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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27화 (27/712)

27화. 강풍이 몰아치는 가운데 우뚝 서 있는 나

허칠안은 송경을 따라 회랑을 걸어가고 있었다. 우측 벽면에 뚫린 기공으로 햇빛이 들어왔다.

관성루에는 창이 없었다. 허칠안은 바깥 풍경을 감상할 수 없어 아쉬워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둘은 밀실 같은 곳에 도착했다. 송경이 열쇠를 꺼내 문을 열고 안에 들어가, 촛불을 켰다.

밀실 안에는 각종 이상한 물건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쇠뇌(*일종의 활)와 같은 병기도 있었고, 용도도 모를 괴이한 물건들도 많았다.

문득 옷가게를 돌아다니듯 둘러보던 허칠안이 깜짝 놀라 걸음을 멈췄다.

“이게 뭡니까?”

엄청 큰 유리병이었다. 병 안에는 물이 차 있었고, 수중에는 괴이한 모양의 생물체가 있었다. 얼핏 보아선 고양이 같았지만, 표피는 나뭇결 모양의 무늬로 뒤덮인 채였고, 복부에는 나무 모양의 종양이 나 있었다. 더 신기한 것은 생물체가 살아 있단 것이었다. 돌출된 나무 모양의 종양이 심장처럼 확장과 팽창을 반복했다.

“이건 위대한 실험이네.”

송경이 진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것은 원래 고양이의 몸체였지. 후에 내가 고양이에 나무를 융합해, 사지가 단절되면 다시 자라는 능력을 부여했고. 사실상 거의 성공한 거나 마찬가지야. 머리를 잘라도 삼일 내로 다시 자라나거든. 유일하게 부족한 점이라면, 심장이지. 완전한 실패작이라고도 할 수 있어. 고양이가 나무로 변했거든. 움직이지도 못하고 사고도 할 수 없다. 물에서만 키울 수 있지.”

‘……너 마귀 아냐?’

송경을 바라보는 허칠안의 눈빛이 변했다.

“자네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송경은 허칠안의 생각을 알아보려고 질문했으나, 자신을 보는 허칠안의 눈빛이 돌변한 것을 보고는 눈썹을 찌푸리더니 실망스러운 어투로 말했다.

“자네도 여기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변함없는 표정을 짓고 있던 허칠안이 머리를 절레절레하더니 입을 열었다.

“방향이 틀린 것 같습니다. 저도 이와 관련한 연금술에 대해 고민해 본 적 있습니다. 다만 저는 이를 잡교기술이라 명명했습니다.”

‘잡교기술…….’

이 단어를 곱씹던 송경의 눈빛이 점점 밝아졌다.

“우선 작은 것부터 시작해 볼 수도 있습니다. 동류 생물을 잡교하는 것이지요. 서로 다른 품종의 고양이를 잡교하면, 새로운 품종의 생물이 태어나지 않겠습니까.”

허칠안이 말했다.

“새로운 생물이 태어난다고? 어떤 생물이 태어난다는 거지?”

송경이 절박한 목소리로 캐물었다.

“저도 모릅니다. 어쩌면 새로운 우량 품종이 태어날 수도 있고, 그와 반대로 저질 품종이 태어날 수도 있지요. 하지만 이게 바로 연금술의 매력이 아니겠습니까.”

허칠안이 말했다.

“방금 전에, 자네 이를 연금술이라 했나? 연금술!”

송경이 갑자기 흥분에 겨운 목소리로 말했다.

“왜요?”

허칠안은 자신이 무슨 말실수를 한 줄 알고 마음이 덜컥 내려앉아 물었다.

“난 연금술이란, 생명이 없는 물체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생명이 있는 생물에도 적용된다고 생각하네. 그래서 이 고양이를 바꾸려고 시도했던 것이고! 하지만 스승님께서 허락하지 않으셨지. 스승님께서는 연금술이 생물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하셨어. 이 일 때문에 나를 감금까지 하셨거든.”

‘감정 대인께서 엄청 현명하신데……?’

“옳고 그름은 시간이 증명하겠죠.”

허칠안이 정색하면서 말했다.

잠깐 생각을 하던 허칠안이 말을 이었다.

“감정 대인께 반박하면서도 감금되지 않을 방법이 저한테 있긴 한데.”

“말해보게.”

송경은 이미 허칠안을 자기편이라 여기는 듯했다.

“우선 식물에 접근해보는 건 어떻습니까? 식물도 생명 있기는 마찬가집니다. 다만 성질로 논하면 많이 단순하죠. 오래된 연금술 서적에서 이와 비슷한 내용을 본 적 있습니다…….”

