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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인형 오토마톤-246화 (246/329)

< 오토마톤과 함께하는 수수께끼! 246 >

촤악! 또각!

로브가 날아오르고 강철 부츠가 포석 위로 내디뎌지며 강한 인상이 남는 소리를 낸다.

그리고 드러난 화려한 외골격 갑옷을 입은 금발의 여기사, 그녀는 숨겨 둔 무기를 꺼내 들었다.

철커덕!

총열 아래의 장전 손잡이를 당기자 마력강화스프링이 압축되고 동시에 탄환이 장전된다.

아리에테의 몸은 오토마톤과 인간의 경계쯤에 있어서 인외병기 스프링 코킹 건도 장전할 수 있었다.

퉁! 푸각-!

키르르르르!

묵직한 쇠말뚝이 날아가 마을 안으로 들어온 개미에게 박히자 당장 발광을 시작한다.

그리고 덤벼든 오토마톤에게 손쉬운 사냥감을 전락했다.

호오, 하는 표정으로 손에 쥔 신무기를 바라보던 그녀는 재미가 들렸는지 다시 장전과 동시에 총구의 방향을 돌리고 다른 개미들을 척살하기 시작했다.

철커덕! 퉁! 철컥! 퉁! 퍽퍽-!

뒤를 이어 도착한 기사단이 그 광경을 보고 눈을 의심했다.

“허억! 헉! 저건 뭐야? 누구야?”

개미 퇴치 중인 오토마톤들 사이로 왠 금발 여기사가 걸어 다니면서 이상하게 생긴 무기를 쏴대는데 그걸 맞은 개미들의 몸이 터지며 쓰러지기 바쁘다.

철커덕! 퉁!

위력과 반동은 거창하지만 사거리는 별로, 게다가 탄환도 금세 떨어졌다.

덤벼드는 개미를 향해 롱소드를 뽑으려는데 크랭크가 뭔가를 집어 던졌다.

“이걸 사용해라!”

턱!

날아온 물건은 공중에서 천이 풀리면서 그 흉악한 모습을 드러냈다.

크랭크가 반쯤 재미로 만들어 본 체인 소드였다.

키이이이이잉! 카가가각!

날카로운 톱날이 회전하며 개미의 몸뚱이를 그대로 썰어 버렸다.

온몸에 개미 체액투성이가 된 금발 여기사는 두 동강이 난 개미를 걷어차 버리고는 서둘러 다음 목표를 찾았다.

하지만 그것이 마지막 한 마리, 기사단과 오토마톤들이 빨리 도착한 덕분에 상황은 금세 정리되었고, 곧 모두가 환호를 내질렀다.

“와아! 멋져!”

“누구야? 어디의 기사야?”

“저 무기는 또 뭐고?”

속속 도착한 병력이 주변을 살피는 사이, 그녀의 활약에 감동한 사람들이 다가와 감사의 인사와 더불어 이것저것 질문 공세를 펼쳤다.

처음 보는 얼굴, 신기한 무기, 관심이 생길 수밖에는 없었다.

영업용 미소를 지은 아리에테가 그들의 질문에 친절하게 대답한다.

“그저 지나가던 모험가입니다. 이 무기들은 항구도시 닐보어의 리즈넷 상회에서 구했습니다. 어떤 기사단에 납품하고 남은 것이라고 하더군요. 침범한 개미는 이것이 전부입니까?”

국어책 읽기 마냥 크랭크가 일러준 대사를 그대로 읊어준 아리에테는 부끄러워 죽을 지경이 되었으나, 주변에 모여 있던 사람들은 다들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아리에테와 크랭크가 양동을 벌이는 사이 머리에 보자기를 뒤집어쓴 캐롯은 기사단 본부 건물에 숨어들어 가 있었다.

복도 저편에서 기사와 병사들이 급하게 달려온다.

“습격이라니! 이 근방은 전부 청소한 줄 알았는데!”

“서둘러라! 혹시 모르니 자넨 수정폭탄을 챙겨와!”

“옙!”

갑옷으로 무장한 사내가 손가락으로 지시하자 병사 하나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몸을 돌리고 반대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북적이던 사람들이 우루루 사라지고 잠깐 한적해진 복도 가장자리, 방치된 나무 상자가 갑자기 들썩이더니 슬글슬금 움직여 무기고로 향한 병사의 뒤를 쫓았다.

사사삭!

으헤헤, 작은 몸이 이래서 좋다니깐?

복도 모퉁이를 지나자 아까 그 병사가 다시 보인다.

철컹-!

다급한 병사는 두꺼운 철문을 잠그자마자 묵직한 가방을 허리춤에 끼고 달렸다.

복도에 상자 하나가 굴러다니는 것이 눈에 띄었지만 지금 급한 건 그런 게 아니었다.

잠시간의 정적,

나무 상자를 들어 올린 캐롯이 이히히 웃으면서 무기고로 뽀르르 달려갔다. 그리고는 열쇠 구멍을 들여다보았다.

