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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154화 (154/712)

154화. 논쟁

“송 사형, 양천환, 양 사형은 감정 대인의 몇 번째 제자입니까?”

조당의 소식을 기다리면서 허칠안은 송 사형과 한담을 나눴다.

송 사형의 다크서클은 어디에서도 보기 드물 정도였다. 그도 전생이었다면 틀림없이 여러 명과 자는 걸 즐기는 마니아로 인식됐을 테지만, 지금 송경은 여색을 가까이하지 않는 공대생이었다.

그의 눈에는 사람과 짐승만 보일 뿐, 여자는 없었다.

“그는 나와 채미 사매의 사형이고, 스승님의 세 번째 제자일세.”

송경이 그에게 몇 걸음 다가오더니 나지막이 말했다.

“나의 그 사형은 머리에 문제가 있네.”

‘감정의 제자 중에 머리가 멀쩡한 자가 있었나?’

허칠안은 회의감을 드러내며 뒷짐 지고 양천환이 선 자세를 흉내 냈다.

“맞아, 맞아!”

송경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늘 사람을 등지고 있는 걸 좋아하지. 말할 때도 제대로 말하는 법이 없어. 사형과 사제들 모두 그를 성가셔하는데, 그 자신은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고 도리어 우쭐대니 말이야.”

“왜 그러는 건가요?”

허칠안은 교방사의 그날 밤, 양천환과 함께 있었던 짧은 순간을 떠올렸다.

“그는 중생을 등져야만 고수의 패기가 드러난다고 하더군.”

송경이 말했다.

‘무시대제(*無始大帝: 중국 무협 소설의 주인공 중 하나로 중생을 등진다는 특징이 있음)를 코스프레하나…….’

허칠안은 목구멍 안에 뭔가 걸린 것 같이 괴로웠다.

‘이건 중2병도 아니야. 중2병은 인지와 사고 본질에 문제가 생기는 상황인데. 이건 그냥 허세왕이다. 허세를 부리는 일은 자발적으로 하는 행동이지 인지에 문제가 생겨서 그런 게 아니니깐.’

허칠안은 생각하더니 말했다.

“송 사형, 그에게 말씀 좀 전해주세요.”

“말해 보게.”

허칠안은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손으로 밝은 달을 움켜쥐고 별을 따니, 세상에 나 같은 이 없네.”

‘시건방지긴!’

양연, 강율중 두 금라는 귓바퀴를 움직여 듣더니,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쳐다봤다.

무사는 이런 구절을 들으면, 마치 양아치 하나가 이리저리 나대며 과시하는 것 같아 아주 쉽사리 승부욕이 발동됐다.

허칠안이 지난번 관성루에서 ‘손에 검을 쥐고 누가 천하의 영웅인지 묻네.’를 읊을 때, 남궁천유가 코웃음을 친 일과 같은 이치였다.

‘이렇게 미쳐 날뛰면 양 사형이 분명히 좋아할 테지만 여기저기에다가 함부로 지껄이겠지……. 그는 맞겠지……. 맞아도 괜찮아. 진작 그 꼬락서니가 눈꼴사나웠거든…….’

송경이 기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꼭 전하겠네.”

그가 말하는 사이에 환관 한 명이 병사들을 이끌고 걸어 나왔다. 이내 그 환관은 궁성 입구를 둘러보며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

“야경꾼은 어디 있는가?”

강율중이 공수(*拱手: 왼손을 오른손 위에 놓고 두 손을 마주 잡아 공경의 뜻을 나타냄)하며 말했다.

“여기 있소!”

모두가 요패와 금패를 꺼내 신분을 증명하자 환관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를 따라 입궁하시게. 폐하께서 부르시네.”

양연이 즉시 발을 젖히고 주적웅을 압송했다.

“이자는 누구인가?”

궁에 들어가는 길에 환관이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지명 수배 내려진 중범, 주적웅이오.”

허칠안이 대답했다.

“어째서 마대를 씌운 것인가? 내게도 보여 주시게.”

환관이 솔깃해하며 다가왔다.

강율중이 가로막으며 고개를 저었다.

“폐하께서 보시기 전에는 그 누구도 범인과 접촉하면 안 되오.”

환관은 미간을 찌푸렸고, 사람들의 얼굴을 휙 둘러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폐하를 뵙기 전에 신분을 확인해야 하네. 이자가 나쁜 마음을 먹고 주적웅으로 가장하여 궁에 몰래 들어와 폐하를 암살하려고 하는지 아닌지 내가 어찌 알겠는가? 물론 나는 자네들이 공범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네. 허나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듯 속았을 가능성도 있지 않은가.”

강율중은 여전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자네들은 무슨 뜻인가?”

