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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3화 (3/712)

3화. 선협 세계도 추리는 가능하다

이 문제에 대해 누구도 답하지 못했다.

이옥춘이 물음을 던졌다.

“그럼 요괴들이 은자를 훔친 이유는 무엇이란 말입니까?”

깊은 사색에 빠졌던 진 부윤이 답했다.

“요괴들은 제 맘대로 행동하지. 이유를 따지는 건 쓸모없는 일이네.”

노란 치마 소녀가 이견을 제기했다.

“인육(人肉)이 더 맛있지 않을까요? 잠시만요. 제가 만두를 먼저 먹고요.”

노란 치마 소녀는 허겁지겁 입 안에 만두 두 개를 집어넣어 얼굴이 마치 만두 같았다. 그녀는 애써 입 안의 것들을 삼키고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나서야 방금 전에 했던 말을 이어 갔다.

“요괴들이 일을 저지를 때, 추호의 망설임이 없는 건 사실이지만, 요괴들에게는 은자의 유혹보다 사람의 유혹이 더 큽니다. 은자가 필요했다면 사람을 죽이고 그냥 빼앗으면 되지 않습니까.”

진 부윤이 머리를 끄덕였다.

“일리가 있네. 아니면 타인의 지시를 받았을 수도 있지 않은가?”

이옥춘이 실눈을 뜨더니 입을 열었다.

“누가 요괴를 시켜 세은을 훔쳤답니까? 이유는 뭐고? 왜 하필이면 이번 세은, 그것도 15만 냥을 가져갔을까요?”

진 부윤이 뜨끔했다.

“그러면 우리 이렇게 생각해 보지. 배후 주모자는 거액이 필요했는데, 너무 큰 규모로 움직이면 안 되었던 것이네. 다시 말해 마구 재물을 긁어모을 수가 없으니…….”

“그래서 세은에 눈독을 들였다고요?”

소녀가 빨간 입술을 쫑긋하면서 말했다.

“세은 호송 경로는 허평지 어도위 백호(百户)가 임의로 결정합니다. 요괴가 강물에 매복했다는 것은 호송 대열에 내통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지요.”

이옥춘은 말하면서 진 부윤을 힐끔 쳐다보았다.

“운록서원(云鹿书院)에서 유가 고인(高人)을 청해 오셔서 심문을 해보는 건 어떤가?”

이때 소녀가 진 부윤을 흘겼다.

“보아하니 다들 우리 사천감(司天监)의 망기술(望气术)을 믿지 못하는군요. 제가 말했듯이 호송하는 사졸들은 아무것도 모릅니다.”

대화는 여기서 단절되었다. 세 사람은 다시 침묵을 지켰다.

공기도 조용해졌다.

이옥춘은 머리를 숙여 권종을 보았다. 그리고 진 부윤은 한숨만 내쉬고 있었다. 유독 소녀만은 허리에 걸려 있는 풍수판을 만지작거리면서 다른 생각을 하는 중이었다.

‘해 지기 전에 경조부를 벗어나 궁에 들어가 장공주(长公主)한테서 저녁 한 끼를 얻어먹어야 하는데…….’

황궁의 주자(*厨子: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솜씨는 그야말로 천하제일이었다!

남자 두 명은 사건 책임자였지만, 채미(采薇)라 불리는 소녀는 보조 수사관 역할이었다.

소녀는 무관 무직이었고 사건 책임자 중 한 명이지만, 큰 책임을 지지는 않았다.

“시간은 촉박하고 진행은 너무 느려 마음이 조급해 어디 살겠나? 이 대인, 우리 위 공(魏公)께 여쭈는 것이 어떻겠는가?”

진 부윤이 이옥춘의 반응을 떠보듯 말을 꺼냈다.

“당신들 문관에게 경찰(京察)이 있듯이, 우리 야경꾼에게도 동일한 것이 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번 사건은 위 공이 저에게 내어 준 시험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피식!

