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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인형 오토마톤-329화 (에필로그6) (329/329)

329화 - 오토마톤과 함께하는 에필로그! (6)

취직 첫날의 바쁜 하루는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다.

그리고 저녁, 일을 마치고 돌아온 캐롤은 어기적어기적 공방으로 들어가더니 아리에테의 침대에 몸을 날렸다.

철푸덕-!

“으어-! 피곤해.”

“왔니?”

요즘 아예 모험단 전문 장비 수선업으로 전업한 아빠 크랭크가 작업실에 앉아 있다가 장녀를 맞이했다.

침대보에 코를 박고 킁킁거리던 캐롤이 그 상태로 말했다.

“농염한 미모의 40대 여기사를 불러주세요. 어디에 있나요?”

찰싹-!

“아으!”

19살 딸내미의 엉덩이를 후려친 사람이 있었으니 그녀가 바라던 농염한 40대 미모의 여기사였다.

요즘 어지간한 일이 아니면 장거리 의뢰는 지양하고 훈련소나 던전 운영에 집중하고 있던 아리에테가 일을 마치고 돌아왔다가 침대에 엎어진 장녀를 바라보며 웃는다.

“첫 출근이었다지? 어땠나?”

“엄마아-!”

아리에테를 부둥켜안은 캐롤은 그녀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더니 훌쩍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여전히 엄청난 엄마 가슴을 주물러 댔다.

“왜 내 가슴은 엄마보다 작아요?”

꿍-!

“끼요옥!”

“음, 다 큰 녀석이 징그럽구나.”

머리에 혹이 난 캐롤이 숨넘어가는 소리를 냈다.

엄마의 다리 곁에서 막내 퓨즈가 고개를 빠끔히 내밀더니 큰 언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언니 아파?”

“으후후. 괜찮아. 와! 우리 퓨즈는 갈수록 엄마 닮네?”

“무슨 소리냐? 너도 날 닮았다. 가족끼리 닮는 게 당연하지.”

때마침 후줄근해진 장남이 복귀했다.

“다, 다녀왔습니다.”

팔짱을 낀 아리에테가 몸을 돌리고 그를 맞이했다.

“오오! 우리 장남이 돌아왔느냐? 만신창이가 다 됐구나. 첫 일은 그런 법이지. 나도 그랬다.”

대답할 힘도 없는지 공방 바닥에 주저앉은 베어린은 길게 한숨만 내쉬었다.

그런 큰 오빠에게 퓨즈가 구급함을 들고 쪼르르 달려갔다.

이어서 캐롯도 돌아왔다.

“캐롯 불꽃 퇴근! 삼남 피스는 오늘도 정비 길드에 죽치고 있어서 늦는데! 아주 길드 마스터 마음에 쏙 든 모양이던데?”

고개를 휙 돌린 캐롤과 베어린이 동시에 도끼눈을 떴다.

“캐로옷! 정신없는데 자꾸 이상한 거 좀 시키지 마!”

“나도 좀 봐줘! 고블린이라더니 가보니 오크들이 있었다고!”

그들에게 터진 불만에 길드 마스터 제복 차림의 캐롯이 깔깔 웃어댔다.

“바보들아. 사람의 출발선은 전부가 0이 아니야. 너희들 엄마인 아리에테는 집에 돈도 부쳐줘야 해서 한참 뒤에서 시작했다고?”

아리에테가 팔짱을 풀고 오토마톤 팔을 들었다.

“그러다 이런 몸이 되었지.”

모두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장남에게 붙여준 오토마톤을 살피던 크랭크도 덧붙였다.

“너희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건 사실 당연한 게 아니라는 것만 명심해라.”

그런 말을 들어도 몸의 근육통이 사라지진 않는다.

불만은 결국 불만, 그의 아들딸들은 입술을 쭉 내밀었다.

낄낄거린 캐롯이 그들을 다독였다.

“하여간 무사 첫 일 축하해. 그런데 우리 차남 볼트는 어디 있어?”

“어? 아직 안 왔는데?”

캐롯이 턱을 짚었다.

