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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57화 (57/712)

57화. 사건 분석

세 사람은 야경꾼 관아 밖에서 경조부 포졸들을 만났다. 그들도 세 사람이었다. 놀라운 건 맨 앞에 여인이 서 있다는 것이었다. 다른 두 명은 젊은 남성이었다.

포졸 세 명이 입은 제복은 허칠안의 쾌수 제복과 유사했다. 현색 바탕에 옷깃과 소맷부리를 빨간색으로 둘렀다.

하지만 가슴에 ‘포(捕)’ 대신 위풍당당한 신수(神兽) 비안(*狴犴: 전설 속의 감옥 문을 지키는 괴수)을 수놓은 채였다.

‘한 명은 연기경, 다른 두 명은 연정경…….’

허칠안은 티 내지 않고 세 사람을 관찰했다.

맨 앞에 서 있던 여인이 공수하더니 입을 열었다.

“소직 여청(吕青)이라고 합니다. 제가 사람에게 명해 성문 어귀에 말을 준비해 놓았습니다. 우선 마차 안에서 얘기를 나눕시다.”

말은 길을 재촉하는 수단이었고, 마차는 대화할 공간을 마련하여 시간을 절약하려는 것일 테다.

야경꾼의 지위가 높다 보니, 기타 아문의 포졸들은 야경꾼을 만나면 고개를 숙여야했다. 하지만 눈앞의 이 연기경의 여인은, 고개는 숙였지만 태도가 무척 당당했다.

공간이 넓은 마차가 거리 옆에 멈춰 섰다. 여섯 사람이 타도 넉넉한 마차였다.

야경꾼 세 명이 한쪽에 앉고, 부아 세 명이 다른 한쪽에 앉았다.

송정풍이 웃는 얼굴로 자신과 주광효, 허칠안을 함께 소개했다.

“이 친구는 낯설지 않을 거네. 세은 사건 당시 부아에 갇혀있었지.”

경조부 포졸 세 명이 허칠안을 자세히 살폈다.

여청이라 자신을 소개한 여 포두가 공수하더니 입을 열었다.

“존함을 오래전부터 들은 바 있습니다.”

세은 사건은 부아에서 다뤘던 사건이었다. 여청은 부아의 포두로서 허칠안을 기억하고 있었다.

세은 사건 당시 이 사람의 재능이 남다르다고 판단한 여청은 부윤 대인께 그를 부아로 들이자고 몇 번이나 제안했다……. 그녀는 이미 야경꾼이 된 허칠안을 보면서 못내 아쉬워하는 중이었다.

허칠안은 웃으면서 겸손한 말을 몇 마디 건네고는 조용히 여 포두를 살폈다.

여인이 포두인 경우는 드물었다.

대봉 황조의 여인들이라고 모두 규중에서 은폐된 생활을 하는 건 아니었다. 아문에서는 재능이 뛰어난 여인들을 직접 발탁하기도 했다.

대략 삼십이 넘어 보이는 여인은 용모가 괜찮은 편이었다. 눈썹이 일반 여인들보다 짙었고, 늠름한 자세를 뽐냈다.

허칠안은 세은 사건 당시, 사건이 형부로 넘어가지 않고, 부아와 야경꾼이 협동 수사를 한 이유를 궁금해한 적이 있었다. 이제야 비로소 그 원인을 알 수 있었다.

형부와 호부 주 시랑의 관계가 좋았고, 형부 내에 주 시랑의 사람이 있었기 때문인 듯했다.

“권종 내용이 무척 허술하여 구체적인 부분을 알 수가 없었네. 부아에서 사건을 먼저 접했으니 사건에 대해 좀 얘기해 주게.”

송정픙이 말했다.

“요괴는 구체적으로 언제 나타난 건가?”

“육칠 월쯤입니다.”

“요괴의 모습을 본 사람은 있나?”

송정풍이 계속하여 물었다.

“회호가 자주 실종되자 가족들이 찾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강변에서 괴물의 발자국과 핏자국을 발견했죠. 그 후 계속해서 회호들이 실종됐고, 강변에 발자국이 더 많아졌다고 합니다. 현지 이장(里長)이 회호들을 집결하여 강에 그물을 쳐 요괴를 포살하려고 시도했으나 그물에 바로 구멍이 나면서 실패했다고 합니다…….”

‘물과 육지에서 모두 서식하는 동물이군!’

허칠안이 속으로 생각했다.

설명을 듣던 송정풍이 눈썹을 찌푸리더니 다시 물었다.

“육칠 월에 발생했는데 왜 이제야 보고한 거지?”

“그 요괴가 처음에는 산으로 들어간 회호만 삼키고, 촌락은 습격하지 않아 태강현에서도 개의치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죽어가는 사람이 많아지자 포수를 파견하여 회호와 함께 요괴를 포살하려 했건만, 아무런 수확이 없었던 거죠.”

여청은 말하면서 계속하여 허칠안을 힐끔거렸다.

‘세은 사건의 진상을 밝힌 수사 인재가 시종 눈썹만 찌푸리고 말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네.’

