“……저채미와 같은 꼴이라니.”

허칠안이 욕지거리를 하며 종업원을 불러 음식을 추가했다.

* * *

그들은 밥을 다 먹은 뒤, 계월루에서 나왔다. 숙모와 영월은 먼저 마차에 올랐다. 허영음은 건너편에서 파는 엿을 보곤 큰 오라버니의 바짓가랑이를 잡아당기며 몹시 안쓰러운 표정으로 사달라고 했다.

허칠안은 그녀의 손을 잡고 엿을 사러 갔다. 허칠안은 마음씨는 부드럽지만 입은 거칠었기에 위협하듯 말했다.

“엿은 너무 딱딱하니까 이 깨지지 않게 조심해.”

먹는 영역에서는 전문가인 콩알이가 미간을 한껏 찌푸리며 말했다.

“설탕은 입속에 들어가면 부드러워져요. 큰 오라버니는 이런 것도 모르고.”

* * *

형부!

옥졸 두 명이 차례로 감옥 문을 열고 방망이로 창살을 두드리며 소리쳤다.

“대인들 모두 출옥하셔도 됩니다.”

그들이 소리를 칠 때 옥졸들은 자신이 규칙을 지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모든 곳에는 그만의 규칙이 있다. 그리고 옥졸의 준칙은, 상대가 수련 품계를 박탈 당한 사형수가 아닌 이상 무사를 건드리지 않는 것이었다.

이들은 큰 죄를 짓지 않은 고품 무사이므로 풀어 주랄 때 풀어 주면 됐다. 눈앞이 바로 그 예였다.

모든 야경꾼은 죄를 묻는 폐하의 어명이 하달되자 그들이 출옥하게 된 줄 알았다. 상대가 이미 그들의 죄를 묻는다는 목표를 달성했기 때문에 계속해서 그들을 가둘 필요가 없어졌으리라 여겼다.

하지만 그들이 지하 감옥을 나오니, 서명하면 제복과 동라를 돌려받을 수 있다고 통지받았다.

이 절차는 야경꾼들에게 아주 익숙했다. 이는 무죄 석방과 복직을 의미했다.

“폐하께서 우리를 방면하시나? 그럴 리가 없는데…….”

누군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야경꾼들은 서로 쳐다보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 서로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고 모두가 어리둥절했다.

이번 감옥의 난은 명백한 당쟁의 결과였다. 모든 이가 베테랑 야경꾼이었다. 당쟁의 위험과 악랄함조차 기회로 삼아 상대를 사지로 몰아넣었다. 절대로 누구도 쉽사리 양보해 분쟁을 멈출 일이 없었다.

위 공은 일부를 내어 주고 야경꾼들을 형부에서 꺼내 주었다……. 강율중이 상황을 아주 빠르게 파악하여 곁의 금라 셋을 바라봤다.

금라들은 소리 없이 눈빛을 주고받으며 모두가 비슷한 추측을 했다. 그들은 순식간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한편으로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죽을 수도 있겠다는 감격스러움이 솟구쳤다. 그들은 위연이 베풀어 준 은덕을 남몰래 가슴에 새겼다.

야경꾼들은 제복과 무기 그리고 요패 등을 돌려받은 뒤 아무 말 없이 형부를 나섰다. 그들은 관아로 돌아오는 길에 모든 이가 드디어 ‘재난의 생존자’가 됐다는 사실에 기뻐했다.

그들도 맨 처음엔 침묵했지만 이내 흥분에 젖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어떤 녀석은 교방사에 가서 풍류를 즐기자며 사방으로 동료를 모으러 다녔다.

금라들이 그를 몇 번 훑어보았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걷는 놈으로, 보아하니 교활하고 간사한 유형에 속했다.

“송정풍, 이제 막 감옥에서 나왔는데 자네는 잘못을 저지르지 못해 안달이구나.”

동라가 곁에 있다가 불만스러운 듯 말했다.

“자네들이 뭘 아는가? 우리 대장처럼 청렴결백한 은라도 들어갔으니 자네가 횡령을 했는지 아닌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네. 단지 윗분들이 너를 손보고 싶은지 아닌지에 달렸지.”

