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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47화 (47/712)

47화. 계획의 핵심

허칠안은 부향의 특별대우에 기뻐 어찌할 바를 모르는 사람인 양 흥분하는 척했다. 그리고 절대 타인에게 누설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 이야기는 원소절(*元宵节: 정월대보름)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원소절 당일, 주립이 글쎄 한 여인이 마음에 든다고 사람들이 북적이는 틈을 타서 추행을 저질렀지 뭡니까. 게다가 여인의 수종까지 때린 겁니다.

그런데 그 여인도 배경이 만만치가 않았습니다. 위무후(威武侯)댁 서녀였죠. 그냥 서녀면 일이 그렇게 복잡하지는 않았을 텐데, 하필 그 서녀의 생모가 위무후 본부인의 친동생이었던 겁니다. 혈연관계가 있는 터라 위무후 부인이 서녀를 무척 예뻐했답니다. 명분이 없을 뿐이지 적녀와 대우가 같았다고 합니다.”

허칠안이 몰래 주먹을 쥐면서 물었다.

“그럼 그 일은 나중에 어떻게 된 거요?”

“위무후가 바로 폐하께 호부시랑을 고발했죠. 그에 호부시랑이 상서하였다고 합니다. 그렇게 두 사람이 여러 날 동안 옥신각신하다가 나중에 폐하께서 결정하셨다고 합니다.

주 시랑은 아들을 잘못 가르친 과오로 일 년 녹봉을 감하고 위무후에게 오천 냥을 배상하라 명하시고, 주립은 3개월 동안 외부 출입을 금지하고 재범 시 엄벌할 것이라고 명하셨답니다.”

‘재범 시 엄벌이라…….’

이 한마디에 허칠안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어 머릿속에 영감이 솟구쳤다.

‘위무후 서녀의 미모를 탐낸 지 오래된 주립은 얼마 전에 손해를 보고 우울했던 참이라, 시간이 조금 지나자 위무후 서녀를 다시 건드렸다…….’

허칠안의 머릿속에는 그 전에 모아왔던 주립에 관한 정보들이 떠올랐고, 이내 계획도 함께 떠올랐다.

‘위무후 서녀를 납치한 주립이 그녀를 자신의 사택에 가둬놓고 즐기다가 사후에 죽여 입막음 하려 했다. 음, 매우 합리적인 설계로군.’

물론 단순히 죄를 뒤집어씌우는 일에 무고한 여인을 죽일 필요는 없었다.

‘계획 초고 완성. 구체적인 부분은 신년이와 잘 논의해봐야지. 자연스럽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넋이 나간 허칠안을 지켜보던 기녀가 분홍빛 입술을 살짝 내보이더니 애교 섞인 원망조로 말했다.

“공자, 혹시 저와 이렇게 밤새 앉아있을 건가요?”

여종들이 목욕할 물을 끓였다. 허칠안은 얼굴에 철판을 깔고, 여인들의 시중을 받아 목욕하기로 했다. 옷이 한 벌 한 벌 벗겨질 때마다 여종들의 눈이 점점 더 커졌다.

늘씬한 체구에 건장한 몸매. 조화롭게 자리 잡힌 근육. 근육마다 폭발력이 응집되어 있었다. 이게 바로 남자의 매력이 아니던가!

수많은 관인들이 목욕하는 것을 시중 들었지만 이런 몸매는 보기 드물었다. 아랫배가 축 늘어진 사람아니면 빼빼 마른 사람, 또 그렇지 않으면 근육이 불뚝불뚝 일어나 얼키설키 징그럽게 자리 잡힌 사람들뿐이었다…….

이것이 바로 연정경 전봉의 신기한 점이었다. 신체가 전투하기에 가장 적합한 상태를 유지했다. 군살 하나 없거니와 유연성에 영향이 없도록 근육도 지나치게 부풀어있지 않았으니 말이다.

목욕이 끝나자 허칠안은 속바지만 입고 윗몸은 벗은 채 침상으로 걸어왔다. 얇은 견사만 걸쳐 입은 부향은 두 무릎을 밖으로 굽힌 채 침상에 앉아있었다. 그녀는 허칠안의 흉근과 복근만 멍하니 쳐다봤다.

여종들이 안방에서 물러갔다. 허칠안이 원앙을 수놓은 비단 이불을 젖히고 이불속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부향이 허칠안의 몸에 찰싹 달라붙더니 두 손으로 허칠안의 목을 꼭 끌어안고는 몸을 허칠안의 몸에 맡겼다. 그리고 허칠안의 귀에 입김을 불어넣으면서 최대한 끈적하게 불렀다.

“관인!”

은은한 향기가 허칠안의 코를 스쳤다. 허칠안의 안색이 어두워지는가 싶더니, 이내 몸에 힘을 주었다.

