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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인형 오토마톤-241화 (241/329)

< 오토마톤과 함께하는 해충 퇴치! (1) 241 >

친절한 거인의 충격적인 발언에 주변에서 귀를 기울이던 여성진이 실망했다.

캐롯마저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에에? 그래도 좀 고려해 줬으면 좋겠는데. 나는 주인님 닮은 코딱지가 보고 싶거든? 그건 모든 오토마톤의 꿈이라는.”

“그것보다. 봐라, 드디어 완성했다.”

“와! 주인님 이거 말 돌리는 것 좀 보소.”

크랭크가 어제부터 만들던 것을 들어 올렸다.

묵직한 그것은 이상하게 생긴 검이었는데, 도신에 여러 개의 칼날이 삐죽삐죽 돋아난 살벌한 물건이었다.

철면피를 상대로 연애담을 늘어놓는 실수를 저질렀던 아리에테도 분위기를 전환하고자 관심을 드러냈다.

사실 흥미롭기도 했다. 그가 만들어 내는 물건들은 대체로 그녀의 마음에도 쏙 들었기 때문에.

“호오, 이건 뭐지? 흉악하게 생겼군.”

“벌목공이 사용하는 자동 체인톱을 응용해 봤다. 마력석으로 동력을 공급하면 이 칼날 체인이 회전하면서 대상을 잘라내지.”

키이잉! 촤르르르릇!

크랭크가 손잡이를 강하게 쥐자 무시무시하게 생긴 체인 톱날이 회전을 시작했다.

그걸 보고 아리에테가 흥분했다.

“놀랍군! 개미를 썰어 버릴 수 있겠어!”

하지만 목소리는 제이드 기사단장의 것이었다.

아리에테의 옆에서 모습을 드러낸 그녀는 크랭크가 들고 있는 무기를 보고 눈을 좀 심하게 반짝였다.

잠깐 움직여 본 크랭크는 그것을 다시 내려놓으며 손목을 주물렀다.

“대신 무겁습니다. 한번 사용해 보시겠습니까?”

제이드 기사단장은 당장 전용 갑옷을 착용하고 크랭크의 체인 소드를 들어 올렸다.

키이이이잉! 촤르르르륵!

“세상에! 멋지구나! 이거라면 병정개미도 쓰러뜨릴 수 있겠어!”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입니다.”

살벌하게 돌아가는 체인 소드를 휘둘러 본 기사단장은 즉시 같은 물건의 대량 생산을 요청했다.

가장 약한 기사단을 꾸려온 그녀였기에 장비의 중요성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좋은 생각이 있다면 돈 걱정은 말고 뭐든 해보라!”

“돈 걱정은 말고?”

정신 나간 마도 공학자 속성의 기술자들이 그녀의 매력적인 목소리에 듣는 귀를 의심했다.

곧 국내외를 불문하고 정비창에 모여 있던 미친 공돌이들의 눈빛이 번쩍인다.

이것은 기회다!

대표로 백합기사단의 전속 정비 반장이 앞으로 나섰다. 단단한 체격을 가진 중년 사내의 그 눈빛이 오랜만에 불타오르고 있었다.

“해보고 싶은 것이 좀 있는데, 부품을 발주해도 되겠습니까?”

“얼마든지! 내 이름을 달고 얼마든지 주문하도록!”

이대로 전과를 올리지 못하면 기사단이 와해되는 건 시간 문제.

그래서 이참에 영혼까지 끌어모으기로 작정한 제이드 기사단장은 평소라면 하지 못할 대범한 발언을 연신 내뱉고 있었다.

히죽 웃음 지은 캐롯이 요점을 콕 집어 말했다.

“정신 나간 기술자들이 절박한 스폰서를 만났네.”

원래라면 자동 갑옷의 정비 기술을 전수하기 위해 찾아왔던 리즈넷의 기술진도 이제 야생의 연구 인력으로 탈바꿈되어 각자가 꿈꿔왔던 실험적인 병기들을 마구 개발하기 시작했다.

대량의 부품이 발주되고 쉴 새 없이 화물을 실은 마차가 오고 가며 방주 도시 샤인에 활기가 돋아났다.

* * *

이젤리아의 항구도시 닐보어에 남아 있던 르클레르는 상회 길드에서 그 소식을 접하고 즐겁게 웃어댔다.

그러고는 커다란 가슴을 활짝 펴고 그곳을 엄지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 몸은 사람 보는 눈이 있음이 확인되었습니다.”

짝짝짝.

회의실에 모여 있던 상회 중역들이 박수를 쳤다. 서류를 들고 있던 사내가 마저 보고를 계속했다.

