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대타경-146화 (146/712)

146화. 밀서 두 통

[오: 이, 이…… 자네 대봉 사람들은 속이 다 시커먼가? 이렇게 비열하고 음흉할 데가.]

[사: 이 사건은 누가 밝혀낸 것인가?]

이 질문을 보고, 허칠안은 눈꼬리를 치켜올리며 문자를 입력했다.

[삼: 내가 듣기론 야경꾼 관아의 허칠안이라는 동라일세.]

[사: 허칠안? 어쩐지 귀에 좀 익는군.]

[삼: 일호가 운록서원의 청기 충천을 조사할 때 이 자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네. 나 역시 그를 주시하며 관찰하다가 끔찍한 결론에 도달했네.]

[끔찍한 결론?]

몇몇 천지회 구성원들이 연이어 비슷하게 반문했다.

[삼: 이자는 아주 총명하고, 타고난 자질이 유일무이한 것이 절대 평범한 사람이 아니야.]

‘삼호에게 이렇게 극찬받는 허칠안이라는 동라는, 아주 대단한 인물이겠군…….’

모두가 그 이름을 묵묵히 새겼다.

금련 도사는 민망해하며 말을 하지 않았다.

이때, 이호가 입에 거품을 물고 발언했다.

[이: 삼호, 내가 주적웅의 행적을 발견했네.]

허칠안이 자화자찬할 때는 호응하지 않던 일호가 이때 갑자기 튀어나왔다.

[일: 그자는 어디에 있는가?]

[이: 내 수하의 한 형제가 어느 산채에서 그를 봤다고 하네. 그 산채는 마침 내가 최근에 토벌하려고 한 마을이니, 자네 좀 기다리고 있으면 내가 마을을 없앤 후에 그자를 경성으로 보내겠네.]

‘이호가 정말 주적웅을 찾았다고? 운주는 아주 넓고 비적의 난이 끊이지 않는데, 설령 이 사람이 운주에서 아무리 능력자라고 해도 이렇게 빨리 주적웅을 찾을 수는 없지 않나? 우연의 일치든가, 내가 이호의 능력을 과소평가한 거겠지…….’

허칠안은 힘차게 손뼉을 쳤다.

‘주적웅을 붙잡으면, 요족과 결탁한 배후의 검은손이 대체 누구인지 알 수 있다.’

[삼: 고맙네.]

[이: 별거 아닐세. 전국 각지의 벗들이 내 체면을 살려주길 바라네. 사람을 찾는 건 내게 있어 별일 아니지.]

‘자네 체면이 범상치는 않구먼그래…….’

모두가 속으로 생각했다.

천지회 내부 교류를 마친 허칠안은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주적웅은 그의 또 다른 보험이었다. 그자를 잡으면 설령 평양군주 사건으로 죄를 면할 수 없어도 그는 불안해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현재 사건의 결과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 * *

해 질 무렵, 허칠안은 궁에서 돌아오는 위연을 기다렸다.

널찍하고 화려한 마차가 관아에 들어서더니 멈췄다. 위연이 사다리를 밟고 마차에서 내렸다. 허칠안은 모처럼 다가가 나지막이 말했다.

“위 공…….”

귀밑머리가 희끗희끗한 위연이 그를 쓱 쳐다보더니, 걸으면서 말했다.

“예왕께서 혈서를 쓰셨네. 평원백, 호부 도급사중, 병부상서 세 사람을 황실 종친을 모해한 죄로 고발하셨네.”

허칠안은 예왕의 행동을 이미 회경 공주한테 들어 알고 있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폐하께서 삼사(三司) 회심(會審)에 넘기셨습니까?”

위연이 고개를 저었다.

“폐하께서 예왕 못지않게 노하셨다. 그리 오래 기다리지 못하시고, 즉시 친서를 작성해 감정에게 입궁하라 하셨고, 그 세 사람을 직접 대질하셨네. 당시 조당의 여러 고관들도 그 자리를 함께했지.”

“결과는요?”

허칠안은 이미 결과를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물어야 했다.

위연이 탄식하며 답했다.

