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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10화 (10/712)

10화. 피의자를 임의로 지목하다

경찰(京察)은 대봉 경관(*京官: 경성 관원)의 심사 제도로서, 3년에 한 번 ‘사격(四格)’과 ‘팔법(八法)’을 기준으로 삼았다.

불합격 관원은 관직 강등이거나 면직되어 평민이 되었다.

이는 관리 생애와 직결되어 있었다.

‘게다가 급사중(给事中)의 먼 친척이라고 하니 나중에 탄핵이라도 된다면…….’

장락현의 살인 사건 방치 정도의 죄명이라면, 정적(*政敵: 정치에서 대립되는 처지에 있는 사람)의 공격에 충분한 명분을 선사했다.

자기와 상관없는 듯 무심한 표정을 지은 허칠안이, 툭 물음을 던졌다.

“어떻게 죽었는데?”

“쯧쯧, 글쎄 마을로 내려가 세를 거두고 한밤중 돌아오는 길에, 자기네 집 정원에서 살인을 당했지 뭐야.”

“목격자는 있고?”

“인기척을 들은 아내가 나가 보았을 때에는, 이미 숨이 끊어진 상태로 바닥에 누워 있더래. 담 밖에서 발자국을 발견했어.”

“원수나 도둑이 한 짓일 가능성은 없고?”

허칠안은 차를 부은 뒤, 동료한테서 건과 몇 개를 얻어와 찻물에 넣었다.

마치 과거 경찰서에서 동료들과 살인 사건을 논할 당시와 비슷했다.

“아내, 하인, 그리고 이웃들한테도 물어봤는데, 최근 다른 사람과 원수진 적이 없대.”

“야간 순찰하던 사졸한테는 물어봤어?”

“어도위(御刀卫)의 말에 의하면 당일 밤, 부근에 의심스러운 사람이 없었다고 하네.”

경성은 세 겹의 성벽인, 궁성, 내성, 외성으로 둘러져 있었다.

야간 순찰이 있지만 통금이 없어 밤새 열려 있는 외성 성문은, 사전 등록을 한 상인들이 증빙만 제시한다면 출입이 자유로웠다.

이로 인해 경성의 상업 무역이 무척 활발해져 경제 발전에 큰 도움을 준 바 있었다.

“놈이 도둑이라면 강평가에 엄청 익숙한 자겠군.”

허칠안이 머리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이에 다른 아역들이 멍해져선 되물었다.

“어떻게 그리 되는가?”

“야밤에 저택을 드나들면서도 순찰 사졸에게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은, 동선에 익숙하고, 어도위(御刀卫) 순찰 규칙에 대해서도 파악하고 있다는 말이 아닌가.”

허칠안은 자연스레 호주머니에 손을 넣어 담배를 찾다가, 텅 빈 호주머니에 실망했다.

경찰관이었을 당시에는, 다들 군데군데 모여앉아 담배를 피우면서 사건을 분석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는 그런 분위기의 영향을 받아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었다.

동료들이 놀라운 눈빛으로 허칠안을 바라보았다.

“일리가 있네.”

“우리는 왜 이걸 생각 못 했지?”

“칠안이 옥(狱)에 한 번 다녀오더니 머리가 잘 돌아가는구먼.”

체계적인 교육과정이 없는 시대인 만큼, 사건 수사는 모두 포졸들의 경험에 의해 진행되었다. 여기서 성적이 가장 좋은 사람이 포두가 될 수 있었다.

“자네들은 생각 못했겠지만 왕 포두는 생각했을 거야. 성서(城西) 쪽에 가서 물어봤어?”

허칠안은 겸손한 태도를 취하며 물었다.

“이틀이나 조사했는데 여태 용의자를 찾지 못했네.”

성서는 빈민구로, 도적놈들이 많았다. 치안상의 문제가 발생하면, 아역들은 저마다 백역(*白役: 말단 관리)을 거느리고 성서를 찾아감으로써 바로 해결을 볼 수 있었다.

“은자는 얼마나 없어졌지?”

허칠안은 본능적으로 추리를 시작했다.

동료들이 허칠안을 힐끔거렸다. 왠지 그에게서 현령 나리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기 때문이었다.

“은자는 하나도 없어지지 않았어. 피해자가 거두어들인 것이 세가 쇄은자와 동전, 그리고 곡식이다 보니, 놈이 그렇게 큰 상자를 들고 도망치지 못했었나 봐.”

‘뭔가 이상하다!’

허칠안은 눈을 슬쩍 감았다.

‘내가 만약 사전에 주변 상황을 미리 파악한 도둑이라면, 세를 거둔 당일이 아닌 그 다음 날에 도둑질을 시도했을 것이다.’

허칠안은 떠오른 의혹을 바로 제기하지는 않고 해바라기 씨를 까면서 동료들의 잡담을 들었다.