환관이 멈추더니 눈을 가늘게 뜨며 모든 사람을 주시했다.

“나는 현재 그자의 신분이 의심스러우니 정체를 확인해야겠네.”

병사들도 멈추고 강율중 일행을 진지하게 쳐다봤다.

환관의 말은 분명히 일리가 있었다. 다만 그가 이 시점에 언급한 탓에, 한순간에 사태를 민감하게 했다.

허칠안은 사람을 소리 소문 없이 죽게 하는 방법을 많이 알았다. 두 금라는 더 많이 알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리고 무사로서 그들은 저지할 능력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무사가 잘하는 건 폭력 행사였다.

만약 주적웅이 죽는다면, 의식 불명 상태에서 소리 소문 없이 죽으면 이는 누구 책임인가? 분명 눈앞에 있는 이 공공의 책임은 아닐 터였다.

범인의 신원을 확인하는 일은 정상적인 절차에 속하니까.

‘이 공공은 파벌이 있다……. 아마도 예부상서가 소속된 당파겠지……. 역시나 내가 만약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 금라 둘과 대유 장진, 사천감의 사형과 사매를 데리고 오지 않았다면…… 승리를 앞두고 큰 실수를 범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허칠안은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공공, 조금 이따가 폐하를 뵈면 저는 ‘공공이 주적웅을 죽여 멸구하려 했습니다’라고 말씀드릴 것입니다.”

“이런 풋내기가!”

공공이 갑자기 발끈하며 외쳤다.

“자네가 감히 나를 모독하다니, 여봐라, 이자를 체포해라.”

“공공…….”

허칠안이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잘 생각하셔야 합니다. 정말 이곳에서 충돌이 벌어지면……. 폐하와 조당의 군신들께서는 바보가 아닙니다. 그 뒷일을 헤아려 보셨습니까?”

이 환관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아, 너는 뒷일을 헤아려 봤나 보구나.”

허칠안이 손을 칼자루에 대고 걸어가 환관의 귀에 대고 나지막이 말했다.

“목숨 내놓고 행패 부리지 마십시오. 수지가 맞지 않습니다. 공공도 대신 일을 처리하는 셈이니 정성을 다하면 그만이지요. 공공께서 왕당의 핵심 구성원도 아니니 스스로 일을 망치지 마십시오.”

서른 초반의 이 환관은 찰나 표정이 변하더니 앙칼진 목소리로 말했다.

“너 같은 놈과는 상종하지 않는다.”

* * *

그들은 금란전 밖에 도착했다. 환관이 앞으로 나아가 아뢰니, 원경제가 즉시 허칠안 일행을 금란전으로 들도록 했다.

허칠안은 무릎 높이만 한 과장된 문턱을 넘어 황궁의 주전(主殿)에 들어갔다. 그 결과, 그는 대봉 권력의 최고봉에 서 있는 인물들을 다시 만났다.

그중 한 중년은 도포를 입고 위엄스레 용좌(龍座)에 앉아 있었다.

조당의 제군들은 금란전 대문을 향해 몸을 살짝 기울인 채, 허칠안 일행이 들어오는 걸 지켜보았다.

‘그래도 좀 긴장되는군……. 대봉 권력 무대의 핵심…….’

허칠안은 긴 숨을 내쉬어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켰다.

위연의 온화한 시선이 허칠안의 얼굴로 향하더니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허칠안은 이내 두려움이 사라졌다. 그는 강율중의 손에서 주 백호를 넘겨 받아 마대를 벗겼다. 그런 다음 허칠안은 그의 목덜미를 감싸 의식이 없는 얼굴을 억지로 들어 올렸다.

“폐하, 이 자가 바로 조정에서 지명 수배를 내린 중범, 금오위 백호 주적웅입니다!”

대신들이 웅성웅성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예부상서의 안색은 서서히 창백해져 갔다.

허칠안이 손가락으로 주적웅의 혈 몇 군데를 짚었다. 그러자 주 백호가 고통스럽다는 듯 ‘음~’하고 신음 소리를 내며 서서히 눈을 떴다.

그리고 그는 멍해졌다.

그의 전방에는 황위에 오른 원경제가 있었고, 양쪽으로는 조당의 제군들이 있었다. 머리 꼭대기에는 기품 있는 ‘금란전 편액’이, 발밑에는 밝게 빛나는 크리스털 원석이 있었다.

‘눈을 뜬 방식이 잘못된 것 같다…….’

주 백호는 다시 눈을 감았다.

“퍽!”

허칠안이 따귀를 힘껏 때리더니,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 자식아, 금의환향했다.”

주적웅은 바닥에 내쳐졌고, 손발이 시큰시큰하며 저렸다. 그는 일어나지 않고 엎드려 고개를 숙인 채 부들부들 떨며 울부짖었다.