진 부윤이 실소하면서 한마디를 했다.

“사건을 해결하지 못하면 나도 자리를 내어 줄 판이네. 모두 우리를 지켜보고 있지 않나!”

침묵 속에서 서로 마주 보고 있는 두 사람 사이엔, 사뭇 긴장된 분위기가 감돌았다.

* * *

“요괴들의 작간(作奸)이라면 나야 속수무책이지!”

허칠안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신은 무심하기도 하지. 어찌 나한테 이리도 가혹하단 말인가.’

이 세계에는 요괴가 존재했다. 요족(妖族)과 인류는 자고로 서로 사냥하고 서로 삼키면서 생존해 왔다.

남강(南疆) 십만 대산 속에는 요족들이 모여 사는 만요국(万妖国)이 있다.

500년 전, 서방 열국들은 불문(佛门)의 통솔하에 남강 만요국에 선전포고를 했다. 일갑자(*一甲子: 60년을 일컬음) 지속된 전쟁은 결국 요국(妖国) 평정으로 끝이 났는데, 역사는 이를 ‘갑자탕요(甲子荡妖)’라고 불렀다.

그 후, 기운이 강한 요족은 몰락하고, 명성이 하늘을 찌른 불문은 불도(佛道)의 번창으로 이어졌다.

허칠안의 내세 지식으로 해석하자면 당시 먹이사슬 꼭대기 쟁탈전에서 인류가 승리를 거둔 것이다.

세은이 요괴들의 소행이라면, 허칠안은 그들로부터 은자를 되찾아야만 자신과 허씨 가문을 구해낼 수 있을 터였다.

초가을의 공기는 습하면서도 찼다. 하지만 허칠안의 옷은 식은땀으로 축축했다. 공포가 밀려왔다.

몸 주인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탈옥은 불가능했다. 황권이 군림하는 사회에서 인권은 너무나도 미약하기 때문이었다.

‘나의 생사여탈(生死與奪)마저 타인의 일념에서 결정되다니.’

고대로 돌아와 명인들의 시를 베껴 허세를 부리려던 그의 망상이 산산조각이 나는 순간이었다.

고대로 돌아왔지만 사회의 매질은 여전했다.

“잠깐! 이건 추측, 경조부의 추측일 뿐이야. 신경 쓰지 말자. 나 스스로, 나 스스로 분석해 보자……. 끝이 아니야, 아직 끝이 아니야…….”

죽도록 살고 싶었다! 그래, 살아야 했다! 그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냉정한 사고력을 되찾았다.

“요괴는 왜 세은을 절취했을까? 인육이 더 맛있지 않나? ……은자가 필요하더라도 세은을 노릴 필요는 없지 않느냔 말이야. ……책에 나오는 요족의 요녀(妖女)들은 저마다 요염하고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한다던데…….”

철썩!

허칠안은 자신의 뺨을 후려쳤다.

“정신 차리고 추리하자!”

추리에서 빠질 수 없는 가장 중요한 것은, 실마리를 하나하나 열거하고 나서 정리를 해보는 것이었다.

이렇게 진행하지 않으면 사건은, 생각을 더 할수록 엉킨 실타래마냥 더욱이 복잡해질 터였다.

세은 사건에는 두 가지 분명한 단서가 있었다.

첫 번째, 요풍!

두 번째, 세은이 강물에 추락하자 폭발이 일어났다.

무사를 제외한 기타 여러 수련 체계에는 모두 요풍을 일으키는 능력이 있었다. 때문에 첫 번째 단서는 수련자(修行者)가 참여했다는 증거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구체적인 대상자를 지목하기에는 증거 불충분이었다.

이로써 무사 출신인 숙부의 혐의가 줄어들었다. 다만 타인과 공모했을 가능성은 배제하지 못했다.

