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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106화 (106/712)

106화. 아슬아슬하게 고비를 넘기다

허칠안은 즉시 내원으로 가 허영음의 방문을 두드렸다. 문을 연 건 허영음의 시중을 드는 여종이었다.

여종은 기대 반 경계 반으로 다소 민망해하며 말했다.

“큰, 큰 공자님 무엇 때문에 그러시나요?”

‘날이 아직 어두운데 와서 문을 두드리시다니, 설마 큰 공자님이 기회를 틈타 뭔 짓이라도 하려는 건 아니겠지?’

허칠안은 영음을 깨우러 온 것이라고 전했다.

허칠안이 발을 떼고 방에 들어서니 두꺼운 솜이불 속에 웅크리고 있는 허영음이 보였다. 마치 이불 아래에 작은 베개 하나를 숨겨 놓은 것만 같았다.

허칠안은 손바닥으로 허영음의 엉덩이를 한 대 치며 깨웠다.

허영음이 흐리멍덩하게 눈을 뜨고 침을 닦고선, 우물쭈물하며 말했다.

“뭐예요…….”

“일어나서 아침밥 먹어라.”

“아…….”

“일어나라니까!”

“드르렁드르렁…….”

“오늘 아침밥은 양찜, 곰 발바닥 찜, 사슴 꼬리 찜, 오리 산초 구이, 병아리 구이, 거위 구이, 돼지 수육, 오리 수육, 닭고기 조림(*중국 잰말놀이의 일종)…….”

침상에 누워있던 허영음이 갑자기 팔다리를 허우적거리며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그녀의 뇌는 아직 자고 있었지만, 몸은 이미 아침밥을 먹으러 가고 싶어 어쩔 줄 몰라 하는 것이었다.

여종이 콩알이의 얼굴을 씻기고 이를 닦아주었다. 허칠안은 그녀를 안고 대청으로 걸어갔다. 허영음은 아래턱을 허칠안의 어깨에 괴고, 엉덩이를 치켜들고 있었다. 맛있는 음식을 놓칠까 봐 자고 싶어도 잘 수가 없었다.

“자면 안 돼. 오라버니가 노래 불러주마.”

“오…….”

“토끼야, 착하지. 빨리 문 좀 열어 주렴. 내가 들어갈게. 안 열 거야, 안 열 거야, 안 열 거야. 서방님이 오지 않아서 누가 와도 안 열어 줄 거야…….”

* * *

대청에 도착하여 밥상 위의 찐빵과 콩국, 유조를 본 허영음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녀는 억울한 나머지 곧 울음을 터뜨릴 기세였다.

“이건 내가 원하던 아침 식사가 아니야. 내 양찜, 곰 발바닥 찜, 사슴 꼬리 찜, 오리 산초 구이, 병아리 구이, 거위 구이, 돼지 수육, 오리 수육, 닭고기 조림은……?”

‘이걸 다 기억한다고?!’

허칠안은 눈을 희번덕였다.

“오라버니가 너를 속인 거야.”

허영음은 으앙 하고 울기 시작했다. 그녀는 두 손을 뒤로 하고, 몸을 앞으로 기울여 허칠안을 향하게 하더니, 음파 공격을 퍼부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 뒤, 혼란했던 식사가 끝났다.

“진작 알았다면 그 애를 부르지 않았을 거야. 하도 시끄럽게 굴어서 가슴이 답답하구나.”

허평지는 투구를 껴안고 중얼거리며 방을 나섰다.

“그러게요. 저도 비로소 숙모의 고충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숙모가 고생이 많으시네요.”

허칠안 역시 중얼대며 물러났다.

남겨진 허영음은 여종의 시종을 받으며 울면서 밥을 먹었다.

비록 양찜, 곰 발바닥 찜, 사슴 꼬리 찜, 오리 산초 구이, 병아리 구이, 거위 구이, 돼지 수육, 오리 수육, 닭고기 조림이 없어 매우 속상했지만, 그러면서도 먹는 것은 가능했기 때문이다.

* * *

위연은 금란전에서 나와 머릿속으로 오늘 조당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복기하는 중이었다. 그때 문득 누군가 뒤에서 소리치는 게 들렸다.

“위 공,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고개를 돌려 보니 유 공공이었다.

위연은 출세하기 전에도 궁중의 관리로 있었기 때문에, 유 공공과는 친분이 매우 두터웠다. 위연이 웃으며 대답했다.

“유 공공, 어쩐 일이십니까?”

유 공공이 좌우를 두리번두리번 살피더니 소매에서 선지 몇 장을 더듬더듬 꺼내, 위연에게 찔러주었다.

