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4화 - 오토마톤과 함께하는 도시 방어전! (6)
어째서? 어떻게? 라는 생각이 먼저 들긴 했지만, 크랭크도 역시 기뻐했다.
이 와중에 비타와 지오, 코비가 보리스를 쳐다보는 시선이 뭔가 징그러워졌다.
보리스가 인상을 찌푸렸다.
“왜? 뭐?”
“아니요. 히히, 아으아아! 미안해요! 안 놀릴게요! 아파요! 아파!”
여신관의 머리에 헤드락을 걸고 일어나는 소란을 무시한 모르핀은 계속 말했다.
“수비대원일 때도 가끔 보였지. 만들어진 인형인데 안에 뭔가 들어 있는 녀석들, 여기서는 그걸 베테랑스라고 부르더군.”
캐롯을 포함한 모두가 입을 헤 벌리고 그랬었어? 라는 표정을 지었다.
스틸레인이 말을 받아서 이었다.
“네 영혼의 유무를 확인한 건 100년 전 마왕성 공략 계획 때문이야.”
용사 파티의 마왕성 특공 작전의 개요.
마왕성 돌입 후 성 내부로 진입, 동행한 오토마톤 피아노, 노노, 키린, 오롤을 그릇으로 삼아 성녀 베로니카에 의한 소환 의식을 개시한다.
캐롯이 놀라워했다.
“우와! 그래서 누굴 소환하는데요?”
“그건…….”
그때 밖에서 쿠르프를 도와 준비 중이던 코비가 뛰어왔다.
“어, 저기! 지금 이상한 빛기둥이 나타났는데요?”
다들 밖에 나가보니 정말로 마왕성이 아스라이 보이는 쪽에서 여러 다발의 황금빛 기둥이 솟아올랐다.
스틸레인이 욕설을 내뱉었다.
“이런 씨발!”
엘프가 상스러운 소리를 내지르고 있을 때 성벽에 뛰어올라 망원경을 들고 있던 마녀 공방의 점주 케이스도 같은 욕설을 외쳤다.
“이런 씨발!”
케이스의 고운 얼굴을 찡그린 고르곤이 중얼거렸다.
“대체 어떻게? 저걸 소환할 수 있는 성녀가 아직 남아 있었어? 에이잇! 쯧! 쯧쯧쯧쯧쭙쭙~!”
앙증맞게 움켜쥔 손을 흔들며 하얀 이를 드러내고 계속해서 혀를 차던 그녀가 이윽고 팔을 들었다.
그녀는 손목의 팔찌에 대고 소리를 질러댔다.
평상시엔 나긋나긋하지만 흥분하면 목소리가 커지는 마녀 고르곤이었다.
“소프! 아니, 루파라! 안 들리는 척하지 마! 그래! 지금 바로 게이트 열어 줄 테니 준비해! 간다!”
시선을 든 고르곤이 저 멀리 빛의 기둥을 바라보며 동그랗게 오므린 손가락을 들이댔다.
그러면서 뭐라 중얼중얼 빠르게 주문을 외우더니 손가락을 튕겼다.
딱!
다시 크랭크의 공방, 아예 망원경을 들고 나와 저쪽의 상황을 살피던 비타가 다급하게 외쳤다.
“에에? 이번엔 붉은 기둥까지 솟아오르는데요?”
“이런 씨부랄! 검은 성녀의 마신 소환이잖아! 대체 저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야!”
비타가 그녀를 쳐다보았다.
“검은 성녀가 뭐예요?”
“안 가르쳐 주더냐? 너희 신전에서 그분의 성음 한 번 들어보겠다고 소환 주문을 해석하다가 실패해서 나온 게 저거다! 드워프 영감! 제기럴! 빨리 좀 해!”
엘프의 찰진 구박에 쿠르프가 버럭 역정을 냈다.
“원! 엘프가 그런 상스러운 소리라니!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공방 앞의 마당에는 쿠르프의 회심의 인생 역작이 세워져 마지막 점검 중이었다.
따라 나온 캐롯이 입을 딱 벌렸다.
“우와! 날개 붙였네? 완성됐구나!”
