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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56화 (56/712)

56화. 돌발 임무

‘갑상? 어떻게 갑상일 수 있어?’

그는 야경꾼으로 십 년 넘게 지내온 이래, 갑상은 처음 보았다. 설령 금라라 하더라도 갑 이상을 본 적 없었다.

‘그래서 떠벌리지 말라 했구나. 이 일이 펴져 나가면 당사자 녀석은 오만해질 수 있고, 다른 야경꾼들은 질투심에 그를 배척할 수 있으니까. 잠깐, 자질 시험은 지, 력, 문심 세 가지잖아. 허칠안은 연정경이니 전력관은 시험보지도 않았을 텐데. 그럼 그 외 두 개 시험만으로 갑상 자질을 얻었다는 거야?

연기(练气)방면의 천부까지 더하면 등급이 더 높아지나? 그건 위 공이 정한 등급 제도의 상한선을 넘어가는 것인데……. 위 공은 허칠안을 위해 더 높은 등급을 추가하실 셈인가? 아니면 갑상 그대로 둘 것인가?’

이옥춘은 허칠안의 자질 등급에 흥분되는 마음을 애써 다스렸다.

위연이 호적을 덮더니 무심코 한마디 던졌다.

“명심하게. 비밀을 꼭 지켜야 하네. 자네는 나한테 뭘 보고하려고 했나?”

이옥춘이 숨을 한 번 크게 뱉고, 머릿속으로 한 번 정리하고 난 뒤 입을 열었다.

“제가 방금 전에 허칠안을 도와 천문을 열었습니다. 규정에 따라 사백 냥을 받았습니다.”

“돌려주게.”

위연이 답했다.

갑상 자질의 인재에게 자원이 몰리는 건 당연했다. 좋은 성적을 얻었음에도 천문을 여는 비용을 그대로 다 받으면, 등급을 매기는 의미가 없었다.

이옥춘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옥춘을 보며 웃음을 짓던 위연이 말을 꺼냈다.

“자질은 괜찮던가? 몇 주천에 기감을 찾던가?”

삼 주천에 기감을 찾은 미모의 남성과 양연도 이에 궁금한 듯 이옥춘을 주시했다.

“일 주천…….”

이옥춘은 말을 뱉으면서 세 사람의 안색을 살폈다.

세 사람 모두 저마다의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양연의 굳은 얼굴에도 놀라움이 서렸다.

전망을 보다가 차실로 걸어오던 미모의 남성이 가장 격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이옥춘을 아래위로 훑으면서 냉소를 머금더니 조금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럴 수 없어.”

한편, 우아하면서도 온유한 분위기를 풍기는 위연은, 순간 황홀경에 빠진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옥춘이 조용히 고개를 떨궜다. 그는 세 사람의 반응이 무척이나 만족스러웠다. 위연이 말했다.

“물러가게!”

이옥춘이 멀어질 때까지 그 뒷모습을 지켜보던 위연이, 다른 두 명을 힐끗 쳐다보고는 물었다.

“너희 두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느냐?”

잠시 생각하던 양연이 물었다.

“남다른 배려가 필요할까요?”

이에 위연이 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 지켜보자꾸나.”

위연이 미모의 남성을 쳐다보면서 웃음을 짓더니 입을 열었다.

“너희 둘 나이가 비슷하더구나. 지금은 너와 비교할 수 없지만,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니 네게도 좋은 일인 듯하다. 정진할 동력이 생길 테니 말이다.”

이에 미모의 남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 * *

한편 호기루를 나서던 이옥춘은, 길에서 은라 몇 명과 마주쳤다.

“이 대인, 무슨 일로 입꼬리가 귀에 걸리셨나?”

동료의 말에 이옥춘이 제 얼굴을 만져보았다. 입꼬리가 귀에 닿기 일보 직전이었다.

“별일 아니오…….”

이옥춘은 대강 손을 내젓더니, 하하하 크게 웃으면서 지나갔다.

* * *

허칠안은 집 사람들에게 자신은 야경꾼 관아에 머무르겠다고 전하고는, 반복적으로 토납하면서 운기를 연습했다.

운기로 인해 세포에 활력이 생기고 정신이 더 맑아지는 것이 느껴졌다.

체백과 힘 모두 놀라울 정도로 부풀어 올랐다.

이 상태는 황혼에 멈췄다. 이는 연기경에 들어선 초보에 대한 폭리가 끝났다는 것을 설명했다.

‘지금의 상태로는 과거의 나를 열 명이라도 제압할 수 있을 것이다. 허평지는 나와 훈련할 때는 아예 힘을 쓰지도 않았지. 연기는 또 어찌나 잘하는지. 마치 혼신의 힘을 다 쓰는 듯 보였다. 만약 허평지가 진짜 혼신의 힘을 다했다면 난 진작 숨이 끊어졌을 것이다…….’