“저희가 옮겨 쓴 것이니 위 공께서도 한 번 보십시오.”

위연은 찰떡같이 알아듣고는 웃으며 말했다.

“후일 입궁하면 공공께 조촐하게 한 잔 청하겠습니다.”

* * *

위연은 오문을 나와 마차에 올랐다. 마차를 모는 양연은 한 마디도 하지 않은 채 관아로 향했다.

위연은 선지를 꺼내 들고 잠시 보더니,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의부님, 무엇을 보고 계신 겁니까?”

밀착 호위를 담당하는 남궁천유가 축 늘어져 찻간(*車間: 사람이 타는 칸)에 기댄 채로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본디 오늘 폐하께 꾸중을 들으리라 여겼는데, 뜻밖에도 순조롭게 넘어갔네.”

위연이 웃으며 말했다.

“순조롭게 넘어갔다고요?”

적재함 바깥에 있던 양연이 의아해하며 반문했다.

입조(入朝)하러 가는 길에 위연은 조당의 형세를 머릿속에 그려 본 터였다. 그는 입조(入朝) 전에 형세를 예상하고, 입조(入朝) 후 복기하는 습관이 있었다.

애당초 이번 조회에서는 분명히 탄핵을 당할 것이고, 원경제가 그 여세를 몰아 꾸중하거나 어느 정도의 처벌을 내릴 것이라 여겼다.

위연의 추측은 틀림없었다. 상백 사건은 확실히 정적을 공격할 만한 좋은 구실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다만, 그는 일이 이렇게 얼렁뚱땅 끝맺어질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

남궁천유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무도 이 기회를 틈타 의부님을 공격하지 않았다고요?”

위연은 꼬깃꼬깃 구겨진 종이를 건네며 빙그레 웃었다.

남궁천유는 종이를 받고 빠르게 훑어보았다. 종이에는 형부와 부아의 모든 관원들이 상백 사건의 경위에 대해 참작하고 분석한 내용이 기록돼 있었다.

결코 큰 가치가 없었기에 그는 빠르게 넘겨봤다. 그러다 한곳에 시선이 고정되더니, 자세히 읽어내리기 시작했다.

‘영진산하 사당을 폭발시킨 화약이 뜻밖에도 대황산의 초석광이라니……. 기관은 누군가에게 멸구 당했고, 금오위는 요족과 사사로이 내통했다……?’

상백 사건의 전체적인 내막이 단번에 짜 맞춰졌다.

남궁천유는 놀란 기색을 감출 수 없었다. 그는 이 사건을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어느 정도 관심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 허칠안이라는 수석 수사관에 대해 간섭하거나, 혹은 돕지 않아야겠다는 마음가짐을 지니고 있던 것이다.

남궁 금라의 경험에 근거하여 판단해 볼 때, 이 사건에 대해 갈피를 좀 잡으려면 3~5일로는 불가능했다.

하지만 전혀 예상치 못하게, 딱 하루 만에 이런 수확을 거둔 것이다.

“사건 처리에 뛰어난 자로구나.”

그는 도화안(桃花眼)을 가늘게 뜨고는, 마침내 허칠안에 대해 어느 정도 확신이 생겼다는 듯 말했다.

“사건 처리에 뛰어난 자라?”

양연의 목소리가 마차 밖에서 들려왔다. 그는 아주 흥미로워하며 따져 물었다.

“허칠안을 가리키는 건가?”

양 금라는 허칠안이 육성할 만한 가치가 있는 젊은이라고 생각하여, 매우 눈여겨보던 터였다.

남궁천유가 ‘흥’ 하며 말했다.

“자네 운이 아주 좋구먼. 이렇게 좋은 모종을 줍고 말이야.”

양연은 아주 만족스러워하며 마차를 모는 데 열중하였다.

* * *

야경꾼 관아에 도착해 호기루로 돌아오자, 위연이 말했다.

“허칠안에게 나를 찾아오라고 전하거라.”

* * *

허칠안은 이때 마침 안독고(*案牘庫: 사건과 관련된 문서를 보관하는 곳)에 숨어서 자료를 찾는 중이었다.

‘일호가 얘기한 것처럼 오백 년 전, 실제로 무종 황제가 황위를 찬탈한 일이 있었군.’

이 밖에도 오백 년 전의 황족에 대해 대봉의 개국황제를 제외한 다른 이들의 자료는 전부 명확하게 기록되어 있지 않았다. 아마도 파기되어 이름만 남은 것 같았다.

