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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162화 (162/712)

162화. 판을 뒤집을 수 있는 계기

“오늘 휴가를 내고 저택을 사러 갔는데, 귀신이 나오는 폐가를 발견했습니다. 저와 채미 소저가 이 일을 처리한 후에 여귀와 공정하여…….”

허칠안은 상세한 공정 과정을 털어놓았다. 위연은 초반에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저택 얘기를 듣자 얼굴이 좀 어두워졌다.

대환관은 공부상서가 무신교와 은밀하게 내통하여 무기와 화포를 몰래 팔아넘긴다는 의심이 들었다. 게다가 운주와 연관됐다는 얘기까지 듣자, 그는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제당은 역시나 운주의 비적과 관련이 있었군. 좋네, 아주 중요한 정보야.”

위연이 온화하게 허칠안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애상(愛賞)이 가득했다.

“자네는 늘 나를 놀라게 하는구나.”

‘그럼 저를 의붓아들로 삼으시죠…….’

허칠안이 속으로 말했다.

허 색마는 체면을 중히 여기는 사람이라서 이런 말은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 마치 그가 전생에 잔뜩 얼굴값을 하면서도 ‘아주머니, 저 이제 빌붙어 살래요’라는 말을 끝내 내뱉지 못한 것과 비슷했다.

“위 공, 주양이 배신한 이유는 전부 저 때문입니다.”

허칠안은 송구스러워했다.

“그가 없었어도 다른 사건이 생겼을 것이다. 이번에는 제당에서 본좌를 적으로 두고 있다. 물론, 다른 당파도 암암리에 선동하고 있지.”

위연은 제당이 왜 그를 적으로 두는지 설명하지 않았다.

‘이번 횡령 사건 배후의 주모자가 제당?’

그는 지서 파편을 통해 일호에게서 주양이 관아를 배신하고 앞잡이 노릇을 한다는 정보를 들었다.

하지만 일호는 배후에서 밀어주는 세력이 제당이라고 말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허칠안은 왕당이 일을 꾸민 줄 알았다.

‘이거 참 공교로운 상황이 됐네……. 오늘 관아에서 막 불거진 횡령 사건에 나도 연루되었는데 바로 이렇게 엄청난 걸 발견하다니. ……내가 빠르게 연신경으로 승진해서 운에 질적인 변화가 생겼나? 그렇지 않으면 설명이 안 된다.’

“정말 재미있네. 왕당은 요족과 결탁하고, 제당은 무신교와 결탁하다니. 조정에는 어떤 인간들이 있는 거야?”

저채미가 비아냥거렸다.

“폐하께서 도를 닦다가 머리가 잘못되신 것 같아요.”

허칠안은 막말하는 소녀를 황급히 팔꿈치로 쿡쿡 찔렀다.

“폐하께서는 국사를 돌보지 않으셔도 대권을 잃을 일은 없으시지만, 사악한 세력이 생겨나는 것을 피하기는 어렵네. 그는 권모술수에 능하고 조당의 제공들도 어리석은 놈들은 아닐세.”

위연은 저채미의 무례함에도 개의치 않았다. 어쨌거나 사천감 술사들은 다 이 모양이었으니까.

양천환은 일 처리하는 스타일이 다소 황당하여, 폐하 면전에서도 등을 돌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폐하께서 지금껏 화를 내지 않으셨다. 또한 그는 권력을 쥐고 있지 않은 자에게 항상 관대하면서도 인자했다.

“유가의 도룡술(屠龍術)이 이 용을 도살하진 않으니까요.”

허칠안이 조용하게 말했다.

그는 막 말을 마치자마자 저채미의 보복성 팔꿈치에 찔렸다.

원경제는 조당을 지배했으며 조당의 제공들 역시 그에 맞추어 연기했다. 그는 황제로서 자신의 권력만 돌보았다. 그 결과 그가 나라와 민생을 살피지 않을 때 인재를 등용하는 출발점에 변화가 생겼다. 심사 기준은 순종적이고 통제하기 쉬운 쪽으로 기울어졌다.