부향이 의아한 눈빛을 보이더니 웃으면서 물었다.

“공자, 혹시 아직도 겪어 보지 못하셨나요?”

‘아니, 전생에는 여인을 겪어봤지. 이렇게 절세의 미인과는 못 해봤지만…….’

“부향 낭자, 혹시 그런 묘기를 들어봤소?”

“어떤 묘기요?”

“머리가 베개에 닿자마자 깊이 잠드는 묘기.”

부향이 연신 웃으며 답했다.

“그런 게 어딨나요?”

“좀 떨어져 보시오. 내가 보여줄 테니.”

부향은 이를 농담으로 받아들이고 몸을 뒤로했다.

삼 초 후…….

코고는 소리가 우렁차게 방 안을 울렸다.

부향이 허칠안을 흔들며 그의 이름을 불렀다.

“양 공자……?”

“커어억.”

* * *

한밤중, 허칠안이 몸을 흠칫 떨면서 일어났다. 그는 소리 없이 한숨을 내쉬었다. 옆에서 숨소리가 들려오는가 싶더니, 부향의 몸이 무척 가까이에 있었다. 허칠인 심지를 굳히고는 애써 다시 잠들었다.

* * *

익일, 묘시, 허칠이 재차 깨어났다. 뭔가 무거운 것이 몸을 짓누르고 있었다. 찰싹 붙어 달게 자고 있는 부향이었다.

허칠안은 조심스럽게 부향의 손과 발을 들어 옮긴 후, 침상에서 내려와 빠르게 옷을 주워입고 자신의 물건을 정리했다. 그런데 갑자기 화가 치밀었다. 자신이 전낭에 넣었던 은표가 없어졌던 것이다!

전낭에는 손바닥보다도 작은 옥석경뿐이었다.

허칠안의 머릿속에 떠오른 첫 번째 의심대상은 영매소각의 여종들이었다. 그들이 자신이 잠든 틈을 타서 은표를 훔쳐갔을 가능성이 컸다.

양릉은 일개 수재에 불과했다. 사회적 지위를 따져보면 결코 ‘낮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교방사가 어떤 곳이던가. 조정에서 세운 청루였다. 위에는 예부가 뒷받침해주고 있었다.

보잘 것 없는 수재 나부랭이가, 돈을 훔치고도 절대 인정하지 않을 여종들을 상대로 뭐 어찌할 수 있겠는가?

교방사 같은 곳은 명예 따위에 관심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부향 낭자는 영매소각의 명예에 신경 쓸 거 아냐. 이 일이 외부에 퍼지면 어느 손님이 영매소각에서 소비를 하겠냐고?’

허칠안은 부향이 내막을 모르고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저 재물의 유혹을 떨치지 못한 여종들이 사심에 가져갔을 터였다.

허칠안은 은표를 제대로 보관하지 않은 자신을 한탄하면서 부향을 깨우기 위해 침상 옆으로 걸어갔다.

이때 무심코 거울을 곁눈질하던 허칠안의 안색이 굳었다.

아무것도 없었던 옥석경 표면에 뭔가 새겨져 있었다. 시선을 집중해 보니 은표 몇 장이 희미하게 보였다.

무늬가 무척 옅은지라, 마치 거울에 그려진 그림 같았다.

‘뭐야, 이거?! 내 은표가 어떻게 거울에 들어간 거지? 얼마나 힘들게 번 돈인데……! 얼른 토해내지 못해? 확 깨버릴라!’

허칠안이 옥석경을 들고 마구 흔들며, 마치 쓰레기통을 쏟듯 마구 털었다.

와르르르…….

요란한 소리와 함께 공중에서 떠다니던 은표가, 서서히 바닥으로 떨어졌다.

허칠안은 조용한 방안에서 거울을 들고 오랫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러니까 이 거울이 진짜 보물이란 말이지? 행운의 기운이 하늘을 찌르는 거야? 아니면 그 도사가 일부러 나한테 거울을 넘긴 거야? 만약 후자라면 그 목적은 무엇이란 말인가? 왜 나한테 보물을 준 거지? 나의 뭔지 모를 기운을 발견해서인가?

그럴 수는 없는데. 사천감의 망기술에 능한 저채미도 나의 특별한 기운을 발견하지 못했는데……. 도사라…….’

허칠안은 도문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다.

아무래도 귀한 물건을 무상으로 받은 것이 불안했다.

‘그래, 우선 은표나 줍자.’

허칠안은 옥석경을 품에 넣고, 은표는 전낭에 넣어 두 가지를 분리해 보관했다. 그리고 조용히 방을 나서서, 여종들의 시중 하에 아침을 먹었다.