전에 봤을 때 미완성이었던 물건은 거대한 독수리 형태를 갖춘 비행기였다.
“새 모양에 가까운 건 이미지 잡기 힘들어서 그냥 원래 있던 녀석을 모방한 거다. 이쪽이 추진기, 회전 약실 채용으로 6번 쓸 수 있다. 그리고 조작 방법은……!”
쿠르프가 신나게 설명하는 동안 스틸레인도 곁에 와서 떠들어댔다.
덕분에 캐롯은 사시처럼 눈을 양쪽으로 돌리고 그들을 쳐다보게 되었다.
“하여튼! 영혼이 있는 것에겐 그게 강림하지 않아! 그래서 너를 보내는 거다! 가서 마왕의 곁을 지키고 있는 피아노를 쓰러뜨려! 에탕다르는 피아노를 이용해 마왕을 죽이려는 거다! 그게 원래 그 녀석 사명이었어!”
한꺼번에 너무 많은 폭로가 터지는 통에 다들 어버버거렸으나 크랭크만은 바삐 움직여 사용할 수 있는 무장을 다 챙겨주었다.
그중엔 스틸레인을 깜짝 놀라게 만든 물건도 있었다.
“고대인의 병기잖아! 너 그건 또 언제 빼돌렸어!”
크랭크는 스틸레인의 잔소리를 무시했다.
“마력 소모가 많은 물건이다. 집중과 확산으로 발사 형태를 바꿀 수 있으니 참고해라.”
“이걸 드디어 실전에서 쓰는구나! 어, 근데 저기 엘프 언니가 무섭게 쳐다보는데.”
볼을 잔뜩 부풀린 스틸레인의 옆으로 쿠르프도 자기 총과 어깨에 올리고 쏘는 대포를 가지고 나왔다.
“수단은 많을수록 좋지. 이것도 가져다 사용해라. 예비 탄약도 있다.”
“어이! 드워프 영감! 화약 병기의 밀반출은 협정 위반이야!”
스틸레인이 계속 분통을 터트리자 쿠르프가 눈살을 찌푸렸다.
“우리도 저 원시림의 자원에 기대하고 있다. 그러니 우리에게 호의적인 마왕이 죽어선 안돼. 네놈들도 그렇잖으냐? 건물 세우고 있다면서?”
그냥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하던 캐롯에게 가공할 의욕이 확 샘솟아 버렸다.
“맞아! 건물! 우리 건물! 그렇구나! 마왕은 건재해야 해! 그렇지 않으면 내 건물이!”
듣고 있던 리슐리에가 지적했다.
“선배 건물 아니거든?”
“어쨌든 용서 못해! 사천왕 에탕다르! 이 아저씨, 좋게 봐줬더니 이런 못된 꿍꿍이가!”
그리하여 캐롯의 출발이 진행되었다.
발사대까지는 만들어 두지 않았기에 대로 끝으로 옮겨가 줄에 매달아 당겨서 띄우기로 했다.
“저게 뭐야? 무슨 대왕 독수리 모형이야?”
“거의 실제 크기인데?”
“에엥? 저렇게 큰 새가 있다고요?”
대차에 실려 대로로 나온 거대한 대왕 독수리 모형을 보고 주변 사람들이 고개를 돌리고 쳐다보았다.
그러다 독수리 비행기 등 위에 올라선 조그만 꼬마가 구경하던 모두를 불러 모았다.
그게 가능한 이유는 그 꼬마가 팔방미인 캐롯이었기 때문.
“아저씨들 도와줘요!”
“어? 땅콩이네?”
“뭐야? 무슨 일인데!”
“캐롯이 부른다고?”
사람이 모여 사는 곳인지라 다들 의리가 충만했다. 그리하여 다들 팔을 걷고 달려왔다.
급히 휴전선 마을로 향해야 한다는 말에 그들도 거들었다.
오토마톤도 불러왔다.
이리하여 줄을 붙잡은 사람들이 신호에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으랴차아아아! 가즈아!”
“달려! 달려!”
두두두두두!
사람들이 당기는 밧줄에 끌려 비행기를 실은 대차가 달리기 시작한다.