“그래? 약초 캐기라서 금방 끝날 거로 생각했는데.”

“엣, 설마?”

얼굴에 세로줄이 생긴 캐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다녀왔습니다. 잉? 왜 다 일어나 있어요?”

때마침 공방 문으로 오토마톤을 대동한 볼트가 돌아왔다.

그제야 모두가 한시름 덜었다.

허리에 손을 올린 캐롤이 콧김을 뿜어댔다.

“야, 빨리 좀 다녀. 너 어딜 갔다 오기에 지금 와?”

“의뢰인에게 약초 매입하고 오느라고. 이거 봐. 오늘 일당! 와, 나 돈 처음 벌어봐.”

짤랑거리는 동전을 보여주자 모두가 오 하는 표정을 지었다.

막내 여동생 퓨즈에게 상처를 치료받던 베어린이 콧방귀를 뀌었다.

“하하! 내 고블린 퇴치 의뢰비에 비교할 정도는 아닌걸?”

장녀 캐롤도 갑자기 의기양양해졌다.

“후후, 그것도 내 월급에 비교할 정도는 아닌걸?”

이어서 캐롯이 허리에 손을 올리고 콧대를 세웠다.

“호호, 너희들도 내 연봉에 비할 정도는 아닌걸?”

가만히 듣다가 재미있어졌는지 아리에테까지 나섰다.

“하하, 이 몸의 연 수입에 비교할 정도는 아니구…….”

“당신은 참아.”

애들 장난에 끼어든 아리에테는 차남 볼트가 시무룩하게 훌쩍이자 화들짝 놀라 아들을 달래야 했다.

“미안하구나. 내가 잘못했다. 울지 말거라. 그렇지! 약초 군락지를 알려주마!”

어두워졌던 차남의 얼굴이 이내 날카로워졌다.

“어딘데요?”

이어서 가족이 모인 저녁 식사 시간, 다들 첫 일거리의 무용담을 떠들어대느라 정신이 없었다.

먼저 캐롤,

“와! 오늘 소이 오빠도 왔는데 엄청 멋있어졌더라.”

“오, 차기 사윗감인가. 로마니의 아들이라지?”

빵에 버터를 바르던 아리에테의 중얼거림에 캐롯이 지글거리는 불판을 가져왔다.

“오늘은 캐롯 특제 양념을 듬뿍 바른 신선한 장어구이! 맞다 베어린! 때려잡은 녀석들 부속물은 모아왔어?”

밥 먹다 말고 갑자기 얼굴이 붉어진 베어린이 멍을 때리기 시작했다.

캐롯이 그 얼굴을 들여다보다가 물었다.

“왜 그래? 안 가져왔어? 그래도 상관없으니 정신 차려.”

“어, 아니. 가져왔는데. 그거 의뢰인이 내 또래였는데. 엄청 예뻤어. 흐흐.”

삐빅!

캐롯의 정수리 안테나가 급신호를 감지했다.

“오옵! 장남의 연애를 감지했습니다! 이것은 고농도!”

“세상에! 누구? 누구더냐? 이 어미가 관심이 크단다.”

캐롯과 아리에테 말고도 다들 아닌 척하면서 호기심을 드러냈다.

이 사태에 더욱 불을 지핀 사람이 있었으니 차남 볼트.

“아, 그러고 보니 나도 오늘 숲에서 웬 여자애를 만났어. 약초 캐러 오토마톤 데리고 성 밖에 나왔다던데 말이 꽤 잘 통했어. 착해 보이더라.”

삐비빅!

캐롯의 정수리 안테나가 다시 한 번 강력한 신호를 감지했다.

“우오옵! 차남의 연애도 감지했습니다. 초고농도!”

아들들의 열애 소식에 몹시 즐거워진 아리에테가 포크와 나이프를 놓더니 배를 두드렸다.

“갑자기 배가 불러서 더는 못 먹겠구나! 살면서 이토록 즐거운 날이 올 줄이야! 흐으읍! 그때 혀 깨물고 죽지 않아서 참 다행이야!”

삐비비빅!

캐롯의 정수리 안테나가 위험을 감지했다.