“황실 종친을 모해한 자들의 삼족을 멸한다. 고지는 가장 늦어도 내일 아침에 내려올 것이네. 양당(梁黨)은 끝난 것이지.”

‘삼족을 멸한다…….’

허칠안의 얼굴에 탄복의 빛이 어렸다.

소위 삼족을 멸한다는 건 부친 삼족, 모친 삼족, 처 삼족을 말하며 극형으로 분류됐다. 반역을 꾀한 경우 구족을 멸하는데, 바로 그다음이었다.

“에휴, 내일이면 죽은 자의 머리가 여기저기 굴러다니겠네요.”

허칠안도 따라서 탄식했다. 그는 박수를 치며 쾌재를 불러야 할지, 아니면 무고하게 연루된 자들을 위해 안타까워해야 할지 몰라 망설였다.

비록 평원백 일가가 전멸했지만, 삼족을 멸하는 것과 비교하면 적게 잡아도 수백 명은 더 죽어야 했다. 평원백 삼족 안에 드는 친척들은 한 사람도 도망칠 수 없었다.

다른 두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양당(梁黨)?”

허칠안이 궁금해하며 중얼거리자, 양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양당은 예왕이 권력 무대에서 물러나게 된 싸움의 최대 수혜자일세. 병부상서 장봉, 호부 도급사중 손명종이 그 수장이지. 평원백은 작년에 양당에 합류했고.”

“위 공, 저, 제 일은…….”

허칠안이 침착하게 말했다. 조정 당파는 자신과 거리가 너무 멀었기에, 허칠안은 달갑지 않았다.

그는 오로지 자신의 앞길과 목숨에만 관심 있었다.

“급할 거 없네. 폐하께서 지금은 화가 머리끝까지 나신 상태니 이때 이 일을 언급해봤자 좋을 게 없네.”

위연이 고개를 저었다.

‘그 이유군…….’

허칠안은 고개를 끄덕였고, 위연에게 작별 인사를 건넨 뒤 황혼의 석양 아래 집으로 향했다.

* * *

황혼, 어느 방 안.

누군가 하얀 손으로 붓을 쥐고 서신에 다음과 같이 글을 썼다.

존경하는 주인님.

상백 사건은 이미 일단락됐습니다. 예부상서가 저희와 손을 잡는 건 무모한 짓이라고 말했었는데, 진짜로 정확하게 봤더군요.

일 년 전에 저는 본의 아니게 평양군주와 항혜 승려의 만남을 목격했습니다. 항혜는 죽어도 굳지 않고 원신이 원기(怨氣)로 응결되어 제가 그를 꼭두각시로 두고 단련시켰습니다.

이 일을 주인님께 말씀드리는 건. 주인님께서 말씀하신 기회가 이미 왔기 때문입니다. 경찰이 있는 해가 저희 오백 년의 위업을 달성하는 시작입니다.

제 불경죄를 용서하여주십시오. 저는 본래 낙관적이지 않습니다. 사천감의 감정, 인종의 도수 모두 세간에서 손꼽는 강자이지요.

허나 이 사건에서 두 사람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수수방관을 선택했습니다……. 재차 주인님을 칭송합니다. 주인님의 재능과 지혜는 천하에 따라올 자가 없습니다.

이 사건에 대한 원경제의 태도는 결코 적극적이지 않습니다. 그렇지 않고선 일개 동라를 수석 수사관으로 임명할 리가 없죠. 이 모든 것이 주인님이 예상하신 대로입니다.

하지만 그 동라는 아주 뛰어나고 후각도 예민합니다.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 주인님의 강림이 그에게 발각됐었습니다. 그가 여러 차례 교방사에 와 요기를 정탐했었지요. 외람되지만 주인님께서 고의로 그러신 건지요?

이밖에, 다른 야경꾼들도 암암리에 조사하고 있습니다.

저는 부득이하게 회희(灰姬)를 내세워 위기를 모면해야 했습니다. 저도 그녀가 주인님의 족인(族人)인 걸 압니다. 제가 멋대로 한 결정을 용서해주십시오.