“그래서 발주품 절반 정도가 이쪽으로 돌려졌습니다. 이곳의 공업지구는 다른 도시의 주문을 처리하느라 바쁘다더군요.”

르클레르가 고개를 돌렸다.

“지점장! 이것은 기회입니다.”

“본국에 요청해서 바로 수입하도록 하지요.”

회의실에 모인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엘프들의 수송선을 이용할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요.”

그러자 중역 하나가 쓴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이상하게 바다를 건너려고 하지 않더군요.”

“우리도 비행선이 있다면 좋을 텐데 말입니다.”

르클레르가 슬쩍 끼어들었다.

“그거 말입니다만, 요즘 드워프 연합에서도 비행선 제작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고 합니다. 일전에 그 사건 기억하십니까? 하늘 사다리.”

“오, 알다마다요. 하늘에 떠올라 있는 부유섬을 끌어내린 것 아닙니까. 어떤 모험가들이 도왔다고 하더군요.”

르클레르가 음흉하게 웃으며 발주품 리스트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때 그 위인들이 지금 샤인에 있습니다. 이걸 보내준 사람들을 이끌고 있겠지요. 분명합니다.”

모두가 반가워했다. 르클레르는 눈을 가늘게 떴다.

“여기 올라와 있는 리스트의 품목들은 모두 무언가를 만들기 위한 부품이지요? 그렇다는 것은 우리 측 상품 리스트에도 추가될 수 있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공짜 연구 인력! 공짜 연구비!”

돈 냄새를 맡은 중역 하나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르클레르가 말을 덧붙였다.

“그중 쓸 만한 것을 이쪽에서 대량 생산하는 겁니다.”

지점장이 날카로운 표정을 지었다.

“공작 영애, 부디 이 건은 저희에게 맡겨 주십시오.”

르클레르가 흐뭇하게 웃음 짓는다.

이 사람들은 전부 쥬세페 공주를 앞세운 친목회에 소속된 자들이었다.

비서가 헛기침을 좀 하더니 끼어들었다.

“르클레르 님, 슬슬 다음 장소로 이동하셔야 합니다. 이젤리아 왕성 관계자와의 티타임이 있습니다.”

그녀를 배웅하기 위해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비서가 준비한 롱코트를 어깨에 걸쳐 주자 꽤 보기 좋은 그림이 완성되었다.

르클레르가 의미심장한 말을 중얼거렸다.

“공주님과 우리의 멋진 노후를 위해.”

이젤리아 지점의 리즈넷 상회 길드 중역들은 대답 대신 쑥스러운 미소를 머금었다.

티타임을 위해 이동한 시청의 응접실에는 이젤리아 왕성 관계자뿐만 아니라 기사단장 같은 사람도 여럿 찾아와 있었다.

그들은 르클레르에게 항의부터 시작했다.

이유는 값비싼 무기를 상의도 없이 기사단에게 함부로 납품했다는 것.

“상의? 기사단장이 직접 찾아오셨는데 그걸 상의해야 합니까? 그분이 원하시는데 외국인인 제가 그걸 막을 이유는 없습니다.”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기사단장들도 바보는 아니었다.

“까놓고 말해서, 당신들은 우리들의 위기로 돈을 벌려고 그러는 거잖소? 은혜를 이런 식으로 갚는 거요?”

은혜? 르클레르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공작 가문이라지만 르클레르는 그곳의 영애에 불과하다. 게다가 다른 나라 귀족, 그래서 기사단에서 이렇게 큰소리를 칠 수 있는 것이었고.

당주 자리 이어받기 참 힘들다고 생각하며 르클레르가 기사단장의 공격을 받아쳤다.

“과거 기술 원조에 대한 말씀이라면, 그것도 공짜가 아니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따박따박 반박하자 기사단장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다.

보고 있던 주위에서 말리기 시작했다

“수습은 지금 이 난리를 극복하고 난 뒤에도 늦지 않습니다.”

“나는 그저 쓸데없는 국고의 유출이 안타까웠을 뿐이오!”

여전히 화를 삭이지 못한 그가 손가락을 들고 불만스럽게 말했다.

“당신네 그 장난감이 부디 이 나라에 도움이 되길 바라시오. 성과에 따라 가격 협상을 다시 할 수도 있소.”

“물론이지요.”

후후, 이 정도 반응은 예상한 바다.

르클레르는 겉은 물론 속으로도 웃어댔다.

동석한 다른 기사단장이 손을 들었다.

“주문했던 중갑 인형은 어찌 되었소?”

“초도 물량이 다음 주쯤 도착할 겁니다.”

