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대타경-90화 (90/712)

90화. 요참(腰斩) (1)

‘범인 집안 여인을 겁탈하려 했다고?’

이옥춘은 일의 자초지종을 알고 나니 반드시 허칠안을 구해내리라는 결심이 섰다.

“이따가 양 금라를 만나면 나에게 고했던 일의 경과를 다시 한 번 고하되, 명심하거라. 주 은라가 사전에 허칠안을 괴롭혔다는 사실은 빼고 말해야 한다.”

송정풍은 몇 초간 멍해 있더니 바로 깨달았는지 ‘네’라고 힘차게 답했다.

출발하기 전의 충돌까지 말하면, 양 금라가 혹시 앙금이 남은 허칠안이 사적인 원한으로 주 은라에 중상을 입힌 거라 여길까 그러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허칠안의 행위는 원한으로 인한 복수 행각으로 인지될 터였다.

만약 출발하기 이전의 충돌을 언급하지 않는다면, 허칠안은 공정하게 법을 집행한 것일 뿐이었다.

‘그래, 공정하게 법을 집행한 것은 사실이니까.’

재산 몰수를 위한 대오의 구성 원칙은, 공공연히 일어나는 사적으로 재물을 채가는 행위를 상호 감독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허칠안도 잘못을 범했다. 그것도 무척 심각한 잘못을. 그는 상관의 잘못에 사적으로 대응하지 말았어야 했다. 응당 관아에 돌아와 상위 기관에 발고했어야 했다. 그러나 허칠안은 상관의 잘못에 사사로이 대응한 데다가 상급자에게 큰 부상까지 입힌 터였다.

“구할 수 있을까요?”

송정풍의 입술이 바짝바짝 말라들었다.

이옥춘이 그를 한 번 쳐다보더니 말했다.

“모르겠다.”

* * *

두 사람은 신창당에 도착했다. 오늘 양연은 호기루에 가지 않고 가부좌를 틀고 좌선하면서 기기를 토납하고 있었다.

그는 눈을 뜰 생각이 없었다. 계속하여 토납하면서 주천(周天)을 운행하고 있었다.

이옥춘은 주천이 끝나기를 기다린 후 보고해야 했다.

하지만 오늘만은 기다릴 수가 없었던 이옥춘이 진지한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양 금라, 큰일 났습니다.”

눈을 뜬 양연이 무표정으로 이옥춘을 쳐다봤다. 노하거나 불쾌한 기색이 전혀 없었다.

“무슨 일인가?”

이옥춘이 송정풍을 힐끗 쳐다봤다. 그러자 송정풍은 재산을 몰수할 당시 허칠안과 주 은라 사이에 일어난 분쟁을 곧이곧대로 보고했다. 물론 사전에 있었던 사적인 원한은 빼버렸다.

이옥춘이 보충 설명을 했다.

“주 금라의 성깔에 아마, 허칠안을 관아에 무사히 돌아오지 못하게 할 겁니다.”

양연이 무거운 표정을 짓더니 한마디 던졌다.

“알았네.”

그가 몸을 일으켜 한 걸음 내딛자, 그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 * *

주양(朱阳)은 경성 야경꾼 관아의 금라 열 명 중 한 명이었다. 사품 무부인 그는 젊은 시절에 종군하여 말단 병사부터 시작해서 군공(军功)을 하나씩 쌓아가면서 백호까지 된 인물이었다. 그 후로는 위연의 눈에 들어 야경꾼이 되어 중점적으로 육성됐다.

그는 위연의 적계(嫡系) 금라라 할 수 있었다. 지위도 위연의 양자 둘과 조금밖에 차이 나지 않았다.

주양은 아들이 셋이었다. 큰 아들은 문무 두 가지 모두 안 되고, 둘째는 그나마 책은 좀 읽어 이부(吏部)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 중 셋째인 주성주(朱成铸)가 유일하게 뛰어난 자질로 야경꾼이 되었고, 관아에서 가장 젊은 은라가 되어 사람들의 주목과 주양의 총애도 한 몸에 받았다.

이때 그의 수하에 있던 은라가 급하게 뛰어 들어오더니 어두운 안색으로 입을 열었다.

“대인, 대인, 주 공자께서 지금 위급합니다……!”

고개를 떨어뜨려 권종을 보고 있던 주양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은라가 그의 얼굴을 보더니 말을 이었다.

“주 공자가 동라에 의해 큰 부상을 입어 생사를 오가고 있습니다. 사람은 이미 관아로 모시고 와서 응급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또, 일단 사람이 사천감 술사를 모시러 갔습니다.”

주양은 급하게 수하의 은라와 함께 아들의 웅응당(雄鷹堂)에 도착했다. 가슴에 깊은 상처가 난 아들은 아직 의식을 찾지 못하고 누워있었다.

