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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인형 오토마톤-326화 (에필로그3) (326/329)

326화 - 오토마톤과 함께하는 에필로그! (3)

부끄러워서 그런 거라 생각한 캐롯의 생각과는 반대로 캐롤의 과호흡은 너무 더워서 일어난 일.

그래서 시장에 들러 모자도 사고 얼음과자도 사서 캐롤의 열기를 식혔다.

얼음 주스를 마시고 살 것 같은 표정을 지은 캐롤의 머리에 밀짚모자를 씌워준 캐롯은 눈여겨봐 둔 가죽 카우보이 모자에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 모자를 다른 누군가가 먼저 붙잡았다.

고개를 돌린 캐롯의 눈이 커졌다.

“울파!”

화려한 오렌지색 방열 가발에 고급 전투복을 입은 오토마톤이 손에 든 모자를 캐롯의 머리에 올려주었다.

“캐롯이 돌아왔다. 반갑다.”

조그만 머리에 카우보이 모자를 쓴 캐롯이 울파를 올려다보며 히히 웃고 있는데 반가운 사람이 말을 걸어왔다.

“오, 캐롯, 그리고 캐롤 양. 정말로 쌍둥이 같군.”

“오아!”

캐롤의 눈이 심하게 반짝이기 시작했다.

턱수염과 머리가 하얗게 되었다는 것을 빼면 여전한 모습의 로마니가 한여름에도 롱코트를 걸친 채 웃고 있었다.

캐롯이 물었다.

“내내 궁금했는데, 아저씨 그거 안 더워요?”

“냉방 중이야. 들어와 보겠니?”

그러면서 코트를 벌린 로마니가 캐롯을 감싸주었다.

로마니의 코트 안에서 이상한 비명 소리가 들리더니 캐롯의 머리만 빼꼼 튀어나와 캐롤을 불렀다.

“이게 뭐야? 엄청 시원해! 캐롤! 어서 이리 와봐!”

슬쩍 로마니를 올려다본 캐롤이 부끄러워하자 캐롯이 후다닥 뛰쳐나오더니 냉방 가동 중인 로마니 텐트 안으로 소녀의 손을 잡아끌었다.

시장 상인들이 하하호호 구경하는 가운데 캐롯이 다시 코트 사이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우오! 엄청 시원하잖아요! 사시사철 코트만 입고 다니는 이유가 있었네!”

“방폭, 방검, 방탄, 냉온 기능 완비의 마법 코트란다. 모자란 실력은 장비로 커버하는 거지.”

캐롯이 고개를 들었다.

“에에? 준 용사 로마니 아저씨가 그런 말을 해요?”

준 용사 로마니는 빙그레 웃을 뿐이었다.

그때쯤 웬 소년 하나가 달려왔다.

“아버지!”

“오, 우리 도련님이 마중 나오셨구나.”

이제 9살이 된 로마니의 아들은 시장 저편에서 친구들과 놀다가 울파를 알아보고 달려오는 길이었다.

그러다 존경하는 아버지의 코트 사이에 머리를 내밀고 있는 여자아이를 보고 움찔하고 말았다.

“어, 캐롤?”

“아니야. 나는 캐롯이야.”

“응? 똑같이 생겼는데?”

입술을 오므리고 빤히 꼬마 소년을 보던 캐롯이 안쪽의 누군가를 불렀다.

그러자 캐롯의 턱 아래로 순한 맛 캐롯이 빨대로 얼음 쥬스를 쫍쫍 빨며 고개를 내밀었다.

로마니가의 장남 소이 군이 주춤거리며 물러섰다.

“헉? 캐, 캐롤이 둘이야?”

“아이참, 캐롤은 여기고, 나는 캐롯이라니깐?”

정신없어 하는 소이를 울파가 안아 올렸다.

소이는 당장 버둥거렸다.

“울파아! 내려줘! 내려줘어! 이젠 애 아니라고!”

“18살 성인이 되기 전까지 당신은 언제나 내게 아이입니다.”

9살쯤 되자 조금 철이 든 소이는 울파가 이러는 게 정말 싫었다.

“친구들이 다 본다고오!”

“요즘 날이 뜨거우니 밖은 위험합니다. 물을 많이 마시고 직사광선이 적은 곳으로 피신하는 것입니다. 친구분들도.”

그러면서 울파는 소이를 안은 채 근처 좌판에서 얼음과자를 잔뜩 사서 그와 친구들에게 나눠주었다.

캐롯과 캐롤도 하나씩 받았다.

막대 얼음과자를 받은 캐롯이 어이없어했다.

“이거 보라고, 가끔 나한테 먹을 걸 쥐어 주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는 엄연히 자동인형 오토마톤이야. 이거 못 먹는다고.”

“당신의 손에는 병장기보다 그런 것이 더 잘 어울린다고 한 번쯤 생각했다.”

울파의 이상 행동에 캐롯이 눈썹을 꿈틀거렸다.

