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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5화 (5/712)

5화. 진상 공개

허칠안은 물로 소금을 녹이고, 선지(宣紙)를 잔 위에 놓은 뒤, 그 위에 소금물을 천천히 부었다.

여과가 끝난 뒤, 사기잔을 다시 촛불에 올려 가열했다. 가열하는 동안 죽첨(*竹签: 대나무 주걱)으로 계속하여 저어야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잔에 있던 소금물이 증발하고 결정체가 보였다. 염화나트륨이었다.

이는 소금 정제 과정이었다.

진 부윤, 이옥춘, 빼어난 미모를 자랑하는 채미 모두 주위에 둘러서서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광경에 몰두하고 있었다.

이때 허칠안이 머리를 들어 채미를 향해 헤벌쭉 웃으며 말했다.

“대인, 사천감 제자시지요?”

허칠안은 허리에 걸린 풍수판을 보고 판단한 것이었다. 풍수판은 사천감 제자가 아니면 사용할 수가 없었다.

“맞아!”

채미가 해맑은 웃음과 함께 답했다.

“사부께서 사천감(司天监) 감정이셔.”

다시 봐도 빠져드는 미모였다. 계란형 얼굴에 계란 흰자위마냥 깨끗하고 흰 피부.

허칠안이 부드럽게 말했다.

“그럼 이 결정들을 녹여 줄 수 있지요?”

염화나트륨의 용점은 약 800섭씨도.

“화기(火氣) 제어는 연금술사만이 가능한 능력이고 난 풍수사라……. 다만 사부가 주신 법기(法器)가 있긴 한데.”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채미는 허리에 걸려있던 풍수판을 들어 손짓으로 ‘화(火)’를 그 위에 그렸다. 그랬더니 ‘화(火)’ 자가 등처럼 켜졌다.

“다들 물러나!”

허칠안이 물러서자, 이내 눈이 부실 정도로 환한 불혀(火舌)가 사기잔을 감쌌다.

“그만!”

허칠안은 불혀를 멈추게 하고는, 바로 두 가닥의 철사를 사기잔에 꽂고 말을 이었다.

“전기……. 아니, 뇌법(雷法)! 전압 제어를 잘해야 하는데……. 음, 이 보조는 난이도가 있긴 하지요. 여러 차례의 실패를 거듭할지도.”

소녀는 풍수판을 돌리며 손으로 뇌(雷)를 켰다. 허공에 몇 갈래의 스파크가 비끼더니 철사에 가닿았다.

우지지직…….

용점에 다다른 염화나트륨의 강렬한 화학반응이 일어났다.

“그만!”

허칠안이 숨을 죽이고 잔 가까이에 다가갔다. 은빛이 나는 한 덩어리의 금속. 그리고 그 주변에 채 반응하지 못한 결정체와 이물질이 있었다.

한 번에 성공하다니. 전압이 딱 맞았다. 허칠안은 혀를 내둘렀다.

전기분해법으로 금속나트륨을 추출하려면 전압이 6-15볼트 사이여야 하기에 허칠안은 반복적으로 실험할 각오가 되어 있었다.

‘행운의 신이 드디어 내게도! 한 번에 성공을 하다니!’

진 부윤과 이옥춘도 총총거리며 다가가 잔을 들여 보았다.

‘이게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은색의 금속이라. 얼핏 보면 진짜 백은과 다를 게 없었다.

진 부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마음속으로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옥춘이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멍하니 은색의 금속 덩어리를 바라보자니, 갑자기 번개를 맞은 것 같이 정신이 번쩍 들었고, 여태 안개가 낀 것 같이 흐릿했던 머릿속이 깨끗해졌다.

“대인들, 보세요.”

잔을 뒤집어 금속나트륨을 선지에 싼 후, 손으로 그 무게를 어림잡던 허칠안이 말했다.

“이 금속의 무게는 은자보다 많이 가벼운 반면에 외관은 은자와 매우 비슷합니다. 이 금속으로 은자를 대체할 수 있지 않을까요? 직접 들어 보세요.”

허칠안은 손에 있던 금속나트륨을 진 부윤에게 넘겼다.

이때 금속나트륨의 색이 어두워지더니 은자의 색상과 더욱더 똑같이 되었다.

이옥춘이 진 부윤으로부터 금속나트륨을 건네받더니 두 눈을 반짝였다.

“진짜 엄청 가벼워졌군. 만약 이송한 것이 이 물체라면 모든 의문점이 해결되겠어. 자, 채미, 자네도 들어 보게.”