“으억! 에스트로겐 농도 급상승! 아리에테의 눈물샘이 감지되었습니다! 가라! 퓨즈! 엄마를 달래!”

크랭크의 다리 사이에 앉아 있던 퓨즈가 쇽하고 밑으로 빠져나가더니 감격의 눈물을 글썽이는 40대 여기사의 가슴 밑에서 솟아올랐다.

“엄마 울지 마.”

“으음, 주책맞았구나. 훌쩍!”

아리에테는 자기와 꼭 닮은 막내딸 퓨즈를 꼭 껴안아 주었다.

그러다 밝은 짐짓 표정을 지었다.

“오늘 같이 즐거운 날! 반주가 빠질 수 없지 않은가! 응?”

하지만 크랭크는 반대했다.

“안돼. 허가할 수 없다.”

“으이잉! 맥주 한 잔만!”

아리에테가 40이 넘도록 아직도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은 그 자신의 노력이 아니라 남편 되시는 분의 철저한 관리 덕분이었다.

그래서 부인의 애원에도 크랭크는 단호한 단호박이 되었다.

다만, 캐롯이 아리에테의 투정을 잘 받아주어 그를 곤란하게 만들었다.

타타탕!

테이블로 떨어진 황금빛 유리잔, 가끔 쿠르프 같은 드워프 어르신들이 찾아오기에 가져다 놓은 맥주였다.

“다들 제 할 일 찾아 하는 어른이니 이제 맥주 정도는 마셔도 되잖아? 안 그럼?”

그리고 크랭크도 자식과 부인의 말에는 꿈쩍하지 않으나 캐롯이 하자는 건 거의 다 들어주는 편이었다.

짧은 한숨을 내쉰 크랭크가 투구를 끄덕였다.

“알았다. 다만 다음 날 문제가 될 정도로 술을 마시는 건 자살 행위…….”

“벌컥벌컥! 크으하아! 끝내주는구나! 역시 드워프 맥주야!”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마셔대는 아리에테를 보고 크랭크가 한마디 덧붙였다.

“젊을 때 술을 많이 마셔두면 어느 날 갑자기 늙어 버리지.”

움찔!

아리에테가 역정을 냈다.

“술맛 떨어지는 소릴! 나는 아직 탱탱한 40대라고!”

크랭크도 맥주를 마시기 위해 투구를 벗었다.

하지만 그의 가족들은 아무도 저주에 반응하지 않았다.

양손에 맥주잔을 들고 돌리던 캐롯이 눈을 땡그랗게 떴다.

“크랭크는 얼굴이 어째 주름 하나 없네? 오히려 하얗게 된 거 아냐?”

“음, 햇빛을 못 받아서 그런가?”

큼직한 맥주잔을 어색하게 잡고 있던 베어린이 중얼거렸다.

“우리 아버지는 동안인 거야?”

아리에테가 손을 흔들었다.

“아니, 아니다. 원래 노안인데 나이가 얼굴을 추월해 버려서 동안으로 보이는 것뿐이다. 20대에도 저런 얼굴이었어.”

술기운이 솟기 시작한 아리에테가 크랭크와 어깨동무를 하며 파하하 웃어댔다.

중년에 접어들어 기품 넘치는 여왕님 페이스가 된 그녀를 주변 사람들은 몹시 경외하고 존경했으나 집에서는 그 정도로 추앙받지 못했다.

오죽하면 장녀에게 얼굴값 못하는 엄마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였다.

“크하-! 어서 마셔봐라. 맥주에서 감칠맛이 돌잖느냐!”

여왕님 얼굴로 저런 알딸딸한 표정이라니 다들 끔찍하게 여겼다.

“그렇지. 나의 아들딸들아. 네 아빠를 이 몸에게 비교하면 어떠냐? 엄마가 아깝지 않으냐?”

팔다리를 붙여준 크랭크에게 마음의 빚이 있는 아리에테는 가끔 이런 식으로 그와 비슷한 위치에 자기를 끌어올리고 싶어 했다.

