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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인형 오토마톤-306화 (306/329)

306화 - 오토마톤과 함께하는 마왕성! (7)

“감히!”

“이보시오! 그 무슨 망언인가!”

경호 대장 레오파드가 다시 단추를 풀면서 분노하려는데 다른 누군가의 처절한 목소리가 끼어들어 버렸다.

“왜지? 왜냐고! 의무를 다한 내게 너마저 권리를 빼앗는 거냐!”

모두가 고개를 돌리니 뭔가 억울함이 잔뜩 맺힌 마족 여자가 울상을 짓고 있었다.

에탕다르가 그녀를 알아보았다.

“유일하게 남았다는 수비병인가? 미안하군. 잊고 있었다. 지금 바로 준비해 주지. 나 말고.”

“흥! 됐어! 나도 그만둬 버릴 테다! 가자!”

씩씩거리며 몸을 돌린 그녀는 가만히 있던 경비병을 잡아끌고 가 버렸다.

“무, 뭐야?! 이거 놔! 231호! 막아!”

그러자 경비를 서고 있던 231호 오토마톤이 그녀를 덮쳐 버렸다.

“으아악! 이 망할 인형이? 무슨 짓이냐! 네 주인을 좀 빌릴 뿐이라고!”

“제길! 정신이 나가기라도 한 거냐? 특구 내에서 난동을 부리지 마라! 묶어! 바로 연행이다!”

저쪽에선 저쪽 나름의 소동이 일어났다.

말이 끊기는 바람에 긴 입을 쩝쩝거리며 입맛을 다신 에탕다르가 다시 고개를 돌리더니 공주를 똑바로 보았다.

“오늘은 유난히 소란스럽군. 하여튼 나도 오래 살아서 여자는 이제 질렸다. 대신 다른 것에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지. 예를 들면 저런.”

그가 바쁘게 솜사탕을 감고 있던 크랭크를 가리켰다. 주변에서 마족 여자들이 침을 흘리는 통에 견제 겸 나와 있던 아리에테가 눈을 부릅떴다.

동시에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아올랐다.

“크크크랭크를?”

고상한 취미를 살짝 내비친 근육 늑대인간 에탕다르가 몹시 치명적인 눈빛을 드러냈다.

크랭크를 향해 날름거리는 그 긴 혀를 보고 아리에테가 공황을 일으켜 검을 반쯤 뽑아 버렸다.

캐롯이 놀라서 그 손을 붙잡았다.

“우왁! 아리에테! 진정해! 이야기 못 들었어? 특구에서 싸움하면 잡혀가!”

“진정해야 할 것은 내가 아니라 저 늑대다!”

몸싸움을 벌이는 아리에테와 캐롯의 사이로 크랭크가 투구를 들고 두리번거렸다.

“뭐냐, 무슨 일이냐?”

“아앗! 정신없게! 기름 좀 붓지 마!”

대환장 파티, 두 손으로 얼굴을 덮은 에탕다르가 프할할거리며 웃어댔다.

“크흐할할할! 재미있구나! 오랜만에 진심으로 웃어보는구나! 할할할!”

* * *

푸시케와 헤리슨의 치열한 싸움 끝에 휴전선도 기존보다 더 밖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이 상황에 엘프들이 개개인의 우려만 드러낼 뿐 단체 수준의 제약을 걸지 않은 것은 드워프 연합의 로비 때문이었다.

“어서들 오시게!”

공방으로 복귀한 친구들을 드워프 어르신 쿠르프가 반갑게 반겼다.

장갑차량 지붕에서 폴짝 뛰어내린 캐롯이 쿠르프에게 다가갔다.

“와! 아저씨, 오랜만이에요.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어요? 싱글벙글이시네.”

“이놈아! 북부 원시림이 열렸는데 당연히 좋을 수밖에! 으하하하! 사방에서 질 좋은 광석과 광물이 쏟아지는구나! 그런데 이제 돌아온 거냐? 얼굴 보기 힘들구나. 갔다 온 이야기 좀 해보거라. 마족도 만났다며?”

차량에서 내린 사람들은 지친 표정이 역력했으나 리슐리에만은 득의양양한 표정이었다.

“그뿐인가요? 좋은 일거리도 많이 잡았습니다. 앞으로 우리 파티는 던전뿐 아니라 북쪽 원시림의 탐사로 돈을 긁어모을 수가 있을 거예요. 상점 자리도 하나 확보했고요. 아, 그러고 보니 가이드로 마족 현지인의 수배도 미리 해둬야겠습니다. 할 일이 많아요.”

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보리스는 머리 위에서 쏟아지는 그녀의 뜨거운 콧바람이 거슬렸다.

마족들에게 시달린 보리스가 고개를 휘휘 저었다.

“교대 때 가면 되잖아. 나 하마터면 거기서 납치당할 뻔했다고.”

“그러기에 조심하라고 했잖느냐. 남자 주제에 조심성 없기는.”

공방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뜻하지 않은 인물이었다.

