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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인형 오토마톤-309화 (309/329)

309화 – 오토마톤과 함께하는 도시 방어전! (1)

방주 도시 아르곤의 어느 화창한 초겨울 오후.

도시 중앙 광장에 세워진 청동문에서 갑자기 빛이 번쩍이더니 이윽고 저절로 열렸다.

여행객이 방문한 줄 알고 고개를 돌린 경비병들은 기겁한 얼굴로 고개를 들어야 했다.

크르르륵!

멋진 제복 코트를 걸친 늑대인간이 커다란 붉은 수정석을 어깨에 짊어지고 문을 통과하고 있었다.

“라, 라이칸스롭! 늑대인간이다!”

“마족이다! 경보를 울려! 신호탄!”

호들갑을 떠는 경비병들을 내버려 둔 에탕다르는 가져온 수정석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러자 순식간에 붉은 장막이 펼쳐져 도시 전체를 감싸 버렸다.

촹-!

신호탄의 번쩍임에 고개를 돌렸던 도시민들은 이제 하늘마저 붉게 물들어 버리자 눈에 띄게 당황하기 시작한다.

“뭐야? 무슨 일이야?”

“심상찮아! 대피! 대피해!”

웅장한 청동문을 배경으로 붉은 수정석을 붙잡은 푸른 털의 늑대인간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냈다.

“파티장에 온 것을 환영한다. 제군들.”

그가 손짓하자 등 뒤의 청동문에서 침만 흘리던 마족과 괴물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아아아아! 크아아아! 캬르르륵!”

괴물들이 평화로운 일상을 망쳐 놓았다. 모두가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으며 마족들은 연약하기만 한 사람들의 뒤를 쫓기 바빴다.

“으아악! 괴물이다!”

“몬스터가 들어왔어!”

덤벼들던 마족들이 사납게 외쳤다.

“이것들아! 마족 처음 보냐!”

“으헤헤하하! 이거지! 이런 걸 원했던 거다! 가라! 전부 물어 죽여!”

마족들은 길들인 마수도 잔뜩 데려와 풀어 버렸다. 그래서 생긴 건 파충류의 무언가 같은데 움직임은 마치 맹견과 같은 녀석들이 하얀 이빨을 드러내고 골목길을 뛰어다녔다.

퉁퉁퉁!

퍼퍼펑!

갑작스러운 마족의 습격에 비명성과 함께 여기저기서 상황을 알리는 신호탄이 연속적으로 솟아올랐다.

도시 총력전 상태의 준비 태세를 그대로 유지 중이었던지라 시민들이 가지고 있던 신호탄을 쏴대고 있는 것인데 덕분에 대응이 빨랐다.

그 솟아오르는 신호탄을 보고 모두가 몸을 숨기는 한편 무장 병력이 뛰쳐나와 마족과 마수에 맞섰다.

장바구니를 들고 부인을 따라 시장을 보던 오토마톤이 갑자기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

“적 습격을 알리는 신호탄을 확인하였습니다. 주인님이 위험합니다.”

“제, 젬?”

중년 부인을 건물 안에 밀어 넣은 오토마톤 젬은 건물 옆에 세워놓은 무기고를 부수고 안에서 롱소드를 꺼냈다.

“아아악!”

비명 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골목길에서 뛰쳐나오는 사람들과 그걸 습격하는 마족 무리가 보인다.

오토마톤 젬의 황금빛 보석 같은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오토마톤 3원칙 그 첫 번째.

“사람을 구한다.”

캉!

퍽!

“으극! 이 자식!?”

마족 전사가 갑자기 날아든 검에 놀라 피하자 그녀가 있던 자리로 표정 없는 가면과 화끈한 열기를 뿜어내는 방열 가발이 흩날렸다.

돌바닥을 내려친 덕분에 이빨이 나가 버린 롱소드를 다시 든 젬이 중얼거렸다.

“움직이지 마십시오. 맞추기 어렵습니다.”

“이 새끼가-!”

