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대타경-160화 (160/712)

160화. 앞잡이의 솜씨

그는 계월루에 들어가 은자 다섯 냥어치의 풍성한 만찬을 주문했다. 허칠안은 밑지지 않기 위해 위를 열고 저채미와 승부를 가렸다.

이때 가슴에서 진동이 울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태연하게 식사를 멈추고 옥석경을 꺼내 문자를 확인했다.

[일: 야경꾼 관아에 일이 났네. 금라 주양이 위연이 뇌물을 받고 법을 어겼다고 고발했네. 이 사건에 금라 네 명, 은라 열두 명 그리고 동라 서른 명이 연루됐어. 부아, 형부, 대리사가 공동으로 처리할 것이네. 위연이 앞으로 총애를 잃고 경찰 기간에 실각한다는 걸 의미하는 것 아닌가?]

‘주양이 앞잡이가 되었군……. 투서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연루됐다니…….’

허칠안은 거울 속의 문자 메시지를 응시했다. 그러자 허칠안의 마음속에 거칠고 사나운 파도가 일었다.

그동안 경성의 당파 싸움은 치열했고 승부가 결정 났다. 허칠안은 급(級)이 부족해 평소에는 식후 한담 정도로만 여겨서, 들어도 신경 쓰지 않았다.

본래 야경꾼은 특수한 위치라서 이런 풍파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항해하며, 배척당하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런데 보아하니 조당의 정세와 당쟁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것 같았다.

‘주양은 금라이니 틀림없이 많은 야경꾼의 흑역사를 손에 쥐고 있을 거야. 갑자기 반역을 일으켰으니 야경꾼들이 치명적인 상처를 입겠군. 예상대로라면 분명히 나 때문이겠지. 주 은라가 그 칼에 오장육부를 다쳐 고질병을 얻은 탓에 이제 무사로서는 희망이 없다고 들었다. 그런데 나는 아무 일 없을뿐더러 승직하여 월봉까지 오른다고 하니.

사실 만약 내가 원경제라면 위연이 으스대는 모습을 보고 있지 않을 것이다. 세은 사건부터 상백 사건 그리고 그간의 투쟁까지, 문관 집단들 중 낙오자는 색출되고 훈귀는 대체로 자리를 보존했다. 하지만 이는 장악하고 있는 권력이 부족해 맞설 기력이 없기 때문이다.

위연이 내게 말한 적이 있다. 지금 조정은 왕당과 야경꾼 세력이 가장 강하지만 현재 왕당이 많은 군사를 잃었기 때문에 위연이 대표하는 엄당(*閹黨: 환관의 도당)을 분명 약화시키려 할 것이라고. 나 같은 일개 동라는…… 빌어먹을, 주양이 나를 놔주는 게 이상하다.’

허칠안이 생각에 잠긴 사이, 조정에서 벼슬을 지내던 사호가 문자를 보냈다.

[사: 뇌물을 받고 법을 어긴 건 단지 표면적인 이유일 뿐이지. 뇌물수수와 범법을 논하자면 위연이 야경꾼을 관장하는데, 조당에 추하게 받아먹는 사람 탈을 쓴 짐승들은 또 어디 있겠는가? 원경제가 이 기회를 빌어 위연을 좀 제압하려는 것이야.]

‘사호는 관리 사회의 고참답다. 천 리 밖에 있지만 분석이 매우 예리해……. 내 생각과 비슷하다……. 어라? 일호의 위치에서 이렇게 간단한 이치도 꿰뚫어 보지 못한단 말인가? 이렇게 어리석은 질문을 하다니……’

허칠안은 문자를 입력했다.

[삼: 만약 원경제의 뜻이라면 위연도 어찌할 도리가 없는 거 아닌가? 어쨌거나 부하들을 포기해야 하겠군.]

[사: 허허, 이는 원경제와 위연의 태도에 달렸지. 뇌물만 받았다면 그렇게 큰 처벌을 내리지는 않겠지만, 분명 한 무리는 반드시 관아에서 쫓겨날 것이네.]

‘쌍규(*双规: 부정부패를 저지른 관리가 규정된 시간과 규정된 장소에 가서 자신의 행위를 설명하는 일)인가……?’

허칠안은 갑자기 자신의 앞날이 걱정됐다.

“거울에다가 무슨 그림을 그리는 거야?”

저채미가 돼지 족발을 뜯으며 물었다.

허칠안이 거울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오. 밥 다 먹고 그 귀신 저택에 가 봅시다.”

‘어찌 됐든 우선 저택을 사들인다. 부동산 한 채를 소유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 부아의 진 부윤과 나는 사이가 좋으니…… 만약 내가 정말 명단에 있다면 부아에 들어가는 건 겁이 나지 않지만, 형부 감옥에 들어가는 건 무섭다……. 나는 확실히 횡령하지 않았지만 사실이 어떤지는 중요하지 않으니……. 정 안 되면 며칠 동안 사라져야지. 내일 아침에 위연에게 어떻게 안배했는지 물어봐야겠다.’

