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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142화 (142/712)

142화. 금련 도사의 전서

마차가 교방사 골목 밖에 멈춰 섰다. 기녀 아가씨는 마차에서 내려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허 대인, 시간 나실 때 청지원에 와서 차 한잔하세요.”

그녀는 다음 인사말은 생략한 채, 즉시 몸을 돌려서 가버렸다. 걸음을 아주 빠르게 내디뎌 치맛자락도 펄럭였다.

그녀는 허칠안이 좀 무서워졌다. 물론 그의 24K 순금 같은 딱딱함 때문은 아니었다. 마차에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녀는 이렇게 변덕스러운 사람에게 겁을 내는 편이었다.

* * *

한편 허칠안은 마차를 타고 관아로 돌아가 대오의 핵심 구성원을 불러모아 회의를 열었다.

이내 은라 셋, 여청 그리고 송정풍과 주광효, 총 6명이 편청에 모여들었다.

“어젯밤 교방사의 상황은 다들 이미 알고 있을 것이오.”

허칠안이 말했다.

이옥춘 등은 이미 송정풍에게 들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마지막에 사천감 사람이 나서서 위기를 해결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송정풍이 왜 관아에 보고하지 않았는지, 그들은 미리 약속이라도 한 듯 캐묻지 않았다. 어젯밤에는 정말 운 나쁘게도 당직자가 주 금라였기 때문이었다.

여청이 허칠안을 한참 동안 쳐다보고 있자니, 그가 당황해하며 미간을 찌푸렸다.

“여 포두, 무슨 일 있나?”

여청이 입술을 오므리며 말했다.

“대인께선 교방사에 요족이 숨어들었는지 어떻게 아셨습니까?”

남자들은 무슨 말인지 알아듣고 웃고 있었는데, 유독 이옥춘만 정색을 하고 있었다. 그는 여색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그들과 잘 맞지 않기 때문이었다.

허칠안은 정색하고 말했다.

“언제 한 번 야간 순찰을 돌 때 망기술로 교방사를 관측한 적이 있었고, 그곳에 요기가 있다는 걸 발견했네.”

“어째서 대인이 이 일에 대해 보고했다는 걸 듣지 못했는지 모르겠소.”

이옥춘이 어리둥절한 얼굴을 했다.

“그때 저는 녹색 빛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습니다. 이후에 잡놈 주씨를 칼로 베어 하옥되고 그 후에…….”

허칠안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 후에는 네가 내 부하가 됐잖아. 비록 우리가 각자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지만, 나도 너한테 보고할 필요가 없거든.’

“이 일은 됐습니다. 여러분에게 맡길 일이 있습니다.”

허칠안은 품속에 있던 명단을 책상 위에 탁 내리치며 말했다.

“대장, 사람들을 데리고 명단에 있는 사람들을 조사해주십시오. 그녀들이 요족과 비교적 친하게 지냈다고 합니다. 더불어 4년 전에 교방사에 합류했거나 일시에 명성이 높아진 여자를 조사해주십시오.

여 포두, 자네는 한 집 한 집 수색하여 항혜를 체포하시게. 무조건 조심해야 하네.”

임무를 전달한 후, 허칠안은 앉아서 차를 한잔 마셨다. 교방사에서 발생한 일을 위연에게 보고할 예정이었다.

이때 가슴에서 진동이 느껴지자, 그는 즉시 편청을 나왔다. 그리고 변소로 들어가자마자 지서 파편을 꺼냈다. 오랫동안 소식이 없던 지서 채팅방에 드디어 누군가 접속한 것이었다.

[오: 내가 삼호의 빚을 갚으러 왔네. 음, 우리가 극연 탐색을 마쳤는데, 아주 큰 비밀을 알아냈지 뭔가.]

상대가 특별히 자신을 언급했기에, 허칠안은 침묵할 수가 없어서 대답했다.

[삼: 무슨 비밀인가?]