젬 외에도 곳곳에서 피투성이가 된 사람들을 지키려고 오토마톤이 무기를 들고 맞섰다.

마족 병사들이 사납게 외쳤다.

“자동 인형이다!”

“작은 놈들은 별게 아냐! 부숴 버려!”

“인형에게만 맡겨둘 줄 알았냐?”

투두두두두두!

갑작스레 도시 내에서 자동 석궁이 난사되었다.

의뢰를 끝내고 가게에서 뒤풀이하다가 밖의 소란에 뛰쳐나온 모험가들이었다.

체리보이즈의 리더 허쉬가 외쳤다.

“이미스! 부상자 치료해! 체리! 가세해라! 그 외엔 자동 석궁으로 탄막을 쳐!”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번에 영끌 할부로 마련한 오토마톤 체리가 양손에 검과 방패를 뽑아 들고 젬에게 가세, 마족들을 몰아세웠다.

챠챠챠챵!

채채채챙!

마족들도 지지 않고 날붙이를 휘둘러 칼싸움을 벌였다. 사방으로 불꽃이 튀기며 마족들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웃어댔다.

“으하하! 큰 놈을 데려와라! 네놈들은 우리 상대가 아니-! 으악! 악! 말하는데 활을 쏴?!”

불만을 더 드러내기도 전에 자동 석궁에서 발사된 수십, 수백 발의 화살이 날아들었다.

투투투투투퉁!

콰콰콰콰!

맨 앞의 마족 몇이 쏟아지는 화살의 비에 고슴도치가 되어 쓰러지자 뒤쪽의 마족들이 물러섰다.

하지만 다시 몰려나와 덤벼들었다.

더 많은 마족과 마수를 끌고 온 것이다.

당황한 허쉬가 자동 석궁의 탄통을 교체하며 외쳤다.

“제길! 성문이라도 뚫렸어?! 갑자기 어디서 들어온 거야? 유에스! 엘프 아저씨 마법 남은 거 있습니까?”

“설마 도시 내에서 마법을 쓰게 되다니! 으음?”

자동 석궁을 난사하던 유에스가 손바닥을 내밀었다가 당황해 버렸다. 그러다 주변을 살피더니 활짝 웃어 버렸다.

“오! 세상에! 도시 전체에 마력 제한 술식을 걸어놨어. 놀라워! 마법을 쓸 수가 없어! 이미스 양, 힐은 사용 가능한가?”

급히 다친 사람을 치료하던 여신관이 등을 돌린 채 외쳤다.

“바쁘니까 말 걸지 마요!”

고개를 끄덕인 유에스는 다시 자동 석궁을 들었다.

엘프라면 원래 롱보우를 사용해야 하지만 이런 편리한 기구를 두고 고집을 부릴 정도로 유에스는 어리지 않았다.

“허쉬 군! 당장 마법은 못 써!”

“그럼 활이라도 쏴요! 도시 방어 시나리오대로 간다! 현지 거점 방어! 눈에 보이는 건 다 쏴 버려! 지원이 올 때까지 버틴다!”

“으라차!”

한참 못 본 새에 근육질이 된 로이는 양손으로 자동 석궁을 들고 쏴댔고, 척후 겸 정찰 역의 파핀은 그 몸놀림으로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부상자를 옮겨왔다.

챠챠챠챠챠챠챠챠챙!

챙챙!

“캬캬캭! 이 자식 칼질 좀 봐라! 제법 빠르다! 캬캭!”

“무기를 든 인형을 얕보지 마라! 죽는……!”

촤악!

뜨득!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도마뱀 인간은 전신이 두 쪽으로 나뉘어 쓰러졌다.

그 앞에는 오렌지색 방열 가발을 늘어뜨린 오토마톤이 롱소드를 내밀고 서 있었다.

자택 문 앞을 지키고 선 울파는 쪼개 버린 마족 너머로 마치 개처럼 짖으며 덤벼드는 마수에게 롱소드를 집어 던져 버리고는 가로등에 숨겨놓은 도끼창을 끄집어냈다.

