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8화 - 오토마톤과 함께하는 에필로그! (5)
캐롯의 귀환으로부터 다시 13년 후,
방주 도시 아르곤에 다시 한 번 새 아침이 밝았다.
계절은 4월이지만 북부라서 아직 아침저녁으로 조금 쌀쌀하다.
찌뿌드드한 얼굴로 침대에서 기어 나온 처녀가 출근 준비를 서둘렀다.
세수하고 머리 빗고, 말끔하게 다려놓은 제복까지 차려입고 나와보니 부엌의 테이블에 어느새 간단한 식사가 준비되어 있었다.
-어이어이, 첫 출근 힘내라고!
메모장의 글은 그녀의 어머니가 써준 것이 아니라 동거 중인 캐롯이 써주고 나간 것.
19살이 된 캐롤은 토스트를 입에 물고 치렁치렁한 금발을 묶어 올리며 밖으로 나섰다.
“아빠! 다녀올게요!”
훅훅! 훅훅!
공터 건너편의 공방 입구에는 검은색 팬티 한 장 걸친 변태 투구 거인이 한참 스쿼트 중이었다.
그는 대답 대신 손을 한 번 들어주고는 계속 그 기묘한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했다.
이른 아침 도시의 출근 인파에 섞여 종종걸음으로 걸어간 캐롤이 도착한 곳은 모험가 길드.
가족들이 하나같이 유명해서 취직에도 그들의 입김이 작용했다.
다만 모험가가 아니라 길드 안내원으로써.
장녀인 캐롤은 완전한 몸치였던지라 롱소드는 잡는 법부터 이상하고, 활을 당겨도 매번 가슴이 쓸려 한 발밖에 쏠 수 없으며, 그마저도 어디로 나아갈지 알 수 없었다.
시골 촌부에게조차 호신술을 가르칠 수 있는 전술 교관 오토마톤 로테는 캐롤을 가르쳐 보고 이런 평가를 내놓았다.
심성이 유약하여 상대를 파괴하는 방법에는 흥미가 없다. 다만 체형이나 근력은 훌륭하다. 본인에게 의지만 있다면 중급 전사도 노려볼 만하다. 지켜본 바로는 특기는 바느질과 집안일, 이것은 주부의 재능이다. 신속히 결혼 상대를 물색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 평가에 캐롤은 부끄러워하면서도 좋아했으나, 그 부모들은 아직은 놓아줄 수 없노라 격렬히 반대했다.
상황이 이러한지라 적당히 영주님의 저택 메이드로 취직하여 사회 경험을 쌓으려 했는데 이 또한 모두가 파토를 놓았다.
그래서 반강제로 모험가 길드에 취직이 결정!
“집구석에 처박혀 있는 여자는 아무도 데려가지 않는데! 얻어걸린 거지만 그래도 열심히 해야지!”
우람한 모험가 길드 건물을 올려다보던 캐롤은 희망찬 다짐을 하며 입구로 들어섰다.
“추, 출근했습니다!”
“어서 와요. 캐롤.”
“옙!”
그녀가 들어서자 먼저 와서 청소 중이던 선배들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갑자기 떨어진 낙하산은 맞지만 어릴 때부터 길드에 드나들던 아이인 데다 다루기 힘든 모험가들과도 친한 편이서 여러모로 쓸모 있어 보였던 참이다.
뒷짐을 진 운영위원 최선임자가 청소를 돕는 금발 처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같은 제복의 젊은이가 빗자루에 턱을 올리고 히죽거린다.
“마론 영감님 왜 그래요? 무슨 며느릿감 보듯이 하시…… 아오오오?!”
어느새 중년이 되어 버린 길드 운영위원 마론이 촐싹대는 젊은이의 발을 지그시 밟은 채 그윽한 표정을 지었다.
“볼 때마다 놀라워. 우리 길드 마스터가 자라면 저런 얼굴이 된다는 말이지? 과거와 미래가 한자리에 공존하는 느낌이로군.”
