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대타경-157화 (157/712)

157화. 저택을 사다 (1)

1월 7일, 항원 대머리가 나를 찾아와서 돈을 빌릴 수 있냐고 물었다……. ‘어려움이 있으면 언제든지 저를 찾으십시오’라고 했던 말을 참 거둬들이고 싶었다. 돈을 갚을까? 개소리. 혼자 양로원에서 사는 비루한 승려가 돈이 어디서 나서 갚겠어. 휴…… 됐다, 됐어. 자선하는 셈 치지 뭐.

맞다. 조당의 정세가 갈수록 기이한 것이 헤아릴 수가 없을 지경이다. 당파 간의 싸움은 그 기세가 맹렬한데 어쩌면 원경, 폐하께서 이런 상황을 즐기시는 듯하다.

* * *

1월 8일, 허칠안아, 허칠안. 너는 곧 연기경 전봉에 이를 텐데, 이렇게 뛰어난 자질을 두고 여색에 빠지지 말고, 서둘러 수련해라. 쪽지를 써서 증거로 남기자. 오늘부터는 두 공주님을 모시지 않고, 저채미와 함께하지 않고, 허영월과 함께하지 않고, 교방사의 어느 기녀와도 자지 않는다. 이 맹세를 어길 경우 영원한 태평성대는 끝날 것이다.

* * *

1월 9일, 기생집에서 노래를 들었다.

* * *

이날 아침, 허칠안은 금라 양연의 호출을 받고 신창당에 갔다. 양연은 조각 같은 얼굴에 도도한 태도를 내비치며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의부님께서 자네를 은라로 등용할 의향이 있으시네.”

‘위 공께서 나를 은라로 등용하려 한다고?’

허칠안은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그도 이내 승급에 따른 월봉 인상, 인생의 전성기에 엄친딸을 아내로 맞이할 생각에 기쁨이 최고조에 달했다.

우선 은라의 월봉은 은자 십 냥이나 이는 비공식적인 수입이 포함되지 않은 금액이다. 훗날 내성에 저택을 산다 해도, 예전과 같이 숙부와 함께 집안의 지출을 감당할 수 있다.

그다음으로, 은라는 권력이 세다. 직속 동라를 부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위도 훨씬 안정적이다. 금라일지라도 마음대로 은라를 내칠 수 있는 권리는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은라는 황성의 야간 순찰 업무를 담당해야 한다. 이는 허칠안이 앞으로 자유롭게 황성을 드나들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회경과 임안을 만나기에도 훨씬 편리하다.

그러면 그와 공주들이 정을 쌓으며 공주의 귀한 다리를 붙들고 빌붙을 때 도움이 된다.

“경찰이 끝난 후다.”

양연이 말했다.

“야경꾼도 경찰이 있네. 의부님께서 직접 감독하시지. 야경꾼의 승직과 강등 모두 경찰 기간에 이뤄지네. 내가 자네에게 먼저 귀띔하는 걸세.”

허칠안이 처음 든 생각은 바로 저택 구입이었다.

* * *

그는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저녁밥을 먹었다. 허칠안이 밥공기와 젓가락을 내려놓은 다음 목을 가다듬더니 말했다.

“저 공표할 일이 있어요.”

가족들이 모두 쳐다봤다. 허영음만이 자신의 세계에 빠진 채 닭다리를 물어뜯었다.

“경찰이 끝난 후면 저는 은라가 됩니다. 물론 이게 핵심은 아니고, 핵심은 저 내성에 저택을 사려고 합니다.”

숙모와 허영월 모녀의 아름다운 눈동자에서 반짝반짝 빛이 뿜어져 나왔다. 숙부나, 아무것도 모르는 허영음과 비할 수 없을 만큼 흥분한 모습이었다.

어쨌거나 내성으로 옮겨가면 치안 환경이 강화되어 길거리에서 평범한 백성의 딸을 겁탈하는 일은 매우 드물어진다. 하지만 관아들의 소양이 향상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다소 걱정이 될 수는 있다.

게다가 내성의 점포는 외성과 비할 바가 못 된다. 사는 물건, 먹는 음식 모두 한층 고급스러워진다.

* * *

허칠안은 밤이 되어 침상에 눕자 끊임없이 온갖 생각이 떠올랐다.

‘내가 승직하여 녹봉이 오를 수 있는 이유는, 상백 사건과 평양군주 사건의 공을 제외하고도 아부를 잘했기 때문이야. 임안공주가 내게 선물해준 그 명화를 위연도 아주 좋아하는 거지. 내가 이렇게 처세를 잘하는 모습이 그의 눈에도 보이니 나를 양성하려는 게 틀림없어.

