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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인형 오토마톤-316화 (316/329)

316화 - 오토마톤과 함께하는 도시 방어전! (8)

쿠쾅-!

공중전에 집중하던 캐롯이 마왕성 한 구석이 폭발하는 것을 목격했다. 그리고 쏟아지는 파편이 온전히 그 밑으로 다 떨어지고 있다는 것도.

“우교오옥! 저 밑에는 내 건물이!”

눈을 부릅뜬 캐롯이 다시 몸을 내밀고 뒤를 향해 권총을 쏴댔다.

탕탕!

철컥철컥!

남은 총알을 다 쏴 버렸는데도 뒤를 쫓아오는 저 괴물은 그런 것쯤 아무렇지도 않게 맞아주고 있었다.

“쿠우워어어어!”

부유팩을 장비하고 그림자 날개를 펼친 채 하늘을 날아오른 거대한 데몬 오우거가 무지막지한 팔을 휘저으며 캐롯의 비행체를 붙잡으려 뒤쫓고 있다.

정말로 다행인 것은 애초에 공중전 따위 생각도 하지 않았던 터라 이놈들에게 개인 요격 무기가 별로 없다는 것.

“어휴! 무기는 이쪽도 부족해!”

예비 탄약을 줬지만 그걸 장전할 틈이 없다. 애초에 권총은 먹히지도 않고.

고대인의 병기는 아껴야 했으니 캐롯은 남은 하나를 써먹기로 했다.

끼릭, 철컥!

콰아아아아!

“부스터 추진제도 이번이 마지막! 가자!”

추진제 연소가 끝나자마자 약실이 회전하고 다시 한 번 로켓 추진이 시작되었다. 그렇지 않으면 저 괴물 같은 녀석에게 붙들릴 거다.

“으랴챠! 날 따라와! 경치가 끝내 주는 곳으로 데려다줄 테니!”

캐롯이 기수를 들어 올리자 비행체는 무지막지한 추진력으로 마침내 어두침침한 먹구름까지 뚫고 솟아올랐다.

새하얀 융단처럼 깔린 구름과 그 위의 펼쳐진 푸른 하늘은 호기심 가득한 인형 소녀에게 흡사 천국의 광경을 선사했으나,

“캬아악! 캭!”

“쿠우우!?”

뒤따르던 마수들은 갑자기 확 밝아진 시야에 재빠른 적응을 하지 못해 찬란한 태양의 눈뽕을 제대로 맞아 버렸다.

휘이잉!

모든 마수가 독수리 비행기를 쫓아 오른 그때, 정작 파일럿 캐롯은 이미 비행기에서 뛰어내려 앞질러 솟아오른 그들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쿠르프 특제 무반동포를 어깨에 올린 채.

“으하하! 태양을-! 찬양하라!”

쿠쾅-!

무반동포가 불을 뿜어 올렸다.

멀리 아르곤 성벽 위, 망원경을 들고 올라선 자들이 캐롯의 공중전을 관전하며 저마다 감탄을 토해냈다.

“수직! 수직으로 상승한다! 놈들이 전부 뒤따르고 있어!”

“오오오! 이, 이런 건 처음이야!”

“정말 대단한 걸 만들지 않으셨습니까! 어르신!”

얼굴에 대형 쌍망원경을 댄 쿠르프가 사람들의 칭찬과 감탄에 히죽 웃음 지었다.

“녀석, 딱 보니 그걸 쓸 참이군. 다들 눈 조심하게.”

“예?”

꾸르르르르릉!!!!!

벼락이라도 떨어진 것이지 먹구름 위에서 새하얀 빛이 번뜩였다.

그 빛은 점점 커져 마침내 검은 구름을 찢으며 터져 나왔고, 그건 마치 창조신의 천지 창조라도 보는 것 같은 신비로운 광경이었다.

“오우! 세상에!”

“저게 뭡니까? 어르신!”

쿠르프는 여전히 망원경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중얼거렸다.

“마력수정폭탄을 탄두로 넣어봤다. 클클클, 제대로 작동하는구만. 오! 저기 떨어지는군.”