일종의 자기 합리화 같은 거라고 캐롯이 가르쳐 주었기에 본인을 제외한 가족들 전부는 그러려니 대하거나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응, 그 입만 좀 다물면요.”

“가만히만 있으면 따라올 사람 없을걸요?”

“술주정을 부리는 농후한 미모의 40대 여기사.”

성의 없이 대답하는 자식들을 보고 아리에테는 매번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이래서 애들 키워봐야 다 소용없어! 역시 당신뿐이야!”

“또 시작됐군.”

크랭크의 팔을 붙들고 매달리는 그녀를 보고 캐롯이 파하하 웃어 버렸다.

“자자! 엄마를 보고 반면교사를 삼으라고! 무슨 맛인지는 알아야 마시든 말든 할 거 아냐!”

18살부터 성인 취급이기 때문에 다들 조심스레 캐롯이 허가한 맥주를 입에 가져다 대보았다.

여기서 캐롤의 주사가 엄마와 비슷하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베어린과 볼트는 아무렇지도 않아 몇 잔 더 마셔보고는 다음 날을 위해 그만두었다.

이튿날, 오랜만의 음주로 아리에테는 숙취를 호소하였고, 나머지 아들딸들은 젊음의 힘으로 또 일을 나섰다.

모험가 길드 접수 창구, 2층 계단 난간에 거꾸로 매달린 길드 마스터가 아침 일찍 찾아온 장남 베어린을 반겼다.

“그래그래, 어서 돈 모아서 내 집 마련하고 자취 시작해야지.”

“그럴 참이야. 혹시 어제 그 마법사가 맡긴 의뢰는 또 없어? 한 번 더 보고 싶은데.”

맞은편 창구에서 피식 웃은 누나 캐롤이 서류함을 뒤지더니 의뢰서를 가져왔다.

“여기 있어. 케리란 이름의 마법사가 맡긴 의뢰야.”

“잉? 케리? 어디서 들어본 이름이네.”

“알아요?”

여전히 거꾸로 매달린 채 골똘히 생각하던 캐롯은 그만 고개를 휘휘 흔들었다.

“몰루? 어디서 들은 건지 자세히 기억은 안 나네. 뭐 별일 있겠어? 하여간 조심해!”

베어린은 어제의 파티 그대로 이번엔 트롤을 잡으러 떠나고, 차남 볼트도 약초를 캐러 나섰다.

2층 계단 난간에 거꾸로 매달려 있던 캐롯은 궁금증이 도졌는지 휘릭 공중제비를 돌더니 바닥에 착지했다.

“나 잠깐 외출! 길드 마스터 전권을 운영위원 마론에게 위임!”

“다녀오세요!”

도도도 달려간 캐롯은 즉시 볼트의 뒤를 밟기 시작했다.

베어린의 파티에는 귀가 밝은 엘프가 있으니 먼저 차남부터.

크랭크와 아리에테 내외는 생각보다 자식들에게 깐깐하여 어렸을 때 고생은 좀 필요하다는 괴이한 이론을 들먹이며 이동 수단까지는 살펴봐 주지 않았다.

그래서 둘은 툴툴거리면서 걸어 다녔다.

오토마톤들을 데리고 성 밖으로 나간 볼트는 그 길로 착실히 걸어서 인근의 숲으로 들어갔다.

언젠가 봄나물 뜯으러 나가는 마을 사람들을 호위해 왔던 자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이 녀석, 어디까지 가는 거야?”

멀리 떨어져서 수풀에 숨어 있던 캐롯이 살금살금 뒤를 밟는데 갑자기 볼트의 걸음이 빨라졌다.

초원에 솟아난 커다란 미루나무를 지나치자 널찍한 공터가 나왔는데, 거기에 앞서 온 선객이 있었다.

얼굴과 피부가 새하얗고 검은 머리를 땋은 또래 소녀였는데 꽃밭에 쭈그려 앉아 뭔가를 캐고 있다가 볼트의 부름에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캐롯은 놀라고 말았다.

저 오토마톤 어쩐지 익숙하지 않아?

