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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92화 (92/712)

92화. 어떻게 해서라도 형님을 구해낼 겁니다

수쇄와 족쇄를 찬 허칠안은 옥졸들을 따라 심문실에 왔다.

벽에 난 기공으로 햇빛이 들어와 심문실의 어둠을 몰아냈다. 하지만 한기는 몰아내지 못했다.

심문실 탁자 옆에는 젊은 청년 두 명이 앉아있었다. 한 사람은 가늘고 길며 눈꼬리가 조금 올라간 봉안(丹凤眼)에, 오관이 준수한 청년이었다. 다른 한 명도 빨간 입술에 준수하기 그지없는 외모를 가진 청년이었다.

둘 다 성별을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아리따운 외모를 소유하고 있었다.

남궁천유가 조소하듯 입을 열었다.

“허어, 생긴 건 꼭 계집애처럼 생겨서는.”

그는 눈앞에 있는 서생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관아에 들어선 이후부터 지금까지 저 서생은 고개를 떨군 적도, 가슴을 쫙 편 채 허리 한번 굽힌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서생은 눈으로 사람을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코로 사람을 쳐다보는 듯했다.

이러한 오만함은 이유도 없이 싫었다.

‘운록서원 서생들과 사천감 백의들은 똑같이 꼴사납군!’

허신년이 그를 흘겨보더니 담담하게 대꾸했다.

“여인과 소인(小人)은 대하기가 참 힘들지요.”

“너 누구더러 여인(小人)이라는 것이냐?”

남궁천유가 웃었다. 다만 웃음 속에는 스산함이 섞여있었다.

“소인의 잘못입니다.”

허신년이 읍하더니 입을 열었다.

“소저, 성함이 어찌 되시는지요?”

“…….”

남궁천유는 지금 딱 사람을 죽이고 싶다는 표정을 지었다.

독설 기능을 제대로 발휘한 허신년이 냉소를 머금더니 다시 고개를 들었다.

문어귀에서 이 장면을 지켜보던 허칠안의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신년아. 네 눈앞에 있는 그 미인은 고품계 무부고, 넌 팔품 서생이잖아. 펼 줄 알았으면 굽힐 줄도 알아야지.’

남궁천유가 고개를 돌리더니, 허칠안을 노려보면서 몸을 일으켰다.

“한 주향 주마.”

그리고는 자리를 떴다.

허신년은 사촌 형님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네가 어떻게 왔어? 서원에 있었던 거 아냐?”

허칠안이 물었다.

“어젯밤에 형님의 동료가 허부에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부친께서는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운록서원에 찾아와 제게 알렸습니다.”

허신년이 탁한 기운을 한번 내뱉더니 말을 이었다.

“저도 어젯밤에 허부로 돌아왔습니다. 날이 밝아 내성 성문이 열리자마자 바로 들어온 거고요.”

허신년은 스승님의 친필 서신과 거인의 신분으로 면회가 가능했다.

“가족들 모두 형님을 무척 걱정하고 있습니다. 어머니께서도 어젯밤 한숨도 못 주무시고 못 쉬셨습니다.”

허칠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영음이도 형님이 걱정되는지, 아침에 죽을 한 사발밖에 안 먹었습니다.”

“세상에. 많이 힘들었겠네.”

허칠안의 말에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던 허신년이 말을 이었다.

“스승님께서는 장공주마마께 부탁해보라고 하셨습니다. 장공주마마께서 혹시 구해줄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스승님들은…… 음, 위연과 서원의 관계는 별로 안 좋으니까요.”

허칠안이 머뭇거리더니 물었다.

“넌 왜 나를 탓하지 않아?”

허신년이 진지한 목소리로 답했다.

“형님이 무공 연마를 게을리했나 봅니다. 그런 빌어먹을 놈들은 단도에 숨통을 끊었어야지요.”

허칠안이 허허허 크게 웃더니 말했다.

“그래. 이게 바로 진짜 서생이지…….”

웃다가 갑자기 침묵한 허칠안이 낮은 소리로 사과했다.

“미안해.”

허신년은 이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심문실이 조용해졌다. 형제 둘은 할 말이 없었다.

한참이 지난 후, 허신년이 한숨을 내쉬더니 입을 열었다.

“제가 어떻게 해서라도 형님을 구해낼 겁니다!”

허칠안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감동 먹지 않고 말을 꺼냈다.

“이왕 온 김에 형님이 부탁 하나 하마. 은자는 좀 가져왔어?”

“물론 가져왔습니다.”

허신년이 답했다.

‘돈 없이 면회를 어떻게 하라고?’