[오: 자네들, 자네들 내게 빚 하나를 지기로 결정한 건가?]

[이: 일단 들어보겠네.]

[사: 허, 문제없네.]

[오: 일호는 자리에 없는가?]

[일: 좋네.]

모든 사람이 의사를 표명하니, 오호가 문자를 보냈다.

[오: 고족의 7개 부락 사람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협력하여 고난을 극복하고, 죽기 살기로 탐색한 후에 마침내 극연에 도착했네…….]

[이: 쓸데없는 소리 말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시게.]

[오: ……우리가 극연에서 유가 성인의 조각상을 발견했네. 그는 심연을 응시하고 있었어.]

천지회 구성원들은 경악하더니, 이내 약속이나 한 듯이 삼호를 떠올렸다. 명색이 운록서원의 출중한 서생이니 어쩌면 무언가를 알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생각한 것이었다.

‘하지만 우리에게 알려주지 않겠지…….’

‘게다가 그에게 진 빚을 아직도 갚지 못했으니……. 영문도 모른 채 빚더미에 올라앉잖아…….’

그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오: 삼호, 자네는 운록서원의 서생이니 무언가를 알고 있겠지, 그렇지?]

천지회의 구성원들은 아주 기뻐했다. 오호가 제대로 질문했다.

‘내가 어떻게 알아, 나도 놀랐는데…….’

한편 허칠안은 정면으로 대답하지 않고, 문자를 입력했다.

[삼: 극연 안에 성인 조각상 말고 또 무엇이 있었나? 그리고 성인 조각상의 형태에 대해 자세히 묘사해주시게.]

이건 모두 별 영양가 없는 쓸데없는 말로, 순전히 더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함이었다.

[오: 극연 안에는 고신과 각종 고충 외에는 성인 조각상뿐이네. 아, 생각났다. 성인 조각상의 미간이 갈라져 있어 부족 어르신들이 걱정하시는 것 같았네.]

‘성인 조각상의 미간이 갈라졌다라……. 고족의 어르신들이 걱정을 하고…….’

이호의 마음이 동요했다.

[이: 자네들 말은 성인 조각상이 고신에 억압되어 있다는 것인가? 그렇지 않고선 멀쩡한 극연 안에 왜 성인 조각상이 나타나는 거지?]

[사: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네. 조각상, 구리 조소, 청동기 등을 매개로 하여 봉인 진법을 설치하는 건 지극히 흔한 일이지. 상고 시대에 인황이 구정(*九鼎: 쇠를 녹여 만든 솥)을 주조하여 구주 산하를 평정하고, 인족의 운을 단련한 것이 가장 좋은 예일세.]

[일: 그럼 성인 조각상의 미간이 갈라졌다는 건 봉인이 불안정하다는 뜻인가? 그래서 고신이 1차로 회생한 것이고.]

[사: 그럴 가능성도 있겠군.]

이 주제는 빠르게 지나갔다. 어쨌거나 고신의 급(級)과 남강은, 모두 그들과 거리가 아주 요원한 주제였기 때문이다.

허칠안이 문자를 입력했다.

[삼: 일호, 자네 최근에는 내게 상백 사건에 대해 묻지 않던데, 고서에서 무슨 단서라도 찾아낸 겐가?]

[일: 단서는 없네.]

말을 마친 일호는 말없이 잠수했다.

일호의 행동이 다소 이상했다.

‘예전에는 분명히 상백 사건에 관심이 많았는데……. 그런데 수일이 지나도록 그(그녀)가 사건이 얼마나 진전이 됐는지 묻지 않고 있잖아.’

허칠안은 문자를 입력했다.

[삼: 이호, 주적웅의 행적에 단서가 생겼는가?]

[이: 아니, 내가 자네를 대신해 신경 쓸 것이네.]

‘인해망망(人海茫茫)이로군. 역시나 그렇게 쉽게 찾을 수 있는 게 아니었어.’