“모르핀!”

“반갑다, 제군들. 밖에서 처음 보는 사람들도 있군.”

크랭크와 캐롯, 아리에테가 그랬다. 셋은 선 밖에 서 있는 마족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캐롯과 아리에테가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참 신비롭구나.”

“그러게, 이게 되네? 투나 대단해.”

칭찬이 즐거웠던지 문 앞에 서 있던 투나가 으히히 웃으며 몸을 배배 꼬아댔다.

모르핀이 웃으며 손짓했다.

“세상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의 천지지. 일단 들어들 와라. 할 이야기도 있다.”

간단한 차와 간식을 먹으며 모두는 그간의 이야기와 향후 방침을 논의했다.

경제특구는 인간, 마족 양측 모두에게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특히나 소문을 듣고 찾아온 우호적인 마족들은 상회 길드에서 깍듯이 모셔다 이런저런 상담에 선물까지 안겨주었다.

인간 측 탐사대의 공식 진출은 현재 협의 중, 그래서 상회에서 차선으로 노린 것이 토착 원주민들의 포섭이었다.

“우리에겐 좀 무거운 돌인데, 너희들에겐 가치가 큰 물건이더군.”

묵직한 중석을 손에 쥔 모르핀의 중얼거림이었다.

그녀는 공방 곳곳에 자리 잡은 사람들을 죽 살펴보았다. 그러다 크랭크와 그 다리 사이에 자리 잡고 앉아 있는 캐롯을 보더니 도전적인 시선을 들었다.

“너희 파티는 의뢰비 대신 상점 자리를 받아놨지? 그걸 내게 빌려줘. 건물 하나 올리자.”

크랭크 소파에 기대어 앉아 팔짱을 하고 있던 캐롯이 두 뺨을 감싸 쥐어 버렸다.

“거, 거거거건물! 건물주!?”

“에에?! 오오?”

말을 꺼낸 모르핀은 히죽 웃으며 놀라워하는 얼굴들을 감상했다.

캐롯의 활약으로 캐낸 정보가 꽤 쏠쏠했던 모양인지 거액의 의뢰비가 지급될 예정이었으나, 크랭크와 리슐리에가 억지를 부려 돈 대신 상점 자리를 하나 받아냈었다.

바로 솜사탕을 팔던 그 자리.

리슐리에는 물론 투구 속 크랭크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임대료를 내주신다면야 얼마든지.”

“어이어이, 같은 편끼리 너무 빼먹진 않을 거지?”

“그거야 보고요.”

쓴 표정이 된 모르핀은 모자를 벗더니 자기 뿔을 좀 긁적였다.

“제길! 노점은 상관없는데 건물을 세우려니 자리가 필요하더란 말이지. 그걸 길드에서 관리할 줄은 몰랐어.”

모르핀이 손가락을 들고 눈을 빛냈다.

“수비대를 그만둔 녀석들을 대부분 확보해 놨다. 건물을 거점으로 직접 원시림을 뒤지고 다니는 거야. 지금 사회화 교육 중이니 원시림 개척 안이 정식 발표되면 인간 모험가 놈들의 가이드로도 써먹을 수 있어.”

명탐정 비타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으와! 거기서 노점 차린 언니들 전부 모르핀이 시킨 거였어요?”

“시키다니? 알선한 거다. 장차 마족 인력 파견에 천연자원 유통까지 섭렵해 볼 참이지.”

그러면서 모르핀은 보리스를 향해 찡긋 윙크를 선보였다.

달아오른 보리스가 고개를 휙 돌린 것은 당연했고.

꽁냥의 조짐을 감지한 리슐리에가 끼어들었다.

“단순히 거점으로 쓸 거면 꼭 건물이 아니라도 상관없잖아요? 거긴 상점을 열 수 있는 곳이에요.”

“그래서 필요한 거야. 상점을 열 거다.”

모르핀을 좀 아는 사람들은 오늘 그녀가 유난히 말을 많이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너희 공주가 원시림에서 가지고 나온 물건에는 전부 세금을 매기겠다더군. 그리고 세금을 내려면 거기에 상점을 등록해야 하고. 웃기지 않나?”

가만히 듣고 있던 캐롯이 캬! 하는 감탄사를 냈다.

“길드랑 나눠 먹기로 작정했구나!”

“그러기 위해 등록된 상점만 허가하겠다는 의도인 것 같아. 그 외의 수단으로의 밀반출은 전부 엄중 처벌하겠다는군.”

당시 왜 의뢰비를 거절하고 자리 하나 내놓으라 생떼를 부렸던 것인지 알게 된 아리에테는 이제 두 사람을 다시 보게 되었다.

“너희들! 나를 위해 그렇게까지……!”

두 사람은 딱 잘라 거절했다.

“아니다.”

“아니에요.”

훌쩍이는 아리에테를 캐롯이 달래는 사이 안경을 밀어 올린 리슐리에가 선을 그었다.

“그건 엄연히 파티 공동 재산입니다. 우리의 미래를 위해 필요하리라 본 거죠.”