놀란 모두가 서둘러 망원경을 눈에 댔다.

수 킬로미터 떨어진 특구 마을의 상공, 천지 창조의 빛과 함께 먹구름을 뚫고 떨어진 캐롯은 머리에 붙은 불에 호들갑을 떨고 있었다.

“으아윽뜨뜨뜨! 머리가 탄다!”

무반동포를 던져 버리고 머리에 붙은 불을 끄려고 푸닥거리를 떨던 캐롯은 마침 저쪽에서 힘없이 떨어지는 독수리 비행기를 발견하고 그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그리고선 요령 좋게 날개에 매달려 버둥거리다 그 등에 기어올랐다.

두 팔을 번쩍 든 캐롯이 승리 포즈를 선보였는데 저 머리에서 무럭무럭 솟아나는 연기만 아니라면 훨씬 보기 좋았을 거라고 구경하던 모두가 생각했다.

“으핫하! 이 몸은 행운의 여신에게 사랑받고 있다고!”

캐롯의 아슬아슬한 공중전과 그 외침은 통신기와 망원경으로 멀리서나마 응원하던 사람들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

한 방에 마수를 정리한 캐롯은 이제 마왕성으로 기수를 돌리더니 날개를 접고 그대로 돌진했다.

“이대로 처박는다!”

-뭐?!

마왕성 정원에 몰려나와 공중전을 살피던 마왕군 병사들이 돌격해 오는 독수리 비행기를 보고 야단법석을 떨었다.

“이쪽으로 온다! 요격! 요격해라!”

“너무 가깝습니다! 부딪힙니다!”

콰아아아아!

엄청난 속도로 떨어져 내린 캐롯의 비행체는 그대로 마왕성 전면부 벽을 때려 부수고 안으로 들어갔다.

쾅! 쾅-! 와장창!

마왕성 내부 왕좌의 홀, 만신창이가 되어 쓰러진 마왕을 내려다보던 신의 인형이 갑자기 쳐들어온 불청객의 난입에 급히 고개를 돌렸다.

쿠쾅-! 퍽! 콰가가각!

벽을 뚫고 들어온 비행체의 첨단이 그대로 피아노를 때려 박아 맞은편 벽으로 밀어붙였다.

쿵-!

이윽고 날개가 다 부러지고 부리 끝이 완전히 망가진 독수리 비행기에서 뭔가 동그란 것이 데굴데굴 굴러 나오더니 발딱 일어섰다.

“탑건 캐롯! 등장!”

마왕성 내부는 괴물이라도 날뛴 것인지 온 사방이 잘리고 부서져 엉망진창이었다.

캐롯은 재빨리 근처에서 헐떡이는 백발 마왕에게 달려갔다.

“으와! 마왕님! 괜찮아요? 머리 색은 또 왜 이래! 검은색이 훨씬 보기 좋았는데!”

배에 부러진 뿔이 박힌 마왕이 헐떡이며 웃어댔다.

“나, 나의 용사와 같은 말을 하는구나! 으으그극!”

배에서 뿔을 뽑아낸 캐롯이 서둘러 가져 온 포션을 그녀의 입에 흘려 넣었으나 마왕은 그걸 도로 게워냈다.

“이대로 죽게 두거라. 신께서는 우리의 삶을 원치 않으신다. 우리는 실패작이야.”

“에엥? 네가 죽으면 다른 미친 녀석들은 누가 멈추게 하는데! 살아줘! 그래야 내 건물이 무사하다고!”

조그만 손으로 마왕의 볼때기를 억지로 눌러 입을 벌리게 한 캐롯은, 포션병을 그 입에 쑤셔 넣고 코를 붙잡았다.

“부모가 없어도 애들은 커! 실패작이라니 지랄 마! 우리는 네가 필요해! 마왕님! 살아줘!”

그러고 재빨리 몸을 돌린 캐롯이 등에 메고 있던 고대인의 무기를 풀어 허리춤에 끼더니 방아쇠를 당겼다.

