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대타경-135화 (135/712)

135화. 풀 죽은 금라들

가만히 있던 양연이 입을 열었다.

“우리 야경꾼에서는 심지어 금라가 나서지도 않았네. 사건을 처리하는 담당자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동라일세.”

‘이게 너랑 무슨 상관이라고 네 말투가 그렇게 득의양양한 것인지…….’

양천환은 몸을 돌리지 않고, 속으로는 비난하며 되물었다.

“동라? 자세히 얘기해 보시게.”

“이 동라는 자네도 알 것이야. 음, 그는 사천감에서도 유명하거든.”

강율중은 허칠안에 관한 소문을 떠올렸다. 그가 일찍이 사천감에서 백의 술사들에게 강의한 적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허칠안이라는 자일세.”

“허칠안?!”

양천환의 목소리가 다소 격앙됐다.

허칠안에 대해서는 그도 알고 있던 것이, 막 사천감으로 돌아오자마자 그자가 사제들에게 수업을 해줬다는 얘기를 들었던 것이었다.

‘정말이지 너무 주제넘게 나서는 것 아닌가……. 강적이다.’

상백 사건 역시 그가 처리한다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보아하니 꽤나 잘한 듯했다.

‘또 아주 주제넘었지만……. 강적이다.’

“그 오른팔의 정체는 무엇인가?”

남궁천유가 분통해하며 물었다.

“모르겠군. 하지만 그의 주인은 분명 2품 이상이네. 내가 무사 체계에 대해 잘 모르기는 하지만……. 허, 물론 알 가치가 없기는 하다만.”

양천환의 말투는 쓸쓸한 검객처럼 차분했다.

‘이 인간이 경성을 떠난 지 수개월이 지나더니, 병세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나보군.’

금라들은 속으로 생각했다.

* * *

어제 일로 기진맥진하고 가벼운 상처까지 입은 허칠안이 잠에서 깼을 때는, 이미 날이 밝아진 채였다.

묘시는 분명히 이미 지났을 테니 어차피 지각한 거, 허칠안은 오히려 서두르지 않고 느릿느릿 옷을 입고 세수하고 양치질을 한 후, 담을 넘어 본채에 아침밥을 먹으러 갔다.

본채에 가까워지니 식탐이 많은 어린아이가 엉엉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울음소리에 중기(中氣)가 충만하여 마치 굶주린 용이 포효하는 것 같았다.

바깥 대청에 들어서니 허평지는 이미 출근한 상태였고, 늦게 일어난 숙모와 영월은 아침밥을 먹고 있었다. 허영음은 두 손을 허리에 대고 몸을 앞으로 기울여, 엄마를 향해 음파 충격을 주고 있었다.

숙모는 눈살을 찌푸린 채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이고 밥을 먹었다.

녹아가 옆에서 허영음을 위로했다.

“콩알이, 무슨 일이야?”

허칠안이 웃으며 묻자, 허영월이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돌리곤 깡충깡충 뛰며 말했다.

“큰 오라버니, 오늘 쉬는 날이에요?”

“늦잠 잤어…….”

허칠안이 창피하다는 듯 말했다.

“큰 오라버니, 큰 오라버니.”

허영음이 짧은 다리로 달려와 한 손으로는 허칠안의 옷자락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엄마와 언니를 가리키곤 씩씩대며 말했다.

“어머니랑 언니가 내 닭다리를 뺏었어. 어머니랑 언니는 어린아이 닭 다리마저 뺏어 먹어……! 엉엉엉…….”

‘과한데?’

허칠안이 숙모와 여동생을 쳐다보자, 숙모는 코웃음을 치며 설명하기도 귀찮아했다.

허영월이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어젯밤에 영음이 닭다리 하나를 남겼는데, 아껴먹는다고 방 안으로 가져갔어요. 그런데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닭다리가 없어진 걸 보고는 저와 어머니가 훔쳐 갔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럼 어젯밤에 내가 간 후의 일이겠군. 그렇지 않으면 지금쯤 허영음은 숙모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내가 몰래 닭다리를 훔쳤다고 비난할 게 뻔하지…….’

허칠안이 콩알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큰 오라버니가 사건 처리 전문이니까, 대신 해결해줄게.”

콩알이는 듣자마자 기뻐하며, 음식을 뺏어 먹는 것 말고는 큰 오라버니가 최고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큰 오라버니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엄마와 언니를 향한 적개심을 불태웠다.

허영월이 허칠안의 눈을 쳐다보며 말했다.

“제가 영음을 돌보는 여종에게 물어보니, 영음이 한밤중에 일어나서 먹었다고 하는데 전혀 믿지를 않아요.”

허칠안이 고개를 숙이고 물었다.

“네가 먹었어?”

“나 아니야!”