허칠안의 모습에 여청은 다소 실망했다.

“태강현은, 포살 계획이 몇 번 실패하자 아예 신경을 쓰지 않은 모양입니다. 어쩌면 경찰이 다가와 사건을 묻어두려 했던 것도 같습니다.”

이때 주광효가 입을 열었다.

“그러면 왜 또 보고를 한 거지?”

여청이 잠깐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회호들이 두려워 더 이상 산에 오르지 못하게 되자, 생계가 어려워졌습니다. 게다가 세금 상납 압력이 가해지면서 딱히 다른 방법은 없고 하니, 멀리 에둘러 강을 피해 산으로 올랐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고가 발생한 거죠…….

그렇게 산으로 올라간 이십여 명이 다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부근 회호들이 어쩔 수 없이 부아에 고한 겁니다.”

송정풍과 주광효는 서로 마주보더니 다시는 입을 열지 않았다.

이때 허칠안이 경조부의 포졸 세 명을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

“대황산과 부근 촌락의 지도는 있나?”

“가져왔습니다. 요괴의 경지를 아직 파악하지 못한 상황이라, 현지 회호와 동행하지 않고, 우선 우리끼리 조사해보려고 가져왔습니다. 나중에 돌발상황이 발생하여 회호들을 보호할 수 없을 수도 있으니까요.”

여청이 좌측에 앉은 동료를 한번 보자, 동료는 휴대한 주머니에서 지도 한 뭉치를 꺼냈다.

허칠안은 지도를 받아쥐고 나서 천천히 펼쳤다. 대황산맥의 풍수도였다.

지도를 자세히 훑어보던 허칠안이 말을 꺼냈다.

“나한테 두 가지 추측이 있네.”

마차 안의 사람들이 일제히 허칠안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송정풍이 실눈을 뜨면서 웃음을 지었다.

여 포두는 눈을 반짝이더니, 자세를 바로 했다.

“말씀하시지요.”

“요괴가 백성을 습격하는 데는 일정한 규칙이 있네. 강한 목적성을 띤다고 해야 하나. 이건 단순한 요괴 작간 사건이 아닌 것 같군.

맨 처음에는 강변 부근에 있던 회호를 삼키다가, 강변 양쪽을 중심으로 범위를 확장해나갔네. 나중에는 산에 오른 회호까지 삼켰고. 이건 단순한 사냥행위가 아니네.

우선 대황산과 강은 수십 리나 이어졌지. 따라서 강에는 물고기나 새우가 부족하지 않을 테고. 야수는 사냥감을 입맛에 의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에 따라 결정하네. 신변에 음식이 부족하지 않을 경우, 절대 멀리 나가지 않지. 좋은 걸 한 끼 먹기 위해 산까지 오르지 않는다는 얘기일세.

만약 야수와 달리 무척 머리가 좋은 요괴라 사람을 즐겨 먹는다고 한다면 부근 촌락부터 손을 대겠지. 하지만 주변 촌락은 가만히 놔두고 대황산 부근으로 진입한 회호만 삼켰잖나? 행위심리학에 의하면, 이건 의도적으로 쫓는 행위네.”

‘행위심리학?!’

여청이 사색에 빠지더니 물었다.

“지역 다툼?”

허칠안이 대답하기도 전에 송정풍이 고개를 절레절레하면서 입을 열었다.

“아니, 만약 머리가 좋은 요괴라면 이런 방식으로 지역을 점령하지는 않지. 경성 부근에서 지역 다툼을 한다? 이건 죽음을 자처하는 행위나 마찬가지네. 단순히 포악한 야수라고 한다면 회호를 쫓는 행위는 하지 않았겠지.”

잠깐 생각을 해보던 여청이 놀란 기색으로 입을 열었다.

“대황산에 그가 눈독 들인 물건이 있다는 이야기일까요?”

순간, 마차 안에는 침묵이 흘렀다.

* * *

마차가 성문을 나서자, 백역들이 관용 준마를 거느리고 성문 어귀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허칠안과 일행들은 말로 갈아탔다. 그들은 외성의 북적이는 거리를 지나 반 시진 만에 외성 성문에 도착했다. 그들은 성문을 나서자, 대황산을 향해 전속으로 달렸다.

‘역시 관용마야. 속도가 이렇게 빠르다니…….’

허칠안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허칠안과 그의 일행은 정오에 대황산 변두리에 도착했다. 그들은 관도(*官道: 국가에서 관리하던 길)에서 멈춰 말고삐를 길옆의 나무에 묶고, 건량(*乾糧: 먼 길을 다닐 때 지니는 양식)으로 요기를 한 뒤, 꼬불꼬불 오솔길을 걸어 산으로 들어갔다.

일각 후, 그들은 대황산 아래 강변에 도착했다.

강을 따라 수색한 결과, 이미 희미해진 발자국 몇 개를 발견할 수 있었다. 길이는 삼 척(尺) 정도, 너비는 일 척 반. 발가락은 네 개였다.

