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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64화 (64/712)

64화. 기루에서 노래 듣는 것만이 위로가 되는군

호기루 수위는 허칠안을 막아 세웠다.

허칠안이 요패를 벗어 보이면서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얼른 위 공께 동라 허칠안이 중대 사안을 보고드릴 게 있다고 전하거라.”

수위가 요패를 받아 확인하고 나서 물었다.

“어째서 직속 은라를 찾지 않느냐?”

“은라가 자리에 없어 그렇다. 긴급한 상황이니 급히 가서 통보하거라.”

허칠안은 수위보다 더 강하게 나왔다.

허칠안은 이 일을 이옥춘에게 보고하지 않을 계획이었다. 다시 말해서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지 않을 예정이었다. 천지회도 그렇고, 도문 지종도 그렇고, 다 세력이 어마어마했다.

그들은 야경꾼에게는 감히 보복하지 못하겠지만, 허칠안에게는 가족이 있었다.

이것은 전생에 경찰을 할 때부터 깨달은 부분이었다.

허칠안은 이 사건에서, 자신의 흔적을 최대한 지워야 했다. 천지회나 지종의 사람들이 자신의 존재를 알지 못하게 말이다.

수위 두 명이 서로 마주보더니, 한 사람이 급히 호기루로 뛰어 들어갔다.

몇 분 후, 수위가 돌아오더니 말했다.

“들어가 보거라. 위 공께서 칠층에서 기다리고 있다.”

허칠안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권력이 하늘을 찌르는 대환관이 자신을 만나려 하다니, 이렇게 되면 계획의 절반은 성공했다고 볼 수 있었다.

허칠안은 바로 건물로 들어가, 달리다시피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러자 칠층에 금방 도착했다.

계단 어귀에, 검은색 제복을 입은 하급 관리가 대기하고 있다가 그를 차실로 안내했다.

차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차실과 연결된 부분에는 전망대가 있었는데, 그곳에 청의를 입은 사람이 서 있었다.

위연이 온화한 말투로 물었다.

“무슨 일인가?”

위연의 얼굴은 잡티 하나 없었다. 그의 오관은 준수했으며, 남다른 우아한 품위에 살쩍은 희끗희끗했다. 조금 팬 눈에는 형용할 수 없는 세월의 깊은 흔적이 남아있었다.

환관보다는 오히려 서생에 가까운 분위기였다.

허칠안은 감히 위연의 눈을 마주치지 못한 채 고개를 조금 떨어뜨렸다.

“소직(卑职) 허칠안, 위 공을 뵙습니다. 중대한 발견이 있어 이렇게 보고 드리러 왔습니다.”

허칠안이 가슴팍에서 옥석경을 꺼내 높이 들고는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건 지서인데, 도문 지종의 보물이라고 합니다.”

‘지서…….’

위연이 멍해 있더니 거울을 빤히 쳐다봤다.

“자네가 이걸 왜 갖고 있나?”

허칠안은 거울을 어떻게 얻고, 정보를 어떻게 받고, 공문서 창고에서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를 숨김없이 낱낱이 대환관에게 보고했다.

숨길 이유가 없었다. 거울은 야경꾼이 되기 전에 얻은 거고, 그의 사적인 소유물이었으니 말이다.

야경꾼이 되고 나서 거울을 얻었어도 마찬가지였다.

이로 인해 위연에게 안 좋은 인상을 남기지는 않을 것이다.

청의를 입은 대환관이 웃는 듯 아닌 듯한 표정을 짓더니 입을 열었다.

“황금 오백 냥?”

‘저기요. 중요한 건 그게 아니잖아요!’

허칠안이 스스로를 비웃듯 웃으며 말했다.

“소인,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이익을 도모한 것뿐입니다.”

위연이 온유한 웃음을 짓더니 다시 눈길을 거울로 옮겼다. 이때 거울 표면에 글씨가 나타났다.

[구: 고민은 끝났습니까? 언제 거래할 겁니까?]

대환관이 입을 삐죽거리더니, 거울을 허칠안에게 넘겼다.

“거울에 피를 떨구었으니 자네만 답장할 수 있네. 알려주게. 거래 장소는 내성 계월루(桂月楼) 난봉화명(鸾凤和鸣) 별실. 시간은 한 시진 후.”

허칠안이 거울에 바로 답장을 적었다.

[구: 좋습니다.]

“자네 신분과 주소를 알리지 않은 건 잘했네. 물러가게. 이 일은 해결할 사람이 따로 있을 테니.”

‘그럼 내 오백 냥……. 아니, 내 공로는…….’