조종간을 집중에서 확산으로,

찌이잉! 푸후화아아악!

거대한 푸른 안개가 뿌려지는데 닿는 모든 것을 불태웠다.

비행체를 밀어내고 다가오던 신의 인형까지도 그 에너지포를 맞고 머리카락이 확 타올랐다.

그걸 보던 마왕이 또 울상을 지었다.

“요, 용사의……! 에스파다의 머리칼이……!”

“더 크게 울어! 울어서 눈물로 마음의 미련한 땟물을 씻어내!”

콰아아아아!

연속으로 에너지포를 쏴댄 덕분에 동력은 금세 다 닳아 버렸다.

총신도 과열 상태, 무장을 바꾼 캐롯은 쿠르프의 권총을 꺼내 서둘러 탄환을 재장전하고 총구를 들었다.

탕-!

퍽!?

먹힌다!

머리카락과 전투복이 전부 타버린 상태로도 멈추지 않던 신의 인형이 갑자기 움찔해 버렸다.

무릎이 관통된 덕분인지 그는 다리를 절기 시작했다.

그때 신의 인형이 손가락을 들어 캐롯을 가리켰다.

마주한 캐롯은 그저 날카롭게 웃었다.

“케헤헤! 네 철사줄은 다 태워버려서 이제 안 통해! 빨간 머리 엘프가 네 스펙을 알려줬거든? 괜히 확산포를 쓴 줄 알아?”

하지만 신의 인형이 원했던 것은 다른 것이었다.

화아아악-!

분명히 천장으로 가려져 있건만 위에서 빛의 기둥이 내려왔다.

잠시간 캐롯의 몸이 황금빛으로 물들었지만 그뿐이었다.

“무슨 짓이야! 이 깡통아!”

탕-!

팅!

머리를 겨눴는데 두부만큼은 단단한 것이지 탄환이 튕겨 버렸다.

이윽고 그가 질문을 던졌다.

-어째서지?

“뭐?”

-어째서 너는?

문득, 그가 시선을 들어 캐롯의 머리 위를 살폈다. 무언가가 보인다는 듯이 그가 중얼거렸다.

-그런가. 그렇군.

“뭘 혼자서 고갤 끄덕이고 자빠졌어!”

다시 총구를 겨누는데 스포트라이트가 비추어진다.

이번엔 피아노에게.

-그대, 방해하지 말지어다.

화아악!

허공에서 쏟아진 빛의 기둥은 신의 인형에게 다시금 화려한 금발과 드레스를 입혀 놓았다.

더불어 빛의 검마저 손에 쥐어주었다.

-이것은 잘못을 바로잡기 위한 신의 역사란…….

탕-! 탱?!

뒤늦게 상대가 누구인지 알아챈 캐롯의 이마에 동력선이 부풀어 올랐다.

“그러니까. 이거지? 네가 이 지옥을 만들어 낸 신이란 작자인 거네?”

머리에 빛의 고리를 띄운 신의 인형께서 두 팔을 벌리고 그 물음에 긍정했다.

-그렇다. 머리를 조아리거라, 그리고 찬양하거라. 내가 바로 이 세계의 신이다.

뚜두득!

나이프를 꺼낸 캐롯이 가슴을 찔러 자해를 벌였다.

장갑판을 뜯어내고 안쪽의 마력 엔진에서 동력선을 쭉 끄집어낸 캐롯은 그 선의 끝을 고대인의 무기에 억지로 연결했다.

이이이잉! 삐삐삐삐!

무기의 잔탄 표시기가 붉은 선에서 초록을 넘어 무한대 기호 ∞ 를 표시했다.

동력선을 억지로 뜯어낸 바람에 왼팔은 작동 불능.

“하지만 오른팔과 두 다리는 멀쩡! 찬양받기를 원하는 신 따위 믿을 수 있겠냐! 너 같은 건 신이 아냐! 뒈져!”

캐롯이 방아쇠를 당겼다.

쿠콰아아앙!

