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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43화 (43/712)

43화. 다도회

잠깐 지켜보자 유희 규칙이 눈에 들어왔다. 놀이에 참여하는 자는 항아리에서 30보 떨어진 곳에서 눈을 가린 다음, 등을 돌리고 화살을 던져야 했다. 화살은 세 발밖에 주어지지 않았다.

만약 화살 한 발이 항아리에 명중하면, 세 번째 줄에 진열해 놓은 물건들 중에서 하나를 임의로 가져갈 수 있었다.

만약 화살이 세 발 모두 명중하면, 첫 번째 줄에 진열해 놓은 물건들 중에서 임의로 하나를 가져갈 수 있었다.

다만 첫 번째 줄에는 보리 팔찌와 옥석경, 두 가지 물건밖에 없었다.

“어휴, 또 명중 못 했네!”

“저리 가. 내 차례야.”

사졸들이 돌아가면서 시도하는데도 성공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저 늙은 도사 앞에 놓인 쇄은자만 점점 늘어날 뿐이었다.

15명의 사졸들이 또 한 번의 실패를 겪고 난 후, 마차의 발이 움직였다. 창 옆에 대기하고 있던 사졸이 창을 통해 주인에게서 무슨 말을 전해 듣더니, 노점 주인한테로 걸어갔다.

“우리 가주(家主)께서 황금 60냥으로 여기 진열해 놓은 모든 물건을 사겠다고 합니다.”

사졸이 늙은 도사 앞에서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

‘투호는 실패했으니 돈을 쏟겠다는 거군.’

허칠안은 자리를 뜨지 않고 계속하여 지켜보고 있었다.

황금 60냥의 유혹 앞에서도, 늙은 도사는 망설임 없이 머리를 절레절레하였다.

“규칙은 규칙입니다.”

사졸이 갑자기 몸에 힘을 주더니 늙은 도사를 한참이나 노려보았다. 그러고 나서 몸을 홱 돌리더니, 마차로 가서 상황을 보고했다.

잠시 뒤 마차 주인은 사졸을 불러 떠날 준비를 했다.

이때 기회를 노리던 허칠안이 늙은 도사 앞에 가서 물었다.

“얼마면 한번 놀 수 있습니까?”

가부좌를 틀고 있던 도사가 고개를 들어 허칠안을 쳐다보더니 화살 세 발을 건네주었다.

“은자 한 전이요.”

화살을 받아 쥔 허칠안이 벙긋 웃었다.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30보 밖에서 던지는 것이라면, 연정경 무부에 있어서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등을 돌리고 눈까지 가린다면 연정경에게도 어려운 일이었다.

눈은 오감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에, 시력을 잃으면 무부의 감각도 무뎌져 명중 난이도 또한 높아지기 마련이었다.

허나 허칠안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며칠 동안이나 은자를 줍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오늘 투호를 성공하려고, 그동안 행운이 누적된 것일 수도 있어. 명중한다면 금정 은정은 다 내 거! 금손의 생활이란 이렇게 소박하고 무미건조 하다니까!’

허칠안은 30보 밖에 서서 몸을 돌려, 검은 천으로 눈을 가리고 화살을 아무렇게나 마구 던졌다.

화살 세 발은, 선후 순서 없이 거의 동시에 항아리에 들어갔다.

이 광경을 보던 행인들이 경탄했다. 떠들썩한 행인들의 소리에, 떠나려던 마차가 멈춰 서는가 싶더니, 이내 그 안으로부터 부드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멈추거라.”

화살 세 발이 일제히 항아리에 들어가는 소리가 들리자, 허칠안의 입꼬리가 귀에 걸렸다. 그는 눈앞을 가린 천을 벗더니 노점에 배열해 놓은 금정과 은정을 바라보며 말했다.

“하하, 여기 이것들 모두 다 제 겁니다.”

허칠안을 힐끗 쳐다보던 도사가 벙긋 웃더니, 금정과 은정은 주섬주섬 호주머니에 넣으면서, 맨 위에 있는 보리(菩提) 팔찌와 옥석경을 가리키며 말했다.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게나.”

그러자 허칠안이 사정했다.

“도사님, 저 그 두 가지 말고 은자를 가지고 싶습니다…….”

“규칙은 규칙이니까.”

도사가 단호하게 거절하더니 한마디 덧붙였다.

“이 두 가지 물건은 보물이네. 어찌 황금과 백금 같은 속물에 비교한단 말인가. 금전에 눈 멀어 진정 귀한 걸 놓치지 말게나.”

‘난 속물이란 말이야…….’

“보물? 왜 보물입니까? 특이한 기능이 있습니까?”

“나도 모르네. 그저 자신의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만 알고 있지.”

허칠안은 도사가 자신을 속인다고 의심했지만, 딱히 증거가 없어 반박할 수도 없었다.