허칠안은 마음대로 주먹을 날려봤다. 주먹마다 바람이 일었고, 상태가 좋기로는 그야말로 전례 없었다.

허칠안은 두 주먹에 기를 모았다. 그리고 무릎을 조금 굽히고, 허리를 내리면서 두 주먹을 수직으로 내리꽂았다.

퍽!

지면에서 큰 소리가 울렸고, 거미줄마냥 얼기설기 땅이 갈라졌다.

* * *

허부.

허신년이 눈썹을 찌푸린 채 후청에서 서성거렸다. 자리에 앉아 있는 허평지도 얼굴이 굳어서는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숙모가 손가락으로 치맛자락을 비틀면서, 눈시울이 빨개져서는 눈썹을 바짝 찌푸린 딸을 힐끗 봤다.

모친의 시선을 느낀 허영월이 입술을 오므리더니 울먹이는 목소리로 숙모를 불렀다.

“어머니…….”

“서성거리지 좀 말거라. 머리가 아프잖니.”

숙모는 허신년을 나무라는 동시에 허평지의 태도를 넌지시 떠보았다.

“나리?”

“우선 기다려보지. 야경꾼에게 끌려갔을 때는, 아무것도 안 하는 게 가장 좋은 선택이니.”

허평지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숙모가 입술을 깨물면서 갑자기 발을 구르더니 화난 어조로 말했다.

“가서 좀 사람이라도 찾아보세요. 여기서 앉아 기다리는 것보다 낫지 않겠습니까.”

눈썹을 찌푸리고 있던 허신년이 말했다.

“무슨 사람을 찾습니까? 야경꾼이 형님을 잡아간 이유도 모르는데. 아직 그럴 때가 아닙니다.”

“문제를 일으키기만 한다니까 그놈은!”

숙모는 투덜거리면서, 옷소매에 넣은 손으로 주먹을 쥐었다.

이때 문지기 로장이 달려오면서 소리쳤다.

“나리, 큰 공자님께서 사람을 시켜 말을 전해왔습니다.”

허신년이 맨 앞으로 달려갔다. 온 집 식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허영월이 옷자락을 흩날리며 문어귀까지 와서는, 초조한 눈빛으로 문지기 로장을 쳐다봤다.

문지기 로장이 후청으로 들어가는 계단 앞에 서서 말했다.

“큰 공자님께서는 이미 야경꾼이 되었다고 합니다. 오늘 밤 집에 돌아오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마시라고 합니다.”

‘야경꾼이 됐다고?’

허평지와 허신년은 멍하니 서로를 쳐다봤다.

* * *

실눈 동료와 안면마비 동료의 동행하에, 허칠안은 관아 사무소에서 몸에 맞지 않는 임시 제복 한 벌과 요패(腰牌) 하나, 동라 하나와 야경꾼 전용 장도 하나를 받았다.

“몸에 맞는 제복은 아마 이틀 기다려야 할 거야……. 이 동라는 야경꾼 전용 법기다.”

송정풍이 입에 사탕을 물고 말했다.

“이것엔 두 가지 역할이 있어. 첫 번째는 가슴에 묶어 방패 역할을 해준다는 것. 연신경 고수의 전력 일격을 막아낼 수 있지. 두 번째는 동라를 쳐 발생하는 음파는 적들이 들으면 정신이 혼미해진다는 것. 현기증 혹은 두통 증상이 생기지.”

‘뭐 그렇게 큰 작용도 아니네. 송경이 준 호신경은 연신경의 공격 세 번, 동피철골의 공격 한 번을 막아주는데……. 잠깐. 그럼 이건 증강형 동라?’

“사천감에서 만든 건가?”

허칠안이 물었다.

“물론이지. 법기는 사천감 사품 진사만이 만들 수 있으니.”

송정풍이 답했다.

“내일 늦지 않게 점호하러 와야 한다. 대장이 너를 우리 둘과 한 조로 묶었어. 야경꾼은 최소 두 명에서 최대 네 명을 한 조로 해서, 경성의 서로 다른 지역을 책임지지. 일반적으로 삼 일에 한 번씩 당직을 바꾸는데, 나와 광효가 야간 순찰을 금방 끝냈으니, 앞으로 삼일은 주간 순찰이다.”

허칠안은 이 소식이 별로 달갑지 않았다. 야간 근무는 비인간적인 착취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그럼 어느 지역을 책임지게 되지?”

“지역은 잠정이다. 매번 바뀌는데 무작위로 정해. 이건 일부 꿍꿍이가 따로 있는 야경꾼들이, 자기가 맡은 지역에서 나쁜 짓을 할까 봐 내린 규정이야.”

송정풍이 웃으면서 말했다.

