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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인형 오토마톤-231화 (231/329)

< 오토마톤과 함께하는 원정 준비! 231 >

어디서 많이 들은 목소리,

“헉! 코비야? 우와! 너도 몸이 엄청 좋네? 그런데 부끄럽지 않니?”

머리에 주머니를 뒤집어쓴 코비가 팔과 가슴에 힘을 주자 근육이 울퉁불퉁 솟아오른다. 그 목소리는 희열에 차 있었다.

“우와! 와아! 들어보세요! 머리에 이걸 쓰니까 진짜 하나도 부끄럽지 않아요! 진짜로! 흐으으읍! 어때요! 내내 방에서 운동으로 다진 이 근육!”

문득 크랭크가 그걸 보더니 손에 든 물통을 캐롯에게 쥐여주고 그의 곁에 서서 같이 포징을 시작했다.

“흐으읍! 좋은 운동 동료가 생겨서 기쁩니다. 코비!”

“저도요. 이익! 몬스터 고기가! 이렇게! 몸에 좋을 줄은! 몰랐어요!”

결국 트리스타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렸다.

아무리 엘프라도 신체 구조가 거의 똑같은 인간 남자의 알몸을 계속 쳐다보는 건 부끄러웠나 보다.

이제 아리에테는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제발 그만두라고!”

“으허어억?! 뭐, 뭐냐! 어디서 온 변태들이야!”

오랜만에 듣는 색다른 목소리, 양손에 물통을 든 캐롯이 몸을 기울이자 입구를 막고 있는 근육 덩어리 뒤로 공방을 찾아온 손님들이 보인다.

“어이어이! 그만해! 손님 왔다고!”

포징을 잡다가 말고 깜짝 놀란 크랭크가 투구를 돌리더니 뒤를 돌아보았다.

틀어 올린 백금발에 고급 여행복을 갖춘 키가 큰 여자가 동료들과 함께 서 있다. 르클레르였다.

기인 크랭크는 이제 그녀들의 앞에서 포징을 잡았다. 팔, 다리, 등, 가슴, 엉덩이를 차례로 돌려가며 움찔거리는 것으로 그들을 맞이한다.

“흐아압! 르! 르클레르! 오셨! 군요!”

“으으읍! 환영! 합니! 다! 어서 오! 세요! 근육의! 세계에!”

급기야 캐롯이 웃음을 터트렸다.

“파아하하하하!”

울퉁불퉁한 두 근육 덩이를 보고 처음엔 기겁한 르클레르였지만 조금 익숙해지자 오히려 좋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당당하게 외쳤다.

“나는 여자다! 남자의 벗은 몸을 보고 흥분하는 게 당연하지! 게다가! 저 근육! 군침이······!”

“아악! 그만하세요! 그만!”

보다 못한 르클레르 파티의 여성 대원이 급기야 근육 덩어리들에게 덤벼들어 그들의 몸을 찰싹찰싹 때리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는 듯이 물러섰다.

“어, 엄청 찰져!”

“그 감촉! 나도 느껴보고 싶구나! 비켜라!”

흥분한 나머지 동료들을 뿌리치고 달려간 르클레르도 새하얀 피부를 가진 밀가루 주머니의 근육을 철썩 때렸다.

“아흑!”

“이, 이런, 너무 세게 때렸구나. 아팠느냐?”

등짝에 벌겋게 달아오른 손바닥 자국이 남았지만 밀가루 봉투의 근육 덩어리는 조금 앳된 목소리로 오히려 기쁜 듯이 대답했다.

“어, 아니요. 오히려 기분 좋은 자극이었어요.”

“기! 기분이! 좋았다고?”

눈알을 뒤집은 르클레르는 자신의 안에서 새로운 가능성이 싹트는 것을 느껴 버렸다.

“하! 하하! 조, 좀 더 때려 보아도 되겠나?”

“그만해! 이 미친 것들아!”

참다못해 목검을 들고 뛰어나간 아리에테의 외침, 그리고 비명.