두 번째 단서인 폭발은 억지스러운 면이 있었다. 고수들의 대결에 폭발은 극히 정상적인 현상이었다. 다만 세은 실종 과정에는 무력 대결이 없었다. 따라서 폭발의 발생은 비합리적이었다.

“반드시 폭발해야 되는 원인이 있으면 모를까!”

허칠안이 중얼거렸다.

“각종 수련 체계 중 폭발로써 목적을 달성하는 직업이 있나……?”

허칠안은 잠깐 사색에 잠겨봤지만, 아무런 단서를 찾아내지 못했다. 그러다가 문득 자신이 경조부와 동일한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경조부의 판단에는 처음부터 치명적인 문제점이 있었다. 사건 과정에서 가장 눈에 띄는 단서를 통해, 요괴가 저지른 짓이라 확신하고 나서는, 다른 가능성에 눈을 돌리지 않은 것이다.

잘못이라고까지 할 수는 없지만 판단이 너무 엉성했다.

두 사람의 기억을 가지고 있었지만, 허칠안은 여전히 현대인의 사고와 전생의 경험을 토대로 양파 껍질 벗기듯 권종을 파헤쳤다. 그는 권종 속에 있는 세부 사항들을 거듭 곱씹으면서 결론을 내려 했다.

“이 단서에서 도저히 해법을 찾을 수 없군. 그러면 생각을 바꿔 보자. 요괴 작간(作奸)의 가능성을 우선 배제하고, 치밀한 계획을 가진 인위적인 사건이라고 가정한다면? ……그러면 반드시 흔적을 남겼을 텐데.

로카르의 교환법칙(*모든 접촉은 흔적을 남긴다)에 의하면 범인은 반드시 사건 현장에 직접적 혹은 간접적인 흔적을 남긴다. 다양한 흔적은 두 부류로 나뉘는데, 구체적인 건 잘 기억이 나지 않는군. 음…… 손발자국, 지문, 마차 흔적, 공구 기기 흔적 등등. 결정적인 건 가장 눈에 띄는 단서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흔적들에 있다…….”

허칠안은 권종의 묘사에 따라, 숙부가 세은을 호송하는 전반 과정을 머릿속에 거듭 그려 보았다.

아드레날린이 미친 듯이 분비되었고, 뇌세포도 고도로 활약하고 있었다. 머릿속 정보들이 형태를 갖추었다면, 연못 속의 비단잉어가 미친 듯이 먹이를 쟁탈함으로써 물방울이 마구 튀어 오르는 모습일 것이다.

한 번 또 한 번의 곱씹음. 그에 따른 한 번 또 한 번의 시정 작업.

한데 응집된 권종의 정보와 단서들. 그의 뇌는 마치 고속으로 실행되고 있는 CPU와 같았다.

각종 정보를 퍼즐 맞추듯이 이어 붙이자, 사건은 점점 더 명료해졌다.

이때, 허칠안은 자기도 모르게 신비한 경지에 이르고야 말았다. 그의 영혼이 육체를 이탈해 공중에 떠다녔다. 이어서 건물을 뚫고 나가 경도 상공에 머물렀다.

사건 당시가 보였다. 동이 트고 있었다. 허평지가 전신 무장한 갑사(甲士)들을 거느리고 호부로 세은을 호송하고 있었다.

시간은 묘시 이각……. 대오는 광남가에 도착했다. 그때 갑자기 요풍이 몰려왔고, 말들이 놀라 강물로 뛰어들었다.

펑!

수면 위에서 폭발이 일어났고 강물이 치솟았다.

폭발 소리는 허칠안의 마음속에서도 울려 퍼졌다. 그는 본능적으로 발에 힘을 주어 구르면서 깨어났다.

두 눈에는 피로가 서려 있었지만, 그는 흥분과 기쁨을 주체하지 못했다.

“드디어 알아냈다. 내가 드디어 알아냈어. 하하하!”

미친 듯이 웃어 대던 허칠안이 난간을 마구 두드렸다.