앞서 왔던 그 또래 소녀가 볼트와 인사를 하고 손에 쥔 꽃잎과 풀뿌리를 가지고 재잘거리는 와중에 캐롯의 시선은 청춘남녀의 달콤한 드라마보다 근처에서 경계 중인 소녀의 오토마톤에게 머물렀다.

이윽고 몇 시간 후, 볼트는 소녀에게 손을 흔들어 주고 다시 마을로 돌아갔고, 검은 머리를 수수하게 땋은 소녀는 그 뒷모습을 지켜보다가 몸을 돌렸다.

그러다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팔짱을 낀 캐롯이 자기 오토마톤을 살펴보고 있던 것이다.

“샤를? 너 샤를이지?”

때마침 바람이 불어와 커다란 미루나무 가지를 흔들어 놓았다. 더불어 오토마톤 샤를의 은색 방열 가발도 흩날렸다.

“오랜만입니다.”

샤를이 맞다. 그럼 마스터는?

스르륵 고개를 돌린 캐롯의 눈이 왕방울만 해졌다. 정말로 놀란 눈치였다.

캐롯은 멈춰 선 검은 머리칼의 소녀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너 누구야? 설마? 진짜야?”

대체 무슨 짓을 했는지 10대로 돌아간 어여쁜 투나가 으히히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아, 안녕? 캐롯.”

“투나?!”

와다다 달려간 캐롯이 투나를 살펴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니!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뱀의 생피라도 빨아댄 거야 뭐야? 넌 또 왜 이렇게 어려졌어? 어억? 너, 너 설마!”

방금 전까지 크랭크와 아리에테의 차남 볼트와 좋은 분위기 물씬 풍기던 검은 머리칼의 소녀를 떠올린 캐롯이 투나의 무시무시한 계획을 눈치채 버렸다.

히죽 웃음 지은 투나가 슬금슬금 뒤로 물러섰다.

“나, 나는! 한 번에 두 가지 맛을 느껴보고 싶은 거야! 이~! 히히히히!”

알 수 없는 소릴 내뱉은 투나가 냅다 뒤로 돌더니 치맛자락을 붙잡고 호다닥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래 봤자 얼마나 가겠는가마는.

“야! 거기 서!”

한가로운 봄날의 초원, 32살 자동인형 캐롯과 영원한 17살 소녀 투나의 술래잡기가 벌어졌다.

멀어져 가는 둘을 지켜보던 오토마톤 샤를이 이내 발걸음을 옮겼다.

주인님들을 따라 5월의 꽃밭을 거니는 오토마톤이 작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모두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살았답니다.”

끝, 감사합니다.

<작가의 말>

자동인형 오토마톤 329화로 부랴부랴 끝났습니다.

느닷없는 완결 송구스럽습니다만 이쯤에서 마무리하기로 했습니다.

우리 꼬마 인형 캐롯과 함께하는 모험은 즐거우셨습니까?

약 9년 만의 복귀작이라서 부족한 부분도 엄청나고 설정 빵꾸도 많습니다만, 그 때문에 아쉬움이 너무도 많이 남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스핀오프로 이 세계관을 좀 더 우려먹고 싶습니다.

사골 국물처럼요.

또한 1년 조금 넘는 시간 연재한 이 작품 덕분에 많은 것을 몸으로 체험했습니다.

예, 정말로 많은 것을요.

그것도 몸으로요.

이 불초한 작가의 부족한 글을 지금까지 지켜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잠시 퇴근 후 워라벨을 만끽하다가 차기작은 준비를 제발 잘해서 이 지옥 같은 라이브 연재만큼은 꼭 피하고야 말겠습니다.

- 중요 캐릭터 설정 뒷이야기.

크랭크 - 크랭크는 제가 7년 전쯤 쓰다가 접은 단편 주인공을 그대로 차용했습니다. 인물이 운동에 집착하는 건 불면증을 운동으로 극복했던 개인적인 경험을 녹여보았습니다.

여러분 운동하세요. 잠이 잘 와요.

캐롯이 없었으면 크랭크는 혼자서 다크 판타지를 이뤄냈을 겁니다.

