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화. 구출 방안
[이: 일호한테 물어봐. 경성에 있잖아.]
일호도 거울을 염탐하고 있었다. 일호는 이호가 자신을 언급하자 침묵하지 않고 바로 문자를 보냈다.
[일: 대체 무슨 일을 한 건가?]
[육: 평원백을 죽였네.]
‘과연 육호군. 오늘 밤 흉수가 육호였어. 이렇게 빨리 수긍하다니. 너무 정직한 거 아냐……? 그날 내가 천지회냐고 물었을 때도 추호의 망설임 없이 인정하더니……. 승려는 거짓말을 못한다는 건가?
하지만 승려라면 살계(杀戒)도 범하면 안 되는 거 아냐? 야밤에 평원백 집에 들어가 사람을 죽이는 건 또 뭐냐고?’
허칠안은 속으로 육호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지서가 침묵에 빠졌다. 오랫동안 사람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들 육호의 행위에 놀란 모양이었다.
시간이 한참 흘러서야 일호가 답장했다.
[일: 미안하네. 난 자네를 도울 수 없네.]
[구: 일호, 다 천지회 구성원이니 도울 수 있으면 도와주게나. 빈도는 육호가 무고하게 사람을 죽였으리라 생각하지 않네.]
‘금련 도사는 일호가 육호를 도울 수 있다고 여기는 건가? 야경꾼과 어도위가 성문을 봉쇄하고 사천감 술사들이 나선 상황에서도 금련 도사는 여전히 일호가 육호를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음, 금련 도사는 모든 사람들의 신분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지. 일호의 신분과 지위는 내가 예상한 것보다도 더 높을 수 있겠어.’
그러나 금련 도사에게 돌아온 것은 침묵이었다. 일호의 태도는 견결했다. 그는 돕지 않기로 단단히 마음먹었던 것이다.
허칠안의 추리 시간이었다.
‘육호가 평원백을 살해했으니 일호가 육호를 돕지 못하겠다고 했지.
이호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다. 적어도 외부에 내비치는 건 그러하다. 육호는 불문의 사람으로서 무척 정직하고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사호는 인종과 친분이 있고 신분이 아직 불분명하다. 구호는 금련 도사이고 일호는 조정 사람이다. 그는 염탐을 좋아하고 지위가 남다르다……. 음, 마피아 게임의 재미란. 나도 잘난 척 한번 해봐야지…….’
허칠안이 손가락으로 글씨를 입력했다.
“육호, 내가 도와줄 수 있네. 하지만 평원백을 죽인 이유를 우선 알아야겠어. 허허, 답장을 하지 않고 나의 호의를 무시해도 좋지만 거짓말은 하지 말게.”
도울 수 있을지 없을지를 막론하고 우선 더 많은 정보를 얻는 게 중요했다. 만약 육호가 악인이라면 허칠안은 그를 바로 체포할 계획이었다.
물론 육호는 무척 강했으므로 사전에 그가 숨어 있는 곳을 알아내어 가능한 위험을 제거해야 했다.
야밤에 평원백부에 침입해 평원백을 죽이고 야경꾼에게 부상을 입히고 숨을 수 있는 정도면 중품계 고수가 분명했다. 심지어 더 강할 수도 있었다.
만약 이유가 충분하다면 허칠안은 육호를 최대한 도와 천지회 일인자 진근남의 형상을 부각할 타산이었다.
위연이 그를 첩보원으로 지정한 것은, 그냥 천지회에 퍼질러 있으라는 소리가 아니였다. 뭔가 성적을 내라는 뜻이었다.
‘삼호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야경꾼과 어도위의 수색망에서 육호를 구해낼 수 있다고?’
‘그의 신분은 무엇인가? 단순한 유가 제자?’
‘합리적인 신분이 아니면 내성에서 그냥 걸어 다녀도 당장에서 체포될 것이다. 삼호가 어도위를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건가? 아니면 야경꾼을?’
허칠안의 한 마디에 지서 소지자들의 추리가 시작됐다. 저마다 그의 진짜 신분과 그의 앞으로의 행보에 대한 추측에 나섰다.
[구: 허허, 삼호가 돕겠다고 마음먹는다면 문제없을 걸세. 육호, 속이지 말게.]
‘금련 도사가 삼호가 육호를 도와 위기를 모면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삼호는 절대 일반적인 유가 제자가 아니다. 그에겐 필히 더 은밀하고 높은 차원의 신분이 존재한다. 금련 도사가 이번에 들인 신입은 보통 인물이 아니란 거야.’
천지회 구성원들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거울을 염탐했다.
[육: 나의 사제 한 명이 일 년 전에 실종됐네. 난 누군가가 사제를 유괴하여 경성 밖으로 이송한 줄 알았지. 그렇게 조사를 하면서 어떤 밀매조직을 발견하게 되었네. 그들은 여인과 아이를 유괴하고 강탈하여 청루, 개방(*丐帮: 거지들의 범죄조직) 및 기타 여인과 아이들이 필요한 곳에 팔아먹지.
