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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55화 (55/712)

55화. 절세 천재?!

이옥춘이 욕통 옆에 놓인 의자에 앉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지식은 시간 날 때 장서각(藏书阁)에 가보면 직접 볼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어차피 여기서 너를 지켜야 하니 말해주마. 너는 일품이 체계의 극한이라고 생각하지?”

허칠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각 수행체계의 품계는 워낙 그렇게 분명하지 않았어. 기준도 그렇게 명확하지 않았고. 그러다가 성인이 만년에 천하 수행체계를 구품으로 나누었지. 그 후로부터 구품 체계를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성인은 자신을 그 품계에 넣지 않았어.”

“그건 왜입니까?”

“우선 내 말을 끝까지 들어보거라.”

이옥춘이 말을 이었다.

“성인 이외, 또 네 명이 품계에 포함되지 않았다. 고신(蛊神), 무신(巫神), 도존, 불타. 그들은 영원불멸하지.”

허칠안은 그제야 알아들었다.

“신선과 부처는 품계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말씀이군요. 아니, 이 세상에 진짜 신선이 있다는 겁니까?!”

이옥춘이 머리를 절레절레하더니 답했다.

“그건 나도 모르겠다.”

허칠안이 자신의 추측을 말했다.

“성인께서 향년 82세라고 들었는데, 대장 말에 의하면 성인께서는 응당 불멸의 몸이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여기에는 과장된 부분이 있는 거 같습니다.”

이옥춘도 이 문제에는 답을 줄 수 없었다. 그도 답을 모르기 때문이었다.

자고로 신선에 관한 전설은 끊긴 적이 없었다. 장생불사는 군왕들의 평생소원이기도 했다.

하지만 누구 하나 자신이 신선을 봤다고 나서는 사람은 없었다.

“기타 체계는 품계를 초월하는 선례가 있었지만 무사는 없었다. 일품 무사가 가장 강해.”

이옥춘이 화제를 다시 무사로 끌어왔다.

‘그래서 사람들이 무사를 무식하고 힘만 세다고 하나?’

허칠안은 이내 이것이 충분한 해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사천감 술사도 없잖습니까?”

이옥춘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신 술사는 모든 체계 중에서 기여도가 가장 크잖나.”

여기엔 허칠안도 이의가 없었다. 술사 구품은 의사로서 죽어가는 사람을 구할 수 있었다.

술사 칠품은 풍수사로서, 풍수지리로 백성과 왕후귀족의 묘지 선택과 저택 배치에 큰 기여를 하고 있었다.

술사 육품은 연금술사로서 사회발전을 이끌어 백성들의 물질적인 수요를 만족시켰다. 이 시대의 공업과 수공업에 큰 기여를 한 셈이었다.

그 중에서도 송경은 그야말로 특출했다. 그는 ‘인간과 야수’ 사업에 온갖 심혈을 기울이고 있었다. 문득 허칠안은, 자신이 너무 일찍 환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십 년 후에 환생했다면 <이계 풍속 X 평가 지침서>를 쓸 수 있을지도 몰랐을 일이었다. 그밖에 허칠안은 또 사천감 술사들이 역법을 갱신 및 제정한다고 들었었다.

농사에서 역법은 무척 중요한 요소였다. 수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었다.

기타 체계에 비해 술사는, 그야말로 전 국민의 본보기이자 문명발전의 개척자였다.

“대장, 갑자기 두통이 심해집니다.”

허칠안이 이마를 찌푸리면서 말했다.

약물이 모공으로 스며들면서, 가는 침으로 콕콕 찌르는 것처럼 통증이 느껴졌다.

“통증은 일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다. 힘줄을 깨끗이 하고 골수를 씻어내는 과정이지. 한 주향 후에는 갈기갈기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시작될 거다. 그때가 내가 널 도와 천문을 열 때지. 대화를 하다보면 주의력이 분산되어, 통증을 덜 느낄 수 있다.”

이에 허칠안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입을 열었다.

“그러면 우리 황제 폐하께서 이십여 년 간 오로지 도를 닦는 것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도 장생불사를 위한 것입니까?”

황제는 절세의 미모를 가진 도사를 국사(国师)로 책봉하고 나서, 이십여 년 간 도를 닦는 데만 전념했다. 이는 대봉 전체가 아는 사실이었다.

심지어 어떤 미친 문인은 황제 폐하와 절세의 미모를 가진 도사의 쌍수(*双修: 음양수행, 즉 남녀가 함께 수련하는 수행과정)에 관한 글을 쓰기까지 했다. 물론 결말은 말하지 않아도 뻔했다. 참담한 최후였다.

