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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인형 오토마톤-313화 (313/329)

313화 - 오토마톤과 함께하는 도시 방어전! (5)

스틸레인의 풍만한 가슴골에 꽂혀 있던 통신기가 떠들어 댔다.

-목표 추적 중, 진행 방향으로 볼 때 목적지는 특구 마을로 추정됩니다. 다시 한 번 저격할까요?

“안돼! 성녀 베로니카를 확인했다! 방패로 사용할 거야! 저놈이 뭘 하려는 지 알겠어!”

거칠게 휘날리는 붉은 머리카락 사이로 못마땅한 눈을 드러낸 스틸레인이 뒤를 돌아보았다.

“새끼가! 우리 함대로 마왕성을 포격하려고 했던 거구나!”

앞자리에서 이륜차를 몰아가던 모르핀이 상어 이빨을 슥 드러냈다.

“그럴듯하네. 인간 놈들과 사이좋게 지내려는 걸 저쪽 기득권이 두고 볼리 없으니까.”

“야! 상어 이빨! 누굴 보낼 건지 인선을 잘 골라! 함포 사격을 요청할 수 있는 나보다 더 세고 재빠른 녀석이어야 해!”

“아무렴, 있다.”

모르핀은 투나를 만나러 자주 드나들던 공방에서 그녀의 주변인들과 그곳에서 일어나는 여러 사소한 것들을 살펴볼 기회가 많았다.

“무장도 충분하고, 이동 수단도 있다. 그걸 사용할 작은 영웅도 하나 있지. 엘프 대장로,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 아나?”

“무슨 소리야! 티끌은 모아봤자 티끌에 불과해! 야야! 운전이나 똑바로 하라고!”

바우웅!

질겁한 스틸레인을 뒤에 태운 모르핀은 언덕을 날아올라 저 아래에 보이는 방주 도시 아르곤으로 내달렸다.

* * *

크아아아아!

트드드드득! 와르르륵!

모두의 협공에 본 드래곤은 기어코 쓰러져 버렸다.

덕분에 하늘에서는 뼈다귀 비가 내리고 있었다.

후두둑, 두둑!

달그락, 달그닥!

콰자작!

한 모험가가 바닥을 굴러다니는 해골바가지를 걷어차 버렸다.

“제길! 이거 전부 치우려면 한참 걸리겠네. 다른 마족 놈들은 어떻게 됐어?”

“도중에 저리로 도망가는 걸 봤어!”

누군가가 굳게 닫힌 청동문을 가리키며 외쳤다.

모험가며 경비대원들은 찡그린 얼굴로 그걸 바라보았다.

“쯧! 편리한 이동 수단쯤으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네.”

쿵-!

망토를 늘어뜨린 하드 스킨이 나섰다. 그는 별안간 손에 든 히트 소드를 든 채로 전투 함성을 내질렀다.

“우어어어어!”

뒤를 이어 다른 인형 병기들도 소리를 질러대기 시작했다.

승리의 함성이었다.

소동이 일단락되고, 불안에 떨고 있던 사람들과 전투에 참전했던 모험가와 경비대원들이 한숨을 돌리는데 청동문이 다시 열렸다.

인근에 있던 자들이 깜짝 놀라 무기를 쥐는데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긴 금발을 늘어뜨리고 경비대 제복을 입은 오토마톤이었다.

마침 알아보는 자가 있었다.

“어? 그린! 금색 악마! 트로겐 경비단의 지원이다!”

“씁! 경비대장님께 악마라니!”

청동문으로 들어선 병력은 이웃 도시에서 급히 달려온 지원병이었다.

“이봐! 안쪽은 어떻게 됐어? 마족들이 그쪽에서 나오고 들어갔다고!”

함께 끌려온 경비대 소속의 마법사가 우물쭈물 대답했다.

“어, 트, 트로겐 경비대 소속 마법사인데요. 저, 전문 분야는 아니지만, 저, 저번에 투기장 사건도 있고, 고, 공간 마법에 대해서 조, 조사를 좀 했는데…….”

말을 질질 끄는 마법사에게 분노한 모험가들이 득달같이 외쳤다.

“으악! 답답해! 요점만 말해! 요점만!”

“와오악! 안쪽은 아무 일도 없어요! 내, 내부를 통한 것이 아니라 문 자체가 다른 쪽에 연결된 게 아닌가 하는 것이 제 견해예요!”

머리를 감싸고 몸을 웅크린 마법사를 지키며 팔을 내밀어 흥분한 모험가들을 진정시킨 오토마톤 경비대장 그린이 말했다.

“하지만 우리는 한발 늦은 것 같습니다. 사태는 소강상태, 훌륭합니다. 아르곤 도시민 여러분. 여러분들의 값진 승리입니다.”

높으신 분(?)의 칭찬에 모두가 긴장을 풀고 자리에 주저앉거나 한숨을 쉬었다.

때마침 난장판이 벌어진 광장을 가로지르는 자동 이륜차가 나타났다.

콰가가각!