캐롯 - 캐롯은 크랭크를 주인공으로 할 때 곁에서 도움을 주는 파트너가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만들었습니다. 오토마톤이라는 인형 설정도 같이 섞었습니다.

이름도 당시 제가 간식으로 생당근을 씹어먹고 있었는데 그대로 적용, 캐롯이 되었습니다.

밝은 성격은 무뚝뚝한 크랭크와 대비되기 위함인데 이 선택으로 캐롯은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오히려 잘됐습니다.

아리에테 – 아리에테는 원래 등장할 계획이 없었습니다. 히로인은 투나가 될 예정이었습니다. 원래는 양팔이 잘린 여기사에게 의수를 달아주는 에피소드로 르클레르를 써먹을 예정이었습니다만,

인터넷 웹서핑 중 우연히 이상한 단편 만화를 보고 충격을 받아 사지 절단 여기사 아리에테를 등장시키고 팔과 다리를 달아주었습니다.

나라면 이랬을 거라는 의미로요.

아리에테는 팔다리가 멀쩡했을 경우 여전히 동료들과 모험가 일을 했을 거고, 간간이 캐롯과 마주치는 정도가 되었을 겁니다.

투나 – 투나는 방구석 폐인 마도사를 떠올리며 만들었습니다. 공돌이 속성 크랭크와 궁합이 잘 맞아서 히로인으로도 써먹으려 했습니다만 아리에테를 등장시키면서 다 틀어졌습니다.

작중 크랭크가 흑마도사를 해치우며 “수학을 잘하는 살인자는 필요 없다. 그것이 인류의 진보를 100년 늦추게 되더라도.” 라고 하면서 투나는 살려주는데.

이건 원래 오류입니다.

신나게 적고 보니 어느새 저런 멋진 대사를 떠들어 놓았더라고요. 퇴고하다가 발견했습니다. 저 대사를 수정해야 하는데 그냥 두기로 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고민했거든요. 다른 사람은 과연 어떻게 느낄까 궁금했습니다.

감사하게도 이런 제 의도를 알아채 주신 분이 계셔서 살짝 놀라고 감동했습니다.

참고로 투나가 가진 금광석의 출처는 흑마도사 본거지 부근입니다. 약초를 캐던 투나가 우연히 주웠다는 설정입니다.

크랭크에게 구원받지 않았으면 투나는 토벌전에 휘말려 사망했을 겁니다. 본인도 그걸 알고 있고, 그래서 아리에테에게 양보했습니다. 하지만 둘의 아들내미를 노리고 있습니다.

오토마톤 – 자동인형 오토마톤은 키메라 합성 기술과 여러 마도 과학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움직이는 등신대 크기의 피규어 같은 겁니다.

얼굴은 없고, 눈구멍에 유리를 가공한 구슬 안구 정도가 끼워져 있습니다.

주인의 경제적 사정에 따라 눈코입이 달린 마스크를 씌우기도 하고, 캐롯처럼 소프트 스킨으로 사람처럼 보이게 만들기도 합니다.

체구와 몸매는 골반이 강조된 여성형, 가슴은 없습니다.

작중에선 자기들끼리 너무 싸워대서 극단적으로 줄어 버린 인류가 이대로 멸종할까 엘프들이 제작 기술을 공여한 것으로 나옵니다.

차츰 오토마톤에 들어간 기술을 재해석하여 인류는 다시 문명을 발전시켜 나가는 도중이었습니다.

오토마톤 관련 설정을 만들 때 저는 현대의 개인 자가용 자동차를 떠올렸습니다. 너무 많아서 허투루 보이지만 자동차는 현대 기술의 진수가 녹아 있는 집약체입니다.

또한 돈만 있으면 누구나 가질 수 있으며, 차주의 경제력에 따라 상태도 다 다릅니다.

하지만 제가 실력이 부족하여 이런 걸 다 글에 녹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제겐 참 아쉽고 안타까운 작품이 되었습니다.

요 정도만 하겠습니다.

까먹고 써먹지 못한 드립이나 밈, 연출과 에피소드는 잘 모아뒀다가 차기작에서 불 싸질러 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건강하세요.

2023년 02월 13일

수박왕자 박태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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