마왕성이 또다시 폭발을 일으켰다. 이번엔 뒤쪽이 날아가고 사방으로 파편이 휘날렸다. 에너지 포는 그걸로 멈추지 않고 마왕성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찌이잉! 찡! 찌잉!

난동을 부리는 자동 인형을 피해 도망치던 마족과 그 피란을 돕던 병사들이 고개를 들고 기겁했다.

하지만 그런 소동 안중에도 없다는 듯 치부하는 자도 있었다.

부서진 건물에 몸을 숨긴 푸시케는 황금색 하드 스킨에게 보호받고 있는 여신관을 노려보았다.

“제기, 경호단 한 번 웅장하네. 저걸 어떻게 돌파하지? 저격할까? 뭔가 없나?”

집안에 상황 좋게 창이나 활이라도 떨어져 있지 않을까 싶어 주변을 두리번거리는데 창밖에서는 음흉한 얼굴의 여자가 그런 푸시케를 또 관찰하고 있었다.

“우후후, 준비도 없이 날려 버려서 아무것도 못 가지고 왔는데 마침 잘됐구나.”

“응?”

깜짝 놀란 푸시케가 뒤를 돌아보았다가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크으아아아아악!”

잠시 후 눈이 시뻘게진 푸시케가 황금 기사들을 상대로 난동을 피우기 시작한다.

검은 성녀가 부여한 강력한 능력치 상승 마법은 숨겨진 잠재 능력을 모두 끄집어내 덧씌웠다.

결과, 푸시케는 데몬 오우거급의 용력을 발휘하게 되어 자기보다 더 큰 녀석들을 집어던지고 걷어차며 시간을 끌었다.

뒷짐을 지고 괴물들이 쿵쾅대는 걸 쳐다보던 검은 성녀가 중얼거렸다.

“지속 시간이 짧다는 게 단점이지. 하지만 괜찮아, 뺨 한 대 올려붙이기엔 충분한 시간이니까.”

그녀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성녀의 뺨을 후려갈겨 버렸다.

짝-!

“아흐윽-!”

나동그라진 베로니카를 내려다보며 소프가 허리에 손을 올렸다.

본명은 루파라, 검은 성녀로서 마녀사냥에 끌려다니다 기회를 노려 신분 세탁에 성공했다.

덕분에 고르곤에게 약점이 잡혀 가끔 이렇게 강제 노역을 당하는 중.

여전히 늑대 같은 눈빛의 루파라가 가련한 성녀를 내려다보며 으르렁거린다.

“정신 차려, 등신아! 넌 이용당한 거야. 싸움은 100년 전에 이미 끝났다고.”

뺨을 매만진 베로니카가 얼떨떨한 얼굴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녀가 기도문을 멈춘 덕에 사방에서 날뛰던 신의 인형들은 즉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여기는? 나는 대체?”

어리둥절한 그녀에게 귀찮다는 표정을 지어준 루파라는 이제 아르곤 방면을 바라보며 얼굴을 찡그렸다.

“보세요. 이제 됐죠? 이걸로 그때 빚 갚은 거죠? 그러니 어서 다시 보내 줘, 나 밥하다가 왔다고, 밥.”

-그 성녀를 내게 데려와. 거기 두면 또 보기 좋게 이용당해.

목의 브로치에서 고르곤의 목소리가 울리자 쯧 하고 혀를 찬 루파라가 허리를 숙여 그녀의 팔을 잡아당겼다.

“들었지? 이리 와, 응?”

그녀들에게 갑자기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더니 오롤에게 얻어맞고 날아갔던 에탕다르가 피투성이가 되어 돌아왔다.

그는 가만히 두 성녀를 내려다보다가 고개를 들어 하늘 위 마왕성을 올려다보았다.

요란한 폭음이 터지던 마왕성은 이제 잠잠한 채였다.

다만, 예민한 그의 귀에 무슨 소리가 잡혔다.

하늘에서 퐁퐁 떨어지기 시작하는 눈송이 속에 희미한 흐느낌이 섞여 있다.

배덕의 에탕다르가 씩 웃음 지었다.

“용사의 인형을 제거,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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