이어서 허영월이 말했다.

“여종이 말하길, 영음이 눈을 감고 먹었대요. 그리고 저희가 영음이 침상 머리맡에서 아주 깨끗하게 발라 먹은 닭다리뼈를 찾았어요. 그건 얘가 먹는 방법이라고요.”

“큰 오라버니, 분명히 언니가 먹은 거야. 언니가 속이는 거야!”

허영음은 자신이 먹기 아까워했던 닭다리를 자신이 먹어버렸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큰 오라버니는 누가 먹었는지 알겠는데?”

“누군데?”

‘네 입으로 먹은 건데 네 머리가 모르는 거잖니…….’

허칠안이 말했다.

“귀신이야.”

“귀신이라고?”

허영음은 깜짝 놀라 발음도 어눌하게 했다.

“어린 애 놀리지 말고.”

숙모가 언짢아하며 어린 딸에게 말했다.

“귀신에 소금을 뿌려서 기름에 넣고 튀기면 닭다리보다 더 맛있단다.”

이를 들은 허영음은 무서워하면서도 어쩐지 동경하는 얼굴을 했다.

* * *

아침밥을 다 먹은 허칠안은 곧장 말에 올라 관아로 향했다. 눈을 가늘게 뜬 송정풍이 말했다.

“칠안, 위 공께서 방금 사람을 보내 자네에게 호기루로 오라고 하셨네.”

“나 지각했다고 말하진 않았겠지?”

“변소에서 볼일을 보고 있다고 말했네.”

“…….”

허칠안은 고개를 끄덕이고 몸을 돌려 호기루로 향했다.

시위대를 통과한 그는 빠른 걸음으로 호기루를 올랐고, 이내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깜짝 놀랐다.

다실 안에는 위연을 제외하고도 몸에 상처를 입은 금라 네 명이 있었다. 양연은 팔을 면포로 감싸 매달고 있었는데, 팔뼈가 부러진 것 같았다.

강율중은 이마를 꽁꽁 싸매고 있었고, 한쪽 발에만 장화를 신고 다른 한쪽 발은 두꺼운 면포로 감싼 채였다.

남궁천유는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했지만, 얼굴색이 창백한 게 마치 종이 인형 같았다.

다른 한 사람은 처음 보는 금라였는데, 머리에 두꺼운 면포를 감고 있었다. 거리에서 싸우다가 머리가 깨진 듯했다.

이 광경은 황당무계하면서도 우스꽝스러웠다. 위풍당당한 고품 무사가 패싸움에 진 건달들처럼 의기소침해져 있었으니 말이다.

“풉…….”

허칠안은 고개를 돌렸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웃나?”

금라 네 명이 무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

“웃지 않았습니다…….”

허칠안은 인정하지 않았다.

위연은 허칠안에게 오라고 손짓한 뒤, 맞은편 자리를 가리키며 앉으라고 했다.

“어젯밤에 항혜가 나타났네. 목표는 병부상서 저택이었어.”

허칠안은 장난스러운 표정을 거두고 진지해졌다.

“그럼 금라께서…….”

위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항혜가 입힌 상처들이지. 어젯밤 관아에서 병부상서 저택과 재상 저택에 함정을 파놓았다네. 금라 넷에 감정의 삼제자 양천환까지 달라붙었는데, 다섯 명의 4품 고수도 항혜를 잡아두지 못했네.”

이 결말이 허칠안은 놀라우면서도 놀랍지 않았다. 다섯 명의 4품 고수가 모여 출전할 것이라곤 생각지도 못했지만, 상백 밑의 봉인물이 당연히 그 정도일 거라는 건 놀랍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천이 무엇인지 똑똑히 보셨습니까?”

허칠안이 묻는 것은 봉인물 그 자체였다.

“끊어진 한쪽 손이오.”

강율중이 대답했다.

‘역시……, 역시 그 괴상한 손이었어.’

허칠안이 위연을 보며 물었다.

“위 공, 이건 몇 품입니까?”

‘한쪽 손이 그만한 실력을 가졌으니 주인은 어떤 경지여야 한단 말인가?’

“적어도 2품일세.”

‘적어도 2품, 하지만 아마도 1품이겠지……. 그렇지 않고선 소멸이 아니라 봉인일 수가 없어.’

허칠안은 추측하며 말했다.

“그럼 봉인물은 도대체 무슨 내력을 지닌 겁니까? 요족과 관련이 있는 것입니까?”

“이 일은 아주 큰 비밀과 얽혀 있어 구체적인 내막은 나도 잘 알지 못하네.”

위연은 털어놓기를 꺼렸다.

‘끊어진 한쪽 손과 강자 한 명이 사천감, 황실 그리고 불문과 관련되어 있다. 또한 오백 년 전의 역사와도 연관되어 있지.’