그들은 아이와 여인을 팔아먹을 뿐만 아니라 수행자들도 잡아내네. 그들의 진짜 의도는 아직 알아내지 못했지만 그 밀매조직의 진짜 배후가 평원백인 걸 발견했지.]
[삼: 그래서 분노를 못 이겨 사람을 죽인 건가?]
[육: 평원백부에 잠입해 사제의 행방에 대해 물었는데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해서 죽였네.]
[일: 그럼 무력으로 범법한 거 아닌가? 어째서 관청에 보고하지 않았는가?]
[이: 허튼소리! 법이 작용을 했으면 평원백은 진작 제재를 받았겠지. 관(官)은 관(官)을 보호하지 않겠는가.]
‘이런! 분노 조절에 문제가 있는 청년이여! 평원백을 제보할 수도 있었을 텐데! 살인은 무척 어리석은 선택이잖아.’
허칠안이 속으로 생각했다.
육호는 성격이 강직하고 무모하며 충동적이다. 게다가 무력으로 사람을 굴복시키기 좋아한다.
이호와 논쟁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일호는 아무런 답장을 하지 않았다.
[육: 나한테는 이유가 있었네. 나는 일 년 동안 많은 아이들을 구했는데 그 중 어떤 아이들은 손발이 잘려 땅을 기어 다니며 구걸했고, 머리가 총명한 애들은 도둑놈이 되어 있었지. 그런데 가장 기가 막히고 치가 떨렸던 건…….
한 아이를 구했는데, 밀매하는 자들이 글쎄 그를 검둥개로 위장하여 좋은 말 몇 마디를 가르치고는 무지한 백성들의 환심을 사서 돈을 벌었다는 거네.]
[일: 그 말, 진짠가?]
[육: 물론이네.]
일호는 오랫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삼: 자네한테 설득 당했네. 무사가 무력으로 범법하는 무모한 행위는 싫어하지만 자네를 돕기로 마음먹었네.]
허칠안은 북받치는 분노를 애써 가라앉히고 허신년의 성격을 본떠 유가 서생의 어투로 말했다.
[이: 음, 나도 삼호의 관점에 동의하네.]
[사: 멋진 사람이군. 틈나면 술이나 한 잔 하지.]
[육: 고맙네.]
그들은 삼호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사람들은 진근남이 진짜 이름이 아니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삼: 지금 어디에 숨어 있는가?]
[육: 평원백부의 외부 수거(水渠)에 있네.]
수거(水渠)는 하수도였다. 더러운 데다 악취까지 풍기니 수거(水渠) 전담 일꾼이 아니고는 그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수사에 있어 사각지대였다.
하지만 당분간만 발견하지 못할 뿐, 야경꾼들이 충분히 모이면 그곳을 절대 놓치지 않을 터였다.
[삼: 알겠네. 내 소식을 기다리게.]
허칠안은 옥석경을 다시 넣은 뒤, 한 손으로는 도를 들고, 한 손으로는 아래턱을 만지작거리며 어떻게 이 일을 처리할지 고민했다.
‘사람을 데리고 내성을 빠져나가는 건 안 될 거다. 가는 도중 어도위와 야경꾼 동료를 만날 수 있으니까.’
허칠안이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자신의 순찰 구역에서 눈감아주는 것밖에 없었다. 게다가 빨리 움직여야 했다. 어도위와 야경꾼이 주변을 봉쇄하고 일일이 수색하기 시작하면 육호를 구하려고 해도 구할 방법이 없을 터였다.
“시간이 촉박하니 완벽한 계획이 있어야 하는데…….”
육호를 구하기 위해서는 동시에 야경꾼과 사천감 술사들 모두 속여야 했다.
‘그러려면 첫째, 육호가 숨을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하고 둘째, 육호의 기운을 잠시 제거해야 한다.’
전자는 어렵지 않았다. 오늘 밤이 무사히 지난다면, 내일 아침 일반인으로 위장해 성문을 빠져나가면 될 일이었으니 말이다.
어려운 것은 기운을 없애는 것이었다.
‘사람을 죽이고 나면 악기(恶气)가 체내에 남아 사천감의 망기술을 피할 수 없게 없다. 그럼 송경과 다시 한 번 거래해야 하나?
아니, 안 돼! 지난번 거래도 아직 갚지 못했는데. 원소주기표를 여태 사천감에 보내지 않았잖아. 게다가 송경도 나처럼 정직한 사람이다 보니 이 일을 돕기 어려울 거다. 저채미를 내 사람으로 만들면 모를까…….
지서는 수납 능력이 있지만 천지회 구성원들이 이를 언급하지 않은 걸 보면 기운을 덮지 못할 것이다. 몸을 숨기더라도 망기술에 의해 발각되겠지.’