그러니까 설령 능력이 출중하고, 지도자의 자질이 있다 해도 사람 노릇을 할 줄 알아야 하는 법이야. 내일 거간꾼을 찾아가서 저택 구입 목록을 봐야겠다. 차근차근 집을 골라 봐야지. 내가 현재 칠천사백 냥이 넘는 예금이 있으니 세 채가 딸린 뜰을 사는 일은 어렵지 않을 거야.’

그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깊이 잠들었다.

* * *

진시 삼각, 허칠안은 그가 애지중지하는 암말에 올랐다. 이 암말을 타면 평생 차가 막힐 일이 없었다. 그는 경쾌하게 사천감으로 내달렸고, 백의 술사들의 열렬한 환대 속에서 송경의 가르침을 공손하게 듣는 저채미를 찾았다.

“채미 소저, 사천감이 풍수를 볼 줄 안다고 들었소. 저 내성에 저택을 한 채 사고 싶은데, 도움을 좀 청하고 싶소.”

허칠안이 온 이유를 명확하게 밝혔다.

저채미는 탁자 위의 잡다한 용기에서 시선을 옮기며 얼굴을 들었다. 18살 여자아이의 얼굴은 희고 보드라웠다.

예쁘고 뽀얀 얼굴, 환하게 빛나는 큰 눈망울, 아기처럼 맑고 깨끗한 눈동자는 더없이 순수해 보였다.

모두가 알다시피 어린아이의 눈은 맑고 빛나며 순수하다. 그 이유는 그들의 흰자가 투명하기 때문이다.

그 눈은 나이가 들면서 흰자가 탁해지고 핏발이 여기저기 선 성인과는 다르다.

저채미의 그 두 눈은 마치 아기처럼 맑고 투명했다. 또 크고 밝으며 매우 아름다웠다.

“나 연금술 공부해야 해. 안 갈래.”

저채미가 볼을 부풀리곤 얼굴을 다른 쪽으로 돌렸다.

‘영 기분이 별로네…….’

허칠안이 속으로 지레짐작하던 그때, 송경이 하는 말이 들렸다.

“내가 사제를 불러 자네와 함께 가라고 하겠네.”

‘나한테 사제가 있어서 뭐 해? 안 해! 이런 일은 사매가 함께해야만 의미가 있는 법이지. 누가 칙칙한 남정네랑 구경하고 싶겠어.’

허칠안이 고개를 저어 송경의 호의를 완곡하게 거절하며 물었다.

“채미 소저, 오늘 왜 이렇게…… 똥 밟은 얼굴이오?”

저채미는 작은 얼굴로 진지하게 대답했다.

“나는 7품 풍수사(風水師)에 일 년 넘게 머물렀어. 진작 연금술을 익혀 승진할 수 있었는데, 연금술은 너무 어렵고 힘들고 재미도 없어…….”

‘음, 이해한다. 이공계는 악몽이지.’

저채미가 계속해서 말했다.

“게다가 6품 연금술사로 승진하려면 완전히 새로운 연금술을 혼자서 완성해야 해. 그리고 이를 발전시켜 백성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야만 성공적으로 승진할 수 있어.”

허칠안은 알아듣지 못했다.

“백성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는다고요?”

“너 누가 화약을 제조했는지 알아?”

“그걸 내가 어찌 알겠습니까?”

“화약은 삼백 년 전, 사천감의 한 풍수사가 제조해 낸 물건이야. 그는 화약을 널리 보급한 뒤 백성들의 인정을 받아 연금술사로 승진했지. 물론, 꼭 온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걸 만들어 내라는 말은 아니야. 송경 사형이 바로 유리를 제조해내 연금술사로 승진했지.”

저채미가 말했다.

“핵심은 백성들의 반응이야.”

‘알고 보니 내 돈 벌 계획을 망치는 범인이 바로 송경 너 이 자식이구나……’

허칠안은 마음속으로 은근히 원망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의아해했다.

“왜 백성들의 반응을 얻어야 하오?”

저채미가 갑자기 쳐다보자, 송경은 약간 망설이는 듯하다가 말했다.

“이건 사천감의 은밀한 비밀인 셈이니 자네에게 말해도 무방하지만, 밖에 나가서 떠벌리면 안 되네.”

허칠안이 고개를 끄덕였고, 송경은 말했다.

“자네는 사천감과 다른 수련 체계에 어떤 차이점이 있다고 생각하나?”

“사천감은 나라를 위해 백성을 위해 기꺼이 헌신하며, 아주 기품 있지요.”

허칠안은 진지하게 말했다.

이런 대답이 나오자, 송경과 주변에 있던 몇몇 백의 술사의 입꼬리에 자연스레 웃음꽃이 피었다.