안심하세요. 물건은 이미 그걸 필요로 하는 자에게 건넸습니다.

정말 송구스럽게도 세은 사건의 모든 단서가 끊겼습니다……. 제가 여러 차례 주립(周立)을 만나봤지만, 그는 그저 잔꾀를 좀 부리는 부유한 집안의 자제일 뿐, 그의 부친 주 시랑이 계획한 모든 것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이에 저는, 주인님께 네 가지 일을 보고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세은을 호송하는 과정에서 주 시랑에게는 여러 번 나설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러면 더 안전했을 테지만, 그는 15만 냥의 세은을 경성에서 탈취하는 걸 선택했습니다.

정말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주 시랑은 똑똑한 자인데 멍청한 수를 두었죠. 저는 거기에 반드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주 시랑은 유배 가는 도중에 ‘뜻밖에 사망’하여, 제게 답을 줄 수 있는 사람도 더는 없습니다.

둘째, 믿을 만한 정보에 의하면 주 시랑이 20년 동안 횡령한 은이 백만 냥이 넘는다고 합니다. 허나 주 시랑 저택이 몰수당할 때 조정에서는 백은 수천 냥만 되찾았다고 합니다. 이 은자들은 또 어디로 갔을까요?

셋째, 사천감을 은밀하게 조사해본 결과, 감정의 제자 중 저채미라고 하는 가장 어린 제자가 있음을 알게 됐습니다. 아주 예쁘고 재미있는 소저입니다. 물론, 고귀하고 아름다운 주인님과는 비교가 안 되지만요.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사천감의 술사가 그녀를 사매라고 부르거나 혹은 …… 육사제(六師姐)라 부른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감정이 친히 가르친 제자는 다섯 명뿐이지요.

넷째, 무신교 사람이 태강현의 조 현령을 죽였는데, 바로 초석광을 발견한 그 관리입니다. 맞습니다. 무신교의 주술사가 이 일에 개입한 것입니다. 게다가 그들은 본래 더 교묘하고 더 은밀한 방식으로 멸구할 수 있었는데, 꿈속에서 사람을 죽이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그들이 조정을 오도하고, 진북왕을 중상모략하여, 원경제와 진북왕 사이를 이간질하려는 수작으로 유추됩니다.

마지막으로, 말을 꺼내기 어려운 사소한 일이 있습니다. 사랑하면 안 되는 남자를 사랑하게 됐습니다. 주인님께서 제게 동정을 베풀어 저 대신 육신을 다시 빚어주시길 청합니다.

- 영원히 주인님께 충성을 다할 하인 올림

* * *

또 다른 밀실에서는, 피풍을 걸친 남자가 붓을 들고 다음과 같이 글을 썼다.

존경하는 대인.

세은 사건 계획이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주 시랑의 죽음은, 순전히 그의 어리석음 때문입니다. 스스로 총명하다 여기는 그의 아들이 일련의 계획을 실패로 이끈 것입니다.

대인께서 추측하신 대로 만요국의 계획은 성공했습니다. 그들은 상백 밑에 봉인된 물건을 해제했습니다.

서신으로 최근 일 년 동안 얻은 정보를 소상히 묘사해드리겠습니다.

약 일 년 전, 훈귀와 문관 사이의 다툼이 아주 치열한 단계로 접어들었습니다. 원경제의 묵인을 발판 삼아 예왕은 훈귀 세력 전체를 대표하여 병부상서에 임명됐고, 한 발짝 차이로 내각에 들어갈 뻔했지요.

이 과정에서 그의 적녀 평양군주가 청룡사의 한 승려를 사랑하게 됐습니다. 두 사람은 사랑의 도피를 계획했고 집안끼리 친분이 있는 평원백 적자에게 도움을 구했지요. 이후 평양군주의 미색을 탐한 부유한 집안의 자제 셋이 그녀를 모욕하고 그 둘을 죽여 멸구하기로 계획을 꾸몄습니다. 하지만 상대방의 격렬한 저항에 부딪혔고, 평양군주는 비녀를 삼켜 자결했습니다…….