그러나 확신할 수 있는 한 가지는, 상백에 봉인된 것이 사촌 동생에게 황위를 빼앗긴 운 나쁜 황제는 절대 아니라는 점이었다. 왜냐하면 그 황제는 14세에 대를 이을 아들이 생겼기 때문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무사는 연기경에 이르기 전까지 동정을 잃으면 안 되지……. 음, 동정 딱지를 못 뗀 게 아니라 아직 적절한 시기가 오지 않은 것뿐.’

“오백 년 전 3품 이상의 어느 고수 하나를 조사해 보거라. 실수하거나 누락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네!”

일고여덟 명의 하급 관리들이 명령을 받들었다.

창가 옆 탁자에는 노란색 긴 치마를 입은 소녀가 한 손으로는 뺨을 괴고, 한 손으로는 튀긴 어묵 완자를 쥐고 쉴 새 없이 입으로 넣고 있었다. 두 다리는 책상 밑에서 흔들거리고 있었는데, 이따금 자수가 놓인 희고 앙증맞은 장화가 드러났다.

“내가 갑자기 한 가지 일이 떠올랐는데 말이오.”

허칠안이 튀긴 어묵 완자를 가지러 가려 하니, 계란형 얼굴의 미인이 재빨리 손으로 허칠안의 손을 내리쳤다.

허칠안이 기침을 하며 말했다.

“튀긴 어묵 완자는 먹을 만하오?”

“맛있지.”

저채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먹지 않아도 배불러서.”

“왜?”

“낭자를 바라보고만 있어도 든든하거든.”

허칠안은 나름 훈남 미소를 지었다.

저채미는 약간 당황하다가 이내 눈썹을 치켜올렸다. 저 호색가를 욕하고 싶다가도 듣기에 애매한 것 같기도 하고, 호색가가 하는 상스러운 말과는 또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허칠안은 총명하게도 화제를 돌리며 말했다.

“그대에게 가르침을 청하고 싶은 일이 한 가지 있소.”

저채미는 입속의 완자를 삼키곤 정색했다.

“무슨 일인데?”

“어떤 방법을 써야 사천감의 망기술을 차단할 수 있소?”

허칠안이 물었다.

“고품 강자 모두 자신의 기운을 들키지 않게 할 수 있기는 한데, 이 역시 상대적이야. 나는 7품 풍수사니까 내 망기술을 차단할 수 있는 고품 무사는 적게 말해도 5품은 돼야 해. 6품은 안 돼.”

저채미가 득의양양하게 말했다.

‘나는 8품 연기경이니 내 책을 이용한 망기술을 차단할 수 있으려면, 주 백호는 동피철골경이어야 하나 그가 동피철골경이 아닌 건 확실하다…….’

허칠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해서 물었다.

“그 외에는?”

“그 외에는 법기에 달렸고.”

저채미는 남을 가르치려 드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허칠안이 묻지 않아도 알아서 재잘재잘 설명하기 시작했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법기가 있어. 하나는 우리 사천감의 진법사가 진법을 익혀 정련해 낸 기구야. 둘째는 시기와 인연이 딱 들어맞아 얻어 낸 신묘한 물품이고. 후자는 그 종류가 많아. 예를 들면 천년 고목이 벼락에 맞았는데, 남아 있는 벼락 나무에 지극히 강하고 따뜻한 위력이 서렸다는 거지.

또 예를 들자면 고품 강자가 몸에 휴대하고 다니는 물품은 오랜 세월 동안 그 기운을 받아 온양하여, 모종의 신묘함을 지니고 있어. 하지만 이것도 대부분 그런 고품 강자들 능력의 연장선이지.”

“경성에는 기운을 감추는 법기가 있소?”

허칠안은 거두절미하고 본론으로 들어갔다.

“우리 사천감에 있기는 하지만, 다른 곳은…….”

저채미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따가 송 사형에게 좀 물어보러 가 봐야겠어.”

“……그러시오. 그럼 이 일은 좀 부탁하겠소.”

* * *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하급 관리들은 오백 년 전에 고품 무사였을 수도 있는 사람들을 벌써 추려냈다.

그들은 열 몇 명 정도로 명단이 많지는 않았는데, 모두 고품 무사로 의심되는 존재들이었다.

관아 측 기록에는 누구누구가 몇 품 강자라고 명확하게 쓰여있지 않았기 때문에, 하급 관리들은 오백 년 전에 정사를 기록할 자격이 있었던 고급 장교들의 행적을 통해 품계를 유추해냈다.

예를 들어 진북왕은 수십 년 동안 북방을 지켜왔고, 평생 수백 번의 전쟁을 치렀으므로 그는 의문의 여지 없이 고품 강자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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