“낭자가 깰 때까지 기다리지 않으시렵니까?”

여종이 물었다.

일반적으로 손님이 기상하면, 그를 모셨던 낭자도 일어나는 게 관습이었다. 하지만 이 손님은 이상했다. 혼자 몰래 방안을 빠져 나왔으니 말이다.

‘아니, 필요없지. 깨어나면 나를 짐승보다 못한 놈이라 욕할지도 모르니…….’

허칠안이 태연하게 말했다.

“급한 일이 있으니 신경쓰지 말거라.”

* * *

몇 시간 후, 허부.

허평지와 허신년은 서재에 앉아있었다. 두 사람의 손 옆에는 뜨거운 찻물이 준비되어 있었다.

허평지의 정신은 맑아 보였으나 허신년은 시들시들해 보였다.

부자 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약속이나 한 듯, 어젯밤 일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었다. 마치 교방사에 간 적 없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침묵이 흐를수록 분위기는 딱딱해졌다. 허칠안이 도착해서야, 부자 사이의 어색한 분위기가 깨졌다.

“왜 이렇게 늦은 게냐? 오자마자 목욕은 했느냐? 교방사에서 씻지 못하게 하던?”

허평지가 불만을 털어놓았다.

부친이 교방사 얘기를 꺼내는 게 싫었는지, 허신년이 헛기침을 한 번 하더니 허칠안에게 물었다.

“수확이 있습니까?”

이에 불만을 토하던 허평지가 바로 경청 자세를 취했다.

허칠안은 부향을 통해 얻은 정보와 자신의 계획을 두 사람에게 말해주었다.

“여기서 위무후의 서녀를 납치하는 게 관건이겠네요. 그런데 그게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허신년이 급소를 찌르는 한마디를 던졌다.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계획은 성공할 수가 없잖습니까.”

이때 허평지가 진중한 목소리가 말했다.

“우선 사람을 붙여 기회를 봐서 실행하자꾸나. 위무후의 서녀면 출행 시 반드시 수종이 따를 거다. 하지만 필경 적녀는 아닐 테니 많지는 않을 테고. 그때 혼란을 조성해 기회를 타서 사람을 데려오는 거다.”

허칠안과 허신년이 허평지의 말을 골똘히 들었다. 이 방면에 있어서는 그의 발언권이 가장 컸기 때문이다.

“다만 낮에 사람 많은 곳에서 시도했다가 주변을 순찰하는 어도위에게 잘못 걸릴 수도 있다. 그렇다고 밤에 후부(侯府)를 들이닥치는 건 말이 안 돼.”

“제가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요.”

허칠안이 수상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 * *

허부 전청.

문지기 로장은 꽃밭을 지나다, 하인 한 명이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깜짝 놀라 허둥지둥 다가가 보니 까무러친 듯했다.

쓰러진 하인을 흔들어 깨우던 로장이 그에게 물었다.

“어째서 여기에 쓰러져 있는 거냐?”

잠깐 어리둥절해 있던 하인은, 천천히 상황파악을 한 후 머리를 긁적이며 답했다.

“방금 전 큰 공자님의 목욕물을 끓이고 있는데, 큰 공자님께서 갑자기 부르셔서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그 다음은 기억이 없습니다.”

로장이 하인을 잠깐 살피더니 물었다.

“어디 아픈 데는 없고?”

“머리가 좀 아픕니다.”

“엉덩이는?”

“……괜찮은데요.”

로장과 하인은 동시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 * *

사천감.

눈두덩이가 점점 거메지는 송경이, 탁자 앞에 앉아있었다. 탁자 위에는 여러 가지 병과 단지가 놓여있었는데, 거기에는 별의별 괴이한 물품들이 다 들어 있었다.

송경은 오늘은 연금술 실험을 하지 않고 탁자에 엎드려 붓을 날리며 책을 쓰고 있었다.

“접목하면 왜 열매가 우량해질까? 여기에는 또 어떤 심오한 법칙이 내포되어 있는 거지? 접목해서 더 훌륭해진다면 사람과 말을 접목할 수도 있겠지. 그럼 대봉은 전마(战马)결핍으로 골머리를 앓을 필요도 없고.

전사마다 한 필의 전마가 된다면 장거리를 달려 기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용맹하게 싸울 수도 있다. 그러면 대봉 군대의 작전 능력 또한 크게 향상될 거 아냐…….”

써내려 갈수록, 송경은 흥분에 겨워 얼굴에서 빛이 날 지경이었다.

이때 백의 한 명이 들어와 흥분조로 말했다.

“송 사형, 연금술 기재 허칠안이 왔습니다. 사형을 만나 뵙겠다고 합니다.”

연금술 기재란, 사천감 백의들이 허칠안에게 지어준 애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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