“어디어디. 음, 간단한 구조네?”

모험가라는 직업상 열쇠 따는 법도 익혀야 했던 크랭크는 그걸 자기 오토마톤에게도 가르쳤다.

머리에 꼽고 다니는 당근 모양 머리핀과 나이프를 꺼낸 캐롯은 덕분에 아주 간단하게 그걸 열었고,

찰칵-!

“실례합니다아.”

두툼한 철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가자 허리춤에 검을 찬 오토마톤이 자리에 앉아 있다가 고개를 돌렸다.

“헉!?”

그리고 이어진 어색한 정적, 당황한 캐롯이 대응책을 계산하는데 무기고의 오토마톤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당신의 얼굴은 기억에 없습니다. 소속과 계급을 밝히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즉결처분입니다.”

스르릉!

검을 뽑기 시작한 경비용 오토마톤을 보고 손바닥을 내민 캐롯이 재빨리 외쳤다.

“어, 잠깐만! 나는! 나는 거짓말쟁이입니다! 나는 거짓말밖에 하지 않아요! 자! 그렇다면 내 말은 참말일까요? 거짓말일까요?”

끼긱!

움찔한 오토마톤의 고개가 기울어진다.

회심의 미소를 지은 캐롯이 또 외쳤다.

“순서를 따져봅시다! 닭이 먼저일까요? 알이 먼저일까요? 정답을 맞히신 분께는 소속과 계급을 밝히겠습니다!”

기긱?

오토마톤의 머리가 이제 드득드득 기괴하게 움직인다.

“참,거짓,참,거짓,데데데뎃······ 알닭알닭······.”

“어엇! 차차참, 거지짓!”

덜커덕! 덜커덕!

갑자기 고요해진 무기고, 서로를 마주 보던 오토마톤 두 대가 동시에 멈췄다.

무한 반복되는 문제로 일으킨 논리 오류는 시전자인 캐롯에게도 영향을 끼쳐 같이 멈춰 버리는 초유의 사태를 일으켰다.

하지만 그것을 극복하는 것은 캐롯이 더 빨랐다.

“으옷! 풀었어!”

눈에 광채가 돌아온 캐롯의 굳었던 몸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캐롯은 아직 연산 오류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상대 오토마톤을 보고 사악하게 웃음 지었다.

“히히, 누가 도와주지 않으면 거기서 깨어 나오기 힘들걸?”

다들 잠드는 밤의 시간은 오토마톤의 여유 시간, 주인들마다 이때 뭘 시킬지 제각각인데 크랭크의 경우엔 독서를 장려했고, 그것은 연산 능력의 밑거름이 되었다.

물론 캐롯의 경우 연산 장치의 스펙 자체도 높았지만.

손도 안 대고 코를 풀게 된 캐롯은 이제 주변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빨리 해치우자. 이게 어디 있지?”

가방을 꺼내 펼친 캐롯은 무기고에 잔뜩 쌓여 있는 상자 속에서 마력수정폭탄을 찾아 가방에 옮겨 담기 시작했다.

“얏호! 대박이다! 엄청 많아!”

한편, 밖에서는 기사단이 출동할 동안 혼자서 개미를 막아낸 정체 모를 여기사에게 찬사가 쏟아지고 있었다.

“고맙소!”

“아닙니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여러분의 기사단을 칭찬하여 주십시오. 저보다 더 많은 일을 해냈습니다.”

겸손한 그녀는 후광을 생각보다 빨리 달려온 기사단에게 돌렸다.

그 마음 씀씀이에 감동한 기사단에서 조촐하게 감사를 표시하려 했으나, 아리에테는 극구 사양하며 적당히 식량을 구한 다음 동료로 보이는 자들과 함께 마을을 나섰다.

“저희는 조사 의뢰 때문에 나온 것이라 급히 가보아야겠습니다. 그럼, 이 역경을 딛고 다시금 고요한 하루를 되찾는 그날을 위해.”

“오오! 멋진 인사말!”

“돌아올 때 다시 꼭 들러주시구려!”

“잘 가시오!”

투구를 쓴 거인과 큼직한 배낭을 맨 하얀 오토마톤, 그리고 어여쁜 금발 여기사가 각자 손을 흔들거나 하며 마을 사람들에게 인사를 남기고 다시 성 밖의 오지로 나섰다.

간소하지만 어엿한 모험가 파티의 구색을 갖춘 그 모습은 뜻하지 않게 마을 젊은이들의 가슴에 불을 질러 버렸다.

“멋지다! 모험가!”

“나도 모험을 떠나고 싶어!”

“인석들아, 너희들은 목숨이 9개쯤 되는 줄 아느냐?”

주변 어른들에게 핀잔을 듣긴 했지만 그래도 소년, 소녀들의 꿈은 꺾이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에게 헛된 꿈과 희망을 안겨주고 성을 나선 그들은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숨겨놓은 마차로 향했다.

