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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153화 (153/712)

153화. 진상이 드러나다

비현실적인 전설상의 귀신은 얌전히 그녀의 곁에 서 있었다. 원래는 매우 아름다운 염귀였지만 그녀의 기질 탓에 완전히 가려졌다.

“주인님, 저 그런대로 잘했죠?”

염귀가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주 제때 소환했다.”

여군신이 고개를 끄덕이며 칭찬했다.

“그럼 제게 남자 한 명 주실 수 있나요?”

염귀가 교태를 부리며 말했다.

“며칠 동안을 굶었다고요.”

‘원경제를 줄 테니 얼른 가서 그의 정기를 빨아들여라…….’

여군신은 속으로 비꼬더니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네 마음대로 산적 몇 놈 골라라.”

대당가는 이 여군신이 바로 전설 속의 비연 협객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몇 년 전, 강호에 별안간 의협심이 넘치고 의리 있는 여자 협객이 나타났다. 이 협객은 가는 곳마다 정의를 바로잡으면서 진리를 수호했다.

그녀는 불과 몇 년 만에 강호에 명성을 떨쳤고, 모르는 사람이 없는 협객으로 거듭났다. 그녀는 군중의 이익을 위해 열성을 다하며 의협심이 강하다 하여 비연 협객으로 불렸다.

올해 초, 이 협객이 운주에 왔다. 협객은 운주에 비적의 난이 횡행하여 백성들이 곤궁에 빠진 걸 보고는 즉시 군사를 확충하여 사병 조직을 세웠다. 그녀는 지칠 줄 모르는 비적 토벌 여행길에 올랐다.

그리하여 그녀는 운주 포정사(布政使)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었다.

“내가 물을 테니 너는 답을 하거라. 이렇게 해야 좀 깔끔하게 죽을 수 있을 것이다.”

여군신은 은색 창으로 대당가를 가리키며, 냉정하게 말했다.

“그러지 않으면 너를 악귀로 만들어 영원히 죄를 씻지 못하게 할 것이다.”

대당가는 고민에 빠졌고, 흥정을 시도했다.

“꿈도 꾸지 마라!”

푹…… 은색 창이 대당가의 정수리뼈를 꿰뚫었다. 벌겋고 새하얀 물질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여군신은 창을 거두고 중얼거렸다.

“말하든지 말든지.”

“!!!”

주적웅은 너무 놀란 나머지 두 다리에 힘이 빠졌다.

‘이러시면 안 됩니다. 그가 흥정하고 있다는 걸 모르셨습니까? 적어도 기회는 주셔야죠. 이렇게 무모하다고요?!’

가장자리에 있는 무사들은 여군신의 일 처리 방식에 이미 적응한 듯 해죽거리며 구경했다.

이때, 주적웅은 여군신이 아무런 감정 없이 자신을 훑어보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는 즉시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협객님, 목숨만 살려 주십시오. 저는 뭐든지 말하겠습니다. 뭐든지 말하겠습니다.”

“나는 너를 죽이지 않을 것이다.”

여군신은 꼿꼿하게 서 있었다. 몸에 달라붙은 갑옷에서는 부드럽고 영롱한 자태가 돋보였는데, 그러한 아름다움 속에 늠연하면서도 스산한 기운이 묻어났다.

“너는 누군가를 만나러 가야 한다.”

* * *

허칠안은 막 토납을 끝냈다. 그러나 그는 마음이 무거워 잠을 이루지 못했으며, 귓가에는 물시계에 물이 떨어지는 소리만이 맴돌 뿐이었다. 이때 익숙한 진동이 전해졌다.

그는 마음이 동하여 몸을 일으켜 앉았다. 그런 뒤 다급하게 베개 밑에서 옥석경을 꺼내 만져 보니 역시나 보고 싶은 내용이 보였다.

[이: 삼호, 주적웅을 잡았네. 내가 내일 사람을 시켜 경성으로 보내겠네.]

‘주적웅을 잡았다고? 작업 능률이 너무 무서울 정도인데……. 이호는 정말 나의 백월광(白月光)이야. 사랑한다, 사랑해…….’

허칠안은 기쁘다는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기뻤다. 그는 심지어 기쁨에 겨워 눈물이 날 정도였다.

위연의 첩자가 되는 것은 최악의 선택이었기에, 허칠안은 사실 그 길을 걷고 싶지 않았다. 그는 현재 한낱 연기경이라 힘이 아직 부족하다 여겼다.