위연처럼 재능이 출중하지 않은 이상, 인품이나 능력이 어떠한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위부터 썩었군……. 위연, 이게 바로 장애물을 제거하는 이유야……?’

허칠안은 위연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그는 조당의 혼탁한 공기를 말끔히 제거하고 나라의 퇴폐 풍조를 없애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이전에 자신을 감추고 세속에 묻혀 아랫사람의 잘못을 눈감아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본래 외톨이 신하였다. 그러니 만약 수하에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자가 몇 되지 않는다면, 조당의 제공들과 어떻게 필적하겠는가.

이때 위연은 종이와 붓을 꺼내 문서를 쓰려했다. 허칠안은 옆에서 약삭빠르게 물을 붓고 먹을 갈았다. 그는 위연이 체포 문서를 작성하고 관인을 찍는 모습을 지켜봤다.

“이 문서를 가지고 근무를 서는 금라 장개태(張開泰)를 찾아가 사람들을 데리고 거간꾼 조직을 토벌하라고 전해라.”

위연이 말했다.

‘진태(陳泰)라 하는 대유 한 명은 알긴 하지만, 이 장개태는 또 뭐냐…….’

허칠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 * *

그는 저채미를 데리고 호기루를 나섰다. 그런 뒤 그가 금라 장개태의 사무실이 어딘지 물었더니 ‘신검당(神劍堂)’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알고 보니 그는 이미 몇 번 만난 인연이 있는, 칼을 다루는 금라였다.

애당초 붕대를 감고 있던 네 명의 금라 중에 그가 있었다.

장개태는 도도한 검객 같았다. 그가 침묵할 때는 근접할 수 없는 차가움이 전해졌다.

‘그가 만약 현대에 태어났으면 분명 서문취설(*西門吹雪: 무협 소설 중의 한 인물) 전문가였을 거야…….’

허칠안은 속으로 생각했다.

“무슨 일인가.”

장개태의 시선이 허칠안 손안의 문서에 꽂혔다.

허칠안은 문서를 건넨 다음 위연과 한 대화를 다시 한번 들려주었다.

장개태는 차분하게 다 듣더니, 봄철의 살얼음같이 냉랭한 얼굴에 활짝 웃음을 지었다.

“좋네, 좋아. 이번에 제당이 모든 뒷감당을 하게 만들어야겠군. 이번에 모든 동료가 이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던 데는 자네의 공이 가장 크네.”

장개태는 허칠안에 관한 인상이 그런대로 괜찮았다. 하지만 그는 양연과 강율중이 왜 그 때문에 야단법석을 떠는지 이해 가지 않았다. 또 위 공이 그를 그렇게 중시하는 이유도 납득할 수 없었다.

그는 기개가 있고, 일을 처리하는 능력이 출중하여 인재 중 인재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위 공이 어떤 신분인가? 무엇 때문에 일개 동라를 이렇게 편애한단 말인가?

상백 사건이 끝난 후, 그는 허칠안이 양성할 가치가 있는 인재라는 걸 인정했다.

이 순간, 장개태는 놀라면서도 기뻐했다. 그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이 동라를 마음에 들어 하기 시작했다. 그는 늘 깜짝 선물을 가져다주니까.

* * *

일각이 흐른 뒤 군대가 집결했다. 백역 마흔 명, 동라 이십여 명, 은라 여섯 명이 화통, 쇠뇌, 밧줄 등의 장비를 갖추어 중무장했다.

대부대는 손에 횃불을 쥐고 허칠안의 뒤에서 빠른 속도로 뛰었다. 행군 속도가 매우 빨라 불빛이 끊임없이 일렁이는 사이, 부대는 반 시간 만에 목표 저택에 도착했다.