“그거요. 둘이 어릴 때 똑 닮았다는 이야기 들었어요. 어떻게 그럴 수 있죠? 길드 마스터는 오토마톤인데?”
마론이 후후 웃음 짓자 눈가에 주름이 살짝 드러났다.
“마스터 크랭크가 캐롯의 소프트 스킨을 만들 때 사용한 재료가 그의 피부 일부라더군.”
“오오오!”
요즘 젊은이들에겐 놀라운 사실, 그의 이야기에 모두가 하던 일을 멈추고 캐롤을 바라보았다.
여자치고는 큰 키에, 금발에, 파란 눈에 하여튼 어른이 된 캐롤은 몹시 화려한 모양이었다.
“에? 에?”
오랫동안 길드에서 일하며 그녀가 자라는 모습을 지켜봐 왔던 사람들이 역시 그윽한 표정이 되었다.
반대로 최근 길드에 채용된 젊은이들은 캐롤을 보고 몹시 신기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닮았었구나. 난 전혀 몰랐어.”
“지금 캐롤의 어릴 때 모습이 길드 마스터라고요? 와, 엄청 귀여웠겠네?”
“에헤헤. 아, 아니요. 그 정도는…….”
캐롤이 부끄러워하는데 종소리가 울린다.
땡땡땡-!
모두가 위를 올려다보았다.
“아, 호랑이도 제 말 하면 부른다더니. 캐롤, 길드 마스터 집무실로 올라가 봐.”
“예!”
이미 건물 내부 구조야 훤하다.
빗자루를 놓고 호다닥 계단으로 달려 올라간 그녀가 집무실 문을 두드리고 들어섰다.
“부르셨어요? 길드 마스터.”
일부러 창가에 가져다 놓은 책상에서 아침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지는 연출과 함께 하얀 콧수염을 붙인 모험가 길드 마스터 캐롯이 근엄한 표정으로 그녀를 맞이했다.
“음, 좋아. 첫 출근의 감상은?”
어릴 때 얌전했던 캐롤은 자라면서 점점 캐롯 비슷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부모들은 하도 둘이 붙어 다녀서 옮은(?) 것이 아니냐고 했으나 그건 아무래도 좋았다.
엄지손가락을 세운 캐롤이 혀로 입술을 날름 핥으며 방긋 웃음 지었다.
“오늘도 강하고 힘찬 아침!”
책상에 앉은 콧수염 캐롯도 근엄하게 엄지손가락을 세우며 말했다.
“음, 오늘도 강하고 힘찬 아침.”
수년 전 마빈 길드 마스터가 돌연 은퇴를 선언, 인쇄소를 겸한 출판사를 차려 버렸다.
주력 상품은 도시의 이런저런 소문을 곁들인 신문 잡지와 모험가들의 이야기책들.
덕분에 모험가 길드 마스터는 공석이 되어 버렸고, 여러 사람에게 제안이 돌아갔으나 한사코 거절, 결국 그걸 받아들인 게 캐롯이었다.
“뭐, 어차피 이런 건 장식이고 말이야. 운영은 나 혼자 하는 게 아니거든?”
콧수염을 만지작거리던 캐롯이 깍지 낀 손에 턱을 올리며 말했다.
“하지만 직장에선 길드 마스터라고 부르도록.”
“옙! 길드 마스터!”
수염 밑으로 히죽 웃던 캐롯이 캐롤을 돌려보냈다.
“됐어. 이제 나가 봐. 7시에 조회할 거니까.”
“응! 어, 아니. 예!”
조금 버벅이던 캐롤은 꾸벅 인사를 하고는 서둘러 문을 닫고 나갔다.
청소를 마치고 7시쯤, 길드 마스터가 1층으로 내려와 길드 직원들과 짧은 회의를 했다.
아무래도 현직에 있던 자동인형이다 보니 돌아가는 상황과 모험가들의 장단점을 고스란히 다 꿰고 있었다.
“모험가 파티 산 고양이와 해변의 물개들 사이에 분쟁이 일어났습니다.”