그 동라가 실눈을 뜬 채 장황하게 말을 늘어놓았다.

‘그래도 꽤나 이해력이 높군…….’

금라들은 속으로 생각했다.

“그럼 허칠안이 간다면 우리도 가겠네.”

한 동라가 말했다.

강율중은 눈을 반짝이더니, 곁에 있던 금라에게 웃으며 말했다.

“허칠안은 교방사의 총아라 기녀들이 앞다투어 쟁취하고 싶어 하는 대상이네. 얼마 전에 나와 양연이 이놈들을 데리고 교방사에 가서 술을 마셨는데, 그것참…… 부향 외에도 당시 자리에는 기녀 네 명이 더 있었지.”

강율중은 금라 셋의 궁금해하는 눈빛에 마음이 느긋해져서, 눈가의 옅은 주름살을 문지르며 웃었다.

“교방사의 기녀는 명불허전일세. 마치 내가 젊었을 때로 돌아간 것 같아.”

금라 셋은 부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비록 그들은 여인이 고픈 게 아니었지만, 교방사의 기녀는 금라들이 마음대로 누릴 수 있는 범위 내에 있지 않았다. 이는 금라의 권력이 세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교방사는 예부가 관할하는 부문에 속해 야경꾼의 권력이 이곳에서는 쓸모없었기 때문이다.

또 금라들은 손님들과 다도회를 함께 즐길 수 없었으며, 곧바로 기녀에게 시중을 들라 하면 십중팔구 거절당했다. 그리고 예부에서는 그들이 소란을 피우길 간절히 바라기 때문에 소동을 부리기도 쉽지 않았다.

* * *

금라 넷은 관아에 돌아오자 우선 호기루에 들러 위연의 가르침을 정중히 듣고 충심을 표했다.

“마침 잘됐네. 이번 기회에 관아의 그릇된 풍조를 바로잡고 자네들의 부하를 잘 관리하게.”

위연이 말했다.

금라 넷은 고개를 숙여 명령을 받들었다.

위연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인 다음 말했다.

“이번에 너희가 나올 수 있었던 건, 내게 감사할 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감사를 전해야한다.”

‘다른 사람? 폐하께서 자비를 베풀어 특별 사면하셨나?’

강율중과 다른 금라들은 지레짐작했다.

“허칠안이네.”

위연이 온화하게 말했다.

허칠안? 금라 넷은 이 대답이 너무 의외라 믿기 힘들었다.

강율중이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공손한 어조로 말했다.

“위 공, 저희가 감옥에 들어간 동안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위연은 공부상서가 무신교와 사사로이 내통한 사건을 금라 넷에게 알렸다. 그리고 그는 이 사건에서 허칠안의 중요성을 매우 강조하였다.

* * *

금라 넷은 호기루를 나섰다. 강율중은 기분이 좋지 않은지 갑갑해 하는 표정을 지었다.

한 금라는 비꼬며 말했다.

“그 동라가 공을 여러 번 세워 질투하는가?”

강율중이 고개를 저으며 칼처럼 예리한 눈을 감고 탄식했다.

“애초에 내가 양연과 끝까지 죽기 살기로 싸워 허칠안을 내 아래로 데려왔어야 했어.”

“허 동라는 확실히 보기 드문 인재야. 다만 실력이 좀 부족해서 그렇지.”

“자네가 뭘 아나. 그를 전혀 모르는군…….”

강율중이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응?”

금라 셋이 그를 쳐다봤다.

“말하면 안 되네, 말하면 안 돼.”

강율중이 고개를 저었다.

“강 씨, 자네 지금 청루의 사람을 따라 하나? 순전히 사람을 꼬실 생각으로 그러는 거지?”

“빨리 말하게. 그 동라가 어찌 된 일이란 말인가? 내 생각에도 그는 이상해. 위연이 일개 동라를 과하게 총애하잖나.”

“알고 싶으면 직접 위 공께 여쭤보게.”

금라 셋이 아무리 캐물어도, 강율중은 한사코 말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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