“돈을 훔친다든가, 아니면 여인을 겁탈한다든가. 물론 이런 사례는 적지만 미연에 방지는 해야 하니까.”

허칠안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입을 열었다.

“어디든 쓰레기 같은 놈들은 있는 법이니까.”

이때 하급 관리 한 명이 종종거리며 오더니 입을 열었다.

“송 대인, 주 대인, 이 은라께서 부릅니다.”

‘춘 형(春哥)이 우리를 부른다고?’

허칠안이 두 사람을 따라 이옥춘의 사무공간으로 찾아갔다.

* * *

은라마다 자신의 독립적인 사무공간이 있었다. 이를 ‘당(堂)’이라고 불렀다. 따라서 사무공간을 또 ‘좌당(坐堂)’이라고 불렀다.

은라는 평소에 순찰을 다니지 않았다. 순찰이야 동라 같이 직급이 낮은 야경꾼들이 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옥춘의 사무공간은 춘풍당(春风堂)이었다.

‘방안은 정리정돈이 잘 되어있고 이상한 냄새 하나 없다. 문서도 무척 정연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똑같은 잔이 두 개 있었는데, 그 두 잔의 도안 방향마저 일치했다. 화분의 배치는 말할 것도 없이 똑같군. 춘 형은 참으로 흐트러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남자란 말이지.’

허칠안이 춘풍당을 한 번 훑었다.

드넓은 당내, 이옥춘이 탁자 앞에 앉아 권종을 탁자 변두리로 밀면서 말을 꺼냈다.

“태강현(太康县)의 대황산에 요괴의 흔적이 있다고 한다. 많은 사람을 삼켰다고 하는군. 한 번 가보거라. 상황을 조사해보고 경지가 높지 않은 요괴면 그 자리에서 죽여도 무방하다. 부아 육선문(六扇门)의 사람들이 함께 수사할 거다. 이미 관아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

허칠안, 너도 함께 가거라. 경험도 쌓을 수 있는 데다가 넌 아직 ‘전력’ 시험을 보지 않았으니, 이번 기회를 실전이라 생각하고 임하도록.”

‘요괴가 사람을 삼킨다니……. 입직하자마자 이런 일을 맡아?! 난 대체 운이 좋은 거야, 나쁜 거야?’

* * *

경성에는 부곽현(*附郭縣: 독립적인 행정 구역이 아닌 현 외곽에 위치한 현에 소속된 지방을 가리킵니다.)이 두 개였다. 하나는 태강이고, 하나는 장락이다.

송정풍이 권종을 펼쳤다. 허칠안과 주광효가 좌우에 서서 함께 권종을 들여다봤다.

권종의 내용은 이러했다.

태강현 북쪽에는 대황산이 있다. 대황산은 가장 높은 봉우리가 천여 미터에 달하고, 산맥이 십 리나 이어져 있었다. 지질구조 상 그곳에는 석회암이 매우 풍부했다.

이곳의 석회암으로, 주변의 수백, 수천 호의 회호(灰户)들이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회호란 석회를 채굴하여 제조하는 사람들을 가리켰다.

그리고 연초, 대황산 지역의 하천에서 요괴 한 마리가 출몰하더니, 지면에 올라와 사람들을 삼켰다. 이미 많은 회호가 요괴에 먹혀 생명을 잃었다는 내용이었다.

“자세한 상황 설명이 부족한데…….”

수사 전문가인 허칠안이 권종을 보고 내린 결론이었다.

아마 방금 제보된 사건이라, 더 구체적인 수사가 필요한 모양이었다.

이옥춘이 세 사람을 한 번 훑더니 엄숙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허칠안, 패도를 위로 이 촌 정도 당기거라. 동라의 위치도 왼쪽으로 일 촌 정도 기울이고.”

‘미친 거 아냐? 강박증 말기 수준인데.’

“네!”

허칠안은 답하고는 동료들과 함께 춘풍당을 나섰다. 문턱을 넘는데 딱딱한 뭔가가 밟혔다. 그는 아주 자연스레 허리를 굽혀 주웠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허칠안은 정지상태가 되었다.

‘은자가…… 더 무거워졌는데?’

“얼른 가지.”

송정풍이 고개를 돌려 재촉했다.

“음, 그래.”

허칠안은 쇄은자를 가슴에 넣고 뒤따라갔다.

* * *

당내, 이옥춘이 상자 안에 넣었던 전낭을 꺼내더니 허리에 걸고 문을 나가려다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전낭을 쏟아 쇄은자를 세어보면서 투덜거렸다.

“은자 삼 전을 잃어버렸군…….”

이옥춘은 동료들한테 ‘돈과 원수진’ 사람이고 놀림을 당하곤 했다. 때문에 그는 평소 돈을 무척 아껴왔다. 그러니 은자 삼 전이라면 아마 하루 종일 신경 쓰게 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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