아리에테의 머리를 쓰다듬던 캐롯이 두 팔을 번쩍 들고 환호를 내질렀다.

“뽕이! 뽕이 차오른다! 곰팡이 핀 보리빵에 물 말아 먹던 우리가 이 정도까지! 우하하!”

모두가 웃음꽃을 피웠다.

“곰팡이 핀 보리빵은 뭐예요?”

“응! 나 팔 부러져서 수리비 마련하려고 우리 주인님이 그렇게 밥을 때웠어. 난 여관에서 설거지 요리하고. 어휴, 참 힘들었지 뭐야.”

캐롯의 옛날이야기는 재미있어서 모두가 흥미롭다는 시선으로 쳐다보았다.

리슐리에는 손으로 입을 가렸다.

“곰팡이 빵이라니, 나라면 못했을 거야.”

“별말씀을. 말똥 냄새를 맡으며 생활한 사람들도 여기에 있습니다.”

“아악! 흑역사를!”

비타가 호들갑을 떨고 남은 친구들은 쓰게 웃었다.

지오가 갑작스레 먼 산을 추억했다.

“몇 년 전인 것 같은데 실상 얼마 전의 일이네요.”

“무슨, 뒤돌아보는 건 아직 일러요.”

리슐리에의 말에 모르핀도 동의했다.

“그건 맞다. 하여튼 그 상점 자리에 대한 임대는 해주는 걸로 알겠어.”

“잠깐, 계약서를 쓰셔야죠.”

“깐깐한 안경이구나.”

리슐리에와 아리에테, 모르핀이 모여 계약서를 만드는 동안 투나가 슬쩍 끼어들었다.

“그래서, 마, 마왕성은 이제 갔어?”

“아니, 아직 안 갔어. 그래서 엘프들의 공중 전함도 안 갔지. 엄청 예쁘니까 다음에 갈 때 투나도 같이 가보자. 맞다! 트리스타는? 아직 안 왔나?”

가만히 듣고 있던 샤를이 편지를 가져다주었다.

그걸 열어본 캐롯이 입을 딱 벌렸다.

“억! 스틸레인에게 붙잡혔데! 그 역관절 오토마톤을 만든 게 사실은 트리스타였대! 지금 투기장에서 오토마톤 고치느라 복귀는 당분간 늦을 거래! 추신으로 구하러 와달래! 으아악하하하하! 엘프도 농담을 하는구나!”

편지를 받아 살피던 아리에테가 눈살을 찌푸렸다.

“아니, 농담이 아니고 진짜 붙들린 게 아닌가? 그 빨간머리 엘프는 좀 이상했었다.”

맥주를 마시며 잠자코 듣고만 있던 쿠르프가 툴툴거렸다.

“엘프는 원래 그래! 그러면 뭐냐, 돌아가면서 마을 경계를 도는 거냐?”

캐롯이 대답했다.

“넹, 무장 병력 총동원령은 당분간 그대로 유지래요. 왜냐하면 저쪽에 반가운 친구들만 있는 게 아니라서, 마왕성이 떠나면 찔러보러 올 녀석들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 마족 측 구역장도 말했어요.”

“음, 그것도 그렇군. 이야기 다 끝난 거지? 이봐, 크랭크. 내가 재미있는 걸 만들었는데 한번 봐줘. 객관적인 의견이 필요해.”

피곤하지만 공돌이 기질이 다분한 크랭크는 분연히 일어섰다.

“어서 가시죠. 궁금하군요. 뭘 만드신 겁니까?”

“가서 보면 알아.”

부유섬을 목표로 두고 함께 고민했던 둘은 죽이 잘 맞았다.

흐흐 웃음 지은 드워프 쿠르프는 캐롯까지 허리춤에 끼고 공방을 나섰다.

“이 녀석도 데려가자. 시험 운전에 필요하니까.”

“우오오옥! 어딜 가는데요? 뭘 태울 참인데요?”

큼직한 머그컵을 들고 북적이는 공방을 살피던 투나가 그윽한 표정을 지어 버렸다.

“음, 좋다. 이 분위기.”

비타가 이걸 또 봐 버렸다.

“와! 투나 지금 엄청 멋져요. 말도 더듬지 않고.”

“으흐히히! 나, 나도 구경 가야지!”

칭찬하기가 무섭게 투나는 원래의 구부정한 자세로 사람들 사이를 지나가려다 무언가에 걸려 거창하게 나동그라져 버렸다.

“우오로로롭?!”

그것도 식사 중인 보리스와 코비의 위로.

“으악! 여기로 오지 마요! 컥! 무, 무거워!”

“아뜨뜨!”

“내 스튜가!”

서로 뒤엉켜 벌어진 난장판도 하루 이틀이 아닌지 다들 그저 고개만 절절 흔들고 말았다. 샤를 역시 주방으로 몸을 돌렸다.

“스튜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더 있습니다.”

“나, 날 걱정해 줘!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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