허칠안은 여기까지 말하고,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얼른 말해보게.”

궁금증을 참지 못한 송경이, 아래 눈두덩이가 띵띵 부어서는 허칠안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송 사형, 여기에 있는 물건들이 다 좋아 보이는데.”

허칠안이 넌지시 눈치를 줬다.

“연금술의 불변의 법칙…….”

“알았네. 자네한테 물건 세 가지를 선물하겠네. 연정경인 자네에게는 이 세 가지 물품이 어울릴 것 같네.”

허칠안의 뜻을 바로 알아챈 송경은, 등가교환의 원칙에 대해 아무런 반감이 없었다. 심지어 그는 그런 허칠안이 마음에 들었다.

“이 쇠뇌의 재질은 일반 철기보다 단단하면서 유연하지. 다만 제련 난도가 높아 양산할 수 없어. 활시위는 남강의 육목독주(六目毒蛛)의 거미줄과 칠색잠(七彩蚕)을 혼합하여 만든 걸세. 기습할 경우, 연기경 무부의 호체진기(护体真气)를 격파할 수 있네. 다만 연기경 전봉은 안 된다는 거 명심하고.

가장 남다른 점이라면 진법(阵法)을 설치했다는 것이지. 진법은 화살의 위력을 대폭 올려 연신경 고수도 위협할 수 있네. 하지만 세 번만 가능하지. 그 후로는 진법이 사라지게 되어있어.”

“이건 법기(法器)?”

허칠안의 마음이 움찔했다.

허칠안은 법기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허평지가 예전에 그에게 말한 적 있었다. 화포가 큰 몫을 하여 산해관전역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고 말이다.

화포의 위력은 절반이 화약에서, 나머지 절반은 진법에서 비롯됐다.

법기는 대봉 황조의 특수무기였다. 따라서 대봉 황조가 천하 정통이라 자처하는 뒷심이기도 했다.

이때, 허칠안은 법기와 사천감이 엄청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송경은 잠깐 망설이더니, 공유의 원칙에 따라 허칠안에게 답을 해주었다.

“비밀이라고도 할 수 없지. 자네 사품 술사를 뭐라 부르는지 아는가?”

‘무부체계의 칠품이 뭔지도 모르는 걸…….’

허칠안이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진사(阵师)! 연금술사들이 제련해낸 물건은 모두 평범한 물건들이지. 진사(阵师)가 거기에 진법을 설치하면 법기가 되네.”

허칠안은 술사체계에 대한 지식과, 얼마 전에 저채미가 흘린 정보를 결합하여 잠깐 생각해보았다.

‘술사 구품 약사. 이는 팔품 망기사를 위한 기반. 또 망기술은 칠품 풍수사를 위한 기반이지. 하지만 풍수사는 한 품계 위인 연금술사와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그러니까 연금술사와 사품 진사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이거지? 연금술사가 제련해낸 강력한 무기를 진사(阵师)가 법기로 가공한단 거고. 술사체계에는 뭔가 숨겨진 게 많구나. 그러니까 대봉 황조에서 감정 대인의 지위가 이렇게 확고부동하지.

그래! 반드시 저채미를 내 사람으로 만들고야 말겠어. 물론 다른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라 이 냉혹한 사회에서의 진실한 사랑을 원해서다.’

허칠안은 묵묵히 결심을 내렸다.

“두 번째 물건은 호심경. 이것도 법기지. 재질은 엄청 보편적이나 위에 진법이 설치되어 있다. 연기경 고수의 전력(全力) 일격(一击)을 막아줄 수 있지. 연기경에 한해서는 여섯 번 사용할 수 있고, 연신경 고수에 한해서는 세 번, 동피철골경(铜皮铁骨境)에 한해서는 한 번이네.”

‘동피철골경(铜皮铁骨境)이라고 하면 무부체계 육품?’

허칠안은 드디어 자신의 수련체계 육품이 뭐라 불리는지 알 수 있었다.

“마지막 한 가지는 식골작심(蚀骨灼心)이라 불리네. 화살에 묻히면 연신경 고수의 명을 끊을 수 있고. 하지만 동피철골경(铜皮铁骨境)에는 아무런 효과가 없어. 화살이 상대방의 피부를 뚫지는 못하기 때문이지.”

머리를 연신 끄덕이던 허칠안이 말했다.

“이 세 가지 물건 다 제 마음에 쏙 듭니다.”

뜸을 들이던 허칠안이 말을 이었다.

“말했던 연금술은, 접목(椄木)이라 불립니다.”