“웬 뼈다귀가 이렇게 널렸어? 오! 그래! 본 드래곤을 해치웠구나! 장하다! 인마들아!”

“아앗! 대장로님! 어디 계셨어요! 찾으러 다녔잖습니까!”

사고뭉치 대장로를 찾으러 나왔다가 소동에 휘말려 모험가 무리에서 그들 돕던 스틸레인의 보좌관들이 귀를 쫑긋 세우고 반가워하더니 서둘러 앞서가는 자동 이륜차를 뒤쫓았다.

대로 저편으로 바삐 달려가 버린 그들에게서 고개를 돌린 트로겐 경비대장 그린이 현장 지휘를 서둘렀다.

“이어서 남은 잔당 수색을 개시, 부상자도 찾아서 이송합시다.”

“경비대장 말씀 들었지! 수색을 개시한다! 아르곤 경비대는 좀 쉬어라! 여기까지 왔으니 마무리 정도는 맡겨둬라!”

커다란 덩치의 토르페도가 나서서 외치자 함께 온 경비병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본 드래곤을 해치우느라 진을 다 빼 버린 아르곤 모험가며 경비병은 그대로 주저앉아서 한숨 돌렸고,

롱소드를 검집에 집어넣은 그린의 다리 밑으로 캐롯 시리즈가 뽀작뽀작 다가와 그를 올려다보았다.

-안녕? 초록이 우리 도와주러 온 거야?

여기저기서 슬금슬금 걸어 나오는 떼거지 캐롯을 보고 트로겐 경비대가 기겁하자 아르곤 경비대원들은 피식피식 웃어댔다.

주저앉은 모험가가 옆에 팔짱을 끼고 턱을 쳐든 캐롯 124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뭔지 모르겠지만 이 녀석들 전부 그 캐롯과 연결된 것 같더라고.”

“정말 도움이 됐어. 고맙다 인석아. 아니지, 인석들아.”

어느 모험가의 칭찬에 캐롯 시리즈가 허리에 손을 올리고 잘난 척을 선보였다.

-엣헴!

-엣헴!

-엣헴!

-에에에에에엣헴!

도시 전체에 퍼져 있던 꼬꼬마 인형들이 단체로 엣헴엣헴거리자 부상을 입고 신관에게 치료받던 부상자들까지도 낄낄 웃어 버렸다.

잠깐이지만 도시민 모두가 억지로 웃게 되었다.

“귀여운 녀석! 집에 데려가고 싶구나!”

반쯤 부서진 빵집을 앞에 두고 시무룩해져 있던 롤과 에밀리아도, 간판이 부서진 여관의 마리아도 캐롯 시리즈에 둘러싸여 웃어 버렸다.

참을 수 없는 슬픔을 겪은 자들 앞에선 조용히 그의 곁을 지켜주며 다독였다.

그래서 모두는 빠르게 재기의 의지를 다졌다.

상점가와 시장통에서도 줄지어 돌아다니는 꼬마 인형을 보고 즐거워했다.

생선 장수 레리가 피식 웃더니 잔뜩 쉰 소리로 중얼거렸다.

“안 죽었으면 살아야지.”

* * *

한편 크랭크의 공방, 이쪽도 난장판이었다. 사방에 쓰러뜨린 마족 마수의 시체에 터널 공방에는 커다란 구멍도 하나 뚫려 있었다.

“겨우 40분? 40분밖에 안 지났어?”

물을 가지러 공방 안에 들어왔다가 시계를 본 보리스가 깜짝 놀랐다.

“엄청나게 긴 시간이라고 생각했는데.”

“목숨이 걸린 실전이니까 그런 게지. 크랭크는 좀 괜찮나?”

오랜만에 전선에 나선 크랭크는 등과 팔다리에 상처를 입은 채였다.

지금 비타가 한참 치료 중.

“괜찮습니다. 그보다 누가 저 가여운 여기사와 마법사를 위로해 주십시오.”

모두가 고개를 돌리니 공방 문 앞에 전날 과음으로 제대로 활약하지 못한 아리에테와 리슐리에가 새하얗게 타버린 얼굴로 쭈그려 앉아 있었다.

그러다 아리에테가 벌떡 일어났다.

“설마 이런 대규모 습격이 있을 거라 누가 생각했겠나? 그러니 너무 침울해하지 말자! 음!”

“좋은 구실이 생겼군요. 저는 앞으로 단장이 주는 잔은 받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뭣이!”

리슐리에가 손가락으로 공방 주변을 가리켰다.

그녀가 싸우면서 내놓은 토사물이 이곳저곳에 쏟아져 있다.

“단장이 치우세요.”

식은땀을 흘리는 아리에테의 곁으로 커다란 자동 갑옷이 지나갔다.

크랭크가 투구를 끄덕였다.

“훌륭한 판단이었습니다. 지오. 앞으로도 비상시엔 자유롭게 사용해 주십시오.”

자동 갑옷이 쑥스러운지 투구를 돌린 채 머리를 긁적이는 시늉을 한다.

