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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인형 오토마톤-257화 (257/329)

< 오토마톤과 함께하는 던전! (2) 257 >

팔이 떨어진 오토마톤의 목덜미를 붙잡아 당긴 사내가 자동 석궁을 내밀고 쏴댄다.

투투투퉁!

통로 맞은편에서 타워 실드로 그것을 막아내던 도적이 외쳤다.

“자식들아! 다 죽고 싶냐! 확 터트려 버린다!”

“해봐라, 이 새끼야! 누가 더 미친놈인지 확인시켜 보라고!”

교전 중인 무리의 뒤쪽, 팔짱을 하고 있던 남자가 그 소릴 듣더니 물고 있던 담배를 뱉어내며 말했다.

“입구를 막고 우회해서 뒤를 치자. 얼굴 안 들킨 녀석들 아직 남았지? 가짜 구조대 작전 한 번 더 간다.”

모험가를 던전에 가둬놓고 통행료를 요구하던 강도단은 다름 아닌 우울증 걸린 모험가 커스의 패거리였다.

양팔을 잘라내고 오토마톤 의수를 이식한 덩치 큰 뽀글머리 남자 존슨이 으흐흐 웃으며 번호가 적힌 스크롤을 북 찢었다.

콰쾅-! 쿠르르르릉!

폭발과 함께 던전 천장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다.

자동 석궁을 든 남자는 먼지 폭풍에 놀라 몸을 숙였다.

와르륵! 훙-!

“콜록콜록-! 에잇! 이 미친놈들이! 다들 괜찮냐?”

“당신은 대체 뭐예요! 자신 있게 나서더니만!”

뒤에 모여 있던 모험가들이 성을 내기 시작하자 협상을 파토 낸 남자도 분통을 터트렸다.

“말이 되는 요구를 해야지! 이 변질자 놈들! 모조리 죽일 테다!”

기세 좋게 들어와서 부상자를 구출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그것까지도 함정, 지금 구조대마저 던전에 고립되어 버렸다.

움직일 수 있는 오토마톤과 사람들이 무너진 입구를 치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이, 통로 뒤쪽엔 구출된 모험가들이 눕거나 앉아 있었다.

치명상을 입고 쓰러진 자들은 대부분 마법사나 신관들, 몬스터를 유인해 복잡한 미로에서 여러 차례 난전을 유도한 강도단은 혼란을 틈타 특수 능력을 보유한 자들을 먼저 노렸다.

중요 전력이기 때문에 당연히 고가의 포션을 사용해서 살려야 했고, 그것은 포션의 남용을 가져왔다.

쓰러진 리슐리에를 등에 업고 미로를 헤매다가 겨우 구조대에게 발견된 코비가 퀭한 눈으로 중얼거린다.

“악랄한 수법이야. 이 자식들, 처음부터 노리고 있었어. 망할 자식들!”

“너 인마, 정신줄 놓치지 말고 꽉 붙들어 매.”

그의 어깨를 철썩 후려친 리모가 싸늘한 눈빛을 들었다.

하지만 안타까운 게 그의 몸도 성치 않았다.

붕대를 감은 팔다리에서는 아직도 피가 배어 나오고 있다.

더구나 나머지는 아직도 던전의 미궁을 헤매고 있었다.

그것도 특제 개념 결계에 사로잡혀 서로를 적으로 삼아 싸움을 벌이면서.

이런 참사, 구경하는 쪽에서는 너무도 신나는 일이었다.

게다가 사람들을 사지로 몰아넣은 자들은 언제나 즐겁기 마련, 부하 하나가 손목에 감아놓은 종이 팔찌를 보며 연신 감탄했다.

“이야! 이렇게 편리한 게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어. 몬스터에게 같은 편으로 보이게 하는 마법이라니.”

“서로 싸우게 만드는 마법은 또 어떻고! 아니, 대장은 무슨 약을 하면 이런 못된 생각을 할 수 있는 거요? 하하!”

맞장구를 치는 부하들의 칭찬에 커스가 중얼거리듯 대답했다.

“못된 짓은 항상 돈이 된다. 그건 인류가 만든 신이야. 그러니 나는 신의 섭리를 전파하는 신관이지. 하지만 애써 못된 짓을 하고도 돈이 없다면 그거만큼 멍청한 짓도 없다. 아니한 것만 못하니 신도들은 유념해라.”

앞서 걷던 사내들이 뒤를 돌아보는데 어둠 속에서 오로지 커스의 담뱃불빛만이 빛난다.

뭐라고 하는지 도무지 모르겠지만 서늘한 이 기분.

“으읏, 나 방금 소름 돋았어.”

“응, 무섭다. 우리 대장.”

생기를 잃은 눈빛을 한 커스가 그들 사이를 지나치자 살아 있는 지옥에서 피어오르는 담배 연기가 뱀처럼 남자들의 몸에 휘감긴다.

손가락에 담배를 끼운 커스가 찡그린 얼굴로 말했다.

“새로운 던전이라기에 멀리서 왔는데 과자 부스러기 정도라니 실망이야. 아쉬운 대로 고가의 장비라도 빨아먹어야지 속이 시원하겠어.”