허칠안은 생각하면서 금라들을 훑어보며 그들의 눈빛에서 실마리를 좀 얻어내려 했다.

금라들은 동라의 관찰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항혜는 기운을 차단하는 법기를 가지고 있기는 하나, 현재 확신할 수 있는 건 그가 아직 성을 나가지 않았다는 것이야. 내가 오늘 아침에 폐하께 상황을 보고드렸네.”

위연이 온화하게 말했다.

“자네는 계속 조사하시게.”

허칠안은 대환관의 숨은 뜻을 알아듣고는 물었다.

“병부상서께서는요?”

“보호 명목으로 저택에 연금되어 있네.”

“소직, 지금 바로 조사하러 가겠습니다.”

허칠안은 위연의 의도를 알아차렸고, 위연은 일깨워 주며 말했다.

“장 상서는 2품 고관이니 도를 넘지 마시게. 4품 이상은 망기술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규칙이나 자네는 여전히 술사를 거느릴 수 있게 허락하겠네.”

‘이 말뜻은, 술사의 고발이 증거가 될 수는 없지만, 내가 참고할 수는 있다는 것이군…….’

허칠안이 읍하며 대답했다.

“예.”

그는 풀이 죽은 금라들을 보면서 또 ‘풉’하고 소리를 내더니, 금라들이 화를 내기 전에 얼른 다실을 나왔다.

* * *

“이 뻔뻔한 놈 같으니라고. 점점 대담해지는군.”

강율중이 거친 숨을 내쉬며 울화가 치밀어 말했다.

“저런 담력이 없이 감히 상급에게 칼을 휘둘렀겠어?”

검을 다루는 금라가 웃으며 말했다.

“애석하게도 양연에게는 잘하니까 말이야. 자네가 몰라서 그러네. 저놈 자질이…….”

위연이 강율중을 쳐다보곤 말을 끊었다.

“꼭 쓸데없는 말을 하지.”

강율중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

검을 다루는 금라가 눈썹을 치켜올리며 캐물었다.

“자질이 어떤데? 등급을 매기자면? 갑(甲)?”

강율중은 일부러 웃으며 대답은 하지 않았고, ‘넌 너무 순진해’라는 표정을 지으며 악의적으로 약을 올렸다.

‘갑(甲)이 아니라고? 설마 갑보다 위야?’

검을 다루는 금라는 머리를 휙 돌려 위연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위 공?”

위연은 차를 마시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 금라는 이런 모습을 보니 더욱 궁금해져,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 시작했다.

‘갑(甲)급 자질이라면 나를 속일 리가 없는데……. 설마 정말 갑(甲) 이상인가? 불가능하다. 갑(甲) 이상의 자질은 몇십 년 동안 나온 적이 없는데. 하지만 그들의 태도가 바로 이 점을 증명하는 것이 아닌가……? 만약 그렇다면 동라 허칠안을 손에 넣지 않을 이유가 없지.

위 공께서 숨기시는 것도, 사람을 얻고자 금라들끼리 분쟁이 일어나는 걸 피하기 위해서인 것 같다……. 음, 내가 몰래 계획해서 그자를 쟁취해야겠다. 젊은 사내들이 중시하는 게 기껏 해봤자 은자와 여인 아닌가.’

안면 신경 마비인 양연은 먼저 말을 꺼내 화제를 돌렸다.

“의부님, 폐하께서는 어떤 태도이십니까?”

위연이 미간을 문지르며 한숨을 쉬었다.

“최대한 빨리 항혜의 행방을 찾아야 한다. 경찰 기간에는 설령 나일지라도 대규모 탄핵을 막아낼 수는 없을 듯하군.”

금라 네 명이 심각한 표정을 지으니, 위연은 강요에 못 이겨 이 말을 하며 상황이 아주 심각하다는 걸 설명했다.

위연이 환관의 신분으로 야경꾼을 관장하고, 온 조정의 문무백관과의 관계가 좋지 않은 건 둘째치고, 악당이 내성에서 횡포를 부리고 살인을 저지르는 걸 너그럽게 봐주는 것만으로도 관리들을 공황 상태에 빠트리기에 충분했다.

“제가 반드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위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말로만 하지 마시게. 최근 조정에서 관아의 금라는 하나같이 쓸모없고, 사건을 전부 동라 하나가 맡아서 처리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으니.”

‘의부님은 갈수록 허칠안을 아끼시는군…….’

양연과 남궁천유가 눈을 맞추며 서로의 속마음을 가늠했다.

‘이 일은 반드시 잘 처리해야 해. 빠른 시일 내로 항혜를 잡아야 한다. 다행히 이런 공무는 허칠안이 하지 못하니, 일개 동라가 또 튀어나와 공을 가로챌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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