“네가 가서 내 물품 하나 찾아줄래? 작은 옥석경이야. 그 옥석경을 가지고 동성에 있는 양생당에 가서 승려 한 명을 찾아 그 사람한테 말 한마디만 전해줘. ‘삼호가 야경꾼 관아의 지하 감옥에 갇혔으니 도와주게. 허칠안!’”

지서가 피로 주인과 관계를 맺은 이상, 다른 사람은 그 지서를 통해 문자를 보낼 수 없었다. 때문에 육호가 대신 허칠안의 상황을 천지회 구성원들한테 전해줘야 했다.

머리가 좋은 일호는 문자를 확인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알 것이다. 지서 소지자들 중 경성에 있으면서 권력을 손에 쥔 자는 일호밖에 없었다.

일호는 허칠안한테 갚아야 할 빚이 있었다.

‘물론, 일호가 나서지 않을 가능성도 존재하지.’

그밖에 허칠안이 허신년에게 지서 파편을 찾으라고 지시한 이유는 자신에 대한 위연의 진짜 생각을 알아보기 위함이었다.

그가 진심으로 자신을 죽이고자 했다면 지서 파편은 이미 거둬갔을 것이다.

허신년이 허칠안을 쳐다보면서 물었다.

“없으면요?”

“그럼 그냥 관둬.”

* * *

허신년은 사촌 형님이 옥졸에 의해 어두컴컴한 통로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고 심문실을 떠나 형님의 물건을 찾으러갔다. 그는 당당하게 은표 삼십 냥을 옥두(獄頭)한테 건네면서 말했다.

“형님의 일부 물품을 찾아가겠네. 부탁하네만.”

돈이면 모든 것이 가능했다.

허신년은 얼마 지나지 않아 보따리 하나를 건네받았다. 안에는 허칠안의 옷과 물건이 있었다.

“동라, 요패, 패도, 제복은 가져갈 수 없다.”

옥두가 말했다.

그건 모두 야경꾼 관아의 물건이기 때문이었다.

허신년은 물건을 뒤지다가가 작은 거울 하나를 발견했다. 옥석 재질로 거울면에는 쇠뇌, 은표 등 이상하게 생긴 도안들이 새겨진 물건이었다.

허신년은 은표 삼십 냥과 형님의 물건을 바꿔서는, 옥석경을 옷소매에 넣고 지하 감옥을 나왔다. 문어귀에서 송정풍과 주광효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송정풍이 말했다.

“황성을 출입할 수 있는 증서를 이미 만들었네. 황성은 가보지 못했을 터이니 우리 둘이 길을 안내하겠네.”

허신년이 읍하면서 감사의 뜻을 표했다.

송정풍이 손을 휘휘 저으면서 말했다.

“자네 형님만 구할 수 있다면, 이건 일도 아니지.”

* * *

세 사람은 말을 타고 빠른 속도로 황성 문어귀에 도착했다. 송정풍이 야경꾼 관아 내부의 증서를 꺼내자 셋은 쉽게 황성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도중에 여러 순찰 대오가 연이어 그들에게 말을 물었다. 금오위를 지나면 우림위(羽林卫)가 또 있었다.

드디어 궁성 밖에 도착했는데, 시위(侍衛)가 그들을 막아섰다.

야경꾼 관아의 증서로는 여기까지만 올 수 있었다. 더 안으로 들어가면 궁성이었다. 궁성은 무척 크지만, 황제의 거처라 야경꾼이라도 함부로 들어갈 수 없었다.

허신년이 말했다.

“소생 허신년, 운록서원의 학생입니다. 장공주마마와는 구면입니다. 장공주마마께 긴히 청을 드릴 일이 있어 찾아왔으니 말씀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장공주가 한동안 운록서원에서 가르침을 받았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시위는 더 묻지 않고, 세 사람에게 기다리라 하고는 말을 전하러 안으로 들어갔다.

일각 후, 시위가 돌아왔다.

“저를 따라오십시오.”

시위는 세 사람을 데리고 궁성 안으로 들어가면서 경고했다.

“함부로 두리번거리지 말고 함부로 말도 하지 말고, 언행에 주의하십시오.”

허신년이 약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궁성 규칙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송정풍과 주광효는 고개를 떨어뜨리고 종종거리며 따라갔다.

비록 궁성 안으로 들어갔지만, 그들이 다닐 수 있는 구역은 제한되어 있었다. 길을 잘못 들어섰다가 금군을 만나 해당 증서를 내놓지 못하면 바로 도날이 목으로 날아올 수도 있었다.

그들은 한참 걸어서야 장공주가 거주하고 있는 남월전(攬月殿)에 도착했다. 빨간색으로 칠한 대문 앞에는 궁녀 두 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궁녀가 먼저 예를 올렸다. 허신년이 답례를 하자 궁녀 둘이 세 사람을 안내해 안으로 들어갔다.

