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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99화 (99/712)

99화. 형부에서 사건을 해결 못하면 내가 하지!

야경꾼과 함께 의사당 문어귀에 도착한 하급 관리가 작은 메추라기마냥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야, 야경꾼이 도착했습니다…….”

의사당 내, 10여 명의 대권을 잡은 관원들의 시선이 일제히 문어귀로 쏠렸다.

허칠안은 대관원들의 시선을 받으며 문턱을 넘어갔다. 그가 공수하면서 입을 열었다.

“본관 허칠안이라 합니다. 여러 대인분들께 인사를 올립니다.”

현장에 있는 사람들을 한번 훑은 허칠안은 낯익은 여인의 모습을 발견했다. 바로 경조부 포두 중 한 명인 여청이었다.

여청도 그를 주시했다. 그녀의 눈빛은 의아함으로 가득했다. 그녀는 은라 두 명과 여타 동라들이 허칠안을 맨 앞에 세웠다는 것에 특히 놀란 듯했다.

형부의 한 관원이 허칠안을 보더니 담담하게 말을 꺼냈다.

“이렇게 큰 사건에, 야경꾼에서는 금라 한 명도 파견하지 않은 겐가? 본관, 내일 필히 상서하여 야경꾼 관아를 탄핵해야겠네.”

허칠안도 담담하게 답했다.

“야경꾼이 사건을 수사하는데 제가 형부에 보고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까?”

허칠안은 잠깐 멈칫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듣기로는 형부에서 대리사, 예부, 궁중 차역들을 가두고 우리 야경꾼이 심문하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있다던데. 상서 대인, 소인 감히 묻겠습니다. 이것이 무슨 뜻인지요?”

허칠안과 일면식이 있었던 손 상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허칠안을 보지도 않고 무표정으로 찻잔을 들더니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관장에서 찻잔을 든다는 것은 손님을 배웅한다는 뜻이었다. 즉, 허칠안이 손 상서의 허락도 없이 앉은 것을 꾸짖는 의미였다.

허칠안은 입을 삐죽거리더니 더 이상 따지지 않고 말없이 자리를 찾아 앉았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허칠안이 고분고분 자리를 찾아 앉은 것이, 손 상서의 위엄에 고개를 숙인 것이라 여겼다.

이때, 하급 관리 한 명이 황급히 달려와 야경꾼을 한번 둘러보더니 형부의 한 관원에게 귓속말로 몇 마디 했다.

그러자 형부 관원의 안색이 크게 바뀌더니 탁자를 내리치면서 일어나 허칠안을 가리키면서 호통쳤다.

“이럴 수가! 아예 법도가 없는 이로구나!”

자리에 있던 모든 관원이 눈썹을 찌푸렸다.

손 상서가 물었다.

“무슨 일인가?”

형부 관원이 공수하더니 격분에 못 이긴 목소리로 고했다.

“상서 대인, 유 공공! 야경꾼들이 형부 대문 앞에서 사람을 죽였답니다! 그것도 관직에 있는 군관을 죽였습니다. 얼마나 오만하고 망령되었으면, 이런 짓을 공공연히 할 수 있단 말입니까? 필히 엄벌하셔야 합니다!”

자리에 앉아있던 관원들이 깜짝 놀랐다. 콧대 높은 자세로 실눈을 뜨고 아무 말도 하지 않던 대환관마저 의아한 눈길로 허칠안과 그의 일행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손 상서는 안색 하나 변하지 않았다. 그가 의자 손잡이를 조금 내리치면서 말했다.

“형부는 법을 집행하여 폐하의 부담을 덜어드리고, 만민을 위해 공정을 기하는 곳이다. 여봐라…….”

“잠깐!”

허칠안이 큰 소리로 손 상서의 말을 중단하더니 냉소를 머금으면서 말했다.

“본관이 성지를 받들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데, 형부에서 먼저 수사를 방해했습니다. 게다가 본관의 손에는 폐하께서 친히 하사하신 금패가 있으니 방해하는 자를 사사로이 처단할 권한이 있습니다! 또한 본관은 형부가 놈과 결탁하여 영진산하 사당을 폭발시킨 원흉일 수 있다는 의심이 들었습니다. 상서 대인, 우리 야경꾼 관아에 한 번 다녀오셔야겠습니다.”

‘이렇게 강하게 나간다고?’

부아의 관원들은 서로를 마주보며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이게 일개 동라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손 상서는 손에 대권을 잡은 정2품 관원이다.