저택에는 편액이 걸려 있지 않았다. 그리고 붉은 칠을 한 대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장개태는 손을 내저었으며, 냉정한 얼굴을 한 채 간결하게 명령을 하달했다.

“포위하라.”

백역들은 횃불을 들고 흩어졌다.

한 동라가 앞으로 나아가 패도를 빼 들고 크게 소리치며 칼을 휘둘렀다. 그러자 붉은 칠을 한 대문이 부서졌다.

야경꾼이 화급하게 뛰어 들어가자, 패도를 찬 사병 부대가 크게 외치며 앞으로 나와 가로막았다. 쌍방이 교전하자마자 야경꾼이 사병을 찍어 넘어뜨렸다. 생사를 논할 것도 없었다.

안마당에서 희미하게 관현악기 소리가 들려왔지만 이내 조용해졌다. 앞마당의 인기척을 감지한 것 같았다.

잠시 후 저택 전체가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

허칠안은 칼을 쥔 채로 사람들을 이끌고 앞으로 나섰다. 그러면서 그는 저택을 지키는 사병의 목이 잘리는 걸 보았다. 사병의 목이 잘릴 때, 여자의 기억 한 단락이 머릿속에 계속해서 스쳤다.

그의 머릿속에 모욕을 당하고 잔인하게 살해당한 그 여인들이 스쳤다.

안마당으로 돌진하는 길, 봄처럼 따뜻한 바깥 대청에 십여 명의 손님과 여인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옷차림이 단정하지 않았으며, 겁에 잔뜩 질린 표정이었다.

“야경꾼?”

손님들의 표정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허칠안이 흑금장도를 내던지자 바닥에 선홍색의 피가 튀었다. 그는 칼로 모두를 가리키며 나지막이 말했다.

“전부 데려가게. 위반자는 죽음으로도 죄를 면할 수 없을 것이야.”

그는 크게 소리친 후 대청을 벗어나 동라 몇몇을 데리고 방문을 하나하나 걷어찼다. 그런 다음 그들을 마당에 집결시켰다.

“옷을 입지 말고 모두 머리를 감싸고 꿇어라.”

그는 호텔 객실을 점검하는 절차가 아주 익숙했다. 다른 점이 있었다면, 예전에는 다소 조롱하는 태도로 매춘객을 대하며 물었다는 부분이었다.

‘결혼은 했나?’

지금 그는 가슴속에 분노와 살의가 가득했다.

청루와 비교하자면 이런 류의 사적인 모임이 있는 저택은 더 은밀했다. 이런 데서는 마음 놓고 일을 의논할 수 있었다.

게다가 설령 누군가 사람을 죽여도 누군가 성가신 일을 처리했다. 교방사의 여인들은 이렇게 놀지 못했다.

급습 작전은 아주 빠르게 끝났다. 장 금라는 허칠안의 제안을 받아들여 손님들이 머리를 감싸고 마당에 쪼그려 앉아 1월 초의 찬바람을 견디게 했다.

처음에는 누군가 ‘선비를 죽일 수는 있어도 욕되게 해서는 안 되오’라고 외쳤다. 하지만 장개태가 그를 단칼에 베어 죽인 후에는 모두가 얌전해졌다.

야경꾼은 행동하는 과정에 선 처리 후 보고 할 수 있는 권리를 가졌다.

“조 대인 당신이군……. 엇, 왕 대인도 계시네요……. 당 대인께선 정말 체격은 작지만 민첩하시네요…….”

한 은라가 냉소를 지으며 아는 관원들과 대화를 나눴다.

* * *

따뜻한 안방에는 이십여 명의 아름다운 여인과 용모가 수려한 미소년이 모여 있었다.

대봉은 미동(*美童: 얼굴이 예쁘게 생긴 사내아이) 등 어린아이들을 키우는 행위를 엄격하게 단속했다. 하지만 상인이나 관원 중에는 미동에 흥미가 있는 사람의 수가 적지 않았다. 때문에 많은 청루에서 미동을 키워 잡일을 하는 소년 역할을 시키다가, 이에 관심 있는 손님이 방문하면 잠자리를 함께하는 역할을 맡게 했다.