경성에, 그리고 야경꾼 관아에 남는 게 자원이든 생활환경이든 천하를 유랑하는 것보다는 훨씬, 아주 훨씬 나았다.

만약 편안하고 즐겁게 살 수 있다면 누가 빈털터리가 되어 유랑하길 원하겠는가.

이 세계에서 그는 안 그래도 소속감이 결핍된 상태였다. 그런데 숙부와 숙모, 두 여동생까지 떠나야 한다면 아무래도 너무 외로울 터였다.

[삼: 6일 안에 경성에 도착할 수 있는가?]

운주는 경성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었다. 조정의 역로(驛路)가 아무리 발달했다고 해도 6일이란 시간은 너무 촉박했다.

[이: 화우수(火羽獸)를 타면, 6일이면 딱 도착할 수 있을 걸세. 허나 내게 은자 삼백 냥을 지불해야 할 것이야. 내 형제가 헛걸음하게 할 수는 없어. 오는 길에 쓸 노자도 자네가 내야 할 것이네.]

[삼: 그건 당연하지.]

말을 마치고 허칠안은 중얼중얼 읊조리기 시작했다.

‘주적웅을 바로 경성으로 들여보내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장애물이 너무 많다. 주적웅이 일단 경성에 들어오면, 틀림없이 뜻있는 자에게 발각될 것이다. 어쨌거나 현재 조정에서는 지명 수배를 내렸기 때문에 주적웅은 가장 큰 중범으로 분류된다. 두 가지 선택이 있다. 사전에 위연에게 통지하거나 다른 방법으로 주적웅을 경성에 들이는 것이다…….’

고민 끝에 허칠안은 후자를 택했다.

그에게 더 좋은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삼: 이호, 번거롭겠지만 주적웅을 운록서원으로 보내 주면, 누군가 알아서 인수할 것이네.]

주적웅은 조당 우두머리와 연관이 있기 때문에, 그들이 나설 때를 대비해야 했다. 야경꾼 관아는 전부 무사라 그럴싸하지 않다.

운록서원의 대유는 순간 이동 능력이 있어서 범인을 호송하기에 딱 적임자였다. 한마디만 하면 되었다.

<내 3척(尺) 안이 경성이다.>

그럼 사람을 경성에 보낼 수 있었다.

황궁에는 대부분의 사람이 들어갈 수 없다. 그렇지 않다면, 대유들이 원경제의 머리를 베는 건 너무 쉬운 일이 되어 버린다.

‘내일 운록서원에 가서 스승님 세 분을 찾아뵈어야겠군.’

허칠안은 남몰래 결정했다.

이호를 포함하여 염탐하고 있던 천지회 구성원들은 삼호의 요구 사항을 조금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삼호는 원래 운록서원의 학자 아닌가.

* * *

시간이 하루하루 흘러갔다. 그동안 허칠안은 여기저기 돌아다니느라 바빴다. 그는 두 사람이 자신을 위해 사정해주길 바라며, 회경공주와 임안공주를 만났다.

임안공주는 매일 언니에게 못된 짓을 했지만, 사실은 별다른 악의가 없었다. 그녀는 공주 티를 내며 단번에 승낙했다.

회경공주는 더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직언했다.

“아바마마께서 너를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아. 본 공주가 책임지고 네 죽을죄를 면하게 해 줄 수는 있지만, 생고생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이야. 생고생이라 하면 당연히 유배겠지.”

허칠안은 한 가지 사소한 부분에 주목했다. 회경공주는 상백 사건에 불합리한 무심함을 보였다. 또한 그녀는 그가 앞으로 마주해야 할 운명에도 전혀 개의치 않는 듯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

* * *

기한을 하루 앞두었을 때였다. 위연이 사람을 보내 허칠안을 호출하였다. 그는 호기루에서 위 공을 만났다.

“내가 방금 궁의 소식을 접했네. 폐하께서 내일 조회를 지내실 예정이니 상백 사건에 대한 언급을 피할 수는 없을 걸세. 자네가 부아나 형부가 아닌 관아에 남을 수 있게 내가 노력할 것이네.”

위연이 말했다.

그는 자신이 중시하는 동라를 달랠 말을 몇 마디 막 하려 했다. 그런데 그러던 참에 상대방이 침착하게 하는 말을 들었다.

“위 공, 저 이미 주적웅을 잡았습니다.”

위연은 굳은 표정으로 말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 * *

이 날 인시, 허칠안은 마차를 타고 황성으로 들어가 궁성 밖에서 멈췄다. 사천감의 송경, 저채미 그리고 운록서원의 대유 장진, 금라 강율중과 양연이 함께 왔다.