“요즘 산 고양이 친구들이 자주 말썽이네. 일단 리더를 따로 불러, 양측 이야기를 들어보고 판단할게.”
길드 마스터 캐롯이 짐짓 근엄하게 이야기했다.
“이 시기엔 몬스터가 남부에서 다시 북상하기 때문에 토벌 의뢰가 많이 들어와, 다들 긴장하도록. 그리고 초보 모험가들 교육은 어떻게 됐어?”
“오늘로 훈련 수료예요. 그리고 이번 차수엔 부모님이 모험가였던 사람들이 꽤 많아요.”
“응? 누구누구?”
먼저 은퇴한 로마니의 뒤를 이어 결국 모험가가 되기로 한 소이.
“오오, 셀린 부인의 반대에 치여서 경비대에 들어갔었는데 결국 모험가로 전향하는구나. 조만간 울파의 전설이 다시 시작되겠는데?”
그 외에도 부모의 뒤를 이어 모험가로 뛰어든 아이들이 많았다.
두어 단 높은 계단 위에서 뒷짐을 지고 있던 캐롯은 이 사실을 반가워하면서도 한편으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캐롯의 기체 연령도 이제 32년, 그래서 가끔 그 얼굴에 어울리지 않는 어른스러움이 묻어나는 일도 있었다.
“애들이 자기 밥벌이하려고 발버둥 치는데 어떻게 말릴 수 있겠어. 크게 다치지나 않도록 기도해야지.”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야.
게다가 그 신입 모험가 중에는 크랭크가의 장남 베어린과 차남 볼트도 있었다.
아들들이 취업 전선에서 모험가를 선언했을 때 어느 정도는 예상했기에 그다지 반대는 없었다.
아무래도 아이들의 엄마가 대형 모험단을 이끄는 단장이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아리에테는 자식들을 자기네 모험단에 넣어 키워주지는 않았다.
길드 마스터 캐롯이 웃으며 말했다.
“아리에테가 이상하게 묘한 고집이 있거든? 자기 아들이 모험단에서 특혜를 받는 건 싫대. 그리고 처음에는 고생을 좀 해야 한대. 나름대로 자기첨예화가 끝나면 그다음에 받아줄 거래. 물론 나도 동감이야.”
그럴듯하다고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만한 재원을 두고 일부러 고생시키다니 그건 무슨 신종 아동학대냐고 속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캐롯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도 있는 거야. 사람이 다 같은 생각이 아니니까. 하여튼 우리 집 애들은 우리 집 방식대로 굴릴 거야. 거기엔 캐롤도 포함되니까, 딱히 잘 봐줄 필요 없어.”
그러자 아까 마론에게 발을 밟혔던 젊은이가 흐흐 웃으며 손을 들었다.
“어, 그럼 캐롤에게 데이트 신청해도 되나요? 저 키 크고 엉덩이 큰 여자가 취향이거든요.”
뒷짐을 지고 있던 콧수염 캐롯이 그를 보더니 냅다 폴짝 뛰어올랐다.
“길드 마스터 신기술 행복 잡기!”
“우어억?!”
청년의 목에 다리를 휘감고 그 얼굴에 달라붙은 캐롯이 도끼눈을 뜨고 외쳤다.
“너 감히 내 딸에게! 날 이길 수 있다면 교제를 허가하마! 그리고 나 다음은 크랭크! 그다음은 겨울 기사단의 단장 아리에테야! 으랴!”
“우아악! 길드 마스터! 앞에 안 보여요! 내려와요! 떨어져요!”
얼굴에 캐롯을 붙이고 이리저리 휘청이는 젊은 운영위원을 감상하던 마론이 그윽한 시선으로 안절부절못하는 캐롤을 바라보았다.
“캐롤은 앞으로 혼삿길이 큰일이로군. 넘어야 할 산이 많아.”
“프흡-!”
모두가 입을 가리고 웃음을 참으려 애썼고, 잠시 입을 벌리고 있던 캐롤은 그제야 울상을 지어 버렸다.