“그 아리따운 부인만 아깝게 됐지 뭐야. 어린 나이에 과부라니. 그 몸매에. 쯧쯧, 기루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여인이야. 하룻밤에 한 냥이라 해도 내가 기꺼이…….”

“어린 나이도 아니지. 단지 장씨랑 20살 차이가 날 뿐이잖나. 서른 초반일 거야. 이런 여인은 수절이 힘들지.”

옆에서 허칠안이 맞장구쳤다.

“서른 살 부인이라. 얼마나 좋아. 사리가 밝고 사람 아낄 줄도 알고.”

어른스러운 말투였지만, 허칠안은 동료들한테 놀림을 당했다.

무도(武道) 수련자들은 연기(练气) 경지에 이르기 전 동정을 잃으면 안 되었다. 양기가 흩어지면 천문(天門)을 열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허칠안은 여태 동정을 꿋꿋이 지키고 있었다.

* * *

현령이 거주하고 있는 후당.

거무칙칙한 피부에 연로한 농사꾼같이 생긴 왕 포두가, 머리를 떨구고 의기소침해서는 현령의 욕을 먹고 있었다.

현령은 주씨로, 부티를 풍기는 통통한 자태와 흰 피부를 지니고 있었다. 연주(燕州) 인사인 그는 원경 20년의 삼갑(三甲) 진사(进士)였다. 공무 처리 능력은 별로였는데, 권력에 빌붙기를 잘하는 약은 관리였다.

다만 장점이라면 흑심까지는 품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소소하게는 탐하나 큰 탐욕을 부리지 않고, 무능하나 백성을 핍박하지는 않았다.

결점이라고 한다면 고약한 성미였는데, 틈만 나면 부하한테 버럭버럭 화를 냈던 것이었다.

“무능한 놈. 이보다 더 무능할 수 있느냐!”

왕 포두에게서 어제도 수사에 아무런 진전이 없다고 보고받은 주 현령이 버럭버럭 화를 냈다.

“그래도 너는 경험이 풍부하지 않더냐? 살인 사건 하나 가지고 이렇게 여러 날 동안, 아무런 수확이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냔 말이다!”

왕 포두는 땀방울을 송골송골 흘리며, 가시방석에 앉은 듯 좌불안석이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경찰(*京察: 벼슬아치의 치적을 심사하여 면직하거나 승진시키던 일)이 코앞인 지금, 주 현령은 날이 서 있었고, 이 전리는 왕 포두와는 십년지기 동료였지만 함부로 끼어들지 못했다.

그는 주 현령이 진급이 절박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진급은 두 가지 조건을 만족시켜야 했다. 하나는 관계, 다른 하나는 치적(治績)!

치적 없이 관계에만 의해 진급하면 탄핵당하기 쉬워, 자리가 안전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치적은 어디에서 오는가?

그 주요 평가 기준이 바로 경찰이었다.

일각 뒤 시선을 거둔 주 현령이, 찻잔을 들어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관아에서 자주 사용하는, 손님을 보내는 방식이었다.

이를 눈치챈 이 전리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소리도 없는 왕 포두를 끌고 자리를 떴다.

* * *

안색이 안 좋은 왕 포두가 편청으로 돌아오자, 들썩이던 실내가 이내 조용해졌다. 모두 조심스럽게 왕 포두를 살폈다.

“대장, 주 현령이 또 난리였습니까?”

왕 포두는 흰자위를 번득이더니 찻잔을 들어 입에 들이부었다.

“젠장! 사람은 죽어 버리고 도둑놈은 도망쳤는데 어딜 가서 찾으란 말이야? 오늘은 재수도 없지. 은자도 어디다 떨구었는지 없어졌지 뭐냐.”

‘그 은자 당신 거였어……?’

허칠안은 목을 움츠리고 차를 마시면서 켕기는 마음을 애써 감추었다.

‘그 은자와 당신은 인연이 아니었던 거지.’

왕 포두의 울화통에, 한 사람이 잔꾀를 제안했다.

“아니면 우리 좀 쉽게 갑시다.”

‘쉽게? 어떻게?’

말단 관아에서 암묵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었다.

임의로 잡아서 범인으로 모는 것.

기술과 설비가 미비한 관계로, 고대 사건들은 대부분 진상 해명이 어려웠다. 그러므로 관원이 치적을 필요로 하거나 위에서 압력을 가할 때에는 임의로 잡아넣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 과정은 이러했다.

현지 하급 관리가 상습범 일부를 골라, 그들의 이름을 종이에 적은 후 제비를 뽑는다.

뽑힌 자가 피의자로 지목된다.

다음 하급 관리들이 지목된 피의자를 체포하여 심한 고문으로 자백을 얻어 낸다.

이렇게 되면 윗분들이 만족하고, 중간 관원들은 능력을 인정받고, 하급 관리들은 보상을 얻었다. 그야말로 효과가 좋은 관리들의 상생 수단이었다.