속도가 어느 정도 붙자 누군가가 외쳤다.
“됐어! 사람은 여기까지야! 떨어져! 떨어져!”
“가라! 다음은 너희다!”
초반에 힘을 더하던 인간들이 떨어져 나가고, 뒤를 이어 달리던 오토마톤들도 줄을 놓고 옆으로 비켜 나갔다.
추력을 받은 대차는 엄청난 가속도를 내며 포장 대로를 미끄러져 달렸다.
쿵쾅쿵쾅!
하드 스킨 오토마톤들이 마지막까지 달리면서 줄을 당겼다.
그들이 도시의 직선 도로를 거의 반 이상 달렸을 때쯤,
커다란 날개를 펼친 캐롯의 독수리 비행기는 드디어 스르륵 대차에서 떠올랐다.
후우웅!
“정지! 정지!”
콰가가각! 촤아아악!
추진 한계선에서 대기하던 사내가 옷가지를 흔들며 신호하자 달리던 하드 스킨 오토마톤들이 줄을 놓고 좌우로 벌어지며 속도를 줄였다.
미끄러지는 그들의 다리 아래에선 불꽃이 사방으로 튀었다.
쿠콰쾅!
비행기를 띄우고 날아간 대차는 성벽에 처박혀 박살이 나 버렸다.
하지만 모두는 고개를 꺾고 하늘을 우러러볼 따름이었다.
창밖으로 고개를 내민 아기가 밝게 웃으며 손가락을 든다.
“음마마! 똑수이똑수이!”
3층 다세대 주택, 깜짝 놀란 금발 여자가 아기를 안아 올렸는데 앞을 스치고 지나가는 독수리 아래에서 고개를 내민 무언가가 손을 흔들었다.
“캐롯?”
“야호! 플루이드! 아하하하!”
아기를 부둥켜안은 플루이드가 난간 밖으로 고개를 내미니 캐롯을 태운 독수리 비행기는 점점 하늘 높이 떠오르고 있었다.
“너는 참, 어디까지 갈 셈이야?”
친구들의 응원과 노력에 힘입어 두 날개를 펼친 거대한 독수리가 도시 상공을 미끄러지듯 날아올랐다.
씩씩 숨을 몰아쉬던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연날리기 같았어.”
“저게 진짜로 뜨네.”
함께 줄을 당겼던 크랭크도 근처에 주저앉아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후욱, 이제 더 굉장한 걸 볼 겁니다.”
상공의 독수리 비행체 내부의 조종석, 복잡한 손잡이가 잔뜩 매달린 조종석에 들어가 있던 캐롯이 케케케 웃으며 레버를 당겼다.
“조종석은 여전하네! 카운트 무시! 바로 엔진 점화!”
끼릭, 찰칵! 푸슈화아악!
독수리 비행기에 설치된 두 개의 회전 약실이 동시에 한 칸 움직이더니 추진제가 점화되고 사나운 불길과 연기를 뿜어내며 급격한 추진을 이뤄냈다.
쿠오오오오오오! 콰아아아!
어느새 성벽 위에 올라가 있던 쿠르프가 조마조마하며 외쳤다.
“날개! 어서 날개를 접어! 이 녀석아!”
끼이기긱! 철컥! 착!
그의 외침이 전해진 것인지 가속하던 독수리가 날개를 짧게 접었다. 그러자 항력이 줄어든 비행체는 온전히 로켓의 추진력으로만 바람을 찢으며 날아올랐다.
조종석의 캐롯은 좌우 날개의 조종간을 붙잡고 신나게 소리 질렀다.
“으오오오! 하늘의 제왕이 오토마톤과 함께 날아오른다!”
쿠르프가 비행체에 참고한 새는 대왕 검독수리, 와이번에 견줄 만한 녀석으로 드래곤을 제외하고 하늘의 제왕이라 불린다.
쿠오와아아아아!
성벽 위의 쿠르프는 머리 위를 지나가는 자신의 꿈을 보고 다시 한 번 희열에 찬 함성을 내질렀다.