허칠안은 기억을 더듬으면서, 송경에게 접목(椄木)에 대해 대체적으로 알려주었다. 과정은 허술하나 접목 기술의 장점에 대해서는 엄청 구체적으로 말해주었다. 예를 들어, 접목에 성공하면 식물의 내한(寒)성과 내한(旱)성을 대폭 끌어올릴 뿐만 아니라, 병충해에도 엄청 유리하다는 사실 등이었다.

그리고 맛도 엄청 좋아진다고 덧붙였다.

그의 일기 속에 적힌 ‘부자가 되기 위한 실험’과 마찬가지로, 이론 지식은 풍부하나 실천력이 떨어지는 분야였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어차피 실천하는 사람은 그가 아니니까.

송경이 실패할 경우, 그건 송경의 능력 문제겠지만, 성공할 경우, 그건 허칠안의 공로로 돌아올 것이다.

다 듣고 난 송경은 정신줄을 놓았다. 그는 너무 기쁜 나머지 덩실덩실 춤사위를 펼쳤다. 하루빨리 봄이 돌아와 이 위대한 연금술을 이뤄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세상에 이런 연금술 비책이 있었는데 내가 몰랐다니!”

감격에 겨운 송경이 소리 높이 외쳤다.

* * *

허칠안은 가벼운 걸음으로 관성루 계단을 타고 내려가고 있었다. 가슴에는 법기 세 개를 꼭 껴안고 있었다. 이는 돈으로 가늠할 수 없는 물건들이었다.

“이 중 임의로 한 개를 암시장에 내놓아도 어마어마한 재물을 긁어모을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유용한데, 아까워서 어떻게 내놔? 그래, 세상에서 영원불변한 기쁨의 원천은 바로 공짜지. 내일 기루에 가서 노래를 들어야지.”

허칠안은 사천감에 동전 하나도 요구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받은 물건들을 은자로 바꾼다면 숙모는 그 앞에 바로 무릎을 꿇을 수도 있을 것이고, 다시는 그를 업신여기지 못할 터였다.

‘그래, 은자로 모두 바꾸어 숙모의 얼굴에 제대로 침을 뱉어 줘야지!’

“강풍이 몰아치는 가운데 우뚝 서 있는 나, 마음의 고통을 떨칠 수 없어 한이로구나. 하늘을 우러러보니 구름이 움직이네. 손에 잡힌 검이 묻는다. ‘천하 영웅이 누구냐고’…….”

허칠안은 주위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갑자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다 계단 모퉁이에서 웬 낯선 사람들과 그만 마주치고 말았다. 허칠안은 굳은 표정으로 계단 한편으로 물러났다.

계단을 타고 오르는 것은 세 사람이었다. 가운데는 짙은 남색포를 입은 귀밑털이 희끗희끗한 남성이 서 있었다. 고상한 품위에 준수한 외모, 눈동자는 마치 온갖 고초를 겪은 세월을 말해 주듯 깊고도 깊었다. 중후한 매력이 돋보이는 나이 많은 아저씨였다.

좌측은 과묵해 보이는 젊은이였다. 앞을 바라보는 눈길에는, 추호의 흔들림도없었다.

우측은 입꼬리가 경박하게 살짝 올라가고, 눈에서 사성(邪性)을 뿜는 청년이었다. 허칠안은 그가 풍기는 분위기가 조금 불편했다.

하지만 외모로만 논하자면, 그 청년은 허씨 집안 둘째와 우열을 가리기 힘든 미남이었다.

세 사람이 허칠안 옆을 지나갈 때, 미모의 청년이 피식하면서 그를 곁눈질했다.

그 순간, 엄청 무서운 뭔가에 주시당하는 것 같은 느낌에, 허칠안은 저도 모르게 숨을 죽였다. 심박수도 이를 따라 빨라졌다.

허칠안은 세 사람이 계단을 따라 올라가 모퉁이에서 사라지는 것을 확인하자,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

“저놈은 나를 우습게 여기는 것 같던데, 방금 느낀 적대감은 경계가 너무 과해서 그런 건가?”

‘음, 이후엔 어떤 부분은 주의를 해야겠어. 함부로 입을 놀려서는 안 돼. 특히 공공장소에서는 더더욱. 예를 들어, 이 하늘이 더 이상 내 눈을 막지 못하게, 이 땅이 더 이상 내 마음을 묻지 못하게, 여러 부처가 안개처럼 사라져야 해, 부분이라든지. 자신의 이상을 위해 용감하게 희생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새로운 천하로 바꿀 수 있어, 같은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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