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화. 이건 뜯어내는 게 아니라 등가교환이야
‘전압?’
이에 송경이 머리를 갸웃거렸다. 금시초문의 단어였다.
‘전기야 알지만 전압은 또 뭐란 말인가?’
송경은 본능적으로, 전압이 엄청 위대한 지식의 지점이라는 것을 인지했다. 이는 마치 남색 서적에 적힌 세상 만물의 본질만큼이나 그에게는 심오하게 다가왔다.
백의 연금술사 한 명이 한 발자국 앞으로 나아가더니, 허칠안에게 읍하면서 입을 열었다.
“전압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려주실 수 있나요?”
기타 백의 연금술사들도 동시에 공수의 예를 갖추더니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저희에게 가르쳐주십시오.”
옆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저채미가, 부러운 눈길로 허칠안을 쳐다봤다. 그녀는 선생이 되어 제자를 가르치는 일을 무척 즐거워 했으나, 하지만 아직은 풍수사라 제자를 가르칠 자격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전압은 전위차라고도 하는데, 정전기장에서 단위 전하의 전위가 서로 다름으로 인해 발생하는 에너지 차이의 물리량이다……. 물론 내가 이렇게 설명하면 하나도 못 알아듣겠지.’
허칠안은 헛기침을 한 번 하더니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전기의 흐름도 물의 흐름과 마찬가지로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흐릅니다.”
찻잔을 들어올린 허칠안은 그 안에 있던 물을 바닥에 부었다.
“이 찻잔 안의 물이야 그 누구의 몸에 떨어지더라도 아무 일 없겠지만 폭포의 물이 떨어진다고 생각해봅시다. 아마 낙차로 인해 형성된 충격으로 뼈가 부러지거나 생명을 잃을 수도 있겠죠. 전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이런 현상을 전압이라고 합니다.”
허칠안은 최대한 알아듣기 쉽게, 전압의 개념을 풀어 설명했다.
사천감의 백의들은 이마를 찌푸리며 깊은 사색에 빠졌다. 허칠안의 설명을 잘 깨닫지 못한 듯했다.
연금술사로서 뇌전을 일으키는 능력은 갖고 있지만, 전기의 본질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것 같았다.
그때, 송경이 뭔가를 깨달은 듯, 흥분에 겨운 목소리로 말했다.
“비 오는 날 번개가 나무를 칠 수 있는 것도 이 원리에서 비롯된다는 것이겠군. 나무가 낮은 위치에 있으니! 사람을 치는 것도 이와 마찬가지일 테고! 미세한 전류를 맞으면 기껏해야 마비감을 느끼겠지만, 번개에 맞으면 바로 저세상으로 떠날 테고. 그 원인은 번개의 전압이 사람으로서는 견디기 어려운 극한에 달했기 때문이겠지. 마치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과 같이! 미세한 전류는 잔에 담긴 물 같고.”
송경의 말을 듣자 백의 연금술사들은 눈앞이 확 트이는 것을 느꼈다. 마치 진리를 얻은 것 같은 감격이 북받쳐 올랐다. 그들은 검증을 구하는 눈길로 허칠안을 바라보았다.
‘엥? 이 원리 맞아? 나무가 번개를 맞는 것은 빗물의 전도성 때문이 아닌가? 중학교 선생님이 명확하게 말해주지 않았는데…….’
“이것도 연금술 비서에 적힌 내용입니까?”
얼굴에 학구열이 가득 찬 젊은 백의가 물었다.
“그렇지요. 그 연금술 비적은 나밖에 본 사람이 없습니다. 사천감에 전해드린 책에 적힌 내용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고요.”
허칠안이 뜸을 들이다,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연금술 비적에는 지식뿐만 아니라 금시초문의 연금술도 많이 적혀 있었습니다.”
‘금시초문의 연금술!’
현장에 모인 모든 사람의 호흡이 가빠졌다.
이를 확인한 허칠안이 웃음을 짓더니 백의들이 열광할 만한 약속을 했다.
“저 연금술 비적의 내용을 사천감과 공유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와아!”
이십 명에 가까운 연금술사들이 흥분에 겨운 목소리로 환호했다.
“제가 드린 남색 서적은, 저를 구해준 것에 대한 답례입니다. 방금 전 가짜 은자를 정제해낸 연금술과 전압에 관한 지식을 전수한 것, 모두 무상은 아니었습니다.”
허칠안이 느긋하게 말을 이었다.
“물론 이후에 가르쳐 드릴 비적에 적힌 연금술 내용들도 무상은 아닙니다. 반드시 기억해 두셔야 할 것은, 연금술의 원칙이 등가교환이라는 점이지요.”
이에 송경이 머리를 끄덕였다. 이어 그가 사제들을 대표해 물었다.
“은자 얼마면 되겠나?”
“저속한 말씀!”