아들의 신체적 기능을 최대한 보존하기 위하여 그의 수하에 있는 은라 몇 명이 돌아가면서 아들에게 기기를 주입하고 있었다. 관아 소속 의원 두 명도 응급처치에 나섰다.

안색이 말이 아닌 주 금라가 입을 열었다.

“상태가 어떤가?”

의원 두 명은 아예 주 금라의 말을 듣지 못한 듯 지혈하고, 약을 바르고, 침구 치료하고, 상처를 봉합하느라 바삐 움직였다.

“도가 반촌(寸)만 더 깊게 들어갔어도 심장이 갈라졌을 겁니다. 그러면 사천감 술사들이 오더라도 살리지 못할 겁니다.”

의원 한 명이 고개를 들면서 말했다.

“법기인 동라가 주 대인을 위해 치명적인 공격을 막아내어 생명을 건졌습니다. 허나 도기(刀氣)가 내장에 침입했기에 기기를 체내에서 뽑아내지 못한다면 주 대인은 최대 반 시진 정도밖에 버티지 못할 겁니다.”

“사천감 술사들은 언제 도착하느냐?”

주 금라의 목청이 커졌다.

“이미 사람을 시켜 모시러 갔으니 금방 도착할 겁니다.”

그를 데리고 온 은라가 답했다.

주 금라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물었다.

“누구냐?”

“동라 허칠안입니다. 이옥춘 수하에 있는…….”

‘허칠안?’

주 금라도 이 동라에 대해 들어본 적은 있었다.

‘강율중과 양연이 그로 인해 대결까지 벌였다지. 일개 동라가 아들에게 부상을 입혔다고?’

“출발 전, 집결할 당시, 그 동라가 지각하여 주 은라가 그를 혼냈다고 합니다. 그래서 원한을 품은 모양입니다. 재산을 몰수할 때, 주 은라가 범인 집안 여인을 조금 희롱했을 뿐인데 바로 도를 뽑더니 주 은라를 향해 내려쳤다고 합니다.”

이 은라도 현장에서 돌아온 동라에게서 들은 말을 전했다. 여기에 지어낸 말은 없었다. 다만 그의 각색을 거쳐 성질이 바뀌었을 뿐이었다.

그는 충돌의 시작을 허칠안이라 불리는 동라에게로 떠밀었다. 부상을 입은 자의 부친 앞에서 ‘네 아들이 범인 집안 여인을 겁탈하려다가 날아오는 도에 찔렸다.’고 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푸르뎅뎅한 주 금라의 얼굴을 보자 그 은라가 한마디 덧붙였다.

“허칠안은 이미 압송해오는 길에 있습니다. 아마 지금쯤 관아에 거의 도착했을 겁니다.”

사천감 백의가 도착하기 전까지 충분한 시간이 있음을 확인한 주양은 아직 의식을 찾지 못한 아들을 뚫어져라 보더니 한 줄기의 강풍이 되어 당 내에서 사라졌다.

* * *

그가 관아를 박차고 나가 거리의 저 끝을 바라보자니, 말 여섯 필이 관아 방향으로 천천히 오고 있었다. 그 중 하나가 허칠안이었다. 그는 두 손이 묶인 채 말 등에 올라타 있었다.

주위에서는 말 다섯 필이 그를 둘러싸고 관아로 압송하고 있었다.

주 금라는 말 등에 있는 동라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하지만 그 눈빛에는 분노도 살기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그저 개미 한 마리를 밟아 죽이는 것 같은 무심한 표정으로 손가락에 기기를 모았다.

주 금라의 패도가 자동으로 뽑아지더니 기기의 운행하에 허칠안을 향해 날아갔다.

모든 사람이 이에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 물론 두 손이 묶인 허칠안도 반응하지 못했다.

그때, 동라 한 명의 패도가 도실에서 뽑히더니 가로 방향으로 들려, 허칠안을 찌르려던 도를 막아냈다.

패도 두 자루가 땅에 떨어지면서 요란한 소리가 연달아 났다.

주양의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그가 고개를 돌려 무표정한 얼굴의 양연을 노려봤다. 그는 치솟는 분노를 애써 누르고 말했다.

“상급자 격살 미수는 참수형이네. 아무리 자네라도 저놈을 살리진 못해.”

“참수를 해도 내가 할 테니 신경 끄게.”

안면마비 양연은 분노에 찬 상대방의 눈빛을 마주치면서 담담하게 말했다.

“언제부터 자네가 내 사람을 함부로 건드릴 수 있었나?”

“그래, 좋아. 그러면 위 공을 찾아갈 수밖에!”

두 사람은 바로 호기루로 찾아가 위 공께 공정한 판정을 구하기로 했다.

* * *

무표정의 양연과 분노를 가라앉히지 못하는 주양은 칠층에 올라가 위연을 만났다.