‘눈앞의 동라가 손 상서를 상대로 감히 이런 말을 하다니. 이건 손 상서가 안중에도 없다는 말이잖아.’

부아의 관원들은 저도 모르게 자신들의 상급자를 쳐다봤다. 진 부윤은 45도 각도로 고개를 젖혀 하늘을 쳐다보면서 못 들은 척하고 있었다.

“이 놈!”

“감히 상서 대인을 모함하다니, 네놈 목숨은 여러 개라도 되더냐?”

형부 관원 몇이 노발대발했다.

그러나 허칠안은 광기를 부렸다. 그는 앞으로 한 걸음 내딛더니, 한 손으로 도를 짚은 채 형부 관원들을 하나하나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외쳤다.

“형부에서 사건을 수사하지 못한다면 내가 하지! 그리고! 형부에서 사람을 죽이지 못한다면 내가 죽여주마! 또 하나!”

허칠안이 가슴에서 황제가 하사한 금패를 들고 손을 한번 저었다.

금패가 지면에 꽂히면서 석판에서 분말이 풀썩 일었다.

“형부에서 기어이 사건 수사를 방해하겠다면 형부도 함께 죽여주겠다! 알아듣겠나?”

의사당에 갑자기 침묵이 흘렀다. 격노한 형부 관원들의 말문이 막혔다. 두려워서 아니라 놀라워서였다.

‘야경꾼이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위연은 뭐하는 거지? 이렇게 멍청한 젊은이를 파견해 사건을 수사하게 하다니. 이건 자신의 약점을 정적의 손에 넘겨주는 거나 마찬가지잖아.’

금방 했던 말만으로도 허칠안은 형부 감옥에서 여생을 보낼 수도 있었다.

‘내일 형부에서 연명(聯名)하여 위연을 고발해야지. 그때 가서 위연이 어떻게 변명할지 궁금하군.’

“허허!”

망포 입은 대환관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더니 입을 열었다.

“과연 젊은이로다. 패기가 장난이 아니구먼.”

그가 주위를 한 번 훑더니 말을 이었다.

“여러분께 이 동라를 정중히 소개하여 드리지요. 이 동라는 장공주마마께서 추천하였고, 폐하께서 친히 지명한 이번 사건의 야경꾼 관아 수석 수사관입니다.

그리고 이 동라는 상급자를 도로 찔러 큰 부상을 입혔습니다. 하여 위 공께서 칠일 후, 요참에 처하기로 판결 내린 바 있죠. 하지만 폐하께서 인자하신 턱에, 그에게 공을 세워 죄를 면할 기회를 주셨습니다.”

‘폐하께서 친히 지명했으니 이렇게 광기를 부리는 거구먼…….’

‘상급자를 찔러 칠일 후에 요참형에 처한다고? 그러니까 살기등등하지.’

형부 관원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막다른 골목에 갇힌 놈이라 사건 해결만이 살 길이었다. 이런 사람은 극단으로 가기 쉬운 데다 지나치게 궁지에 몰다 보면 황천길에 누구든 데리고 오를 수 있었다.

이건 그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군관을 죽인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형부 관원들이 저마다 허칠안이 자신에게 해를 끼칠까 주저하는 것을 확인한 대환관이 입을 열었다.

“다들 앉읍시다. 동라의 무례는 잠시 미뤄두지요. 상백 사건은 무척 중요한 사건입니다. 폐하께서 세은 사건보다도 더 중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를 총독으로 임명하여 여러분들이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을 감독하라고 하셨지요.

야경꾼들도 왔으니 차라리 잘 됐습니다. 나중에 제가 따로 찾아가서 묻지 않아도 되니까 말입니다.”

‘눈앞의 환관이 내 편을 들고 있다……. 정확하게 말하면 야경꾼. 위연을 편드는 건가?’

허칠안은 얌전히 공수하고는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송정풍은 허칠안과 호흡을 척척 잘 맞추었다. 그가 앞으로 달려가 금패를 뽑아 오더니 두 손으로 허칠안에게 바치면서 입을 열었다.

“대인, 여기 금패입니다.”

허칠안은 위엄을 드러내듯 주위를 한 번 훑더니 손을 내밀어 금패를 받았다.

위엄을 세우기 위한 두 번째 시도는 상당한 효과를 보았다.

