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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72화 (72/712)

72화. 천지회에 드디어 유가 제자가 들어왔구먼

육호는 삼호의 말에 따라 청서객잔을 찾았다. 과연 여섯 번째 창이 열려 있었다.

까까머리는 가볍게 날아오르더니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방안으로 들어갔다.

“휴…….”

그제야 허칠안은 어깨의 힘을 풀었다. 이제는 굳이 자세를 유지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허칠안은 육호가 불문 제자이거니와 여인이 아닌 줄 알았으면서도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나니 실망스러웠다.

‘구호는 금련 그 여우 같은 도사이고, 육호는 고생이 심하여 한이 맺힌 결코 총명하지 않은 승려다? 기타 몇몇 중에는 아리따운 여인이 한 명쯤 있겠지?’

거울로 대화 기록을 살펴보려 할 때쯤, 허칠안의 귀에 다급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밖에서 수십 개의 그림자가 지붕 위를 오르락내리락하며 이곳을 향해 오고 있었다.

‘아직도 육호는 안전하지 않다.’

허칠안은 실눈을 뜨고 그림자들을 지켜봤다.

* * *

평원백이 피살당하자 오늘 밤 당직이었던 금라와 그 아래 은라 여섯 명, 야간 순찰하던 동라까지 모두 동원되었다.

야간 당직인 야경꾼 전체가 출동하고 사천감 백의들도 수색에 가담했다. 어도위들이 야경꾼과 협력해 평원백부 저택을 중심으로 길을 봉쇄했다. 그리고 야경꾼들과 사천감 백의들은 협력하여 물샐틈없는 수사를 개시했다.

조를 이끌고 있는 금라는 강율중(姜律中)이었다. 사십이 넘는 나이의 그는 까만 머릿결을 가지고 있었고, 눈가에는 주름이 자글자글했다. 매같이 예리한 두 눈에는 냉랭함이 흘렀다.

이 두 눈은 야경꾼 관아에서 무척 유명했다. 동급인 금라 이외에 그와 눈을 삼 초 이상 마주칠 수 있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수색 대오를 거느린 그는 지붕을 끊임없이 오르락내리락하며 예리한 매의 눈으로 검은 장막이 뒤덮인 내성을 훑었다.

사천감 백의 몇 명이 동라들의 등에 업혀 청광을 뿜으며 거리의 구석구석을 수색하고 있었다.

강율중이 진중한 목소리로 물었다.

“흉수가 사람을 죽이면 기운에 필히 핏빛이 섞여있을 텐데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습니까?”

술사들은 팔품 망기사들인지라 능력이 고만고만했다. 심지어 지붕이나 담을 타지 못해 동라들한테 업혀 다녔다. 하지만 그런 술사들일지라도 무사 앞에서는 우월감에 차 있었다.

“보지 못했네.”

사천감 백의들이 담담하게 답했다.

강율중은 잠시 멈칫하더니 당장이라도 하고 싶은 말을 뱉을 양 굴다가 결국 입을 다물었다.

한편 수색하던 사천감 백의 중 한 명이 지붕 위에 우뚝 서 있는 허칠안을 발견했다. 그러자 갑자기 얼굴에 희색이 돌더니 흥분조로 말했다.

“얼른, 얼른 내려가!”

‘이렇게 빨리 발견했다고?’

금라 강율중을 포함한 야경꾼들의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들은 백의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갔다.

하지만 그들이 본 것은 한 손으로 도를 짚고 있는 동라였다. 동라도 자신 일행을 쳐다보고 있었다.

‘부근에 숨어있던 놈이 언제든지 습격할 수 있을 텐데, 눈앞의 동라는 도를 뽑지도 않았잖아! 전문성이 영 떨어지는 친구네…….’

강율중이 손짓하여 젊은 동라를 불러 상황을 물어보려고 하는데 백의들이 서로 앞다투어 야경꾼의 등에서 내리더니, 한시도 지체할 수 없다는 듯 허칠안 앞으로 달아가 공수하면서 읍했다.

“허 공자!”

사천감 백의들이 이 어린 동라 앞에서 공손하게 예를 갖추는 모습을 보던 야경꾼들의 얼굴에 망연함이 서렸다.

‘그러니까 놈을 발견한 것이 아니라 일부러 저 동라한테 인사하러 온 거라고?’

금라 강율중이 실눈을 뜨고 허칠안을 살폈다.

허칠안은 달려온 백의들을 천천히 살펴보았다. 모두 낯선 얼굴들이었다. 그와 교분이 있던 술사들은 대개 육품 연금술사들이라, 육품 이상 혹은 이하의 술사들이 낯설었다.

하지만 상대들은 허칠안이 무척 낯익다고 생각하는 중이었다.

사천감 술사 모두 허칠안의 존재를 알거니와 그가 연금술 분야의 천재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쓴 청서는 송경 사형이 1급 기밀로 치부해 일반 제자들은 열람조차 불가능했다.