여청과 그의 동료들이 메고 있던 꾸러미를 벗어, 안에서 화약을 꺼내 허칠안과 그의 동료에게 나누어 주었다.

“발자국을 중심으로 나뉩시다. 저희는 하류에 가서 터뜨릴 테니 대인들은 상류에 가서 터뜨리십시오. 이렇게 요괴를 유인해봅시다.”

이건 사전에 미리 계획되었던 작전이었다.

대봉 황조는 화약에 대한 관리가 무척 엄격했다. 조제 방법은 극비에 부쳤고, 화약 제조에 필요한 모든 재료 또한 조정에서 독점하고 있었다.

설령 야경꾼과 부아 포졸들이더라도, 화약 성분에 대해서는 대략적인 것밖에 몰랐다. 그것도 그들 스스로 냄새로 알아낸 것이었다.

그들은 화약에 불을 붙여 물 안으로 던졌다.

묵직한 폭발 소리가 일어나더니 물이 수 장 높이로 솟구쳤다.

얼마 지나지 않아 화약을 다 써버린 일행은 강변에 서서 높이 솟아오르는 물을 올려다 보면서 오랜 시간을 대기했으나, 요괴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사천감 술사들의 도움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허칠안이 무심결에 한 마디 던졌다.

망기술로 요기(妖气)를 관측하면 요괴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을 터였다.

“허!”

송정풍이 피식하더니 낮은 소리로 말했다.

“사천감 술사는 우리 야경꾼보다도 훨씬 더 고귀한 분들이야. 폐하의 명만 받들지. 이렇게 작은 사건에 그들을 동원할 생각은 꿈도 꾸지 말아.”

‘사천감 술사들이 그렇게 고귀해? 난 왜 모르겠지? 그들이 나를 우러러보는 눈빛을 댁이 보지 못해서 그래.’

* * *

그들은 다시 모였다. 송정풍이 어깨를 들썩이면서 입을 열었다.

“요괴가 나올 거 같지 않네. 산으로 들어가 보는 건? 대황산에 진짜 뭔가가 있다면 말이야.”

이에 허칠안이 덧붙였다.

“우선 회호들이 석회암을 채굴했던 지역을 조사해보지.”

여청이 머리를 끄덕였다.

그들은 두 무리로 나뉘어, 전후로 거리를 둔 채 산으로 들어갔다.

회호들은 주로 대황산의 가장 높은 봉우리에서 석회암을 채굴했다. 일행은 여기저기에 채굴 흔적이 남은 산의 모습을 멀리서 보았다. 그 흔적은 마치 사람 얼굴에 자라난 흰 반점 같았다.

오랜 시간의 지속적인 채굴로 우뚝 솟은 봉우리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일행은 산중에서 무척 오랫동안 수색했다. 하지만 유용한 단서를 찾아내지 못했다.

모두가 다시 모이자 여청이 먼저 입을 열었다.

“대황산에는 양질의 석회암이 있을 뿐만 아니라 식물도 무척 풍부합니다. 아무 곳에서나 채집하여 연료로 사용하면 되기에, 회호들이 석회를 굽기에 무척 편리하죠. 채굴하자마자 굽고, 굽자마자 부수면 되니까요. 산 아래에 강이 있어 운송도 매우 편리합니다.”

부아의 포졸 한 명이 덧붙였다.

“그런데 대신 세금 압박이 과중합니다. 석회를 채굴하지 못하면 생계를 유지할 수 없게 됩니다.”

‘부아에 고발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한참 동안 말이 없던 허칠안이 한숨을 내쉬더니 입을 열었다.

“과중하고도 잡다한 세금이 유랑민을 만들지. 조정에겐 백성의 피땀이 가장 맛있는 법이고.”

이에 말을 감히 잇지 못한 사람들이 침묵을 지켰다.

그러자 송정풍이 헛기침으로 침묵을 깨고 화제를 돌렸다.

“요괴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는다면, 우리 몇으로는 부족하네. 여 포두, 무슨 좋은 제안이 없나?”

여청이 잠깐 생각해보더니 답했다.

“세 무리로 나눕시다. 두 사람을 한 조로 하여, 한 조는 부근 촌락의 이장을 찾아가고, 한 조는 경성에 돌아가 수색 인력을 소집하고요. 저는 부윤 대인께 사천감 술사 한 분을 청해달라고 사정해보겠습니다.”

“그럼 너무 시간 낭비지.”

허칠안이 손짓하더니 말을 이었다.

“한 사람만 부근 촌락의 이장을 찾아가고, 남은 사람은 이곳을 지켜야 하네.”

이에 여청이 눈썹을 찌푸렸다.

허칠안이 그런 여청을 보더니 한마디 덧붙였다.

“수사에 수확이 없으면, 사천감에 가서 술사를 찾아오는 일은 내가 맡지.”

무척 자신 있는 어투였다. 마치 사천감 술사들이 자신의 지휘에 따르리라 확신하는 것처럼.

여청은 허칠안을 잠깐 살피더니, 고개를 조금 끄덕이고는 동료 한 명을 파견해 사람을 청해오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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