‘나를 막다른 골목에 갇힌 망나니로 부각하고 나면, 뒤따라올 무척 많은 문제들이 저절로 해결된다. 형부와 부아의 사람들이 여전히 공을 다투려고 하겠지만 우선 이익과 해를 헤아려보겠지. 자신들이 상대하고 있는 사람이 한 마디만 비위에 거슬렸다 하면 바로 도를 뽑아 목을 내리치는 미친놈이라는 것을 알았으니까.’

허칠안은 이후에 어떤 번거로운 일들이 발생할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 여태껏 위연이 그를 위해 막아주었거니와 사건을 해결하지 못하면 그에게 후속을 맞이할 내일이 없기 때문이었다. 죽지 않으면 경성을 영원히 떠나야만 했다.

유 공공이 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입을 열었다.

“세 개의 관아 모두에서 내부 인력이 실종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실종된 사람들은 첩자일 가능성이 많습니다. 놈들을 도와 화약을 남몰래 운반했던 거죠. 여러분은 이 사건에 대해 어떤 고견이 있으십니까?”

진 부윤이 입을 열었다.

“부아에서 이미 사망자 아홉 명의 가족을 조사해 보았습니다. 모두 경성에 남아있었지요. 그들은 가족이 실종된 것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본부(本府)가 추측하기로는, 이 아홉 명은 도망친 것이 아니라 살해당한 것 같군요.”

유 공공이 고개를 조금 끄덕였다.

형부의 한 관원이 입을 열었다.

“세 개의 관아에 내부에 반드시 첩자가 있을 겁니다. 철저하게 은폐된 첩자가 그들을 살해해 사건의 내막을 아는 자들을 모조리 없앤 겁니다.”

유 공공은 눈썹을 찌푸리면서 침묵했다.

허칠안 역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옆에서 듣기만 했다.

‘오늘 이 회의에 참석하면 형부에 가둔 사람들을 직접 심문할 필요가 없게 된다.’

형부와 부아 관원들의 대화에서 그에 관련된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리사와 예부 뿐만 아니라, 공부에도 첩자가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여청이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때 모든 사람의 시선이 현장의 유일한 여성에게로 쏠렸다.

유 공공도 여청을 살피더니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계속 말해보게.”

여청이 말했다.

“소직이 그들의 가정 환경과 인간관계를 조사해보았습니다. 그들의 능력으로는 그렇게 많은 양의 화약을 몰래 운반할 수가 없습니다. 때문에 공부에 필히 협력자가 있을 것이며 관직도 낮지 않을 겁니다.

화약은 조정에서 무척 중요시하는 전략적인 물자입니다. 때문에 비밀 엄수나 도난 방지 조치는 엄격했고 또 완벽했습니다. 공부 고위 관리의 협조가 없었다면 이 일은 성사되지 못했을 겁니다.”

논리가 분명하면서도 합리적인 분석이었다.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이 끊임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여청이라 불리는 포두가 달리 보이는 것을 느꼈다.

이때 허칠안은 유 공공 옆에 있던 환관이 빠르게 붓을 움직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사람들의 대화 내용을 기록하는 것 같았다.

‘이건 원경제에게 보이려는 것이다. 황제가 이 사건을 세은 사건보다 훨씬 중시한다니……. 음, 그럴 만도 하지. 상백 밑에서 대체 뭐가 나온 거야?’

극단적으로 두려운 대상이거나 극단적으로 중요한 물건이 아닌 이상 상백에 봉인할 이유가 없었다.

허칠안이 속으로 생각하는데, 망포를 입은 유 공공이 허칠안을 쳐다보면서 물었다.

“허 대인, 침묵만 지키지 말고 야경꾼 수석 수사관으로서 어떤 수확이 있으셨는지 말해보시지요?”

부아와 형부 관원들 또한 일제히 허칠안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형부 관원들은, 유 공공이 허 동라를 곤란하게 만들려 한다고 생각했다. 유 공공은 그의 불행을 즐긴다는 마음으로, 허칠안의 말이 틀리기라도 하면, 가차 없이 비난하여 그의 체면을 떨어뜨릴 심산인 듯했다.

사실 지식인은 무력을 사용하지 않을 뿐, 투쟁에 아주 능한 법이었다.

부아의 관원과 포졸들은 관망하는 태도를 취하는 중이었다. 거칠고 무모한 이 동라가 어떤 단서를 던져줄 수 있는지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의외로 부윤 대인은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진지하게 경청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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