허칠안이 진중한 태도로 말했다.
“연금술을 어찌 은자로 가늠할 수 있겠습니까.”
‘돈으로 받지 않는 것이 가장 비싼 법이지…….’
허칠안은 그렇게 생각했다.
* * *
장락현아, 편청.
허영월이 단잠에 빠진 동생을 품에 꼭 안고 있었다. 그녀는 손에는 손수건을 들고 아직도 흐느끼는 중이었다.
이렇게 아리따운 여인이 눈앞에서 끊임없이 눈물을 흘리니, 지켜보는 쾌반 쾌수들의 마음은 그야말로 미어졌다.
‘칠안이에게 이렇게 고운 동생이 있었다는 걸 미처 몰랐군그래.’
교방사에 다녀온 왕 포두마저도 허영월의 미모에 혼이 빠진 상태였다.
편청의 분위기는 무척이나 무거웠다. 쾌수들의 안색도 엄청 어두웠다. 다들 풀이 죽어 앉아있었다.
왕 포두가 차를 따라 허영월 앞에 놓았다. 눈앞의 미인은, 반나절이나 지났는데도 울음을 그친 적이 없었다. 여인은 물로 만든 것이 맞나보다.
“허 소저, 조급해하지 마시오. 백호 대인께서 어떻게 해서라도 칠안이를 구해 낼 거요.”
기타 쾌수들도 너도나도 위로의 말을 건네며, 주 공자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큰오라버니와 동료들의 관계가 이렇게 좋을 줄 몰랐는데…….’
이에 허영월은 깜짝 놀랐다. 쾌수들의 분노는 진짜였기 때문이다.
허영월의 놀라움을 눈치챈 왕 포두가 웃으며 말했다.
“칠안이는 존경할 만한 사람이요.”
‘존경?’
넋이 나간 허영월이 훌쩍대면서 낮은 소리로 물었다.
“왕 포두, 우리 큰오라버니에 대해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잠깐 침묵을 지키던 왕 포두가 자연스레 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우리 같은 사람은 말이오. 솔직히 양심에 떳떳한 자가 어디 있겠소. 백성을 괴롭히지만 않으면 괜찮은 거지. 돈 좀 있는 사람들한테서 뒷돈 받는 거야 당연한 일로 여기고 있다는 거요. 하지만 소저의 오라버니는 그렇지 않소. 백성도 부자도 여태껏 협박하고 갈취하는 걸 보지 못했소. 얼마 전에 허씨 집안이 지금 어려운 걸 알고, 내가 소저 오라버니한테 한몫 챙기자고 제안했지…….”
이때 왕 포두의 얼굴에는 여러 가지 정서가 엇갈렸다. 한편으로는 부끄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존경스러운 그런 표정이었다.
“칠안이가 승낙하더니, 이후에 내가 나누어준 은자 다섯 냥을 글쎄 슬그머니 돌려주었지 뭐요. 철든 자로서,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없다는 도리를 모를 리가 없지 않소. 하지만 철들지 않았다고 하면 또 사람들과의 관계를 엄청 잘 처리해서 다들 칠안이를 엄청 좋아하오. 그런 칠안이에게 일이 생겼으니 다들 엄청 괴로워하는 거요.”
왕 포두의 말에, 허영월은 갑자기 오라버니가 광명의 상징, 위대함의 상징처럼 느껴졌다.
허영월은 어려서부터 허신년을 우러러 보았다. 학문에 비하면 모든 것이 보잘 것 없다는 생각이, 그녀의 머리를 사로잡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거기엔 어머니가 귀에 딱지가 앉도록 허신년이 허씨 집안의 유일한 학자혈통이요, 미래 허씨 집안의 기둥이라고 말했던 탓도 있었다.
게다가 올해 허신년이 추위(秋闱)에서 거인에 급제하자, 허신년의 형상은 허영월의 마음속에서 정점을 찍었다.
그러다 세은 사건이 발생하고, 가족 모두 하옥하여 생사존망의 갈림길에서 허덕이고 있을 때, 허칠안이 가족을 살려내지 않았던가!
그후, 허영월의 관심은 큰오라버니한테로 옮겨졌다. 큰오라버니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허영월은 큰오라버니가 얼마나 믿음직스러운 사람인지 알게 되었다.
지금 이 순간, 한 달 전에 큰오라버니가 그들을 구해 냈을 때보다도 더 큰 감격이 몰려왔다.
큰오라버니가 동생을 구하는 그 순간까지만 해도, 허영월의 마음속에 큰오라버니와 작은 오라버니의 위치는 동등했다.
하지만 왕 포두의 말을 들은 순간, 굳은 절개와 원칙을 고수하는 큰오라버니는, 작은 오라버니의 위치를 제치고 일위를 차지했다.