위연은 전망대에 서서 차실을 등지고 있었다.

전망대와 차실을 연결한 곳에는 남궁천유가 벽에 기대어 서서, 냉소에 장난기가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위 공!”

주양이 공수하면서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 아들 주성주가 동라 허칠안의 도에 맞아 생사를 오가고 있습니다. 아직도 위급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위 공께서 공정한 판결을 내려 동라 허칠안을 엄벌해 주십시오!”

여전히 몸을 돌리지 않고 등 돌리고 선 위연을 확인한 주양이 말을 이었다.

“위 공, 이 일은…….”

주양은 사건을 곧이곧대로 보고 드렸다.

그제야 위연은 몸을 돌려 발걸음을 옮기더니 탁자 옆에 앉았다.

그때 양연이 입을 열었다.

“의부님, 제게 이와 다른 상황 설명이 있습니다. 주성주가 재산을 몰수할 당시, 범인 가족의 여인을 겁탈하려다가 동라 허칠안의 제지를 받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악행을 멈추지 않았을뿐더러 오히려 여인을 밖으로 끌고 나와 뭇 사람들 앞에서 겁탈하려 했답니다. 허칠안이 이를 제지하려고 거듭 시도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자 어쩔 수 없이 도를 휘둘렀다고 하더군요.”

“허튼 소리!”

주양이 대노하면서 말을 뱉었다.

“분명 동라 허칠안이 사적인 원한을 품고 보복한 것을 어찌 이리 말하시는가!”

위연은 옆에 사람이 없다는 것마냥 느긋하게 찻잔을 진열하고 차를 끓이면서 금라 두 명의 분쟁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주로 주양이 욕설을 퍼부었고, 양연은 반박하기도 귀찮아했다.

“서로 다른 주장이라면 현장에서 대면해야지.”

위연이 말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송정풍, 주광효, 그리고 먼저 관아로 돌아온 동라들 모두가 불려왔다. 물론 허칠안도 그중에 있었다.

허칠안은 손이 묶인 채 기타 동라들에 의해 포위되어 있었다.

“사실대로 말해 보거라!”

위연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한 번 훑더니, 온화한 어투로 말했다.

그러자 동라들이 일제히 고개를 떨어뜨렸다. 그 누구도 위연과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비록 위연은 줄곧 온유한 모습으로 사람들을 대하지만 말이다.

주양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자신에게 보고한 은라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사건 경과를 곧이곧대로 위 공께 고하여라.”

그 은라는 다시 한 번 사건의 경과를 진술했다. 그 내용은 주양한테 보고한 것과 다름 없었다.

이에 동라 몇이 눈썹을 찌푸렸다.

주광효가 송정풍을 툭 쳤다. 평소에 말수가 적은 그는 언변이 서툴렀기에 이럴 때에는 동료를 내세울 수밖에 없었다.

‘위 공 앞에서는 나도 떨린단 말이야…….’

송정풍이 숨을 한번 크게 들이쉬더니 입을 열었다.

“위 공, 소직 보고드릴 게 있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위연을 확인하고 나서, 송정풍은 낮은 소리로 말을 시작했다.

“집결 당시, 저희 셋은 결코 지각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주 은라가 일부러 시비를 걸면서 저와 허칠안을 때렸습니다.

재산을 몰수할 당시에도 우리 셋은 전청에 두고, 내원(內院)에 발도 들이지 못하게 했습니다. 주 은라의 직위가 있으니 저희도 고분고분 명령에 따랐습니다.

그러다가 후원에서 여인들의 울음소리와 비명소리가 연달아 들려오자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허칠안이 내원으로 뛰어 들어가 동료들의 악행을 제지하려 시도했습니다. 그는 다른 동라들은 성공적으로 제지시켰지만, 주 은라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주 은라는 법을 알면서도 법을 어겼습니다. 자신의 잘못된 행각을 멈추지 않았을뿐더러 오히려 여인을 밖으로 끌고 나와, 사람들 앞에서 겁탈하려 하면서 허칠안이 폭발하기를 기다렸습니다.”

옆에서 주양이 실눈을 뜨더니 호통쳤다.

“상급자를 모함하다니 마찬가지로 죽을 죄다!”

송정풍이 이를 악물더니 큰 소리로 외쳤다.

“위 공, 소직이 드린 말에는 절대 거짓이 없습니다. 현장에 있었던 동라들도 그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다른 은라의 진술은 사건을 주 은라에게 앙심을 품은 허칠안의 복수전으로 만들어놨다. 반면 송정풍이 한 진술의 핵심은 이러했다. 허칠안이 자신에게 행해졌던 주 은라의 공공연한 도발과 트집은 참았으나, 은라의 죄행은 차마 눈 뜨고 보고만 있을 수 없어 도를 빼들고 정의를 구현했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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