허칠안은 계월루를 나서며 옥석경을 저채미에게 건넸다.

“대신 며칠 동안 보관해 주시오.”

“오.”

저채미는 거울을 받아 들더니 왼쪽 허리의 사슴 가죽 소포에 쑤셔 넣었다.

* * *

그들은 날이 저물어 그 귀신 저택에 도착했고, 담을 넘어 들어갔다.

“이제 알려주실 수 있소? 왜 저녁에 오자고 했는지?”

황량한 폐가에 두 사람의 발자국 소리가 울려 퍼졌다. 오늘 밤에는 바람이 없었고, 엄동설한이라 벌레 울음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고요한 두려움이 감돌았다.

저채미는 손에 탕후루를 든 채 낭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낮에는 양기가 충만하여 우물 안의 여귀가 나타나지 않을 거야. 그 귀신을 완전히 없애려면 그녀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해. 그리고 우물 아래에 기이한 물체가 있는 것 같아서 이따가 내려가서 한 번 보려고.”

‘내려가서 본다니……’

허칠안은 심해 공포증이 있기에 순간 쫄았다. 더욱이 그는 우물 아래에 기이한 물체가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무척 공포스러웠다.

기다리다가 밤이 점점 깊어지자 저채미는 답답해하며 말했다.

“바로 내려가자. 너 갈 거야 말 거야?”

“내가 안…… 가면, 소저 혼자 우물에 뛰어내리면 역시 내가 불안하지.”

저채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우물가를 짚고선 ‘털썩’하는 소리와 함께 뛰어내렸다.

‘이 무모한 계집애가 귀신 얘기 들을 때는 겁먹더니…….’

허칠안은 흑금장도를 손에 쥐고 그녀를 따라 우물에 뛰어들었다. 우물의 물은 아주 차가웠다. 앞에서는 밝은 빛이 노란색 치마를 입고 있는 여자아이의 유연한 몸을 비추었다. 그녀는 물속을 헤치고 가는 모습이 마치 날렵한 인어 같았다.

그 밝은 빛은 그녀 허리춤의 팔괘반(八卦盤)이었다.

저채미는 10분 정도 헤엄치다가 갑자기 멈춰서더니 허리춤의 팔괘반을 떼어내는 모습을 보였다. 그녀는 어떤 것과 대치하는 듯했다.

허칠안은 급히 헤엄쳐 다가갔다. 이어 팔괘반에서 광선이 뿜어져 나오더니 우물 아래에 엎드려 있는 백의의 여인이 보였다.

그녀도 그들을 발견한 듯 천천히 머리를 젖혀 쳐다봤다. 그녀의 얼굴은 피범벅이 되어있었으며, 눈동자는 볼에 걸려 있었고 새카만 눈가에는 구더기가 꿈틀거렸다.

‘헉…… 늙은 중개인이 사람을 속인 건 아니군. 이 여귀가 정말 이렇게 생겨 먹었다니…….’

허칠안은 오싹했다.

하지만 지금, 그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현실에서 망령을 마주친 전(前) 보통 사람으로서 오싹해하는 정도는 무척 자연스러운 반응이었다.

어쨌거나 예전의 그는 공포 영화를 다 보면 화장실에 갈 엄두를 내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참지 못할 때는 페트병으로 해결했다.

백의의 여귀는 잠시 멍하니 그들을 쳐다보더니 위협을 느낀 것 같았다. 그녀의 입꼬리가 귀까지 찢어지더니 칠흑 같은 선혈이 흘렀다. 여귀는 소리 없이 울부짖더니 두 사람에게 달려들었다.

깊숙한 우물 아래에 오니, 음기가 몇 배로 강해져서 피부를 자극했다. 그 탓에 허칠안은 닭살이 돋았다.

‘나는 원혼을 상대할 줄 모르는데…… 바로 칼을 꽂아야겠다…….’

허칠안은 칼자루를 쥐고 저채미의 앞으로 나설 예정이었다.

그런데 노란색 치마의 미인이 손을 누르며 그의 행동을 저지했다.

그녀가 수결(手訣)을 행하니 풍수반 중앙의 태극어(太極魚)가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허칠안은 빛을 내뿜고 있는 천간(天干)의 ‘계(癸)’자를 보았다.

새카만 빛이 풍수반을 뚫고 나와 여귀를 휩쓸어 풍수반으로 끌고 들어갔다.

저채미는 풍수반을 거두어 손에 쥔 채, 고개를 돌려 허칠안을 향해 방긋 웃었다. 그리고 우물 바닥을 가리키더니 그 아래로 헤엄쳐 갔다.

두 사람이 우물 바닥을 잠시 살펴봤으나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꿀렁꿀렁…….

허칠안은 수면 위로 올라왔다. 물 아래에는 발을 디딜 곳이 없어, 그는 두 손으로 우물 벽을 타고 위로 올라가며 고개를 돌려 말했다.

“내 다리를 잡으시오.”

저채미가 ‘아’하더니 허칠안의 양쪽 다리를 잡아 그가 자신을 끌고 올라가게끔 했다.

