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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60화 (60/712)

60화. 괴이한 정보 (1)

송정풍은 허칠안을 데리고 문방(文房)으로 가서 부상을 입었다는 문서를 적었다.

“이걸 쓰면 이틀을 쉴 수 있어. 내일 당직을 서지 않아도 되는 거지. 자신을 위해 적당히 이익을 도모할 줄도 알아야 해.”

송정풍이 말했다.

‘이게 듣기만 했던 산업재해다. 아니, 유급 휴가에 더 근접하다…….’

허칠안은 동료의 지혜에 찬성을 표했다.

문방을 떠나자 이미 황혼이 내려 있었다. 허칠안은 집에 돌아가 쉴 계획이었다.

그런데 송정풍이 소리쳤다.

“오늘 교방사에 가기로 했잖아.”

이 말을 들은 허칠안이 제자리에 멍하니 서 있다가, 이내 송정풍 뒤에 따라오는 주광효를 보고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부상 당한 건 괜찮고?”

주광효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교방사 여인들이 사람을 잘 돌보지.”

‘이 인간……. 단호하군.’

허칠안은 그를 향해 공수했다.

’그렇지. 이까짓 골절로 동료 간의 흥미진진한 교제를 놓쳐서는 안 되지.‘

집에는 돌아가지 않아도 무방하다. 허평지가 야경꾼이 야간 순찰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숙모야 맨날 욕하고 싶을 때만 내가 필요하지, 귀가 여부에 대해서는 일절 관심이 없을 테니까.’

결국 허칠안은 오늘 밤 집에 돌아가지 않고, 동료 둘과 대봉의 관료 사회에 어울릴만한 모임을 가지기로 했다.

그들의 목적지는 교방사였다!

이와 유사한 모임은 전생에서도 많이 겪어봤다. 다만 형식상의 회식 장소가 청루로 바뀌었을 뿐이다.

대봉, 혹은 이 시대에, 청루는 교제 장소로는 일순위로 뽑혔다.

야경꾼의 요패 하나면 그들 셋은 내성의 통금을 넘길 수 있었다. 야경꾼 동료를 만나면 관례대로 묻는 말에 답하면 끝이었다. 야경꾼끼리는 서로 눈을 질끈 감아주곤 했다.

* * *

셋은 교방사의 골목에 들어섰다. 이때 웃으면 실눈이 되는 송정풍이 말을 꺼냈다.

“나중에라도 야간 순찰을 할 때, 교방사 부근에서 만난 동료면 눈감아줘도 되는데 다른 구역에서 만난 동료면 긴장을 풀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우리는 그들의 야간 출행 목적을 보장할 수 없으니까.

예전에 연세가 있으신 야경꾼한테서 들은 건데, 야경꾼 중 한 명이 어떤 사람과 원한을 맺었다고, 야밤에 그 사람의 저택에 침입해 사람을 죽였다는군. 이후에 무척 공을 들여서야 야경꾼 내부에 흉수가 있었다는 것을 발견했고. 자세한 건 다도회에서 다시 말해주지.”

허칠안이 미소를 짓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경고는 야경꾼 햇병아리인 허칠안에게는 매우 귀한 경험담이었다. 질투가 많거나 암투를 즐기는 동료를 만났다면 알려주지도 않았을 것이다.

“우리 오늘 어느 원으로 가는데?”

말을 극히 아끼는 주광효가 입을 열었다.

“영매소각.”

“아무 데나 가지, 뭐.”

허칠안과 송정풍이 동시에 대답이었다.

이때 주광효와 송정풍은 약속이나 한 듯 동시에 허칠안을 쳐다보았다. 그들의 눈빛은 ‘지금 무슨 생각하는 거야?’라고 말하고 있었다.

송정풍이 신입 동료의 어깨를 토닥이면서 말했다.

“부향 낭자의 다도회는 열 냥이다. 게다가 손님을 접대하는 경우가 적어. 연속 며칠 다도회만 열고 안방에 손님을 들이지 않을 때도 있어. 뛰어난 수단이지…….”

‘그래, 그걸 굶주림 수단이라고 하는 거야…….’

허칠안은 그제야 생각이 났다. 이 둘은 자신이 주립을 함정에 빠뜨린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래, 이런 내막이야 함부로 퍼뜨리면 안 되지. 그러니 나와 부향 기녀가 하룻밤 보냈던 사실도 모르는 게 당연하다. 물론 그날에는 단순히 잠만 잤지만.’

주광효가 말했다.

“부향 낭자는 우리를 거들떠보지도 않을 거다.”

주광효는 말이 적지만 항상 정곡을 찌르거나 선의의 참말만을 해주었다.

동료 두 사람이 영매소각에서 돈을 낭비하는 것을 꺼리는 모습에, 잠깐 고민하던 허칠안이 입을 열었다.

“그냥 시야를 넓힌다 생각하고 가보지. 다도회 은자는 내가 내면 되고.”