소녀가 들어 보더니 의아한 눈길로 허칠안을 쳐다보면서 물었다.

“혹시 연금술사?”

‘아니요. 저는 연금술사가 아니라 화학 지식을 조금 알 뿐이지요.’

하지만 진 부윤의 기쁨은 금방 가셨다.

“아니, 은자가 바뀌었을 수도 있겠지만, 폭발은 그럼 어떻게 설명할 건가? 강물에 요괴가 숨어 있지 않았다면, 어째서 은자가 굴러 떨어지자마자 폭발이 일어난 것이냔 말이다!”

허칠안은 대답 대신 손을 내밀었다. 그러고는 금속나트륨을 받아서 탁자 옆으로 발을 옮겼다. 그가 금속을 붓 씻는 그릇에 쏟으니, 갑자기 세찬 불길이 일고 짙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금속나트륨이 물속에서 격렬하게 반응하자 그릇에 균열이 생겼다.

“어, 어떻게 이런 일이…….”

진 부윤이 놀라 멍하니 서 있었다.

“가짜 은자는 물을 만나면 폭발하게 됩니다. 은자가 강물에 떨어지자마자 격렬한 폭발이 일어난 이유도 여기에 있지요.”

“처음부터 우리가 방향을 잘못 잡았군. 배후 주모자가 폭발과 요풍으로 우리의 수사 방향을 요괴 작간으로 몰아넣은 겁니다.”

이옥춘이 주저리주저리 말을 늘어놓았다.

“그러니까 사천감(司天监)의 망기술(望气术)로 요괴를 관측할 수 없었겠지. 세은이 강물에 떨어지고 나서 사졸들이 일천여 냥의 백은을 되찾은 것은, 아마 호송 대오의 눈을 속이기 위해 제일 위에 깔아 놓았던 진짜 은자 때문일 겁니다.”

빈틈없는 해석. 모든 이상한 점들이 진실에 가까워지는 순간이었다.

“허칠안!”

이옥춘이 찬사가 가득 찬 눈빛으로 감탄을 했다.

“잘했구나, 참 잘했어!”

이옥춘은 허칠안의 어깨를 토닥이면서 비뚤었던 옷깃을 바로잡아 주었다.

허칠안은 과분한 칭찬이 기쁘면서도, 어쩐지 부담스러웠다.

진 부윤이 양미간을 찡그렸다.

“은자가 모두 가짜라면 진짜 은자는 어디로 간 것이냐?”

말을 듣던 채미의 얼굴도 굳었다.

“세은(稅銀)이 출고되어, 입경(入京)하기까지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쳤을 겁니다. 죄를 묻게 되면 많은 관원들을 하옥하게 되겠지요. 은자를 되찾는 건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게다가 이 일은 우리의 권한을 벗어난 일이기에 폐하께 아뢰는 것이 우선이라고 봅니다.”

진 부윤은 머리를 끄덕이며 이에 동의했다.

하지만 이옥춘의 의견은 달랐다.

“세은이 입경하며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쳤다면, 가짜인 것이 진작 발견되었어야 마땅합니다. 유일한 가능성이라면 최근에 바뀌었다는 것이지요.”

진 부윤의 눈에 빛이 서렸다. 이렇게 되면 수사 범위가 엄청나게 좁혀질 터였다.

“여봐라. 가마를 대령하라! 얼른! 본관이 행차할 것이야.”

진 부윤이 급하게 내당을 뛰쳐나갔고, 이옥춘도 뒤따랐다.

허칠안이 떠나가는 진 부윤의 뒷모습을 향해 소리쳤다.

“부윤 대인, 소인과 했던 약조를 잊으시면 안 됩니다!”

* * *

“이봐!”

채미가 예쁜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소금이 어떻게 은자로 변했지?”

망설이던 채미가, 사탕수수 하나를 건네주며 허칠안에게 물었다.

“이걸 줄게, 먹어.”

‘이거 나를 매수하는 건가?’

두 대인이 멀어져 더 이상 보이지 않자, 허칠안은 눈길을 돌려 채미의 물음에 대답했다.

“소인이 예전에, 고서에서 소금을 은자로 바꾸는 연금 비적(祕籍)을 읽은 적 있습니다.”

채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떤 고서? 지금은 어디에 있고? 누가 쓴 것이더냐?”

‘제목은 <고등학교 화학>, 누가 쓴 거냐면? 음…… 교육 출판사?’

“고서는 이미 망가졌지만, 내용은 아직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래? 그럼 얼른 알려줘.”