허칠안은 실망하면서도 당연한 일이라 생각했다.

그들은 잠시 또 토론을 벌였다. 사호 등이 육호의 행방에 관심을 보이며 구호 금련 도사를 소환했지만, 도사는 반응이 없었다.

‘……금련 도사, 오늘 날씨 화창하다고 지붕에서 나른하게 햇볕 쬐고 있는 거 아니야?’

허칠안이 속으로 비방하던 중, 돌연히 금련 도사의 문자가 보였다.

[구: 삼호, 나와서 나 좀 보게.]

“잉?”

허칠안은 잠시 어리둥절했으나 이내 깨닫고, 옥석경을 집어넣고 변소를 빠져나와 빠른 걸음으로 관아 입구로 향했다.

그는 문 앞에서 한참을 두리번거리다, 길 건너편에 황갈색 고양이 한 마리가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고양이는 꼬리를 높게 치켜세우고, 야경꾼 관아 입구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허칠안이 자연스레 걸어가 황갈색 고양이 옆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황갈색 고양이가 침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육호를 찾았네.”

“찾았다고요?”

허칠안은 무의식중에 말을 내뱉었다. 더는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허칠안은 흥분하여 고개를 돌려 황갈색 고양이를 쳐다봤다.

황갈색 고양이는 경계하는 눈빛으로 야경꾼 관아를 주시하며 말했다.

“바로 얼마 전에 내가 육호의 지서 파편을 감지했네……. 하지만 내가 자네를 찾으러 오는 길에 지서 파편 간의 연락이 끊어졌어.”

“그럼 육호는…….”

허칠안의 얼굴빛이 변하자, 황갈색 고양이가 고개를 저었다.

“자세한 상황은 모르네. 예상이 맞았어. 그는 봉인된 것이 맞았네. 그리고 방금 어떤 이유에서인지 봉인이 풀렸던 거야.”

말을 마친 황갈색 고양이는 잠시 멈칫하더니 말을 잇지 않았다.

왜 갑자기 봉인이 해제된 것인지 살펴보자면, 두 가지 가능성뿐이었다.

‘하나는 육호가 옮겨졌거나 둘, 육호가 사라진 거다.’

“빨리 가서 위연에게 알리게.”

황갈색 고양이가 재촉했다.

허칠안은 무표정을 한 고양이가 무슨 생각인지는 잘 알 수 없었지만, 그의 말투에서 도사의 다급함을 느낄 수 있었다.

‘도사가 비록 약삭빠른 인간이지만, 천지회 내부 구성원들에게는 마음을 쓰는 편이다. 이는 내게 좋은 일이지.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그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된다…….’

허칠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제가 바로 가겠습니다.”

허칠안은 이내 관아로 쏜살같이 내달렸다.

그의 뒷모습이 사라져 보이지 않자, 황갈색 고양이는 코를 킁킁거리며 사색에 잠겼다.

‘낙옥형은 도대체 무슨 생각이지? 시종일관 나서지 않고 있잖아. 그녀의 수련 경지와 나이로 볼 때 액운이 아직 오지 않았을 테니 나서지 않을 이유가 없다.

국사가 되고자 하면서도 황제와 쌍수하기를 원치 않으니, 그녀가 도대체 무슨 꿍꿍이인지 모르겠어. 우선 육호를 구하자. 그가 아직 죽지 않았다면.’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있던 금련 도사는 고양이 울음소리를 듣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주위를 살폈다. 회색 고양이 한 마리가 걸어와 그를 에워싸고 빙빙 돌며 여기저기 냄새를 맡았다.

금련 도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걱정거리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회색 고양이가 그의 뒤로 돌아가 엎드렸다.