안에 들어가 있는 것은 지오. 크랭크와, 로테, 캐롯들로 이뤄진 전선이 밀리는 형국을 보이자 자동 갑옷을 착용하고 벽을 부수고 나와 측면에서 공세를 가했다.

그리하여 어떻게든 격퇴에 성공, 서둘러 2차전을 준비했으나 마족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고 있었다.

기이잉! 끼이이익!

그때 느닷없이 공방 마당으로 들어선 이륜차량 한 대, 아리에테가 눈과 코를 벌렁거렸다.

“그건 내 차!”

“으에에엑! 이거 뭐야? 누가 토를! 아오, 제기럴!”

내리던 스틸레인이 아리에테의 토사물을 밟고 분통을 터트리자 아리에테는 슬쩍 고개를 돌리고 입을 다물었다.

급하게 찾아온 모르핀은 공방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곧이어 쏟아진 그들의 이야기에 모두는 정신없어 했다.

크랭크의 경우엔 투구를 붙잡고 손바닥을 펼쳤다.

“아니, 잠시만. 정리가 잘 안되는데. 베키가 누구라고요?”

“그분이 성녀 베로니카였어요?! 세상에 마상에!”

급 흥분한 명탐정 비타가 두 손을 바둥거리며 콧김을 뿜어댔다.

덕분에 크랭크의 머리는 더욱 복잡해졌다.

진한 화약 냄새를 풍기며 다가온 쿠르프가 모르핀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난 자네를 의심했지. 다행이군.”

상어 이빨을 드러낸 그녀가 히죽 웃었다.

“나도 마족이니 무리도 아니다. 하여튼 드워프 영감, 그리고 덩치. 좀 도와줘야겠어. 당신들의 작품이 필요해.”

크랭크와 쿠르프가 서로를 보았다가 다시 모르핀을 보았다.

“작품?”

100대가 넘는 캐롯 시리즈를 원격 조작하다가 불려 나온 캐롯에게 크랭크가 전투복을 챙겨 입혔다.

그러면서 스틸레인의 이야기를 들었다.

“에에! 그 에탕다르가? 세상에 한 길 마족 속은 모르는 거네. 게다가 그 수정석 알맹이가 성녀 베로니카라고? 근데 베로니카가 누구야? 난 모르는데.”

스틸레인이 도끼눈을 뜨더니 팔짱을 끼고 버럭 외쳤다.

“내가 그랬지! 마족은 뒤통수를 친다고!”

“저쪽은 안 쳤잖아?”

캐롯이 문밖에서 사람들과 힘을 합쳐 줄을 잡아당기는 모르핀을 가리켰다.

힐끗 돌아본 스틸레인은 뻔뻔하게 말을 고쳤다.

“마족마다 편차가 있다는 건 인정해 주지!”

킥킥거린 캐롯이 사나운 눈빛을 들었다.

“그래서, 내가 해야 할 일은?”

새 전투복을 입고 무장까지 마친 자동 인형 오토마톤 캐롯을 의심스러운 듯 내려다보던 스틸레인이 고개를 뒤로 돌렸다.

“야, 상어 이빨. 확실하지? 이 녀석에게 영혼이 있다는 것 말이야.”

응?

캐롯과 크랭크를 포함해 모두가 귀를 의심했다. 쿠르프의 작품을 끄집어내는 것을 거들어 준 모르핀이 공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는 허리를 숙여 캐롯의 붉은 눈동자를 잠시 들여다보다가 히죽 웃음 지었다.

“좋아. 그대로군. 있다. 내가 보증하지.”

“에에에?! 나한테 영혼?!”

캐롯에게 영혼!

그것이 깃들기를 바라는 마음에 여자들의 머리카락을 섞어 방열 가발을 짜주던 크랭크가 급흥분해 버렸다.

사실 반쯤은 주변 사람들을 돕기 위해 둘러댄 소리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무엇을 근거로?

훕훕!

숨소리가 거칠어진 크랭크가 부들부들 떨면서 두 손을 들었다. 마치 투나 같은 몸짓이 되어 버렸다.

“무, 무무무슨 말씀이신지 서, 설명을 좀 부탁합니다.”

“별거 없다. 감각기관이 유별난 일부 마족은 고스트를 볼 수 있어. 고스트는 미련이 남은 영혼의 잔재지?”

비타의 팔에 소름이 쫙 돋아 버렸다. 비슷하게 크랭크의 굵은 팔뚝에도.

모르핀은 계속 떠들었다. 그녀의 시선은 캐롯을 보고 있었다.

“그래서 역으로 산 사람에게서 그 영혼의 깨끗함도 구별할 수 있지. 마족들이 점찍은 인간 남자가 대체로 좋은 녀석들인 건 그 때문이야. 꼬마, 와이번 소세지 만들 때 내가 했던 말 기억하나?”

음, 반갑다. 너도 깨끗한 영혼을 가졌구나.

“호오오오오오오오우! 영혼! 주인님! 나한테 영혼이 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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