회랑과 화원을 지나, 허신년과 그의 일행은 고객을 접대하는 별실에 도착했다.

황궁 옷차림을 한 여인이 문어귀를 마주한 탁자 앞에 앉아, 책 한 권을 손에 쥐고 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 모습이 참으로 우아하고 여유로워 보였다.

“전하(殿下), 손님들이 도착했습니다.”

궁녀가 한 마디 하고는 바로 몸을 돌려 물러갔다.

허신년이 허리를 굽혀 읍하면서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

“운록서원의 허신년, 장공주마마를 뵙사옵니다!”

장공주가 미소를 머금고 물었다.

“그래. 허사구, 본 공주에게 무슨 일이 있어 찾아왔는가?”

그녀는 허신년을 알고 있었다. 과거 운록서원에 있을 당시에도 안면이 있었지만 허칠안의 뒷조사를 하면서 허신년이라는 인물에 대해 비교적 깊은 인상을 가지게 된 것이었다.

‘사구……?’

순간 허신년은 멍해졌다.

장공주가 자신을 기억하고 있는 것은 별로 이상하지 않았다. 눈앞에 있는 이 황녀는 재능이 남다를 뿐만 아니라 기억력도 무척 비상했다. 게다가 인재들을 회유하는 수단도 뛰어났다.

뜻밖이었던 것은 장공주가 자신의 ‘자(字)’를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장공주마마와 공식적인 친분을 맺은 적이 없는데.’

장공주가 이렇게 허신년을 부르는 건 실례가 되는 부분도 없지 않아 있었다. 그러나 한순간에 자신과 허신년의 관계를 가까워지게 하여 허신년으로 하여금 자신이 주목받는 느낌이 들도록 만들어주기도 했다.

하지만 허신년도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그는 바로 얼떨떨했던 기분을 가라앉히고 간곡한 어조로 부탁했다.

“거두절미하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제 형님이 큰 어려움에 봉착했습니다. 장공주마마께서 구해주시기를 청하옵니다!”

장공주가 순간 멈칫하더니 물었다.

“대체 무슨 일이 발생한 것이야?”

허신년은 장공주마마께 사연을 아룄다. 송정풍과 주광효가 옆에서 빠뜨린 부분을 보충 설명했다.

말이 끝나고 난 후, 허신년은 다시 한 번 공손하게 읍하면서 말했다.

“사촌 형님이 충동적으로 행동한 것은 인정합니다. 허나 그 정의로운 마음이 없었더라면, 그 불쌍한 여자아이는 주 은라에게 모욕을 당했을 겁니다.

의(义)라는 것은 모름지기 권력에도 이익에도 치우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아니옵니까? 형님은 비록 문인이 아니지만 마음속의 그 정의 하나만으로도 우리 서생들의 존경을 받아 마땅합니다! 그 뜻을 헤아려 주시옵소서, 장공주마마!”

장공주는 잠시 망설이더니 물었다.

“위 공은 어찌 처벌하겠다고 하시던가?”

“주 은라는 파면하고 나서 다시는 야경꾼으로 임용하지 않는다고 판결 내렸습니다. 저의 형님은…… 칠일 후 요참에 처한다고 판결 내렸습니다.”

장공주는 침묵했다. 냉랭한 그녀의 표정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허신년은 내심 탄식했다. 장공주는 귀가 얇은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는 자기 주관이 뚜렷할 뿐만 아니라 가끔은 독단적이기도 했다.

일 처리에 있어서 자신만의 신념이 확고한 자라는 말이었다.

“이건 스승님과 모백 대유, 유평 대유가 장공주마마께 도움을 청하는 친필 서신입니다.”

허신년은 비장의 무기를 내놓았다. 대유 세 명이 서명한 서신이었다.

그때 서신과 함께 옥석경이 바닥에 떨어졌다.

허신년은 침착하게 거울을 주워 잘 보관하고 서신을 올렸다.

장공주가 서신을 받아 쥐더니 펼쳐서 읽고는 담담하게 말했다.

“알았네. 하지만 야경꾼은 황실 직속 관아라 부황 한 분의 명령만 따르지. 본 공주가 최선을 다하겠지만 결과는 보장하지 못해.”

허신년이 숨을 한번 크게 들이쉬더니 입을 열었다.

“감사합니다. 공주마마. 황공하옵니다!”

궁녀가 허신년과 그의 일행을 배웅하고 돌아오자 장공주의 명령이 떨어졌다.

“야경꾼 관아에 사람을 보내 위 공께 직접 이 일에 대해 물어보고, 동라 허칠안과 은라 주성주의 충돌에 대해 조사해 오거라.”

“네.”

궁녀가 명을 받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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