“어쩐지 울파 똑똑해진 것 같지 않아? 연산 수정이라도 늘려줬어요?”

지금이야 워낙 유명한 콤비로 활동 중이지만, 젊었을 적 로마니는 울파를 파트너가 아니라 병기로서 데리고 다니는 편이었다.

그래서 전투 중 이상 행동을 방지하기 위해 당시 모험가들처럼 연산 능력도 필요 최소한으로만 유지했는데.

여전히 버둥거리는 소이를 안은 울파가 말했다.

“내게도 영혼이 발현했다. 똑똑해지는 것은 당연.”

“오오?”

마왕성 습격 사건 당시, 성녀의 출현으로 신내림을 받은 인형들이 날뛰는 와중에 이미 안에 다른 무언가 생겨 버려 지상 대행자를 거부한 인형들의 존재가 확인되었다.

캐롯의 경우가 최초의 확인 사례로서, 학자들은 오토마톤이 쌓아온 많은 경험과 기억이 고스란히 의지와 사념의 결정체가 되어 영혼과 같은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고 추론했다.

“다른 이름으로는 베테랑스라고 부르던 녀석들이지.”

로마니의 부연 설명에 캐롯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바락 외쳤다.

“중요한 건 그게 아냐! 셀린 부인은 어떻게 됐어! 당연히 건강하겠지? 애는 몇이야!?”

캐롯의 집착에 로마니는 프허허 웃어 버렸고, 소이를 내려준 울파가 손가락을 V로 폈다.

“현재 둘째를 돌보며 경비대 총무실에서 근무 중, 마스터와 나는 임무 복귀 중.”

“좋았어! 예비 마스터를 착실히 길러내서 우리의 안정된 미래를 도모하는 거야! 으하하!”

캐롯의 외침에 울파가 반응했다.

내내 아이들에게 가져온 뭔가 알 수 없는 책임감과 희망과 어떤 환상의 의미가 바로 캐롯의 발언과 일치했기 때문이다.

짝-!

둘은 다시 한 번 손바닥을 마주치더니 작별을 고하고 몸을 돌렸다.

그 의미를 간파한 사람들은 그만 헛웃음을 지어 버렸다.

모자를 팔던 옷 가게 주인이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그…… 뭐랄까, 어딘가의 이야기에서 나오는 것처럼 사람을 지배하겠다는 생각은 못하는 거냐?”

“우리는 사람의 곁을 걷고 싶은 거지 딱히 그 위에 서고 싶은 게 아닙니다. 저 모자를 보여주십시오. 내게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옷 가게 주인이 높은 곳에 걸어둔 검은색 카우보이 모자를 막대로 내리며 중얼거렸다.

“사람의 곁을 말이지. 아니, 근데 저번에 그 모자는? 사간지 얼마 안됐잖아?”

노상 강도단 토벌을 다녀온 울파가 모자를 받아 눌러썼다.

모자의 챙 너머로 시퍼런 도끼눈이 드러났다.

“괴물이 뜯어먹었습니다.”

시장에 들어온 김에 캐롯은 상점가의 마녀 공방도 들러 보았다.

“어어? 분명 이쯤에 가게가 있었는데?”

“무슨 가게?”

캐롯의 설명에 캐롤은 고개를 저었다.

“마법 상점, 마녀 공방은 여기가 아니라 3번가 거리에 있어. 몰리 언니가 경영하는.”

“몰리? 케이스가 아니라?”

캐롤은 몰루? 하는 표정을 지었다.

하여간 거리도 멀고, 날이 덥기도 해서 캐롯은 그만 공방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마녀 공방 없어졌어?”

시원한 찬바람을 뿜어내는 마력 냉풍기 앞에서 치맛자락을 펄럭이는 캐롤을 내버려 둔 캐롯이 가져온 방열 가발을 살펴보는 크랭크를 바라보았다.

“음, 3년 전쯤 문을 닫았다. 질렸다던데.”

“종잡을 수 없는 마녀네.”

여전한 작업장에서 등을 보인 크랭크가 공구를 정리하며 계속 대답했다.

“대신 찻집을 차렸지. 도시 내에 숨겨진 퍼즐과 문제를 풀어야지 장소를 알 수 있어. 우리 주변에는 비타 부인이 위치를 아는데 장소를 말하지 못하도록 하는 저주를 받았다는군.”

“와! 무슨 도시 전설 환상 찻집이야? 여전히 음흉한 마녀네.”

“그분에겐 나름의 유희 같은 거지.”

투구를 돌린 크랭크가 캐롯을 보더니 손짓했다. 그러고는 커다란 몸을 숙이고 그 귓가에 대고 작게 속닥였다.

캐롯의 눈이 커졌다가 다시 일그러졌다.

“캬! 무시무시한 마녀네! 알았어! 맡겨줘!”

아들들을 걱정하던 크랭크는 내심 안도했다.

정리해 놓아도 삼둥이가 그새 어질러놓은 공방을 살피던 캐롯이 물었다.