마족들이 그걸 보고 치를 떨었다.

“그거 도끼날이었어?!”

“이 자식들 도시 전체가 무기고야!”

훙훙훙!

도끼창 할버드를 이리저리 휘둘러 보이던 울파가 그것을 길가로 몰려온 마족들에게 들이댔다.

늘어뜨린 화려한 오렌지색 방열 가발 사이로 시퍼런 눈매가 드러났다.

“부인의 출산일이 머지않았다. 절대로, 아무도, 나의 행복을 가로챌 수 없다.”

“무슨 소리를 지껄이냐! 인형 놈아! 겨우 한 놈이다! 밀어붙여!”

자기 의지로 사심을 유감없이 드러낸 오토마톤 울파는 덤벼드는 해골 병사를 도끼창으로 부숴 버리는 걸 시작으로 마수와 마족에게 덤벼들어 난전을 펼쳤다.

울파가 사수하는 가정집의 지붕 위에는 요리하다 나왔는지 앞치마 차림의 로마니가 활을 쏘면서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하늘은 붉게 물들었고, 사방에선 마족과 괴물이 돌아다니고 있다.

고개를 돌린 그는 성벽 너머로 아스라이 보이는 마왕성을 쳐다보았다.

일부러 방심시킨 것치고는 너무 공을 들인 게 아닌가?

혹시?

그때 눈에서 빛을 뿜어낸 울파가 그에게 도끼창을 집어던졌다.

훙-!

퍽-!

로마니의 뒤에서 날아오던 날개 달린 마족의 머리가 터져 버렸다.

“집중, 마스터는 부인을 과부로 만들 셈인가?”

“하하! 그럴 리가.”

그러면서 활을 당겨 울파에게 덤벼드는 놈들을 견제해 주었다.

몸을 돌린 울파는 포석이 깔린 바닥을 주먹으로 때려 깨더니 숨겨진 손잡이를 잡아당겼다.

트드득!

도로 중간에 난데없이 무장창이 솟아올라 각종 검과 창, 자동 석궁을 내밀었다.

로마니가 사비를 들여 개인적으로 설치한 울파 전용 무기고였다.

거기에는 무기뿐만 아니라 그들의 트레이드 마크도 들어 있었다.

“마스터.”

휘리릭!

“어차차!”

활을 쏘다 말고 날아오는 모자를 잡아챈 로마니가 그걸 쓰면서 히죽 웃음 지었다.

“역시 싸움은 멋이지.”

스르릉-!

아래쪽의 울파 역시 한 손에는 롱소드, 남은 손으로는 카우보이 모자를 집어 머리에 눌러쓰면서 시선을 들었다.

“이 길은 막다른 길이다. 다른 길을 찾아라.”

울파의 푸른 유리 눈알에서 어떤 일렁임이 생겨났다.

가족들을 지켜내겠다는 강력한 의지는 오토마톤 울파에게서 베테랑스를 발현시켰다.

* * *

“이유는 모르겠지만 마족이 침공했다! 시가전이다! 시가전! 신호탄 발사! 상황을 알려!”

투투투퉁!

퍼퍼퍼펑!

함성이 울려 퍼지는 도시 하늘로 붉은색 빛 구슬이 수도 없이 솟아오른다.

뒤섞인 비명만 아니라면 마치 축제의 불꽃놀이 같았다.

경비대에서도 즉각 진압 작전을 펼쳤다.

오토마톤과 팀을 꾸린 경비대원들이 쏟아져 나가 소탕 작전에 가세했으며, 거기엔 최근 다수 도입한 하드 스킨도 포함되어 있었다.

쿵쾅쿵쾅!

쿵쿵쾅쾅-!

대로에서 망토를 휘날리며 거인들이 달려오자 자동 인형을 때려 부수던 마족들이 긴장했다.

“큰놈이다!”

“그런 거라면 우리도 준비해 왔지!”