눈앞의 팔품 망기사들은 언젠가는 연금술사가 되고자 하는 꿈이 있었기에 연금술 분야의 천재와 좋은 관계를 맺으면 앞으로 큰 덕을 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들 눈에는 사건 수사보다 눈앞의 연금술 천재가 훨씬 중요했다.

“허 공자, 오랫동안 사천감에 들르지 않았네요. 송경 사형이 계속 공자를 입에 올립니다.”

‘나를 자꾸 입에 올린다고? 나더러 얼른 지난번 빚을 갚으라는 거겠지…….’

허칠이 미소를 지었다.

“허 공자, 틈나면 사천감에 차 한 잔 마시러 오세요. 저도 공자께 연금술에 대해서 물어보고 싶은 게 많습니다.”

‘저 친구한테 연금술에 관해 물어본다고?’

금라 강율중이 눈썹을 치켜세웠다.

기타 야경꾼들도 눈앞에 펼쳐진 광경이 믿어지지 않았다. 무사라면 거들떠보지도 않던, 오만하기로 유명한 사천감 술사들이 저 동라한테 이렇게 공손한 모습을 보이다니.

백의들의 말에 따르면 저 동라가 연금술에 조예가 깊은 듯했다.

많은 동라들이 저도 모르게 허칠안의 허리춤에 걸린 요패에 눈길을 주었다.

“다음에 봅시다.”

허칠안이 손짓하면서 덧붙였다.

“사건 수사가 우선이니 잘 부탁드립니다.”

“무슨 말씀이세요. 우리가 응당 해야 할 일인걸요.”

백의들이 몸을 돌리더니 야경꾼에 대한 태도를 바꾸어 무척 친절히 말했다.

“아직 늦지 않았으니 우리는 계속해서 수색합시다.”

강율중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하명했다.

“몇 사람은 여기에 남아 거리를 수색하거라.”

이어 그는 나머지 야경꾼과 백의들을 거느리고 자리를 떠났다.

* * *

막 떠나던 은라 한 명이 몸을 돌려 허칠안의 뒷모습을 보면서 물었다.

“여러분, 우리 야경꾼 동료와 아는 사이입니까?”

백의 한 명이 한숨을 내쉬더니 입을 열었다.

“우리는 저 분을 잘 알지만, 저 분은 우리를 모를 겁니다.”

다른 백의들도 따라 탄식했다.

‘사천감 술사들이 언제 이렇게 비굴해졌대?’

은라가 호기심에 캐물었다.

“어째서입니까?”

주위에 있던 야경꾼들도 귀를 기울였다. 금라 강율중도 고개를 조금 돌려 귀를 기울였다.

백의들이 오만한 말투로 말했다.

“송경 사형은 들어보셨죠? 감정 선생께서도 그를 백 년에 한 명이나 나올까 말까 하는 연금술 천재라고 하셨지요, 하지만 그런 송 사형이 요즘 들어 입에 달고 다니는 말이 뭔지 압니까?”

다른 한 백의가 말을 이었다.

“허칠안은 내 스승이로다.”

‘거짓말?!’

야경꾼들은 일제히 고개를 돌려 허칠안의 모습을 쳐다봤다.

지붕에 우뚝 선 허칠안의 모습은 참으로 늠름해 보였다.

금라 강율중은 몸을 돌리지 않은 채 부하에게 분부했다.

“내일 가서 저 자가 누구 수하에 있는지 알아보고 데려오너라.”

* * *

허칠안과 새로 온 동료들이 거리를 수색하고 있는데 주광효와 송정풍이 합류했다.

“어도위가 이미 주변을 봉쇄하여 우리도 거리를 수색하면 되네.”

송정풍이 동라들에게 진지한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이어 그들은 청서객잔 앞에 도착했다. 허칠안의 눈빛이 조금 흔들리는가 싶더니 입을 열었다.

“나와 정풍, 광효가 이 객잔부터 수색할 테니 자네들은 다른 곳으로 가서 수색하는 게 어떤가?”

다른 동라들은 별다른 이의가 없었다.

허칠안은 그들이 떠나가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 객잔 앞으로 다가가 문을 두드렸다. 안에서 자고 있던 객잔 점소이(店小二)가 깜짝 놀라 깨어난 뒤, 눈을 거슴츠레 뜬 채로 문을 열었다.

“무, 무슨 일입니까?”

점소이는 너무 놀란 나머지 말을 더듬었다. 두려운 기색이 역력했다.

“방을 수색하러 왔다!”

허칠안이 큰 소리로 말했다.

점소이는 멍하니 허칠안만 쳐다봤다. 송정풍이 허칠안을 힐끗 쳐다보더니 한마디 덧붙였다.

“범인을 수색하고 있다.”

허칠안은 전생에 호텔 긴급 수색으로 자주 출동했었다. 일반적으로 제보를 받고 출동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셋은 차근차근 방 한 칸씩 수색해나갔다. 드디어 이층의 여섯 번째 방에 도착했을 때, 점소이가 입을 열었다.

“여기엔 손님이 없습니다.”

송정풍이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손님이 있든 없든 수색해봐야 한다.”

그러자 점소이가 열쇠를 꺼내 방문을 열었다.