“으앙-!”
소란스러운 아침 조회가 끝나고 모험가 길드가 영업을 개시했다.
특이한 일이 없는 한 아침 7시 반에는 문이 열리고, 하루 일거리를 찾는 모험가들이 우르르 몰려든다.
보통은 견습으로 일을 배우지만 캐롤은 바로 현장에 투입되었다.
길드 마스터 캐롯의 의도적 직권 남용으로 빚어진 일이었다.
어색하게 웃고 있는 캐롤의 상담 창구로 우락부락한 모험가들이 다가왔다.
탁자에 두꺼운 팔을 턱 걸친 모히칸 사내가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어, 뭐야? 신입인가? 휘유, 금발에 키가 엄청 큰데?”
“아하하! 아, 안녕하세요.”
게시판에서 일거리를 떼오던 그의 동료가 캐롤을 알아보더니 모히칸의 어깨를 두드렸다.
“뭐해? 술 덜 깼어? 캐롤이잖아.”
“엉?”
눈을 끔뻑이던 모히칸 아저씨가 이제 그 눈을 비비더니 얼굴을 찌푸렸다.
“어엇? 크랭크네 그 꼬마? 언제 이렇게 커졌냐?”
“에, 오늘 첫 출근이에요. 무,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그러자 사나운 인상의 남자들이 음흉하게 웃더니 캐롤에게 당장 떼어온 의뢰 용지를 내밀었다.
그리곤 몹시 느끼하게 지껄였다.
“네 처음, 우리여서 기뻐.”
“아니! 요즘 시대에 길드 여직원에게 성희롱이라니!”
접수 창구 바로 위 2층 난간에서 캐롯이 휙 떨어지더니 모히칸 남자의 목에 올라탔다.
쿵!
“으어억?! 컥?”
다리 힘으로 얼굴을 꽉 조이자 모히칸 모험가가 죽는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하여튼 그렇게 첫 일을 해결한 캐롤에게 다음으로 찾아온 것은 남동생들.
“엉? 누나?”
“으음!?”
장남 베어린을 보고 캐롤이 인상을 찌푸렸다.
평소엔 보기 드문 얼굴인지라 구경하던 사람들이 호기심을 드러냈다.
캐롤이 베어린 뒤에 따라온 조그만 오토마톤을 가리켰다.
“이 애들은 뭐야? 너 제대로 허락받은 거지?”
“에에? 누나까지 그러기야? 아버지한테 말하고 데려왔다고. 볼트 녀석은 넷이나 데려갔는걸?”
엄마 아리에테가 모험단에 넣어주진 않았으나 아빠 크랭크가 이것저것 장비는 얼마든지 지원해 주었다.
그래서 무장은 물론 캐롯 시리즈 오토마톤도 두 대 데리고 있었다.
코를 좀 벌렁거린 캐롤이 주변 눈치를 살피더니 베어린의 목깃을 붙잡아 당기며 귓가에 속닥였다.
“아니, 내 말은 왜 캐롯 시리즈 둘뿐이냐는 거야! 더 데려가라고. 그거 가지고 너 고블린 해치울 수 있겠어? 캐롯 사이즈 말고 큰 애들도 있잖아?”
“익! 고블린 정도는 나도 해치울 수 있어!”
먹어본 적은 많지만 한 번도 그런 괴물의 실물을 본 적이 없기에 남동생이 역정을 내자 캐롤의 눈은 동그래졌다.
“어어, 그래?”
“고블린을 우습게 보지 맛!”
철퍼덕!
“우왁!?”
베어린의 얼굴로 캐롯이 떨어져 내렸다.
비틀대던 베어린은 결국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길드 마스터! 애 잡겠어!”
구경하던 모험가들이 소리치자 캐롯이 응수했다.
“걱정 마! 튼튼하게 키웠다고! 이 정도에 쓰러질 정도면 밖에 내보내지도 않아!”