“이히히하하! 사랑한다구! 대장!”

곁을 따르던 존슨이 버럭 외쳤다.

“짜식들아! 커스 대장 엉덩이는 내 거다.”

“푸히히!”

킬킬거리는 부하들을 데리고 걷던 커스도 이내 쓰게 웃어 버렸다.

“저 녀석들이랑 싸워서 이기면 생각해 보마.”

손가락에 낀 담배를 뒤로 돌려 가리킨 것은 그들의 뒤를 따라 걷는 검은 머리카락의 오토마톤 무리, 최근 암시장에 대량으로 유입되기 시작한 위법 오토마톤이었다.

성능은 기존품과 동일, 가격은 오히려 두 배.

하지만 불티나게 팔려 나간다.

그 이유가 사람을 찌를 수 있다는 범용성과 더불어 논리 충돌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 안정성 때문이었다.

녀석들을 돌아보며 코를 좀 벌렁거리던 존슨이 커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슬슬 안쪽에서 탈진하는 놈들도 있을 거야. 그쪽도 애들 몇 명 보내놓는 게 어때?”

커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수거한 장비는 바로 밖으로 옮겨둬라.”

“옙!”

커스 일행이 구조단의 뒤통수를 치기 위해 던전을 우회하는 사이, 결계가 작동 중인 미궁에 갇힌 사람들은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으아앙! 오줌 쌀 것 같아요!”

“야! 넌 이 상황에서 그게 할 소리야!”

다리를 오무린 비타가 울상이 되었다.

이 어둠 속에서 으슥한 곳에서 해결하라고 할 수도 없어서 지오가 뒤로 돌아섰고, 보리스도 등을 돌려주었다.

귓가를 간지럽히는 소리를 들으며 눈썹을 꿈틀거리던 보리스가 툴툴거렸다.

울상을 지은 비타가 바지와 치마를 추스르며 일어서다가 울상을 지었다.

“흐윽, 으윽, 윽······.”

위기를 감지한 보리스가 손을 내밀었다.

“아, 미안, 울지 마. 제발, 제발!”

“흐에에엥!”

보리스의 간절한 염원에도 불구, 비타는 또 울음을 터트렸다.

비타는 잘 보이지 않는데도 정확하게 지오의 품에 파고들어 엉엉거렸고, 보리스는 두 손으로 얼굴을 덮으며 그에게 고마워했다.

“네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정말이야.”

쓰게 웃고 있던 지오가 갑자기 눈을 부릅뜨더니 재빨리 검을 뽑는다.

보리스도 놀라서 뒤를 돌아보니 작고 희끄무레한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었다.

“저리 가! 오지 말라고!”

그들의 어깨너머로 빼꼼 고개를 내민 비타가 눈물로 흐려진 시야로 그걸 보더니 갑자기 환하게 웃는다.

“어어? 캐롯? 캐롯이에요? 캐롯!”

“아니야! 등신아! 그림자다! 조심해!”

“키키키! 왜 애를 울리고 그래.”

어둠 속의 희끄무레한 것이 킬킬 웃는다. 그리고 드러난 상어 이빨, 모두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모르핀?”

히죽 웃고 있는 모르핀의 뒤에서 와다닥 달려 나온 것이 있었으니 엘프 트리스타였다.

그녀는 울면서 마주 달려 나온 비타와 감격의 포옹을 해 버리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보고 싶었어요. 정말 다시 만나서 다행입니다.”

“으와앙! 트리스타!”

엘프인데도 수척해진 얼굴, 모르핀이 말했다.

“오다가 만났다. 혼자서 길바닥에 쭈그려 앉아서 훌쩍이고 있더라. 너희들 엘프가 우는 소리 들어봤어?”

“모르핀!”

언제나 무표정한 트리스타의 얼굴로 뚱한 얼굴이 솟아올랐다.

대답 대신 씩 이빨을 드러내 보인 모르핀이 손짓했다.

“가자. 다른 사람 있는 곳으로.”

“더 있어요?”

“대부분 찾아놨지. 아직 그대로 있다면 말이야.”

라이트 불빛에 의지한 그들이 모르핀의 뒤를 따라 한참 걸어서 도착한 곳은 커다란 빛이 가득 찬 방이었다.

임시 대피소를 구축해 놓았던 대머리 게토가 그들을 반겼다.

“겨울 기사단 녀석들이구나. 어서 와라.”

지친 얼굴이지만 다들 반가워했다.

게토는 비타를 알아보고 아껴둔 포션 병을 내밀었다.

“신관님 부탁이 있습니다. 치료가 급한 자들이 있소.”

방금 전까지 잉잉거리던 비타가 굳은 표정으로 포션을 단숨에 들이키고는 신성 치료를 시작했다.

그걸 지켜보던 모르핀은 또 밖으로 나갔다.

“여기는 울보가 많구나, 누가 또 운다. 데리러 갔다 올게.”

“부탁합니다. 모르핀.”