“소신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소신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운주 촌락이 함락된 후 주적웅은 맞고서 정신을 잃었다. 그는 화어수를 탄 채 경성으로 보내졌으나 오는 내내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 도중에 물은 몇 번 마셨으나 먹은 건 없었다.

그가 어렵사리 경성에 도착한 뒤, 허칠안은 상태가 괜찮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허칠안은 아예 그를 계속 의식 불명 상태로 두고 마취약까지 먹였다.

원경제는 엄숙한 얼굴로 높은 곳에 앉아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주적웅, 누가 자네에게 요족과 결탁하여 화약을 몰래 운반하라고 지시했지?”

주적웅은 바닥에 엎드려 시종일관 같은 말만 반복했다.

“소신 죽어 마땅합니다…….”

원경제는 이 나약한 자를 더는 쳐다보지 않았다. 대신 그는 허칠안 곁의 장진을 바라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장 선생, 수고하셨소.”

장진은 킁킁거리며 황제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발걸음을 내디뎌 앞으로 나아가더니 뒷짐을 진 채 조정의 법령을 입에 담았다.

“군자는 진실해야 하고, 필부(*匹夫: 신분이 낮고 보잘것없는 사내) 역시 그러해야 하네.”

형태가 없는 청풍이 금란전을 스쳐 지나가는 그 순간, 금란전에 있는 모든 이들의 머릿속이 ‘진실’이라는 두 글자로 가득 찼다.

“누가 요족과 결탁하고 화약을 몰래 운반하라고 지시한 것이냐?”

“예, 예…… 예부상서 이옥랑(李玉郞)입니다.”

주적웅이 통곡하기 시작했다.

순간 금란전의 대신들은 이성을 잃고, 표정 관리 능력을 완전히 상실하여 떠들썩하게 굴었다.

급사중 하나가 나서서 말했다.

“폐하, 터무니없습니다. 주적웅이 음해하고 있는…….”

송경이 냉랭하게 말을 끊었다.

“주 백호는 거짓말하지 않았습니다.”

저채미가 같은 말을 반복했다.

“거짓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망기술로 4품 이상의 대신을 볼 수는 없지만, 주적웅은 가능했다고 미루어 짐작했다.

예부상서의 얼굴이 잿빛이 되었다.

변명할 가치가 없어졌다. 주적웅이 잡혔을 때 그는 이미 졌다. 사전에 이 일을 알았더라면, 도중에 죽였을 터였다.

“이옥랑, 할 말이 있는가?”

원경제가 말했다.

예부상서는 심호흡을 하며, 의기소침한 표정을 거두고 말했다.

“소신 억울하옵니다.”

그는 마치 최후의 발악을 하는 듯했지만, 쓸데없는 변명조차 없이 무기력한 세 글자(*臣寃枉: ‘소신 억울하옵니다’에 해당하는 중국어)만 내뱉었다.

위연이 즉시 말했다.

“폐하, 이 흉악범의 심문을 소신에게 맡겨 주십시오. 공범을 색출해내겠습니다.”

형부상서가 나서서 위연과 맞섰다.

“폐하, 이 사건은 형부에서 처리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원경제는 대답하는 대신, 말없이 자줏빛 관복을 입은 조당 대신들을 내려다보았다. 그러자 그들은 자연스레 논쟁을 멈추고 머리를 숙였다.

한참 뒤 원경제가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

“이 사건은 형부에서 처리하거라.”

* * *

조회가 끝난 후, 관포와 관모가 벗겨진 예부상서가 압송되어 황궁을 떠났다.

“멈추시오!”

예부상서는 마음이 사그라진 재 같은 상태가 되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곁에 있던 형부 관원들도 고개를 돌리니 야경꾼 관아의 그 동라가 쫓아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자 형부 관원들이 앞으로 나아가 막았다.

허칠안은 무리하게 행동하지 않고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러고는 형부상서와 예부상서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며칠 전 조당의 일을 위 공께 전해 들었습니다. 만약 왕당에서 일찍이 분쟁을 그치고 서로 양보했더라면 이런 날은 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수많은 관리들이 이 광경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저도 모르게 동작을 멈추고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았다.

저 멀리 위연이 마차 옆에 멈춰선 채 이쪽을 바라보았다.

양연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의부님, 그를 불러올까요?”

위연이 고개를 저었다.

“그의 마음속에 사그라들지 않는 분노가 있을 걸세. 이때 분출하지 않으면 언제 할 수 있겠는가. 자네는 그가 갈등을 격화시키지 않도록 주시하게.”

그는 이렇게 말하곤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나 역시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보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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