피의자로 지목된 자들도 완전히 억울한 자는 아니었다. 그들은 원래부터가 나쁜 짓이란 나쁜 짓을 다 하고 다녔던 나쁜 놈들이었다. 일찍 윤회하면 주위 백성들에게도 복인 셈일 지경이었으니.

관아에 이와 유사한 저속한 수단이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왕 포두가 머리를 끄덕이며 승낙했다.

“그럴 수밖에 없구나. 소리(小李), 이 일을 너한테 맡길 테니 될 수 있으면 나쁜 짓을 많이 한 나이 든 놈으로 골라 오너라.”

소리(小李)가 머리를 끄덕이자 허칠안이 눈썹을 찌푸렸다.

“잠깐! 대장, 사건에 의문점이 많아 손은 써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허칠안은 이러한 저속한 수단에 결코 찬성할 수 없었다.

경찰을 그만둔 지 오래되었어도, 경찰관이었던 당시 수립한 세계관, 가치관, 인생관이 여전히 몸에 배어있었다.

지목된 피의자들이 죄를 지은 건 사실이지만 죽을죄는 아니었다. 설령 죽어 마땅한 자들이더라도 함부로 죄를 뒤집어씌워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그리고 여기서 임의로 피의자를 지목해 버리면, 사건 진범은 여전히 잘 먹고 잘살 것 아닌가!

안색이 어두워진 왕 포두가 불쾌한 눈빛으로 허칠안을 쳐다보았다.

자리에 있던 동료들도 저마다 허칠안을 말렸다.

“칠안, 일 만들지 마라.”

“어쩔 수 없는 일이잖아. 대장이 매일 혼나는데. 대신 들어갈 놈도 계속해서 나쁜 짓만 해대는 놈들이고.”

허칠안과 사이좋은 동료들이 그를 위해 거들며 말렸다.

“대장, 칠안이가 집에 일이 생기고 나서, 이 부분에 좀 민감한 것 같습니다.”

들은 체 만 체하던 왕 포두가, 언짢은 표정으로 허칠안을 노려보았다.

“그래, 말해 보거라. 그렇담 어떻게 수사할 건지!”

“권종을 저에게 주십시오.”

허칠안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 * *

얼굴에 그늘이 진 왕 포두는 자리에 앉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며칠 동안 주 현령은 눈 뜨자마자 사건의 진도를 물어댔고, 진전이 없으면 바로 욕설을 퍼부었다. 혼자서 모든 압력을 떠안은 왕 포두. 그 덕에 부하들에게 불똥이 튀지 않았건만, 부하가 자기 결정에 토를 단 것이었다.

왕 포두가 화날 만했다.

권종을 건네받은 허칠안은 탁자 옆에 앉더니 권종에만 몰두했다. 주위에 있던 동료들은 말없이 서로 눈빛만 살폈다.

왕 포두를 달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은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었다.

‘정 안되면 기루에서 한턱 쏘면 되는 거지. 여러 해 동안 쌓았던 친분이 그렇게 쉽게 흔들리지 않을 거야.’

게다가 왕 포두의 결정을 거스른 이유에는, 스스로가 내키지 않는 것도 있지만, 왕 포두의 압력을 덜어 주기 위한 것도 있었다.

[피해자: 이름, 장유서(张有瑞). 나이, 51세. 강평가의 대부호. 장락현 교외에 기름진 밭만 십여 경(*顷: 약 66666.67m2), 경성에 가게가 세 곳인데, 각각 비단, 연지, 잡화를 판매한다.

본처는 일찍 죽고, 그 후에 자신보다 20살이나 어린 여인을 아내로 맞았다. 그의 슬하에 죽은 본처가 낳은 아들 한 명이 있다. 그 외 자녀는 없다.]

‘20살 차이?’

허칠안은 마음속으로 비아냥거렸다.

열심히 돈 버는 자들의 아내는 아직 유치원에서 뛰놀고 있다는 말은 단순한 농담이 아니었다.

[나흘 전, 장유서가 마을에 내려가 세를 거두고, 인시(*寅時: 새벽 3시부터 5시경) 경에 집에 돌아왔다. 방에서 깊이 잠들었던 아내가 비명소리에 깨어나 나가 보니, 장유서가 숨을 거둔 채 뜰에 쓰러져 있었다. 그러고 나서 아내는 담을 넘어가는 시커먼 그림자를 보았다…….]

사건 경과는 여기까지였다.

오작(*仵作: 검시관)의 검시 보고를 듣고 난 허칠안은 의문점 하나를 더 발견했다.

그는 가족과 하인들의 진술을 본 뒤 눈을 감고 생각을 정리했다.

“허 포졸님, 범인은 누구고 지금 어디에 있는지요?”

왕 포두가 야유하듯 말했다.

“대장, 다급해하지 마시고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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