항의와 협상이 곁들여진 티타임은 꽤 오래 이어져서 거의 저녁이 되어서야 끝났다.

자리를 마치고 밖으로 나와 밤하늘의 별을 조금 감상하는데 왕성 관계자가 조심스레 다가와 편지를 주고 사라졌다.

“여왕께서 보내시는 겁니다.”

눈을 동그랗게 뜬 르클레르가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그를 돌아보았다가 마차에 오른 뒤 그것을 펼쳤다.

편지 내용은 그녀의 얼굴에서 다채로운 표정을 끌어냈다.

대체로 환호와 당황.

맞은편의 비서에게 그것을 넘겨주자 한 번에 쭉 읽어 들인 그녀가 편지를 곱게 접어서 품 속에 집어넣었다.

“준비해 두겠습니다. 그런데 비공식으로 연락하시다니 무슨 일이실까요?”

“모르지. 후후후! 어쨌든 강 건너 불구경이 시작된 것 같아.”

창틀에 팔을 올린 르클레르가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빙그레 웃음 지었다.

벌써 그녀의 머리엔 몇 가지 가설이 떠오르고 있었다.

그러더니 아는 꼬마 인형처럼 중얼거려 보았다.

“호오호오, 개미로만 바쁜 곳이 아닌 듯?”

“푸흡!”

비서관도 아는 말투라서 그만 고개를 돌리고 웃어 버렸다.

* * *

다시 방주 도시 샤인.

고삐가 풀려 버린 기술진이 만들어 내는 이색적인 병기는 최약체 백합기사단의 전투력을 크게 상승시켜 놓았고, 장비빨로 분기탱천한 그들의 활약은 그야말로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으랴압!”

커다란 타워 실드를 들고 달려간 자동 기사가 방패째로 개미에게 몸통 박치기를 선보였다.

쾅-!

무게에 속도가 더해진 무지막지한 운동 에너지에 당황한 개미를 향해 자동 기사는 시뻘겋게 달아오르는 열선 도끼를 집어 들었다.

퍽! 치이이이익!

치리리리-!

판급 갑옷 정도는 갖다 대는 것만으로도 열복사로 내부를 익혀 버릴 수 있는 열량을 그대로 얻어맞은 개미가 발광하며 몸을 까뒤집자, 뒤를 이어서 대형 체인 소드를 장비한 오토마톤들이 덤벼들어 마무리를 가했다.

기이이잉! 카가가가각!

현재 백합기사단의 전술은 자동 갑옷을 두른 기사와 파트너 오토마톤 2대가 한 팀으로 접근전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말 타고 달리는 것보다는 재미있구나!”

쿵쾅쿵쾅-!

키이이이이잉!

무섭게 회전하는 체인 소드를 두 손으로 잡은 자동 기사가 망토를 휘날리며 뛰어가더니 병정개미와 정면으로 맞붙어 그 머리를 반으로 잘라 버렸다.

카가가가가각!

사방으로 개미의 체액과 파편이 튀는 바람에 좀 더러워졌지만 그것은 오히려 전사의 광기를 더하는 좋은 장식물이 되었다.

가슴이 뜨거워진 제이드 기사단장이 체인 소드를 들고 외쳤다.

“여기는 우리 땅이다! 한 마리도 놓치지 마라!”

“으라아아아!”

그들의 활약에 고립된 방주 도시에서도 환호가 쏟아졌다.

개미 때문에 지하 방호소나 성벽 안에 숨어서 좁은 창문을 통해 밖을 내다보던 사람들이 감격과 놀라움에 젖은 눈을 했다.

“우릴 구하러 와줬어!”

“세상에! 저 깃발! 백합기사단이야! 여기사들만 있는 곳 아니었어?”

“성문! 성문을 열어줘! 기사단이 들어올 수 있게!”

투드드드드!

성문이 열린다.

도시 주변의 개미를 모조리 격퇴한 백합기사단은 이제 마을 안에서 시가전을 벌여 남아 있던 개미까지 전부 박멸했다.

생각보다 생존자들이 꽤 남아 있어서 그들이 달려 나와 기사단을 반겼다.

“가, 감사합니다!”

“고맙구나!”

“이 꼬마가 기사단을 이끌고 온 거야? 다른 사람들은?”

커다란 갑옷에 망토를 두른 모습이 꼭 하드 스킨 오토마톤 같았기 때문에 몰려나온 사람들은 유일하게 사람처럼 보이는 캐롯에게 감사의 인사를 해댔다.

캐롯이 깔깔 웃더니 옆에 선 자동 기사의 다리를 두드렸다.

“단장님! 좀 나와 봐요.”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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