뻐근한 목을 붙잡고 일어서는 베어린을 보면서 상담 창구에 올라선 길드 마스터가 팔짱을 끼었다.
“너도 결국 이 길로 나서는구나.”
“아호, 목이야. 나서기 전에 죽겠다!”
몸을 돌린 캐롯이 뒤쪽 창구 직원을 불렀다.
“로라. 119번 의뢰 줘봐.”
“예.”
수납장에서 의뢰 용지를 뽑아오자 캐롯이 그걸 내밀었다.
“고블린 부락 토벌 의뢰야. 추가 옵션으로 거기 적힌 부속물은 따로 가져와. 그걸 원하는 마법사가 있어. 오토마톤이 있으니 마법사, 신관, 활잡이가 필요해. 파티를 모아.”
“엉? 나는 혼자 갈 건데.”
“너희 인류의 생존 전략은 협동!”
두 팔을 번쩍 들고 또 이상한 소릴 외친 캐롯이 진지한 눈으로 손가락을 들이밀었다.
“저기 대기실에 당일치기 일거리를 구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으니 돌아다니면서 파티 모집해 와. 안 그럼 안 보낸다.”
항상 장난스러운데 가끔은 누나보다 더 무서운 캐롯에게 어릴 때부터 당해온 베어린은 아랫입술을 삐죽 내민 채로 대기실을 돌아다니며 동료들을 모았다.
이 와중에 차남 볼트도 길드 창구로 찾아왔다.
이 녀석은 정말로 꼬마 오토마톤을 4대나 데려왔다.
팔짱을 낀 캐롯이 장남을 가리키며 물었다.
“너 형이랑은 같이 가기 싫지?”
“어, 응.”
“10번 의뢰 줘봐.”
다시 로라가 서류함을 뒤져왔다.
캐롯이 그걸 볼트에게 내밀었다.
“네 성미엔 이게 좋지. 약초 캐기야. 해 볼래?”
“응.”
“넌 혼자 가도 돼.”
“오우!”
볼트는 히히 웃더니 누나에게 손을 좀 흔들고는 바로 밖으로 나섰다.
보고 있던 베어린이 성화를 부렸다.
“아니 나는 왜!”
“너도 약초 캐러 갈 거면 혼자 보내 줄 수 있어. 좀 참아봐. 이번 한 번만 내가 골라주는 거야. 다음부터는 상담 창구에서 널 관리할 거야.”
저 캐롯을 상대로 고집부려 봐야 얻을 게 적다는 걸 아는 베어린은 그저 콧김을 뿜뿜 뿜으며 다시 동료 찾기에 몰두했다.
그리하여 정말로 당일치기 동료를 구하던 늙은 마법사 어르신 하나와 초보 여신관, 엘프 궁수를 데려왔다.
“저 영감님 가끔 주문 까먹으니까 잘 살펴드려. 엘프 언니는 처음 보는 사람이네. 우리 꼬마에게 핵꿀팁 부탁드려요. 그리고 이 자식 생각보다 막 나가는 구석이 있으니 잘 말려주시고.”
베어린이 떫은 표정이었지만 첫 동료들을 잘 고른 덕인지 무난하게 출발했다.
“베어린은 제 엄마를 닮아서 성미가 좀 급해. 볼트가 그나마 조용조용하고.”
가만히 듣고 있던 캐롤이 물었다.
“피스랑 퓨즈는?”
“그 애들은 아직 어려. 하지만 삼남 피스는 뭐랄까…… 모험가보단 정비 길드가 어울릴걸? 요즘 거기 자주 놀러 가기도 하고.”
호오호오 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캐롤에게 콧수염을 붙인 캐롯이 길게 줄 선 모험가들을 소개했다.
“그럼, 안내원 여러분. 업무를 계속하세요. 대하기 껄끄러운 녀석들은 캐롤이나 나를 부르도록.”
“예-!”
갑자기 그녀들의 목소리가 밝아져서 캐롤이 깜짝 놀라 버렸다.
“으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