“무사 체계에 품계 초월 선례는 없지만, 대신 무사는 장수할 수 있지 않습니까? 열심히 수행에 전념하면 됐지, 그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는 장생은 왜 그리 추구하는 겁니까?”

이옥춘이 허칠안의 관점을 반박했다.

“연정경까지 수행하는데 얼마나 걸렸지?”

“십칠 년이 걸렸습니다.”

허칠안이 답했다. 연정경 전봉에만 이 년을 머물러 있었다.

“조금 느린 속도다. 자원이 풍부한 세가 자제들은 열여섯 내외로 연정 전봉에 이르게 돼. 발육을 감안해 열다섯이 극한이지.”

이옥춘이 말을 이었다.

“하지만 세가 자제라 하더라도 연기경에 순조롭게 넘어간다는 보장은 없어. 매일 단련하는 의지가 필요하거니와 미색이라는 유혹을 물리쳐야 하니까. 사치한 생활일수록 미색에 빠지기 쉬운 법이지.

게다가 연정경은 무사체계의 시작에 불과하다. 상상해볼 수 있지 않나? 고품계까지 달해 장수까지 이르려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암요. 알다마다요……. 부향 낭자가 언젠가는 나를 짐승보다 못한 놈이라 욕할 날이 있을 거예요! 오늘 밤 바로 부향 낭자에게 ‘일조편법’이 뭔지 가르쳐줘야지.‘

허칠안은 이옥춘의 말에 공감했다.

몸 주인은 무공에 열광하는 자였다. 성격도 곧고 고집도 세다 보니 십여 년을 하루같이 단련하여 무도에 튼튼한 기반을 마련했다.

하지만 정작 지금의 허칠안은, 그렇게 오랫동안 견지할 자신이 없었다. 게다가 미인 앞에서 무너지지 않을 자신은 더더욱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허칠안은 대화하고 싶은 마음이 점점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설령 그가 무척 관심 있는 수행체계 관한 대화라도 말이다.

허칠안의 통증이 점점 심해져 견딜 수가 없을 것만 같던 그때, 이옥춘이 입을 열었다.

“거의 다 되어가는군. 약욕(药浴)은 네 몸을 자극하여 잠자고 있는 기기(气机)를 깨우는 역할을 한다.”

이옥춘이 몸을 일으켜 한 손으로 허칠안의 정수리를 누르면서 말했다.

“천문을 여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다. 자질이 좋으면, 내 기기(气机)로 네 체내에서 세 바퀴만 운행해도 너 스스로 기감을 느끼게 될 거다. 그 후로는 체내외에 교감이 생길 거야.”

“자질이 안 좋으면요?”

허칠안이 우려하며 물었다.

“자질이 안 좋으면, 내가 운기하는 차수가 늘어나겠지. 정상적인 사람의 극한은 아홉 바퀴다. 그러니 여덟 바퀴째에 너 스스로 기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넌 무사에 맞지 않은 체질을 가지고 있는 거겠지. 네 자질을 기대하겠다.”

이옥춘이 허칠안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그는 이어서 눈을 감더니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허칠안은 이내 따뜻한 기운이 정수리의 백회혈(百會穴)로부터 주입되어 단전까지 이르더니, 뒤이어 사지로 돌아다니는 것을 느꼈다.

신체는 곧바로 운행노선을 기억한 듯했다. 운행이 한 바퀴 끝나자 기기(气机)가 스스로 넘실거리면서 동행을 벗어나 스스로 돌아다녔다.

* * *

얼마 지나지 않아 눈을 뜬 이옥춘은 망연한 눈길로 욕통에 앉아있는 허칠안을 바라봤다.

허칠안도 망연한 눈길로 이옥춘을 쳐다봤다.

“무척 간단해 보이는데요…….”

“……너 스스로 몇 주천(*周天: 천체 따위가 궤도를 따라 한 바퀴 도는 일) 운행하여 보거라. 어떤 상황인지 한번 보게.”

이옥춘의 말이 떨어지자, 허칠안은 바로 운기를 시작하여 삼 주천(*周天: 천체 따위가 궤도를 따라 한 바퀴 도는 일)을 마치고 눈을 떴다. 거울이 없다보니 그는 연기경에 들어선 자신의 미세한 변화를 직접 확인할 수 없었다.

우선 허칠안의 두 눈은 더 밝아지고 생기가 돌았다. 마치 밤하늘의 별을 머금은 듯했다.

단순한 눈빛 변화 하나였지만, 이로써 매력이 더해진 데다가 풍기는 분위기마저 더 묵직하고 깊어져 남다른 기개가 느껴졌다.