금련 도사는 잠시 어리둥절하다가 바로 이 상황을 깨달았고, 화가 난 나머지 고개를 돌려 회색 고양이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 * *

허칠안은 미친 듯이 달려 호기루로 돌진했다. 그는 굳이 예의를 차리며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달리는 도중에 시위에게 금패를 꺼내 보이며 호통쳤다.

“몹시 화급한 일이니 썩 비켜라.”

7층에 도착하니, 뒷짐을 지고 전망청에 서 있는 위연이 보였다.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냐.”

“위 공, 항혜의 소식이 있는 것 같습니다.”

허칠안은 쓸데없는 말은 다 생략하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어떻게 찾은 것이냐?”

위연이 몸을 돌리며 묻자 허칠안이 답했다.

“천지회의 금련 도사가 지서 파편 간의 반응을 통해 마침내 얼마 전에 육호의 위치를 확인했다고 합니다. 천지회 육호는 항혜의 사형이자 청룡사의 승려로, 법호는 항원입니다. 그는 사제 항혜의 행방을 조사하다가 아무 이유 없이 사라졌지요. 저는 그가 항혜나 요족에게 봉인되었다고 의심했습니다.”

다시 말해서 육호가 있는 곳에는 요족이나 항혜가 있다는 말이었다. 어느 쪽이든 가볍게 봐서는 안 됐다.

위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다실로 돌아가 탁자 위의 붓을 들고 글을 써 내려간 후 옥석 인장을 찍었다.

“내 명령서를 들고 양연을 찾아가게. 그에게 모든 금라를 소집하여 일각 내에 관아 앞마당에 집결하게 하라고 전하게. 다른 건 자네가 신경 쓸 거 없네.”

“금련 도사가 관아 밖에 있습니다. 그가 길을 안내해야…….”

허칠안이 나지막이 말했다.

“나도 알고 있네.”

위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있습니다.”

허칠안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항혜가 내성에 있으니 만일 전투가 벌어지면 평범한 백성들이 죽고 다칠 게 분명합니다.”

인근 백성들이 대규모로 흩어지면 틀림없이 상대에게 발각될 것이었다. 비록 사천감의 진법이 견고하다지만, 미리 설치할 수 없어 소용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이는 피할 수 없는 일이지.”

위연이 그를 응시하며 일깨웠다.

“이 역시 나도 줄곧 자네에게 얘기하고 싶었던 부분이네. 나도 마찬가지로 사람의 목숨을 경시하는 존재들을 증오해. 하지만 때로는 우리도 취사 선택을 할 줄 알아야 하네.

항혜는 상백 사건, 봉인물, 요족의 음모에 모두 관련되어 있어. 기회가 있다면, 어떠한 대가를 감수하고서라도 체포하거나 죽여야 해. 절대로 한순간의 도덕 관념 때문에, 작은 것을 취하려다가 큰 것을 놓치면 안 돼. 그렇게 되면 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뿐일세.

평원백 일가 전멸 사건의 권종을 열람해보았네. 봉인물이 원기를 삼켜 자신을 강대하게 만드는 걸 즐기더군. 항혜가 현재 그 악의 근원을 죽이지 않았지만, 그가 계속해서 얌전하게 칩거하리라는 건 보장할 수 없네. 봉인물이 강대해지면 평민들의 원기도 제멋대로 삼켜버릴 것이고, 그러면 더 많은 사상자가 발생할 것이야.”

‘위연이 내게 지난번과 같은 실수를 범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는 거다. 주 은라를 칼로 벤 일에 대해 그는 겉으로는 별말 하지 않았지만, 내 행동을 결코 인정하지 않는 거겠지. 그는 책략가이지만 나는 경찰이다. 물론 내가 교방사의 이쁜이들의 안위에 열을 올리기는 한다만……. 음, 이건 쓰레기가 아니야. 그녀들에게 집을 주고 싶은 거야.’

생각이 번뜩이는 사이, 허칠안은 읍을 올리며 말했다.

“네.”

이어 허칠안은 명령서를 받들고 물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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