마차 안에는 의식이 없는 금오위 백호 주적웅이 있었다. 그는 줄로 묶여 있었으며, 머리에는 마대가 씌워져 있었다.

허칠안은 이곳에 도착하자 무거운 짐을 훌훌 벗어 버린 것 같았다. 그는 여러 조력자를 향해 읍을 올렸다.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상백 사건은 오늘로 끝났습니다.”

그는 상백 사건에 마침표를 찍고, 칼로 벤 은라와의 충돌에도 종지부를 찍으려 했다.

* * *

원경제가 금란전에서 일반적인 주대(*奏對: 임금의 물음에 대답하여 아룀)를 마친 후 말했다.

“상백 사건은 어떻게 되어 가는가?”

조당 아래의 모든 대신들이 약속이나 한 듯 위연을 쳐다봤다. 그들은 표정이 제각각이었지만 대부분 그의 불행을 기뻐했다.

예부상서가 앞으로 나서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

“폐하,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위 공께서는 본관에게 정의를 돌려주시길 바랍니다.”

위연은 튀어나와 시비 거는 예부상서를 한번 쳐다보곤, 시선을 원경제에게로 돌렸다. 그런 다음 그는 대열 앞으로 나서서 읍을 올렸다.

“폐하께 아뢰옵니다. 상백 사건의 진상이 밝혀졌습니다.”

웅성대는 소리가 단숨에 일었다.

원경제는 어리둥절하여 눈을 가늘게 뜨고 몸을 앞으로 약간 기울였다.

“주모자가 누구인고?”

위연이 말했다.

“신이 말씀드리면 의미가 없을 듯합니다. 폐하께서는 금오위 백호 주적웅을 부르시면 됩니다.”

예부상서가 눈꼬리를 치켜올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주적웅은 진작 경성에서 도망쳤는데, 어떻게 소환한다는 말인가?”

위연이 웃는 듯 마는 듯 그를 주시하며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

“주적웅은 궁성 밖에 있사오니 폐하께서 불러 보시지요!”

이 순간 조당에는 정적이 흘렀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조당의 제군들은 불가피하게 논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이미 모든 이들이 지금까지 밝혀진 상백 사건의 경위를 잘 알고 있었다.

본래 금오위 주 백호는 밖으로 도망쳤으며, 그는 요족과 사사로이 내통하여 화약을 몰래 황성으로 밀반입한 장본인이었다.

그가 장본인인지 아닌지에 관해서는 각자 견해가 다르지만, 어쨌든 조당의 우두머리들 중에 지능 지수가 낮은 자는 드물었다. 이러한 이유로 위연의 말은 거대한 바위로 묘당(*廟堂: 종묘와 명당을 아울러 이르는 말)을 깨부순 것처럼 큰 파문을 일으켰다.

대가 끊어진 위연, 이 늙은 환관은 밉살스럽기는 하지만 존경할 만한 대상이기도 했다. 그의 말은 실질적인 가치가 높은 편이었다.

‘누군가는 끝장났군…….’

이는 조당 우두머리들의 한결같은 속내였다.

예부상서의 낯빛이 갑자기 홱 변했다. 그의 희끗희끗한 수염이 떨렸다. 그는 순식간에 굳어 버린 눈동자로 위연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이 늙은이는 수련에 조예가 깊어 늘 사람들에게 칭송받았지, 이렇게 흉한 꼴을 보이는 경우는 드물었다.

원경제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불러오거라!”

* * *

허칠안은 마차를 모는 자리에 앉아 발을 젖힌 다음 주적웅을 쳐다봤다. 이놈은 아직도 의식 불명이었다. 허칠안이 주적웅이 자결할까 염려하여, 저채미에게 다량의 마취약을 구해 먹였기 때문이다.

그를 지서 파편에 넣는 대신 인수 장소로 운록서원을 택한 건 두 가지를 고려했기 때문이다.

첫째, 이자는 그보다 급(級)이 높은 연신경으로 모험을 무릅쓸 엄두가 나지 않았다.

둘째, 지서 파편의 존재는 비밀이기 때문에 버젓이 남에게 노출할 수 없었다. 금란전에 들어가서 황제와 조당의 대신들 앞에서 지서 파편을 꺼낼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물론, 어쩔 수 없는 경우에는 지서를 이용하는 길을 택했을 터였다. 그래도 현재 일을 처리하기에 인맥이 충분하니 가급적이면 지서를 사용하지 않을 작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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