“소인은 아직 죄인 신분이라 누구를 가르칠 마음의 여유가 전혀 없습니다.”

채미가 그를 흘겼다.

“교활한 녀석. 사천감(司天监)은 조정의 일에 간섭하지 않아. 너를 처벌할 권한은 온전히 폐하께 있어. 나한테 말해서는 아무 소용없어.”

“나를 제자로 받아들이면 되잖아요. 조정에서 감정 대인 지위면 연좌(連坐) 죄수 한 명 받는 거야, 문제없지 않겠습니까?”

허칠안에게는 더 안전한 보험이 필요했다. 만약 세은(稅銀)을 되찾지 못할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소녀가 눈을 굴리더니 그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너는 분명 무인인데, 왜 이제 와서 술사를 하려고 그러는 것이냐?”

수련은 어릴 때 시작해야 했다. 대다수 수련자들은 어린 시절부터 기초를 닦았다. 그렇기에 지금 무인에서 술사로 갈아타기엔 너무 늦은 나이였다.

“다름 아니라 감정 대인의 풍채를 그리워한 지 오래돼서 그럽니다.”

허칠안이 진지한 표정으로 겸손하게 답했다.

“그럼 우선, 나에게 연금고서의 내용을 말해주렴.”

잠깐 고민을 하던 채미가 입을 열었다.

채미의 눈은 맑고 깨끗했다. 커다란 눈에 까만 눈동자, 그와 현저한 대조를 이루는 맑고 깨끗한 흰자.

‘전생에 어린 아이한테서만 보였던 눈.’

“내용이 난삽(難澁)하고 심오하기에 구술로 말해드리면 이해하기 어려울 겁니다. 하나하나 차근차근 가르쳐야 기억에 남을 거예요.”

허칠안이 미끼를 던졌다.

채미는 허칠안의 말을 못마땅해했다.

“구주(九州) 천지를 둘러보아도 연금술은 우리 사천감 술사가 최고야.”

“수소헬륨리튬베릴륨붕소탄소질소불소네온나트륨마그네슘규린…….”

허칠안이 막힘없이 술술 읊어 댔다.

‘도대체 뭐라는 거야?’

소녀가 멍하니 쳐다보다가 눈썹을 추켜세웠다.

“감히 나를 놀려? 우리 사천감은 동자(*童子: 어린소년)만 제자로 들여.”

허칠안의 손에 있던 사탕수수를 빼앗은 채미는, 노란색 치맛자락을 흩날리며 가뿐가뿐 걸어갔다.

“나도 ‘동자’가 맞는데…….”

허칠안이 입을 열었다. 그러다 잠시 후에야 채미의 말뜻을 깨달았다. 사천감에서는, 아이만 제자로 들인다는 거였다.

‘젠장! 이 방법은 글렀네.’

* * *

이틀이 지났다. 옥중에서 두려움에 떨었던 이틀.

허칠안은 세은(稅銀)을 제때 되찾지 못할까 봐 두려웠다. 유배되고 나서 찾는다면 자신한테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게다가 진 부윤이 흑심을 품어 모든 공로를 채 간다면?

하지만 허칠안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여기까지가 그의 몫이었다. 일개 죄인 나부랭이가 뭘 할 수 있겠는가?

봉건사회에 대한 두려움이 몰려왔다.

“하늘에 맡겨야지…….”

허칠안이 우울하게 읊조렸다.

쾅!

복도 저 끝에서 철문이 열렸다. 옥졸 한 명이 화곤(*火棍: 부지깽이)을 들고 들어와 열쇠로 옥문을 열면서 말했다.

“허칠안, 나와라!”

허칠안은 기쁨에 겨워 승리를 자축하듯 두 주먹을 꼭 쥐었다.

“세은을 찾은 거요?”

“따라와서 서명하고 수결하면, 가도 된다.”

옥졸이 그를 보면서 한마디 덧붙였다.

“네놈 명도 참 만만치 않구나!”

“그럼 숙부는 어찌됩니까?”

허칠안이 다급하게 물었다.

“잔말 말고 따라와.”

성미가 거친 옥졸은 화곤으로 허칠안의 엉덩이를 치면서 옥문 밖으로 내몰았다.

관아의 관원 안내에 따라 서명을 하고 수결을 마친 허칠안은, 하옥되기 전에 입었던 옷을 되찾았다.

아역 한 명이 그를 데리고 경조부 관아를 떠나 후문으로 나가게 했다.

동튼 하늘 아래 거리는 싸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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