‘보물인지 뭔지 누가 알아? 돈이 가장 실용적이지.’

이때 갑사 한 명이 걸어오더니 허칠안에게 말을 건넸다.

“우리 가주께서, 부탁드릴 게 하나 있다고 합니다.”

허칠안은 머지 않은 곳에 세워진 호화스러운 마차를 힐끗 보고는 물었다.

“가주께서는 무엇을 원하신답니까?”

“저기, 보리(菩提) 팔찌를 원하십니다.”

갑사가 노점에서 시선을 거두고, 허칠안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성공한다면, 공자께 황금 육십 냥을 드리겠다고 합니다.”

‘오호, 내 운이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구나…….’

허칠안이 친절한 웃음을 짓더니 말했다.

“저야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렇게 하시지요.”

그는 갑사에게 은자 한 전을 요구해 다시 화살 세 발을 받아왔다.

“가주께서 은자는 얼마든지 제공해 드릴 테니, 여러 번 시도하셔도 된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설령 명중하지 못하더라도 무방하다고…….”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눈을 막은 허칠안이 손이 가는 대로 화살 세 발을 훅 뿌렸다.

이윽고 화살 세 발이 정확하게 항아리에 떨어졌다.

행인들의 경탄 소리가 다시 한번 울렸고, 갑사 또한 존경의 눈빛을 보냈다.

한 번 명중했다면 운일 수 있겠으나, 두 번 명중했다는 것은 실력이었다. 이는 상대방이 일반인이 아니라는 뜻이기도 했다.

‘황금 육십 냥을 벌다니…….’

허칠안은 날아갈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그가 눈에서 검은색 천을 끌어내리자, 호화 마차의 발도 마침 내려졌다.

‘마차에는 어떤 큰 인물이 앉아있는 거지?’

허칠안은 마차를 감히 더 쳐다보지 못하고, 시선을 거두고 몸을 돌려 갑사에게 공수하며 말했다.

“실망을 안겨드리지 않게 되어 다행입니다.”

이에 갑사도 공손하게 공수하더니 마차로 돌아가 볼록한 돈주머니를 가져 왔다.

돈 주머니를 받아 쥔 허칠안은 도사에게서 옥석경을 받아 쥐고는, 마차가 멀어져갈 때까지 빤히 바라보았다.

마차가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고 나서야 시선을 거둔 허칠안은, 이내 손바닥만 한 옥석경을 가슴팍에 집어넣고는 돈 주머니를 흔들어봤다. 콧노래가 절로 났다.

서너 근(斤)은 되는지라, 허리에 매달면 너무 무거웠다.

“안 되겠다. 가서 은표로 바꿔야지. 무겁게 들고 다니는 건 바보짓이야…….”

허칠안이 무심결에 뒤돌아봤을 때는,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있었던 늙은 도사가사라져 있었다. 노점 또한 깔끔하게 정리된 상태였다.

* * *

허칠안은 전장(*钱庄 : 환전을 업으로 하는 상업 기관)에 들러 금자를 은표로 바꾸었다. 백 냥짜리 네 장, 오십 냥짜리 한 장, 십 냥짜리 세 장으로.

화폐체계에 황금이 없다 보니, 전장(*钱庄 : 환전을 업으로 하는 상업 기관)은 등가의 은자로 환산하여 그에 해당한 은표를 발행했다.

황금과 백은의 전환 비율은 1:8이었다. 황금 육십 냥이면 백은 사백팔십 냥이었다.

‘백은 사백팔십 냥이면 숙모의 고운 얼굴을 후려갈기고도 남지 않을까……. 왜 매번 돈만 벌었다 하면 은표료 숙모의 얼굴을 후려갈길 생각부터 떠오르는 건지. 어이, 몸 주인. 숙모에 대한 원한이 너무 지나친 거 아냐? 이 은자로 내성에서는 작은 정원밖에 못 살 텐데. 내성에서 구할 수 있는 세 겹 구조의 큰 저택은, 백은 만 냥 없이는 꿈도 꾸지 못한다…….’

허칠안은 갑자기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이 세상이나 저 세상이나 집값은 사람을 절망의 나락으로 몰아세우는 듯했다.

‘사백팔십 냥이면 격이 낮은 청루의 기녀를 사들여도 충분한 돈이지만, 그건 수지가 맞지 않아. 사백팔십 냥이면 몇 개월 동안 유명한 기녀들을 돌아가면서 만날 수 있잖아. 그런데 기녀 한 명을 집에 들이면 가산 탕진은 차치하더라도 의식주까지 책임져야 하지. 게다가 자칫 잘못해 임신까지 하면 또 무지 돈이 들어갈 테고.