피부도 변화했다. 약물이 모공을 자극해 모공에 숨었던 노폐물을 제거하여 피부가 많이 보드라워졌다. 게다가 살짝 불그스름해지기까지 했다.

또, 체내에는 기가 사방으로 쏘다녔다. 허칠안이 사지를 쭉쭉 펴더니 창을 겨냥해 손바닥을 내밀었다.

‘펑!’

창에 바로 균열이 생겼다.

기기(气机)가 외부로 배출되는 과정이었다. 이는 연기경 초기의 신기였다. 만약 손에 도나 검을 잡았다면, 허칠안은 방금 전, 도기나 검기를 발산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위력은 그다지 크지 않았을 것이다. 어쨌거나 방금 연기경에 들어섰으니 말이다.

허평지 같은 연기경 전봉의 사람들은 단도로도 벽을 가를 수 있었다. 그리고 물건에 닿지 않고도 물건을 제어할 수 있었다.

“아주 훌륭하군!”

이옥춘이 무표정으로 머리를 살짝 끄덕였다.

“계속해서 주천(*周天: 천체 따위가 궤도를 따라 한 바퀴 도는 일)을 운행해야 한다. 운행은 강한 기기의 수행 방법이니까. 그리고 체백의 훈련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말이 끝나자 이옥춘은 밀실을 떠났다. 방문을 나서는 순간, 그의 머릿속에는 ‘어떻게 이럴 수가!’라는 생각만이 맴돌았다.

이옥춘은 균열이 생긴 창을 멍하니 쳐다봤다.

‘절세 천재?! 이렇게 쉽게 만나다니. 그래, 자질 시험이 끝났을 테니 위 공께 가서 여쭈어봐야겠다. 허칠안이 몇 등급인지. 만약 을이라면 일 주천(*周天: 천체 따위가 궤도를 따라 한 바퀴 도는 일)에 기감을 찾을 수 있는 천부적인 재능을 더해 을상으로 올릴 수도 있을 거야. 그럼 그에 알맞은 자원도 더해지겠지.

을상이라면, 갑이 될 수도 있다. 갑이면 금라 자질인데, 야경꾼들 중, 중점 육성 대상으로 뽑힐 수 있고……. 음, 전력 시험을 보지 못했는데 을상은 어려울 거야. 내가 너무 나갔다.’

이옥춘은 정원을 떠나 야경꾼 관아의 중정, 높이 솟은 호기루로 발걸음을 돌렸다.

* * *

이옥춘이 칠층에 도착했다.

양연이 그를 향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미모의 사내는 관심 없다는 듯 고개를 돌려 건물 밖의 풍경을 바라봤다.

“위 공!”

이옥춘이 허리를 구십 도로 굽혀 읍하면서 겸손한 태도를 취했다.

“그렇지 않아도 자네 얘기를 하고 있었네. 자네 이번에 운 좋게 인재 한 명을 부하로 들이게 되지 않았던가?”

위연이 온화한 웃음을 보였다.

‘운 좋게 인재를……? 허칠안을 가리키는 게 맞는 듯한데. 위 공이 이렇게 높이 평가하다니? 그런데, 일 주천 얘기를 아직 보고 드리지 않았는데?’

이옥춘은 의아해하면서도 공손하게 말을 꺼냈다.

“소인, 허칠안의 등급을 알아볼 겸 위 공께 보고 드릴 게 있어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자네 수하에 두었으니 등급을 아는 게 마땅하지.”

위연이 온화하게 말을 이어갔다.

“다만 너무 신경 쓰지는 말게. 평소와 같은 마음가짐이면 돼. 그러고 여기저기에 떠벌리지도 말고.”

이옥춘은 위 공의 앞선 말은 알아들었으나, 그 뒤에 이어진 말은 무슨 뜻인지 종잡을 수 없어 갸웃거렸다.

‘평소와 같은 마음가짐? 너무 신경 쓰지 마? 등급이 너무 낮은 허칠안을 배척하거나 경시하지 말란 말인가? 그런데 왜 나보고 떠벌리지 말라는 거야? 일개 동라를 이렇게까지 감쌀 이유가 없잖아…….’

이옥춘은 눈앞에서 우아한 분위기를 풍기는 대(大)환관의 속내를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이때 위연이 호적을 펼쳐 탁자 변두리로 조금 밀면서 입을 열었다.

“자네 스스로 보게나.”

이옥춘은 순간 표정 관리를 하지 못했다. 그는 너무 놀란 나머지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저도 모르게 소리가 튀어나왔다.

“위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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