“여봐라! 여봐라, 거기 누구 없느냐.”

당직이던 옥졸이 귀찮은 기색으로 화곤(*火棍 : 부지깽이)을 들고 와, 난간을 마구 두들기더니 욕설을 퍼부었다.

“입 닥쳐! 명이 몇 개라도 되더냐!”

허칠안은 뒤로 몇 발자국 물러나면서, 난간을 잡고 있던 손을 풀었다. 계속 잡고 있다가는 손가락이 부러질 수도 있었다.

그러면서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부윤을 만나게 해주십시오.”

“일개 죄인 나부랭이가 부윤을 만나? 차라리 오줌을 싸서 거기에 너 자신을 비춰 보는 게 어떻겠느냐?”

화가 난 옥졸이 실소하며, 난간 사이로 화곤을 들이밀어 허칠안을 찔렀다. 이에 허칠안이 몇 발자국 더 뒤로 물러섰다.

“네가 감히 피해?”

옥졸이 허리에서 열쇠를 잡아 쥐더니 섬뜩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네가 오늘 다리 하나쯤 부러져야 직성이 풀리겠구나.”

“저한테 세은(稅銀) 도난에 관한 중요한 단서가 있습니다. 부윤을 만나게 해주십시오. 이러다 사건 해결을 그르치면 책임을 져야 할 겁니다.”

허칠안이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말했다.

허칠안의 말에 안색이 변한 옥졸이 동작을 멈췄다.

* * *

내당에서는 고기만두를 다 먹은 채미가, 계속해서 사탕수수 줄기를 까고 있었다. 그러다가 사슴가죽 소포에서 건과 몇 개를 꺼내 곁들어 먹었다.

같은 공간이지만 참 다른 분위기였다. 한쪽은 참담하기 그지없었고, 다른 한쪽은 아무 일 없다는 듯 즐겁기만 했다.

“폐하께서 우리에게 5일을 주셨네. 더 이상 시간을 끈다면 세은(稅銀)을 찾지 못할 수도 있어.”

진 부윤이 앉아 있지 못하고 서성이면서 말했다.

“시간이 이리도 촉박한데 우리는 속수무책이라니.”

“사건 해결에는 시간이 필요한 법이지요.”

짝!

진 부윤이 안 되겠다는 듯 손뼉을 쳤다.

“내가 직접 위 공을 찾아가 보겠네. 권종을 주게나.”

“제가 동행하겠습니다.”

이옥춘이 망설이다가 답했다.

채미가 힐끗 보더니 싱긋 웃으며 말했다.

“그 방법이 좋네요. 대봉의 대국수(大国手)가 나서면 두 분이 폐하께 문책을 당할 일은 없을 겁니다. 다만 위 공께 밉보이는 게, 폐하께 문책을 당하는 것보다 더 심각하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소녀는 말하며 환하게 웃었고, 덕분에 덧니까지 드러났다.

이옥춘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이때 아역이 머리를 숙인 채 총총걸음으로 들어와 굽신 인사를 했다.

“부윤 대인, 옥졸이 이르길, 허평지의 조카 허칠안이 세은(税银) 탈취 건에 관해 중요한 단서를 가지고 있다면서 부윤 대인을 만나겠다고 한답니다.”

세 사람 모두 약속이나 한 듯 눈에 힘을 주었다.

허칠안……. 기억이 잘못되지 않았다면 이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인물이었다. 그들은 초기에 심문과 고문을 통해 그가 사건과 관련이 없음을 확인했다.

망설이던 진 부윤이 입을 열었다.

“사람을 데리고 오너라.”

* * *

얼마 지나지 않아 핏자국이 군데군데 묻은 죄수복을 입은 허칠안이 들어왔다.

철거덩! 철거덩!

그가 움직일 때마다 수갑과 족쇄가 맞부딪치는 소리가 내당 안에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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