‘역시 허 공자는 사천감의 가장 친한 친구답다…….’

송경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고, 말투에 열정이 묻어났다.

“맞네. 자네는 안목이 아주 독특하면서도 정확해. 나는 자네의 이 점을 아주 높게 사네. 각 체계 중 9품이 그 근간인데, 사실 9품의 특수함이 이 체계의 핵심을 대표하지. 무사의 연정경, 유가의 개규경, 불문의 사미경이 그러하네.”

‘무사의 연정경의 핵심은 신체, 신체는 무사의 근간……. 유가의 개규경은 헐, 골이 비었으면 책도 읽지 말라는 뜻인가? 불문의 사미경, 사미는 수계를 해야 하는데 수계는 승려가 불법을 깨우치는 근간이다……. 그럼 술사의 9품 의자경(醫者境)은? 의사는 술사와 큰 관련이 없는 것 같은데?’

허칠안이 속으로 중얼거리며 망설였다. 그러자 송경은 그가 아직 깨우치지 못한 걸 보고 힌트를 주었다.

“9품 의사의 본질은 의(醫)가 아니라 인(人)이네. 술사 체계가 걷는 길은 인도(*人道: 인간의 도리)이기 때문에 6품 연금술사의 업적은 백성들의 인정이 필요하지. 따라서 사천감이 조정을 의지하고 따를 필요가 있는 것이네.”

‘술사가 걷는 길이 인도(人道)라고? 내가 생각하는 그 인도는 아니겠지……. 이 백의들이 아주 거만하더만, 하는 일이 백성을 위한 봉사라서 그랬군. 어쩐지 역대 감정 모두 경성의 수호자인데, 알고 보니 조정에 빌붙어야 하는 신세라니…….

마찬가지로 조정에 빌붙어야 하는 유가가 떠오른다. 유가는 지금까지도 2품 고수가 없다. 그리고 신년의 말에 따르면 벼슬길이 끊겼을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고 한다. 7품 풍수사가 백성들의 인정을 얻지 못해 줄곧 승직하지 못한 것과 같은 이치인가? 인도(人道)가 있으면 분명히 다른 길도 있겠지. 표면적인 체계 차이 외에도 그 뒤에 ‘도(道)’라는 차이가 숨어 있나?’

“완전히 새로운 연금술은 갈피를 잡았나요?”

송경이 사매를 한번 쳐다보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본래 머리가 총명하지 않고 공부하길 좋아하지 않아. 에휴, 어려울 것 같네.”

다른 몇몇 백의 술사가 연신 고개를 가로저으며, 저채미의 승직에 부정적인 신호를 보였다.

“채미 사매 그냥 이렇게…… 운에 맡길 수밖에 없겠어.”

“에휴, 감정 스승께서도 신경 쓰지 않으시는 게, 사매가 여자아이니 너무 높은 경지는 필요 없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네.”

“우리도 도울 힘이 없네.”

백의 술사들은 애석해하며 말했고, 한숨을 내쉬었다.

저채미가 입을 빼죽거렸다. 이는 마치 성적이 쓰레기인 열등생 아이가 훌륭한 사람이 되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어른들의 탄식을 마주하고 있는 듯했다.

‘이 세계에는 아직 치킨스톡이 없잖아. 치킨스톡을 제조해내면 연금술 하나를 완성하는 셈일까?’

허칠안은 망설이다가 말했다.

“이건 저한테 방법이 있습니다.”

홱! 그 자리, 연단실(煉丹室)에 있던 모든 백의가 눈을 반짝이며 그를 쳐다봤다.

“정말, 정말로 방법이 있다고?”

송경이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그는 새로운 연금술을 배울 수 있다는 기쁨과 드디어 걱정거리를 해결하여 한시름 놓은 아버지 마음이 한데 뒤섞였다.

“허 공자, 허 공자의 그 말 사실입니까?”

백의들이 흥분하여 다가왔다. 백의 중에 연금술 실험을 하느라 바쁘던 이도 하던 일을 제쳐 두고 기대에 찬 눈빛으로 허칠안을 주시했다.

“제게 좀 더 생각할 시간을 주시면 며칠 뒤 여러분께 답을 드리겠습니다.”

허칠안이 말을 마치고 저채미를 쳐다봤다.

“채미 소저, 오늘 여유가 좀 생기셨소?”

“있지, 있어…….”

방 안의 백의 술사들이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

송경이 저채미를 밀어내며 몸을 일으키더니,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허 공자는 연금술보다 몇백 배 더 중요한 우리 사천감의 귀인이야. 오늘 네가 그와 함께 내성을 둘러보거라.”

저채미는 이렇게 사형들에 의해 늑대 소굴로 밀어 넣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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