신입으로서 선배들한테 한턱 쏘는 거야 관용적인 접대 수단이었다.

송정풍과 주효광의 얼굴에 희색이 돌았다. 누구든 선의의 접대는 거부하지 않는 법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셋은 영매소각의 문어귀에 도착했다.

허칠안은 관현악이 들려오는 원 내를 들여다보면서 생각했다.

‘부향 낭자, 오늘 내가 치욕을 씻으러 왔소!’

* * *

그들은 다도회 은자를 내고는 원내로 들어왔다. 화로를 피운 실내에는 여덟 명의 손님이 앉아서 차를 마시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분위기가 무르익은 모양이었다.

여섯 명의 무희들이 얇은 견사를 흩날렸다.

허칠안이 그들을 한 번 훑었지만, 밖에서는 대갓집 규수, 침상에서는 사람의 혼을 빼먹는 영락없는 여우였던 부향은 보이지 않았다.

다도회에는 벌주 놀이만 있는 게 아니었다. 노래를 듣고 춤을 감상하는 일도 있었다. 기녀 또한 매번 손님을 접대하는 것이 아니었다.

마찬가지로 손님들에게도 ‘자유공간’이 필요했다. 벌주 놀이가 재미있기는 하나 사적인 소통을 하기에는 불편했다.

어떤 손님들은 일행과 함께 화주를 마시면서 친분을 돈독히 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그러기에 이들에게는 자유시간이 필요했다.

셋은 자리에 앉았다. 송정풍이 어깨를 들썩이더니 실눈을 뜨며 웃어댔다.

“오늘 부향 낭자가 손님을 접대하지 않을 모양이군.”

허칠안이 물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지?”

이에 송정풍이 설명했다.

“다도회에는 시간제한이 있어. 일반적으로 한 차례의 손님들이 이곳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최대 한 시진이고. 그 후로는 다음 다도회 돈을 지불하든가 아니면 원을 떠나든가 해야 하지. 그런데 벌주 놀이를 재미있게 하려면 한 시진 정도 필요하거든.”

‘다시 말해, 우리 차례에는 벌주 놀이를 안 한다는 거구나. 그럼 부향이야 당연히 나타나지 않겠지……. 어찌 교방사 규정을 이토록 잘 안대? 어지간히 많이 다녔던 게 아닌 모양이야.’

허칠안이 새로운 지식을 배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춤이 끝나자 무희도 잠깐 휴식을 취했다.

담청색 유삼을 입은 청년이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더니 잔을 들고 주변을 살피면서 말했다.

“양릉 공자 있습니까?”

그는 연속 세 번이나 물었는데도 아무 응답이 없자 실망한 기색이 역력해서는 자리에 다시 앉았다.

옆 탁자에 앉아 있던 부호 옷차림의 중년 남성이 신기해서 물었다.

“그 양릉이라는 분은 어떤 사람이요?”

“소영횡사수청전(疏影横斜水清浅), 암향부동월황혼(暗香浮动月黄昏).”

담청색 유삼을 입은 청년이 턱을 조금 치켜들면서 말을 이었다.

“이 시를 들어보셨는지요?”

“글쎄, 어렴풋이 들은 기억은 있네만.”

부호 옷차림의 중년 남성이 잠깐 생각하나 싶더니 답했다.

“물론 기억이 있으시겠죠. 이 시가 퍼지고 나서 서생들은, 이 시를 천고 이래 매화시의 절창이라고 불렀습니다.”

유삼을 입은 청년이 오만한 자세로 고개를 쳐들더니, 한 마디 덧붙였다.

“우리 문인들만이 이런 시를 지어낼 수 있습니다.”

이에 수상쩍은 부호 옷차림의 중년 남성이 물었다.

“그럼 그런 공자를 왜 이곳에서 찾는가?”

두 사람의 대화에, 옆에서 술을 마시던 손님들도 저마다 대화를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천고의 절창이 바로 영매소각에서 탄생했으니까요. 이 시는 양릉 공자가 부향 낭자에게 증여한 겁니다. 사람을 매화로 비유한 거죠. 그야말로 섬세한 관찰력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최근 들어 부향 낭자가 모시던 손님들이 문턱이 닳을 정도로 영매소각에 드나드는 거로군. 그러니 부향 낭자의 얼굴을 보기 힘들 수밖에.”

“듣자니 부향 낭자가 이제는 손님을 쉽게 모시지 않는다더군.”

“소영횡사수청전, 암향부동월황혼……. 얼마나 아름다운 시인가. 부향 낭자와 그 양릉 공자를 한번 만나보고 싶구먼.”

담청색 유삼을 입은 청년이 사람들이 주고받는 대화를 듣더니, 팔을 휘두르면 탄식했다.

“양 공자는 교방사에 한 번 나타나고는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국자감에서도 장락현아에 사람을 보내 양릉 공자를 찾았다고 하는데, 장락현아에서는 그런 사람이 없다고 하고요.”