이때 편청 문어귀에서 그림자가 언뜻언뜻하는가 싶더니, 허평지 부자(父子)가 들어섰다. 그들은 아무 일 없이 달게 잠든 아이를 보고 나서야 시름을 놓았다.
허영월이 머리를 들어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훌쩍이며 말했다.
“아버지, 큰오라버니를 살려야 합니다. 큰오라버니가 살아서 돌아오지 못하면, 저도 살지 않을 겁니다.”
허평지는 딸의 한마디에 코끝이 찡해졌다. 아내의 조카를 향한 태도는 변함이 없었지만, 집안 자제들 사이의 관계는 많이 좋아졌기 때문이었다.
허평지는 큰딸 품에서 단잠을 자고있는 막내를 받아들고는 큰딸을 위로했다.
“칠안이는 이미 풀려났어.”
허영월은 믿지 않았다.
허평지가 어떻게 말해도 반신반의하던 허영월은 이윽고 작은 오라버니한테 눈길을 돌렸다.
이에 허신년이 담담하게 말했다.
“큰일이 아니야.”
그제야 허영월은 허칠안이 풀려났다는 소식을 믿을 수 있었다.
‘작은 오라버니처럼 교만한 사람은 이렇게 중요한 순간에 절대로 거짓말을 하지 않지.’
주 현령 또한 사건의 뒷일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는 서리들로부터 허칠안이 풀려났다는 소식을 듣고는 바로 건너온 바였다.
“어떻게 해결한 건가?”
놀라움을 금치 못하던 주 현령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주 공자 스스로 포기하지 않고서야 해결될 리가 없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하지.’
“제가 스승님을 모셨습니다.”
허신년이 대답했다.
‘그렇군……. 잠깐, 아닌데. 조당의 큰 인물들은 모두 국자감 출신이잖아. 모두가 알다시피 국자감과 운록서원은 천적이나 마찬가지이거늘. 허신년의 스승이 대유라 하더라도 형부의 손 상서가 그렇게 쉽게 사람을 풀어줄 리가 없지. 한바탕 입씨름 끝에 대유의 체면을 깎아내리겠지. 그렇게 쉽사리 요구를 들어주지는 않았을 거야.’
“그리고 이모백 선생도 있었습니다.”
허신년이 말이 끝나기 바쁘게 한마디 보탰다.
“사천감의 백의들도.”
“뭐?”
너무 놀란 주 현령은 태도부터 바꿨다.
“호부무견자(*虎父无犬子: 훌륭한 부모 밑에 못난 자식이 없음), 호부무견자네! 허 대인, 경하할 일이네! 이렇게 훌륭한 아들을 두었으니 말이야. 운록서원에서 그를 중시할뿐더러 사천감의 백의들과도 교제가 있다니, 앞날이 훤하구먼! 이렇게 부러울 수가 있나!”
‘작은 오라버니가 사천감 백의들을 안다고?’
허영월은 허신년을 쳐다보았다.
일반 여인들에게 있어, 출가 전에는 아버지, 출가 후에는 남편이 뒷심이었다.
물론 출가 전에는 오라버니 또한 여인의 뒷심이었다.
이때 허신년이 고개를 절레절레하면서 말했다.
“모백 선생은 제가 모신 게 아닙니다. 우리 형님과의 관계로 모시게 되었습니다. 사천감의 백의들과도 저 개인은 교분이 없습니다. 모두 형님이 모셔 온 겁니다.”
‘칠안이가 언제 운록서원의 이모백 대유와 알고 지내는 사이였지? 그래, 허신년과의 친분으로 알았을 수도 있지. 그럼 사천감의 백의들과는 또 어떻게 알게 된 것이란 말인가?’
주 현령은 넋을 잃었다. 이 상황이 믿기지가 않았다.
허칠안이 자기 밑에서 일한 지도 몇 년째였다. 과묵했던 그는 거의 존재감이 없었고, 동료들과의 관계도 나쁘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돈독하다고도 할 수 없었다.
전반적으로 큰 재주는 없었으며, 그저 쌈박질 하나만은 잘했다.
물론 최근 들어 총명해진 것도 있었고, 눈치가 빨라지기도 한 듯했다. 게다가 왕 포두와 형 동생으로 지내면서 동료들과 술잔을 자주 기울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가 대유의 눈에 들었고, 사천감 백의들과 친분이 있다는 사실은 믿기 어려웠다.
사실이라면 허칠안의 신분과 지위는 달라질 것이다. 이것뿐인가? 그에 대한 주 현령의 태도도 달라져야 할 판이다…….
‘내일 점호하고 나서 한 번 자세히 알아봐야겠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주 현령이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한편, 허영월도 이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녀 또한 이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바로 합리적인 까닭을 떠올렸다.
‘그래. 그 시!’
큰오라버니가 작은 오라버니를 위해 지은 송별시가 대유의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었다.
‘그럼 사천감 사람들은 또 어떻게 알게 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