“구역질난다.”

한 은라가 혐오스럽다는 말투로 말했다.

장개태는 마침 저택의 주인을 심문하는 중이었다. 돈 많은 노인네 차림의 중년이 시종일관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소인이 잘못했습니다. 소인은 죽어 마땅합니다.”

장개태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네 배후에 있는 자가 누구냐?”

“소인은 단지 조정에 권세 있고 지위 높은 분들과 친분을 쌓고 싶었을 뿐입니다. 배후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장개태도 더는 심문하지 않고, 부하 은라에게 노인이 자살하지 못하게 잘 감시하라고 당부했다. 야경꾼 지하 감옥에 들어가면 돌 같은 인간의 입도 비틀어 열 수 있다.

허칠안이 말했다.

“뒷마당에 여인들의 시신을 버리는 용도로 쓰이는 우물이 있습니다.”

장개태는 중년을 노려보았다.

* * *

허칠안, 저채미 그리고 장개태는 뒷마당으로 가 그 우물을 찾았다. 그들이 횃불로 비추어 보니 짙은 검은색의 우물물에서 부패해서 나는 고약한 냄새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육신이 부패한 후 뼈는 가라앉았겠지……. 우물에 들어가 인양해야 할 것 같다…….’

허칠안이 입꼬리를 삐죽거렸다.

갑자기 저채미가 ‘아이고’ 소리를 냈다. 그녀는 잠시 주변을 두리번거린 후, 용마루 위로 뛰어올라 뒷마당 전체를 내려다보았다.

“왜 그러시오?”

허칠안이 우물가에 서서 고개를 들고 물었다.

“마당에 봉진(封禁) 진법이 있고 우물 안의 원기가 봉인되었어.”

저채미가 말했다.

‘봉진 진법? 그래서 이렇게 여러 해 동안 야경꾼이 이상함을 감지하지 못했군…….’

허칠안이 문득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이다가 표정이 갑자기 이상해졌다.

“진법은 당신 술사들의 일이 아니오?”

동시에 그는 또 다른 의혹이 생겼다.

‘진법을 설치하고 원기를 봉인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왜 직접 원기를 소멸하지 않을까?’

그는 7품인 저채미가 이 일을 해낼 수 있는지 알아야 했다. 뒷마당에 지강지양 풍수를 설치하면 후환을 없앨 수 있을 터였다.

“……그, 그 어쨌든 수련을 그만둔 술사들도 있을 거 아니야.”

저채미가 입을 삐죽거렸다.

“세은 사건 배후에서 연금술사가 꿍꿍이를 꾸몄잖아.”

‘할 말이 없다!’

허칠안이 시선을 다시 우물 어귀로 던졌을 때, 우물 벽을 응시하며 깊은 생각에 잠긴 장개태가 보였다. 이내 허칠안이 그의 시선을 따라가보니 우물 벽에 복잡하고 기괴한 주문이 새겨져 있는 게 보였다.

“무신교의 수법 중 하나인 어떤 주문일 거야. 구체적인 역할은 알 방법이 없지만 말이야. 사람을 시켜 탁본하여 안독고로 돌아가면 조사해 봐야겠네.”

장개태가 설명했다.

“음, 제가 원혼과 공정하여 얻은 정보에 따르면 이 지역은 확실히 무신교와 관련이 있습니다.”

허칠안은 말하면서 속으로 빈정댔다.

‘제기랄, 그 탐라하라는 놈 때문에 굴러다닌 게 몇 번인지 모르겠다. 그를 만날 기회가 있으면 왜 온몸이 땀범벅인지 알게 해 줘야지.’

그런데 바로 이때 바깥 대청에서 떠들썩한 소리와 함께 날카로운 비명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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