전생의 월급으로는 아내 한 명만 먹여 살릴 수 있을 텐데. 그러니 부자들의 그 음란하고 무미건조한 생활은 아예 꿈도 꾸지 못하지. 게다가 난 절대 청루 여인을 속신하지 않을 거다.’

* * *

황혼이 내리자, 허칠안은 그 유명하다는 교방사에 도착했다. 교방사는 어느 한 골목에 위치해 있었다.

화려한 불빛이 골목을 장식했고, 각양각색의 마차들이 골목 밖에 서 있었다. 정원에서는 악기 소리와 달콤한 노래 소리가 들려왔다.

골목은 사방으로 통할 수 있어 교통이 편리했다. 교방사의 골목을 거니는 허칠안의 머릿속에는 왕 포두가 가르친 문화의 정수들이 스쳐 지나갔다.

일반 청루의 건물은 2층 아니면 3층 구조였다. 거기에 정원 한두 개가 붙으면 괜찮은 청루라 할 수 있었다.

교방사에는 높은 건물이 없었다. 필요 없기 때문이었다. 골목 전체가 교방사 소유이지 않던가?

‘이게 바로 통 큰 공기업의 규모지.’

교방사의 문턱은 무척 높아, 일반 평민들은 이곳에 드나들지 못했다. 딱히 규정은 없지만 교방사의 최저 소비 비용이 은자 다섯 냥이었기에 그들은 올 수가 없는 것이었다.

심지어 여기에는 여인과 밤을 보내는 비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은자 다섯 냥이면 일반 백성들에게는 몇 개월의, 그것도 괜찮다 하는 집안의 수입이었다.

교방사의 손님은 주로 세 부류로 구분됐다.

1. 거상

이 부류의 사람들은 돈을 아끼지 않는다. 평소 사회적 지위가 낮다보니 죄를 범한 관리 집안 여인들과 하룻밤을 보내는 것에 무척 집착한다.

2. 관원

교방사는 관리들이 퇴근 후 모이는 장소다. 그들은 모임만 있다 하면 교방사로 몰려든다.

웃기는 것은 예부 관원은 이곳에서 무상으로 즐길 수 있다는 점. 교방사가 예부의 관하에 있기 때문이다.

3. 서생

이 부류의 손님들은 거상들보다 얌전하고, 시 읊기를 즐기며, 관리들처럼 모시기 어렵지 않아 교방사 여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부류이다.

교방사 여인들도 크게 세 부류로 구분된다.

1. 죄를 범한 관리 집안의 여인

이 부류의 여인들이 가장 비참하다. 어쩔 수 없이 기생으로 전락해 온갖 고통을 겪어야 하니.

2. 전쟁에서 포로로 잡혀온 여인

이십 년 전의 산해관전역만 해도, 전승국인 서방 열국과 대봉은 북방과 남방에서 수많은 여인들을 붙잡아와 각 주와 각 부의 교방사로 보냈다.

3. 교방사에서 들인 기생

“늙어 죽을 때까지 배운다는 건 맞는 말이다. 왕 포두도 나의 선생이 되다니…….”

허칠안이 감탄했다.

그는 편액에 ‘영매소각(影梅小閣)’이라고 쓰인 정원 앞에서 멈춰 섰다.

활짝 열린 대문에는 빨간 초롱 두 개가 걸려 있었다. 정원 내에는 탐스러운 꽃송이를 피운 매화나무가 줄줄이 서 있었다.

문지기는 열일곱 여덟 청년이었다. 그가 허칠안을 아래위로 자세히 살폈다.

“장락현아 양릉(杨凌)이라고 합니다. 부향 낭자의 존함을 듣고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허칠안은 서생의 행동거지를 본 따 읍하면서, 겸손한 태도로 문지기에게 말을 건넸다.

영매소각은 기녀 부향의 거처였다.

이곳의 최저 소비 금액은 은자 십 냥이었고, 다른 원(院)의 두 배에 달하는 가격이라 할 수 있었다.

교방사의 기녀는 모두 열두 명이다. 이들은 각각 품, 운, 재, 색에 따라 네 가지 등급으로 나뉘었다.

부향은 일등급으로, 시와 칠현금으로 유명했다.

“은자 십 냥이요.”

고관들을 많이 봐왔던 문지기는 허칠안을 쌀쌀맞게 대했다. 그는 허칠안으로부터 은자를 받은 후에야 통행을 허가했다.

정원에서 관악기 소리와 웃음소리가 함께 들려왔다. 다도회가 시작된 모양이었다. 문지기가 그더러 들어가라고 했다는 것은, 오늘 정원에선 개별 손님을 받는다는 의미였다.

교방사를 찾아 즐기는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었다. 원 전체를 독점하거나 아니면 개별 손님으로 찾아와 다른 손님들과 함께 즐기는 방식이었다.

오늘 누군가가 원 전체를 독점했다면 허칠안은 헛걸음을 했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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