허칠안은 방 안에 들어서서 자세히 훑었다. 침상의 이불은 정리정돈이 잘되어 있었고 사람의 흔적이 없었다. 그제야 그는 안도의 숨을 쉴 수 있었다.

‘그래도 머리가 영 아둔한 자는 아니군……. 만약 침상을 사용했다면 점소이가 이상하게 생각했겠지. 관찰력이 섬세한 송정풍과 묵묵히 살피며 입을 열지 않는 주광효를 속여넘기지 못했을 테고.’

* * *

객잔을 다 수색하고 난 뒤 허칠안은 뒷간에 들르겠다는 핑계로 객잔에 남았다.

허칠안은 악취가 코를 찌르는 뒷간에 앉아 촛대를 발 옆에 놓고 옥석경을 꺼냈다.

[삼: 야경꾼이 객잔에 들어갔는데 발각되지는 않았는가?]

몇 초 후 육호가 답장했다.

[육: 대들보 위에 숨어있었네. 방 안의 물건은 하나도 건드리지 않았고.]

‘지명수배에 아주 익숙한 형씨야…….’

허칠안이 속으로 비아냥거렸다.

[이: 지금은 무슨 상황인가? 육호, 지금은 안전한가? 방금 전 아무 소식도 없기에 감히 묻지도 못했네.]

‘이호가 아직 잠들지 않았잖아?’

[육: 잠깐은 안전하네.]

[이: 어떻게 위험을 벗어난 건가?]

[육: 삼호, 말해도 되겠는가?]

[삼: 군자는 자고로 당당하면 말을 못 할 이유가 없지. 다만 이호가 알고 싶다면 그에 상응하는 정보로 교환해야 하네. 음, 내가 만요국의 역사와 만요국 잔여 세력에 관심이 많거든.]

초석광 사건은 만요국 잔여 세력들이 암암리에 꾀한 것으로 추측되었다. 허칠안은 춘 형을 도와 사건을 조사하려고 시도했다.

[이: 난 만요국의 역사에 대해서 잘 모르네만.]

이때 또 하나의 새로운 인물이 등장했다.

[오: 만요국의 역사는 내가 잘 알지.]

‘오케이, 아주 좋아. 채팅방은 본디 이렇게 북적북적해야 제맛이지. 이래야 정보 공유가 잘 되잖아…….’

허칠안이 입을 삐죽이 내밀었다.

지금 등장한 인물은 일호, 이호, 사호, 오호, 육호, 그리고 여우 같은 구호 도사와 자신의 순번 삼호였고, 아직 칠호와 팔호가 나타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이 아무 말이 없자 육호가 문자를 입력했다.

[삼호가 나한테 종잇장을 하나 줬네. 거기에는 유가의 기운 은닉 법술이 적혀있었고. 그래서 수거에서 나올 수 있었지.]

[그럼 내성을 안전하게 빠져나오게 됐는가?]

이호, 오호, 사호와 거울면을 조용히 염탐하고 있는 일호 모두 궁금증을 표했다.

[육: 아직 빠져나가지 못했네. 삼호가 나를 위해 객잔에 빈 방을 준비해주고 법술로 나의 기운을 숨겼기에 야경꾼의 수색을 벗어날 수 있었지. 지금은 객잔에 숨어있네.]

[삼: 잠깐. 객잔까지 말해도 되는가? 일호가 자네를 제보할까 두렵지 않은가?]

[육: 일호는 나를 제보하지 않을 걸세. 나를 제보할 거였으면 진작 말했겠지. 삼호, 자네한테 큰 빚을 졌네. 나중에 꼭 보답하겠네.]

‘까까머리가 에둘러서 일호의 일 처리방식을 드러낸 건가?’

허칠안의 추측이었다.

일호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아마 그도 다른 지서 소지자들과 마찬가지로 머릿속에서 육호가 말해준 정보를 다시 한 번 되뇌고 있을 것이다.

지금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삼호가 유가 제자라는 것이었다. 그것도 선생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제자일 터였다.

이렇게 되면 삼호가 누구인지에 관한 범위가 또 줄어들었다. 운록서원에 출중한 제자가 적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많지도 않았다.

그러나 경성에 있는 일호의 예리한 통찰력에 의하면, 뭔가 이상했다.

‘야경꾼이 이미 수색을 시작했고 인력을 소집하여 주변을 봉쇄한 상황에서 삼호가 어떻게 육호에게 도움을 줬냐 이거지. 그가 내성의 동일 구역에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운록서원의 출중한 제자 중 최근 내성에 거주하고 있는 제자가 있나? 나중에 한 번 조사해봐야겠군.’

‘천지회에 드디어 유가 제자가 들어왔구먼…….’

이는 나머지 ‘지서’ 소지자들의 생각이었다.

유가가 지금은 비록 쇠약해졌지만, 전성기에는 각 수행체계의 일인자였기에 수행자들의 마음속에서는 남다른 지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삼: 입에 올릴 만한 큰일이 아니네. 오호, 정보를 교환해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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