허칠안은 또 하나의 방법을 떠올려봤다. 바로 운록서원의 대유들이 그에게 선물한 책자를 이용하는 것이다. ‘지서 채팅방’에서 자신이 육호를 도울 수 있다고 배짱을 부렸던 것도 책자기 있기 때문이었다.
허칠안은 신속하게 책자를 펼쳐 ‘일엽장목(一葉障目)’이라 쓰인 장을 펼쳤다. 그는 오후에 이미 책자 안에 기재된 법술들을 한번 확인했다.
일엽장목(一葉障目)은 법술을 부린 당사자의 몸체와 기운을 은닉하여 존재를 ‘없애’는 데에 효과가 있었다.
본질은 유가 오품 덕행경의 언출법수였지만 해당 법칙을 약간 왜곡했다고 볼 수 있었다.
좌우를 살피던 허칠안이 맞은편 객잔(客棧)에 시선을 고정했다. 이어 그는 다리로 지면을 세게 딛고 지붕 위로 날아올랐다. 그는 살금살금 지붕 위를 타면서 심장과 호흡 소리에 귀를 기울여 빈 방을 찾았다.
그렇게 방을 찾아낸 뒤 허칠안은 벽지마냥 벽에 찰싹 붙어서는 패도로 빗장을 조금씩 밀어내더니 창을 열었다. 그는 가까운 거리에 있는 평원백부 저택의 맞은편 지붕에서 아래를 굽어보면서 수거(水渠)를 찾았다.
수거(水渠)가 보이자 허칠안은 허리에 걸었던 소가죽 주머니에서 화살을 꺼내 찢어낸 종잇장을 화살에 묶어 힘껏 쏘았다.
화살은 그대로 수거(水渠) 옆에 있는 흙담에 가 박혔다.
허칠안은 바로 지붕에 엎드려 옥석경을 꺼내 문자를 발송했다.
[삼: 육호, 자네가 숨어있는 수거(水渠) 옆 흙담에 화살이 하나 꽂혀있을 걸세. 거기에 자네가 필요한 것이 있네. 또 내가 부근 청서객잔에서 빈 방 하나를 준비해 놓았는데, 이층의 여섯 번째 방일세. 창이 열려 있을 테니 얼른 가보게!]
허칠안은 거울을 보지 않고 수거(水渠)를 지켜보았다. 몇 초 후, 수거(水渠)에서 큰 까까머리가 올라왔다. 사각 얼굴에 짙은 눈썹, 부리부리한 눈. 고생이 극심하여 한이 맺힌 면상이었다.
까까머리는 경계의 눈길로 주위를 훑더니 담에 꽂힌 화살에 시선을 고정하다가 화살을 뽑아 종잇장을 펴보았다.
‘일엽장목(一葉障目)?’
그는 뭔가 알아차린 듯 얼굴의 긴장이 다소 풀렸다.
‘삼호, 역시 유가 학생이었구먼.’
육호는 기기로 종잇장을 태웠다. 뭔지 모를 힘이 그를 덮더니 그의 기운을 거두어갔다.
‘……기운을 거두는 이 법술은!’
까까머리의 눈동자가 수축되더니 얼굴에 놀란 기색을 잔뜩 띠었다.
‘이건 오품 덕행경이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최소 사품 군자경이어야 응용이 가능해.’
육호는 삼호의 신분을 이제야 확신할 수 있었다. 삼호는 유가 제자일뿐더러 어느 대유가 무척 중히 여기는 학생일 것이다.
‘금련 도사님이 말씀하시기를 지서 파편 소지자가 모두 인재라고 하더니만. 과연 거짓이 아니었군.’
육호는 바로 자리를 뜨는 대신, 느긋하게 옥석경에서 깨끗한 승려옷을 꺼내 갈아입고, 악취를 풍기는 신짝과 옷을 옥석경에 던져 넣었다.
‘얼른 떠나야지. 계속 뭉그적거렸다가 야경꾼 고수들이 밀려오면 위험해…….’
까까머리는 지붕이나 담을 타지 않고 거리를 빠른 속도로 걸어갔다.
그는 거리 맞은편 지붕에 우뚝 서 있는 청년을 발견했다. 야경꾼 제복을 입은 청년은 한 손으로 도를 들고 앞을 멀리 내다보고 있었다. 고독이 느껴지는 눈빛이었다.
그에게선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깊은 분위기가 풍겼는데 마치 까만 밤의 반딧불마냥 반짝반짝 빛났다.
‘이 동라의 기는 깊으면서도 심오하군. 준수함도 남다르고……. 야경꾼에는 역시 인재가 많아…….’
까까머리는 청년을 몇 번 더 힐끔거렸다. 왠지 모르겠지만 그 청년에 대한 인상이 좋았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