“로테를 파티에서 쓰면 여기 공방은 누가 치워? 캐롤이 다 치워?”

“내 딸은 가정부가 아니지.”

짝짝!

크랭크가 박수를 치자 공방 문으로 착착착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꼬마 캐롯 시리즈가 들어섰다.

그러고는 와사삭 움직이며 공방 청소와 정리를 시작했다.

캐롯은 열심히 일하는 그 아이들을 보고 반가워했다. 그러다 떠오른 것이 있어 크랭크를 보았다.

“이웃집 쿠르프 아저씨랑 트리스타는 어디 갔어? 장비는 다 있던데.”

독수리 비행기의 가능성을 확인한 쿠르프는 그것을 좀 더 크게 만들어보고자 자신의 별장으로 돌아갔다.

공방에서 어느 정도 기술을 습득한 트리스타 역시 고향으로 돌아가 양산과 보급이 시작된 엘프들의 자동인형을 고치고 있고.

“안부 편지 정도는 주고받고 있다. 간간이 트로겐의 투기장에 모습을 드러낸다더군.”

“거기도 한번 가봐야 하는데 말이야.”

크랭크가 투구를 끄덕였다.

“청동문은 여전히 사용 중이니 점검 끝나고 인사라도 한번 다녀와.”

“음! 크랭크의 노답 3형제가 놀러간 이 틈에 서두르자.”

고개를 돌리니 마침 캐롤도 아리에테의 침대에 누워서 어느새 낮잠 중.

딱 좋은 상황을 맞이한 캐롯이 작업대로 기어오르자 크랭크는 도구를 집어 들었다.

청소를 마친 꼬꼬마 인형들은 옹기종기 모여앉아 다음 지시를 기다리며 그걸 구경했고.

하지만 뜻하지 않은 문제가 발생.

“어?”

작업대에 누운 캐롯이 동력을 끄려 했는데 꺼지지 않는다.

“안 꺼져?”

“왜 이러지?”

몸의 특정 부분을 눌러 강제로 꺼보려 했으나 그것마저 실패, 결국 그냥 열어보기로 했다.

크랭크가 메스를 집어 들었다.

“따끔할 거다.”

가슴과 배의 소프트 스킨을 가르고, 장갑판을 열자 휘황찬란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크랭크가 놀라워했다.

“이게 뭐……!?”

천장에 매달린 거울로 자기 속을 들여다보던 캐롯 역시 고개를 쑥 꺾더니 기겁했다.

“잉? 이게 뭐야?”

가슴 중앙에는 마력석 두 개로 만들어진 트윈 엔진이 들어 있었는데 그것들이 지금 붉은색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원래 붉은색이긴 한데 이렇게 시뻘겠어?”

잠시 생각하던 크랭크는 마력 엔진을 내버려 두고 다른 부분을 먼저 살폈다.

그리고 다시 덮었다.

소프트 스킨이 급속 재생하는 놀라운 과정을 지켜보던 크랭크가 중얼거렸다.

“마지막으로 네 몸에 손을 댄 게 고르곤 님이셨지. 인공 관절과 근육이 이상하리만치 정상이야. 상시 재생이라도 하는 건가?”

마치 생물처럼.

“그리고 엔진의 마력석도 왜 이렇게 빛나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그 용님의 짓인가?”

말을 마친 크랭크는 빤히 캐롯을 바라보다가 내심 신선한 기분을 느꼈다.

젊었을 적 함께하며 내내 분해와 조립을 반복하던 이 조그만 꼬마 인형은 어느새 굉장한 존재감을 뿜어내는 그 어떤 것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작업대에 걸터앉은 캐롯은 옷을 주워 입으며 도끼눈을 떠 버렸다.

“아주 이젠 인형처럼 생긴 무언가가 되어 버렸네! 이 마녀랑 드래곤이 내 몸에 무슨 짓을 한 거야!”

피식 웃으며 캐롯의 머리에 새로운 방열 가발을 씌워주던 크랭크가 중얼거렸다.

“지금으로선 그분께 찾아가 보는 게 가장 좋을 것 같다. 음, 다 됐다. 에밀리아의 것이지? 제일 처음 만들었던 멜리사와 같은 갈색이구나. 나는 이색이 좋았지.”

“어? 그랬어?”

보드라운 갈색 머리카락을 포니테일로 묶은 캐롯이 눈을 땡그랗게 뜨자 투구를 쓴 크랭크가 팔짱을 끼며 웃었다.

“제일 흔한 색이고, 그래서 정말 사람처럼 보이거든.”

“아, 그래서 금발을 안 어울린다고 했구나. 너야말로 완전 변태네. 네 딸을 좀 봐보라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침대에 새근새근 잠든 노란 병아리를 바라본 크랭크가 뻔뻔하게 투구를 끄덕였다.

“어여쁘구나. 역시 내 인생 최고의 두 번째 걸작이야.”

작업대에 발딱 일어선 그의 인생 최고의 첫 번째 작품이 배를 잡고 웃음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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