“네, 알겠습니다!”

허칠안은 자신의 생각을 감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위 공을 향해 공수했다.

* * *

호기루를 떠난 허칠안은 마음이 복잡했다. 위험을 벗어난 홀가분함도 있었지만 황금 오백 냥을 잃은 아쉬움도 있었기 때문이다.

위 공이 공로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건 이해가 갔다.

‘높은 자리에 앉아 있는 위 공이 작은 동라와 공로 문제를 논한다는 건 확실히 무척 격 떨어지는 일이니까. 어쨌거나 위 공이 나에게 부당한 대우는 하지 않을 거다…….’

허칠안은 황금 오백냥을 얻지 못하는 아쉬움을 부여잡고 야경꾼 관아를 나섰다. 그는 곧장 기루로 향해 노래를 들으며, 속상한 마음을 위로할 계획이었다.

* * *

교방사, 영매소각.

허칠안은 야경꾼 제복을 의자에 걸쳐놓고, 비단 거죽을 씌운 긴 의자에 늘어져 앉아 있었다.

널찍한 실내에 무희 여섯 명이 춤을 추고 있었고, 허칠안의 등 뒤에서는 여종 한 명이 어깨를 주무르고 있었다.

그 앞에는 화려한 긴 치마 차림의 기녀가 고운 얼굴을 조금 떨어뜨리고 열심히 칠현금을 타고 있었다.

그녀는 가끔 고개를 들어, 좋아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허칠안을 힐끔거렸다.

일 주향 후, 연주가 끝나고 무희들이 물러갔다. 그러자 부향이 고운 자태로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놋그릇에 담긴 물로 손을 씻고는, 원망의 어투로 말했다.

“양 공자, 야경꾼이었구나.”

“실망했나?”

허칠안은 고개를 떨어뜨리고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다 무심코 답했다.

부향이 치맛자락을 들고 긴 의자에 올라오더니 허칠안의 몸을 타고 앉았다. 그녀는 두 손으로 탄탄한 가슴 근육을 문지르며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좋아하죠…….”

허칠안이 방향을 틀어 교방사로 온 건 다름 아니라 거리가 가깝기 때문이었다. 기루에 가서 밥을 먹고 노래를 들으면 몇 전을 내야 하나, 이곳에서는 부향이 무료로 대접하기 때문은 결코 아니었다.

‘나와 구호의 대화 내용을 육호는 어떻게 알았지? 삼호의 파편이 봉인되어 다른 파편 소지자가 보내는 서신은 받지 못하지만 기타 소지자들이 내용은 볼 수 있다? 이 지서는 대화 채팅방의 고대 버전인가?

진작 알았다면, 피를 떨군 다음 여덟 개 광점 모두 친구로 추가할 걸……. 당시에는 너무 놀라 거울을 내놓을 생각밖에 안 했어…….

천지회와 지종 사이엔 뭔가 깊은 관계가 있어……. 문파 분열?’

허칠안의 사고가 갑자기 끊겼다. 그가 눈썹을 찌푸리고 고개를 들어보니 얼굴에 홍조가 발그스름하게 피어서는, 그를 끊임없이 건드리는 기녀가 보였다.

그녀는 남자의 애간장을 타게 하는 눈빛을 가지고 있었다.

“함부로 만지면 곤란한데.”

허칠안이 불쾌한 듯 한마디 뱉었다.

몇 분 후, 밖에서 지키던 여종들이 실내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듣더니 수군거리며 자리를 떴다.

“가자. 아마 황혼이 되어야 끝날 거 같아.”

* * *

계월루, 난봉화 별실.

검은색 옷을 입은 남성이 한 손으로 칼을 짚고 허리를 꼿꼿이 편 채 원탁 변두리에 앉아 있었다.

그 남성의 얼굴에는 손가락 두 개 길이만큼의 칼자국이 있었다. 삼각형 모양의 눈매에 옅은 갈색의 동공에는 흉악함이 역력했다.

그의 얼굴은 포악하고 오만방자한 느낌을 줬다. 마치 조금만 뒤틀리면 칼을 내리칠 것 같은 살기등등한 느낌이었다.

그는 야경꾼 관아에 갇힌 사형수였다. 황제가 친히 지적할 만큼의 악인이었다. 처형일자는 내년 가을로 예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오늘 갑자기 금라 한 명이 그를 감옥에서 꺼내더니, 오늘 임무만 원만하게 완수하면 다른 사람으로 그의 사형수 신분을 대체하고, 그를 강호에 다시 풀어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 남성에게 이건 믿을만한 약속이었다. 황제가 친히 판결을 내린 사형수에게 사면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즉 죽는 길밖에 없다는 의미다. 누군가 자신의 신분으로 대신 죽어야만 살 길이 생겨날 수 있었다.