만요국에서는 대봉 경성에 첩자를 심어놨는데 의도치 않게 이 광경을 목격했지요. 그녀가 시고(尸蠱)를 이용해 항혜를 산송장 꼭두각시로 단련시켰고, 이 비밀을 간직한 채 칩거했습니다.

대봉에 경찰 기간이 돌아오면서, 당파 간의 투쟁은 날이 갈수록 격화됐습니다. 원경제는 무서운 황제로 군주의 계략이 최고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걸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겠군요. 하지만 그는 결코 좋은 황제는 아니었습니다. 그의 눈에는 권력과 장생만 보였지요.

만요국의 첩자는 이 비밀을 쥐고, 은밀하게 경성에서 손을 잡을 상대를 찾았습니다. 결국, 그녀는 예부상서와 그 배후의 세력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마침 그 시기에 태강현의 대황산에서 초석광이 발견됐는데, 이는 만요국 잔당이 딱 필요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었지요.

이 세상에 감정과 인종 도수 코앞에서 소리 소문 없이 상백에 침입해 영진산하 사당을 파괴할 수 있는 자는, 없습니다. 하지만 화약은 그들이 이 임무를 완성하게 도와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예부상서 배후의 세력은, 어떠한 간섭도 받지 않는 조정의 권력을 줄곧 갈구해왔고, 모든 당파를 무력으로 제압하길 원했습니다. 이 일에 걸림돌이 되는 양당도 물론 그들의 제거 명단에 있었습니다.

쌍방의 의견이 단번에 일치하여, 예부상서는 만요국 잔당을 도와 영진산하 사당을 파괴한 뒤 산하 밑의 봉인물을 내보냈고, 만요국 잔당은 항혜를 전면에 내세워 야경꾼이 평양군주의 실종 사건을 조사하도록 유도했습니다.

자신의 혐의를 벗기 위해 예부상서는 은밀하게 다른 자를 동원했습니다. 금오위 백호 주적웅을 통해 황성에 화약을 들여오고, 영진산하 사당 밑에 묻었죠. 그리고 대리사, 예부, 궁중의 하급 관리 총 9명을 죽임으로써 세 관아 수사관들의 수사에 혼선을 주었습니다.

그들은 심지어 화약으로 제당(齊黨)의 공부상서에게 죄를 뒤집어씌울 생각도 했는데, 애석하게도 동라 허칠안을 과소평가했나 봅니다. 제가 조 현령을 암살함으로써 수사에 혼선을 빚어 그가 진북왕을 조사하게 만들려 했으나, 유감스럽게도 그는 결코 속지 않더군요. 매우 기민한 자입니다.

금오위 백호 주적웅은 고의로 기관 유한을 살해하여 야경꾼과 부아의 주의를 끌었습니다. 또한 상대가 질의(質疑)하는 중에 망기술을 차단하는 법기를 써 야경꾼의 시선을 청룡사로 돌렸습니다. 항혜 승려의 도피 사건을 알아내고, 그 실마리를 쫓아 일 년 전 당파 투쟁의 진상을 밝히게끔 유도했지요.

이번에는 수를 잘 두었습니다. 소직은 일개 백호 하나가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요황(妖皇)의 딸이 직접 세운 호구책이라는 데에는 추호도 의심치 않습니다.

대략적인 사건 경위는 이러하오나 여전히 풀리지 않은 두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 소직이 심혈을 기울였으나 상백 밑의 봉인물이 대체 어느 쪽의 신성(神聖)인지는 아직도 제대로 밝히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불문과 엄청난 상관관계가 있다는 점입니다. 만요국 잔당이 봉인물을 내보낸 목적 역시 아직 명확하지 않습니다.

둘째, 감정의 태도를 도저히 종잡을 수가 없습니다. 원경제가 출입 금지령을 해제한 목적을 말하고자 한다면 대략적으로 추측할 수 있겠지만, 감정의 생각은 소직이 가늠할 수가 없습니다.

분명히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오히려 소직은 모든 것이 그의 예상대로 흘러가고 있으며, 그의 통제하에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만 글을 줄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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