“아이고!”

허칠안은 깜짝 놀랐다.

“뭐라고?”

저채미는 제대로 듣지 못했다.

“아무것도 아니오. 조금만 더 위로 올라오시오. 소저가 잡아당겨서 이러다 바지가 벗겨지겠소.”

* * *

허칠안은 우물 바닥에서 나온 다음 기기를 운행해 축축한 우물물을 건조시켰고, 저채미는 수결을 맺어 풍수반에서 황갈색 광염을 만들어 냈다. 그 광염이 그녀의 몸을 감싸고 몇 바퀴 도니 수증기가 가득 찼다. 그래도 옷이 망가지진 않았다.

저채미는 몸이 다시 상쾌해진 후 말했다.

“이건 그저 일반적인 원혼이야.”

‘그냥 일반적인 원혼이라고? 그럼 그녀가 왜 이렇게 오랫동안 버틴 거지…….’

허칠안은 미간을 찌푸렸다. 늙은 중개인은 귀신 사건이 이미 2년도 더 넘게 지속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곧이어 저채미가 이어서 한 말 덕에 의혹이 풀렸다.

“우물 바닥은 지하의 암류와 연결되어 있어. 우물 안의 원기는 그렇게 온 거야. 내 추측건대 지하에 음맥(陰脈)이 있는 듯해.”

허칠안은 음맥이 풍수학 용어임을 짐작하고는 문득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소저의 정화(淨化)가 작용하지 못했고, 그전에 몇몇 대사의 법사도 소용이 없었던 거였어! 그들은 술사가 아니니까.”

저채미는 힘껏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이 술사임을 아주 자랑스러워했다.

“이 저택은 사지 마. 지하에 음맥이 흐르고 풍수가 아주 나빠. 오래 살면 나쁜 운이 몸에 서릴 거야.”

“왜 안 사요? 이 저택 완전 싼데.”

허칠안이 이상하다는 눈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제가 소저에게 부탁한 일이 정말 단지 보는 것만인 줄 아셨소? 소저가 저를 도와서 풍수를 제대로 잡아 주셔야하오.”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데…….”

저채미가 인상을 썼다. 매일 연금술을 공부하는 일도 이미 너무 고생스러운데 이런 부탁까지 떠맡자니 별로였다.

“그럼 너…….”

“음식 추가 말이오? 이해했습니다.”

허칠안이 재빠르게 말했다.

‘이 정도면 됐네…….’

그녀는 입을 삐죽거리며 다시 용마루 위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아래를 내려다보며 소리쳤다.

“나를 하늘로 보내 줘.”

‘달에 가서 어깨동무하려고……? 아, 오늘은 달이 없으니 괜찮겠네!’

허칠안은 속으로 비아냥거리며 용마루 위로 뛰어올라 두 손으로 ‘작은 디딤돌’을 만들었다.

저채미는 뛰어올라 발끝을 그의 손바닥에 찍고, 무사의 어마무시한 괴력을 빌려 유연한 몸을 날카로운 화살처럼 밤하늘로 쏘아 올렸다.

그녀는 이 과정에서 풍수반의 신비함을 이용해 하늘하늘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그리하여 바람에 몸을 맡긴 채 천천히 떨어졌다.

저채미는 청광안(淸光眼)을 개시하여 저택 전체를 내려다본 후, 고개를 돌려 저택 근처 지역을 관측했다. 그런 다음 지역 전체의 풍수를 살폈다.

저채미가 지는 낙엽처럼 서서히 떨어지며 눈살을 찌푸리더니 말했다.

“이상하네. 이 지역은 풍수가 나쁘지 않아. 음맥이 형성될 리가 없는데…….”

‘네 업무 수준이 너무 딸리는 건 아니고……?’

허칠안은 빈정댈 엄두도 내지 못하고 물었다.

“아니면 다시 한번 보시겠소? 혹은 사천감에 돌아가 사형들에게 부탁해도 되고.”

“그렇게 번거롭게 할 필요 없어.”

저채미가 손을 저었다.

“우리가 직접 영험이 있는 여귀와 공정(共情)하여 그녀가 어떻게 죽었는지 보자. 만약에 단서가 없다면 사형들에게 도움을 청할게.”

“빨리합시다. 내일 일이 있어요.”

허칠안이 말했다.

그는 내일 관아에 위연을 만나러 가야 했다. 만약 위연 아버지가 그를 위해 압력을 버티길 원한다면 만사형통이었다. 만약 위 아빠가 그를 상관하지 않는다면, 그는 어쩔 수 없이 숨어야 했다. 나중에 다시 기회를 봐서 앞잡이의 배신이 미친 영향을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생각해봐야 했다.

그리고 이 저택은 특별히 찾은 거점이었다.

이 저택은 귀신이 나타나니 평소에는 가까이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며, 지위와 명성이 높은 고관들이 구름같이 모여드는 곳도 아니었다. 중심 거리와도 어느 정도 떨어져 있고, 금군과 야경꾼이 중점적으로 관심을 두고 순찰하는 지역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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