“날고 있다! 으아하하하! 마력의 도움 없이 온전히 기술과 바람의 힘으로만 날고 있다! 어떠냐 귀쟁이 놈들아! 흐하하하!”
* * *
캐롯들이 한참 출발 준비에 열을 올리던 시간, 한가로운 특구 마을 임시 경비대에서는 신기한 상황을 맞이했다.
사천왕 에탕다르가 마차를 타고 유유히 돌아온 것인데, 그가 지금 있는 곳이 선 바깥쪽이라는 것이 문제다.
“에, 어, 어디 다녀오시는 길이십니까?”
마부석에 앉은 에탕다르가 흐뭇하게 웃음 지었다.
어쨌든 그도 자주 시찰을 빙자해서 놀러 다니는 일이 잦았기 때문에 얼굴이 알려진 참이었다.
코트에 감싼 무언가를 안고 마차에서 내린 에탕다르는 그어진 선 안쪽으로 훌쩍 뛰어들었다.
그리고는 입안에 물고 있던 것을 뱉어냈다.
“우엑! 퉷!”
데구르르 구르는 그것은 붉은 수정석의 파편이었다.
다음으로 그는 품에 안고 있던 사람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코트 아래에서 고개를 든 여신관이 흐릿한 시선을 들었다.
“여기는? 아아, 눈이…….”
“잘 안 보이나?”
잠시 근처 상점으로 걸어간 에탕다르는 가장 비싼 포션을 사다가 그녀에게 내밀었다.
“이걸 마셔라.”
“가, 감사합니…….”
포션을 마시자 그녀의 안색이 한층 밝아졌다.
에탕다르의 바람대로 시력도 금세 회복되었고.
“푸흡-! 콜록콜록! 에탕다르! 설마 아직 마왕성!? 작전은 계속 중인가요! 다들 어디에?!”
깜짝 놀란 그녀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니 사방에 마족들이 잔뜩 있다.
거의 반 이상이 인간이나 엘프, 드워프들이었으나 100년 만에 깨어난 베로니카의 머릿속은 끊어진 기억을 적당히 끼워 맞춰 버렸다.
어쨌든 마족은 있었다.
“그리고 하늘에는 마왕성!”
여기서 에탕다르가 본격적으로 약을 뿌리기 시작했다.
“우리는 마왕군! 너는 사로잡혔다! 방금 마신 것은 그냥 포션이 아니야! 이제부터 너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주마! 쿠후헬헬! 크할할할!”
시장 길바닥에서 사천왕 에탕다르가 혼자서 무슨 연극을 하는 모양이라고 생각한 모두가 멈춰 서서 입을 헤 벌리고 그를 쳐다본다.
생긴 것답지 않게 어그로맨 기질이 있는 에탕다르의 연극은 멈추질 않았다.
“아니! 저건 리즈넷 왕국군의 지원병인가! 여기 베키를 구하러 왔나 보군! 그럴 순 없지! 뭣들 하느냐! 어서 해치워라!”
격정적으로 몸짓으로 그가 가리킨 것은 순찰 중인 경비단의 오토마톤들, 줄을 맞춰 착착 걸어가는 모습은 베로니카의 눈에 충분히 지원병으로 보였다.
아직 100년 전 그날에 머물러 있던 베로니카에게, 에탕다르의 3류 연극은 충분한 위기감을 조성시켰다.
“그럴 수는 없어요! 설사 나 혼자 남았더라도! 공략전은 계속됩니다!”
모두가 박수 칠 타이밍을 찾고 있는데 베로니카가 두 손을 모으고 기도를 올렸다.
보라, 그가 또 하늘에 드리우시고 강림하시니 그 발아래는 어둑캄캄하도다. 하늘 왕을 타고 날으심이여, 바람 날개로 높이 뜨셨도다.
찌이이잉!
금세 눈이라도 내릴 것 같은 회색 하늘이 찢어지며 황금빛 빛기둥이 쏟아져 내렸다.
그것들은 특구 마을에서 사람들을 돕고 있는 그들 모양의 기계 인형들에게 깃들었다.
화아악!
전신이 황금빛으로 물든 인형들이 고개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