“그런 일이 있었나!”

사람들은 이 소식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담청색 유삼을 입은 청년이 유감을 표하며 말했다.

“제가 매일 영매소각을 찾는 이유는 양릉 공자를 기다리기 위함입니다. 저뿐만 아니라 경성 서생들 모두 이 분을 한 번 만나보기 원하죠.”

송정풍이 혀를 차더니 입을 열었다.

“이제 잘됐어. 부향 낭자를 영영 보지 못하게 생겼군.”

주광효도 탄식했다.

송정풍이 신입 동료를 보더니 말했다.

“아쉬운 건, 사건 분석에는 재능이 넘치는 네가 시에는 재능이 없다는 거지. 만약 양릉처럼 천고의 절구를 만들 수 있다면 부향 낭자가 오히려 너한테 찰싹 달라붙지 않을까?

민간에 전해지는 화류계 여인과 가난한 서생의 이야기. 근거 없는 날조라고 생각하나? 아니, 그렇지 않아. 가난한 서생이 가끔가다 훌륭한 시구를 지어 기생에게 증여하면, 그 여인의 몸값이 바로 폭등하게 되지. 그러니 어려서 명성을 날린 서생은 화류계 여인들이 서로 뒤질세라 추켜세우는 대상인 거다.

여인들이 그들한테서 돈을 받는 건 고사하고 돈을 준다하더라도 좋아할걸. 운록서원의 자양거사도 왕년에 시를 좀 지었잖아. 장원에 급제하고 나서 교방사에 삼 개월이나 주구장창 드나들었는데도, 자기 주머니에서 은자 한 전 나가지 않았다잖나.”

주광효가 이에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의 뜻을 표했다.

송정풍이 말을 끝내고 신입 동료를 쳐다보았다. 그는 입이 쩍 벌어지고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흥분한 듯 거친 숨을 내쉬는 허칠안을 발견할 수 있었다.

손님을 모시던 여종 한 명이 허칠안을 빤히 쳐다보더니, 얼굴에 희색이 돌면서 손님을 제치고 뛰쳐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무척 화려하게 꾸민 기녀가 나타났다. 긴 치맛자락이 바닥에 끌렸고, 윤기 나는 머리에 꽂은 장신구가 아리따운 용모를 더 빛나게 했다.

부향이 손님들을 한 번 훑더니, 허칠안을 발견하고는 시선을 고정했다.

“어? 부향이 나를 보는데?!”

놀란 송정풍을 보며, 주광효는 허리를 펴고는 말했다.

“나를 보는 거다.”

손님들을 향해 예를 갖춘 부향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은 춤을 춰드리겠습니다.”

손님들의 얼굴에 놀라움과 기쁨이 뒤섞였다.

‘교방사에서 가장 잘 나가는 기녀가 오늘 얼굴을 비추다니!’

예리한 관찰력을 가진 손님들은 의아해했다.

‘칠현금과 시로 이름 날린 기녀가 오늘은 어째서 춤을 추는 걸까?’

“나를 위해 춤을…….”

허칠안은 부향의 아름다운 춤사위를 감상하면서 상상에 취했다.

춤이 끝나자 술 한 잔을 마신 부향은, 얼굴을 발그레 붉힌 채 물러갔다.

송정풍이 웃으면서 말했다.

“이거면 된 듯하군.”

주광효도 고개를 끄덕였다.

송정풍이 허칠안을 향해 술잔을 들면서 입을 열었다.

“부향 낭자가 칠현금은 자주 타도 춤은 잘 안 추는데, 처음 교방사에 와서 춤추는 모습까지 봤으니 너도 돈을 허비한 건 아니게 됐다.”

이에 허칠안도 술잔을 들어 답례를 하면서 입을 열었다.

“오늘 밤, 그녀의 방에 머물게 됐으면 좋겠군.”

송정풍이 하하하 크게 웃었고, 주광효도 고개를 절레절레했다.

송정풍이 웃음을 막 그치려는데 여종 한 명이 걸어오더니 말을 건넸다.

“양 공자, 우리 낭자께서 공자를 방에 모셔 차 한 잔 마시자고 합니다.”

순간 송정풍과 주광효가 넋을 잃고 허칠안을 바라봤다.

허칠안이 송정풍의 어깨를 톡톡 두드리면서 말했다.

“내일 묘시, 원 문어귀에서 보도록 하지.”

담청색 유삼을 입은 서생이, 놀란 기색으로 말했다.

“양 공자, 양릉입니까? 양릉이란 말입니까? 양 형, 양 형……. 소생 두영…….”

허칠안이 가던 길을 멈추고 그를 향해 공수하더니, 다시 여종을 따라 자리를 떴다.

‘양릉……?!’

방 안에 있던 손님들 모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유삼을 입은 몇몇 서생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송정풍과 주광효는 소리 없이 서로를 마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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