게토의 인사에 후드를 뒤집어쓴 여성이 히히 웃더니 곧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모르핀이 생존자 수색을 맡은 사이, 샤를은 드워프 전사들과 협력해서 어둠 속의 정체 모를 그림자와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채채챙! 캉!

샤를이 휘두르는 롱소드를 모조리 팔의 강철 보호대로 막아내더니 기계 인형의 반사신경을 능가하는 뒤돌려 차기가 날아든다.

쾅!

오토마톤이 나가떨어지자 드워프들은 겁을 집어먹기는커녕 도끼를 치켜세우고 떼로 덤벼들었다.

“이 괴물 놈아!”

“으라차!”

선두로 나선 드워프가 거창하게 가로 베기로 도끼를 휘둘렀으나 상대는 도끼날을 손으로 잡아내는 기교를 선보였다.

퍽퍽퍽!

발길질과 주먹질을 버티지 못한 드워프가 데굴데굴 와르르 무너지자 얼굴을 찡그린 쿠르프가 숨겨온 권총을 꺼냈다.

“이 시커먼 녀석! 내 이럴 줄 알고 라이칸스롭도 때려잡는 은제 탄환을 준비해 왔다! 맛 좀 봐라!”

쾅-!

번쩍이는 섬광은 라이트 불빛이 밝히지 못하는 어둠을 찢어 버렸다.

빗나갔으나 당황한 상대의 얼굴은 분명히 보였다.

총구를 가로막고 앞으로 나선 샤를이 말했다.

“레나.”

두 주먹을 쥐고 재차 덤비려던 그림자가 움찔한다.

샤를이 다시 말했다.

“나는 크랭크 공방의 자동 인형 샤를입니다. 이쪽은 이웃 공방의 드워프 쿠르프.”

권총을 든 쿠르프는 레나를 본 적이 없었지만 이름은 들어 보았다.

“그 강화 인간 처녀? 이런 염병! 같은 편끼리 싸운 거냐 지금?”

“으와아아앙!”

상대가 서로를 인식하자 어둠이 사라지고 제대로 보이기 시작한다.

부들부들 떨던 레나가 덩치에 걸맞지 않게 호다닥 달려오더니 익숙한 차림새의 자동 인형을 와락 껴안아 버렸다.

레나는 그러고도 한참 대성통곡을 해댔다.

겨우 달래서 이야기를 들으니 던전 안에서 몬스터랑 싸우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주변에 검은 그림자들이 잔뜩 보이더란 것이다.

“애, 애, 애더더덤은요오오?”

공황을 일으킨 레나가 오들오들 떨면서 파트너를 찾는데 다들 본 적이 없다.

드워프들은 아이고 팔이야 다리야를 외치면서도 잔뜩 겁에 질린 빨간 머리 처녀를 호위해서 걷기 시작했다.

뒤따르던 샤를이 중얼거린다.

“빨간 머리 앤과 일곱 난쟁이 같습니다.”

“이놈아, 동화를 그렇게 막 끼워서 맞추지 마.”

그러는 중에 그들의 앞으로 시커먼 그림자가 또 나타났다.

모두가 긴장하며 무기를 꼬나드는데 상대는 가만히 서 있기만 하다가 갑자기 몸을 돌렸다.

챙-!

앞으로 나서서 선제공격을 받아낸 샤를이 상대의 칼 잡는 자세를 보고는 바로 뒤로 물러섰다.

“로테, 나는 샤를입니다.”

그림자가 순식간에 풀리고 투나 블랙을 산발한 오토마톤이 모습을 드러냈다.

방열 가발을 제외한다면 같은 얼굴의 자동 인형이 서로를 마주 보았다.

“샤를, 그리고 여러분.”

기가 찬 드워프들이 놀라워했다.

“허 참! 이게 무슨 일이냐?”

“무슨 결계인가 봅니다. 어르신.”

“자칫하면 우리끼리 싸우겠다. 떨어지지 마라.”

그러는 그들 곁에 또 희끄무레 한 것이 나타났다.

스르륵 드러난 입가의 상어 이빨, 모르핀이었다.

“여.”

그녀를 보는 드워프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방금 저 녀석은 바로 보이지 않더냐?”

“맞습니다. 어르신.”

이유를 물으려는데 그녀의 뒤에 따라오던 사람들이 달려와서 잔뜩 웅크린 채 와들와들 떨고 있는 레나를 껴안았다.

“레나!”

“어, 으, 몰리? 몰리? 애애더더덤모못봤어요오?”

따라온 사람은 몰리와 토스트였다.

파트너를 잃고 공황 상태에 빠진 강화 인간 아가씨를 가엽게 여긴 몰리가 그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데 모르핀이 손짓한다.

“가까운 곳에 대피소가 있다. 거기서 친구들을 찾아봐.”

좁은 복도를 한참 걷던 그들은 정말로 그리운 친구들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레나는 팔과 다리가 부러진 채 치료를 기다리고 있던 애덤을 보자마자 와락 안겨들었다.

“애덤! 으으으응!”

“레, 레나. 아오오! 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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