이렇게 ‘공을 세워 면죄를 받는’ 거래는 야경꾼 관아에서 종종 일어났다. 그가 붙잡히기 전에 강호 선배들에게서 들었던 기억이 있었다.

그의 임무는 무척 쉬웠다. 거래 하나만 마치면 됐다.

하지만 그는, 임무를 완수하는 과정에 무척 큰 위험이 잠재해 있을 거라 예상했다. 그렇게 쉬운 거래라면 사형수를 찾을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 남성이 이 임무를 맡게 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1. 어차피 죽을 몸인데 살 기회를 한번 모색해 보려는 것이었다.

2. 계월루는 내성의 가장 번화한 지역에 위치한 터라 함부로 소란을 피우지 못할 거라 예상했다.

이때, 별실 밖에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두 번 울렸다.

“문을 잠그지 않았으니 들어 오거라!”

검은색 옷을 입은 남성이 무거운 목소리로 응답했다.

별실 문이 열리더니 강호 옷차림을 한 남성이 천천히 들어왔다. 그는 회색 피풍의의를 걸치고 얼굴 절반을 모자 속에 숨겨, 모습이 절반밖에 보이지 않았다. 아래턱에는 옅은 수염이 보였다. 금방 자른 모양이었다.

쌍방은 경계하며 상대방을 살폈다.

‘허, 이 옷차림으로는 내성에 들어올 수 없었을 텐데……. 계월루에 들어서서 몰래 바꿔 입은 모양이군……. 피풍의의 안에 무기를 숨겨 놓았을 수 있다…….’

검은색 옷을 입은 남성은 온갖 위험 가능성을 예측 중이었다. 이때 피풍의를 입은 강호객(江湖客)이 쉰 목소리로 말했다.

“물건은?”

검은색 옷을 입은 남성이 그를 빤히 쳐다보더니 느긋하게 말을 꺼냈다.

“내가 말한 것 같은데. 이 거울은 황금 오백 냥으로 바꾼 거라고.”

‘무슨 거울 하나에 황금 오백 냥이냐고…….’

실은 검은색 옷을 입은 남성도 그 가격이 믿어지지 않았다.

피풍의를 입은 강호객이 손을 가슴에 넣어 은표 한 뭉치를 꺼냈다. 첫 장을 보니 백 냥짜리 은표였다.

은표는 결국 상납해야겠지만, 순간 재물을 향한 탐욕을 물리치지 못한 검은색 옷을 입은 남성이 저도 모르게 시선을 은표 뭉치에 고정했다.

“거울!”

피풍의를 입은 강호객이 은표를 탁자 위에 놓더니, 쉰 목소리로 말했다.

검은색 옷을 입은 남성이 아무리 뚫어져라 살펴도 아무런 특별함이 보이지 않는 거울을 탁자 위에 놓았다.

피풍의 차림의 강호객이 머리를 조금 들더니 칼날같이 예리한 눈을 드러내며 탁자 위에 놓인 거울을 잠깐 쳐다보았다.

“좋아. 거래는 끝났어. 이 문을 나가면 우리는 한 번도 만났던 적 없는 거야.”

그런데 이때, 검은색 옷을 입은 사형수의 눈에 강호객의 좌측 피풍의가 흔들리는 모습이 들어왔다…….

‘이런!’

그 순간, 그의 동공은 강한 빛에 노출된 것마냥 급히 수축했다. 그는 생각도 하지 않고 옆 측 좌석으로 굴러가 공격을 피했다.

‘그래, 임무가 그렇게 쉬울 리 없지……. 그나마 내가 경계를 놓지 않아서 다행이군. 이건 고수다. 일대일로 맞서면 안 된다. 창을 뚫고 나가야 한다. 경성 거리에서 사람을 죽이기야 하겠어…….’

사형수의 머릿속에 스친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때! 사형수는 자신이 앉았던 자리에서 사람을 발견했다. 그는 검은색 옷에 한 손으로는 칼을 짚고 앉아 있었다. 그의 목은 예기로 인해 큰 상처가 생겨, 피가 솟구치고 있었다.

검은색 옷을 입은 사형수의 마음속에 의문이 생기자마자, 그의 의식은 영원한 어둠 속으로 떨어졌다.

피풍의를 걸친 강호객은 은표를 가슴에 넣고 크게 한 번 웃더니 별실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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