그곳엔 캐롯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갔던 일이 잘된 것인지 이 꼬마는 마차의 짐칸에 한쪽 다리를 척 올린 채 엄지손가락을 세우고 그들을 맞이했다.

“멋진 한탕 작전이었어! 하하!”

장비와 짐을 싣고 짐칸에 올라앉은 아리에테는 개미들을 유인하기 위해 사용한 설탕 자루를 뒤적이더니 남은 것을 입안에 던져 넣었다.

“우움, 쩝쩝, 달다. 그래서 어떻게 됐지?”

히히 웃음 지은 캐롯은 마차의 짐칸에 던져 놓은 불룩한 배낭을 가리켰다.

데려온 오토마톤에게 마차를 몰도록 하고 크랭크가 그걸 세기 시작했다.

“상당히 많아, 50개가 넘어.”

“배낭이 작아서 그것밖에는 못 가져왔어. 상자째 쌓아놨던데?”

짐칸에 다리를 쭉 펴고 앉아 설탕을 쭙쭙 빨던 아리에테가 인상을 구겼다.

“움! 너무하는군! 쭙쭙! 이렇게나 많으면서도! 쭙쭙! 왕족의 부탁까지 저버리다니! 쭙쭙!”

“음! 맛있게도 먹는데 신경 쓰이네! 그 쭙쭙이가!”

팔짱을 낀 캐롯 엄마가 그 입안에 든 걸 어떻게 좀 하고 나서 말하라고 잔소리하는데 크랭크가 가방을 다시 여미며 중얼거렸다.

“기사단이 왕족의 부탁을 거절한 것은 좀 신선한 상황이었다. 이젤리아에선 그게 흔한 일인가?”

크랭크의 말에 캐롯이 눈을 반짝이며 얼굴을 내밀었다.

“호오, 왕권 추락? 이거 클리셰야? 클리셰?”

“클리셰라니, 너는 소설을 너무 많이 봤다.”

캐롯이 그 작은 얼굴을 찡그리며 푸히히 웃는다.

“하지만 재미있던걸? 단어도 많이 배우고 좋았지.”

“남의 나라 일에는 관심 가지지 말자. 우리 알 바 아니다. 어서 개미성을 토벌하고 돌아가자. 그나저나 의뢰비는 이거 하나로도 충분하겠는걸.”

커다란 그의 손에는 맑은 수정구가 쥐어져 햇살에 반짝이고 있었다.

그리하여 돌아온 크랭크는 묵직한 가방을 제이드 기사단장의 앞에 내려놓았다.

“풉-!”

마음 편히 먹기로 하고 차를 마시던 그녀가 당황하였는지 머금은 찻물을 뿜어냈다.

맞은편에 서 있던 세 사람이 그걸 제대로 맞아 버렸고.

“어, 아니! 이걸 어떻게? 이, 이런! 미안하구나. 부관! 수건을 가져와라!”

얼굴이 확 달아오른 제이드가 사람을 부르는 사이 변태 인형 소녀는 밝게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들었다.

“업계 포상! 아리에테는 모르지만 우리 주인님은 내심 좋아할 듯!”

곁에 선 크랭크는 대답 대신 두 손과 투구를 절절 흔들기만 했다.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는 캐롯을 내려다보던 제이드는 갑자기 크게 웃음을 터트리더니 책상 아래로 몸을 내밀어 캐롯을 들어 올렸다. 그러고는 가슴에 꼭 껴안았다.

“네 이야기를 읽었다. 정말로 우리에게 여신의 가호가 함께하시는구나.”

히히 웃음 지은 캐롯이 그녀의 귓가에 속삭인다.

“사인해 드려요?”

부관이 수건을 들고 들어왔을 때, 찻물을 뒤집어쓴 사람들과 인형 소녀를 끌어안고 광인처럼 폭소를 터트리고 있는 기사단장을 보고는 바로 몸을 돌렸다.

“음, 수건이 더 있어야겠군요.”

그렇게 모든 준비가 끝났다.

2차 개미성 원정에는 왕자도 동행하게 되었다.

정비창에서 짐을 싸던 아리에테가 기가 찬다는 듯 고개를 들었다.

“왕자님을 싸움터에 데려간다고? 미친 건가?”

“어른들의 사정은 언제나 아이들을 사지로 몰아가지. 그리고 왕자라는 호칭이 붙은 이상 그건 아이가 아니다. 그건 네가 더 잘 알 것 아니냐?”

한때 집안을 일으키기 위한 도구로 소모될 뻔했던 아리에테가 코를 좀 벌렁거렸다.

“그 왕자님은?”

크랭크는 손가락으로 정비창 밖을 가리켰다.

정비창의 크고 넓은 문에 다 담아내지 못할 정도의 위용을 자랑하는 몸체의 무언가가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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