자루에서 큼직한 수정 구슬을 꺼낸 마족이 그걸 바닥에 내동댕이쳐 깨트렸다.

파챵!

검은 연기가 주위를 감싸고 사라지자 목에 구속구를 찬 대형 마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마왕종, 그것도 3마리.

머리에 돋아난 뿔과 근육질의 외견만 놓고 보면 마치 지옥의 악마가 저리 하지 않을까 싶은 녀석들이었다.

더불어 스켈레톤 해골 병사도 잔뜩 보충되었고.

“데몬 오우거! 저놈들을 해치워!”

바닥에 떨어진 놈들의 쇠사슬을 주워 힘껏 잡아당기니 마치 안전핀이 빠지는 것처럼 마수의 목에서 구속구가 풀려 버렸다.

티티팅-!

눈을 부릅뜬 데몬 오우거가 동시에 괴성을 지르며 해골 병사들과 함께 기계 거인들에게 덤벼들었다.

“쿠오오오오오오-!”

“캬아아! 캬아!”

카닥! 카닥!

쿵쾅쿵쾅!

격돌 직전 건물 창문이 열리더니 응원이 쏟아졌다.

“부탁한다!”

“힘내라! 나의 세금아!”

“너희들만 믿는다!”

자동 인형에게 쏟아지는 사람의 응원은 일종의 버프를 선사한다.

찌이잉!

눈에서 빛을 뿜어내며 마치 전차처럼 돌격한 중장갑 기사단은 덤벼드는 괴수들에게 맞부딪쳐 그 위력을 유감없이 뽐내었다.

그야말로 급이 다른 괴물들의 대난투, 도시민들은 물론 마족들까지도 두려움과 희열을 담은 시선으로 대형 마왕종과 망토 기사들의 싸움을 구경하기에만 급급했다.

“응? 뭐야? 왜 이렇게 시끄러워?”

하도 뻥뻥빵빵거려서 대낮에 무슨 불꽃놀이라도 하나 싶어 공방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었던 캐롯은 처음엔 바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눈을 동그랗게 떠 버렸다.

잉?

“사, 살려줘! 아악!”

골목에서 뛰쳐나온 여자가 뒤쫓아온 마족의 손톱에 등이 파여 쓰러졌다.

어어?

손톱에 묻은 피를 핥으며 킬킬거리는 마족과 눈이 마주친 캐롯의 유리 눈알에 사람의 실핏줄과 비슷한 동력선이 솟아올랐다.

빠직!

“야 너!”

촤아악! 캉!?

무섭게 덤벼든 캐롯의 발길질에 마족이 주춤거렸다.

“으억? 뭐냐 이 꼬마 놈은!”

“날 모르다니 너 간첩 뿔 마족이구나! 미쳤어? 뭐 하는 짓이야! 죽은 거 아냐?”

힐끗 여자를 살피며 말하는 캐롯을 보고 마족이 다시 덤벼들었다.

“너 같은 거 모른다! 애들 고기는 야들야들하니 저녁거리로 삼아주마! 케케케!”

훙!

날아오는 손톱을 피해 뒤로 뛴 채롯은 옆 건물 벽으로 뛰어올라 그걸 박차고 마족의 등에 달라붙었다.

그리고 입을 크게 벌렸는데 어느새 틀니가 빠진 그곳에는 날카로운 삼각칼이 돋아나 있었다.

콰직! 뜨드득!

“끄으아악!”

목을 물어뜯어 흔들어 대는데 그야말로 미친 개 같았다.

때마침 공방에서도 사람들이 뛰쳐나온다.

“캐롯!?

쓰러진 마족의 등에 올라타 있던 캐롯이 고개를 들었다. 입가가 시뻘건 피로 무지막한 모양이었다.

“이거 마족이야! 마족이 습격해 왔어! 비타! 저 여자를 치료해! 등에 밭고랑이 났지만 아직 살아 있어!”

“에? 예? 마족이 습격? 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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