인간들의 대환장 파티에 엘프 트리스타는 갑자기 집에 가고 싶어졌다. 다만, 호기심은 어쩔 수 없어서 힐끔거리며 그들의 난장판을 훔쳐볼 뿐이었다.

흠씬 두들겨 맞아 온몸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지만 오히려 놀라운 것을 느낀 코비였다.

“별로 안 아파요!”

“근육이 충격을 흡수하기 때문입니다.”

“오오오!”

“너희들 그만하라고!”

샤워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는 두 사람에게 버럭 소리를 지른 아리에테가 툴툴거리며 고개를 돌리니 이젠 얼굴에 빨간 홍조를 띤 르클레르가 보인다.

그래서 아리에테는 두 손바닥으로 얼굴을 덮어 버렸다.

“코비라고 그랬나? 저 하얀 친구는 내게 주지 않겠어? 적극적으로 우리 파티에 영입하고 싶은데.”

“안돼요!”

“그래, 안된다!”

파티 안팎에서 강력한 거절 의사가 나왔다.

공방 안, 간이 응접실 겸 식당의 소파에 앉은 아리에테가 손가락으로 그녀를 가리키며 으르렁거린다.

“너는 그 소리를 하려고 찾아온 건가?”

쯧! 불만스러운 듯 혀를 좀 찬 르클레르가 찾아온 용건을 말했다.

아리에테와 곁에 앉아 있던 캐롯이 눈을 크게 떴다.

“자동 갑옷 운영 교관?”

“그래, 숟가락 얹게 해준다고 했지? 그런 듣보잡 신병기 실전에서 움직여본 사람이 너 말고는 없거든?”

아리에테가 고민을 시작했다.

르클레르는 멈추지 않고 계속 말했다.

“참고로 바다 건너 이젤리아에 가야 해. 운영 인력에 포함되어서.”

“이젤리아? 해외여행!”

“그걸 해외에 팔았다고? 가능한 건가?”

캐롯과 아리에테가 서로 다른 반응을 내비친다.

후후 웃음 지은 르클레르가 아리에테의 곁에 앉은 커다란 오토마톤을 보다가 눈을 크게 떴다.

“누군가 했더니, 너 그 꼬마 인형 아닌가? 캐롯.”

“오우예! 맞아요!”

혀를 낼름 내민 캐롯이 V자 손가락을 눈가에 들이댔다. 때마침 커튼을 걷고 옷을 제대로 차려입은 크랭크가 모습을 드러냈다.

“영주님이 말을 돌리신 이유가 해외 수출 때문이었군요. 게다가 이젤리아라니.”

“우와! 해외로 나가는 거예요?”

순박한 코비의 얼굴을 눈여겨보던 르클레르가 말했다.

“원래는 안되지만 내 파티에 들어온다면 너도 특별히 데려가 주마.”

“르클레르 님!”

보좌관으로 보이는 여성 모험가들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르클레르가 찔끔했다.

코비는 흐흐 웃으며 말했다.

“저는 파티를 옮기고 싶은 생각이 없어요. 그래도 초대는 감사드립니다.”

생각의 정리를 마친 아리에테가 끼어들었다.

“그래도 일정이 꼬이는데, 그쪽에서 오라고 하는 건 안되나?”

“안돼, 너희들은 모르는구나? 이젤리아가 지금 어떤 난리를 겪고 있는지. 그쪽에서 사람을 보낼 시간 따위 없어. 우리가 가야 해.”

캐롯이 고개를 기울인다.

“난리? 무슨 난리?”

이미 알 사람들은 다 알기 때문에 르클레르는 먹고살기 바빠서 해외의 사건, 사고에는 관심이 없는 무지한 자들에게 상황을 조금 알려주었다.

“난데없이 드래곤이 싸움을 걸어와서 말이야. 정신없는 상황이지. 꼭 100년 전쯤 마왕군과 대판 싸우던 우리나라 같달까?”

모여 있던 사람들의 눈이 커다래졌다. 특히 캐롯의 유리 눈동자가 빛난다.

“드래곤! 지상 최대의 생물!”

르클레르는 손가락을 들었다.

“그런 상황이라서 저런 듣보잡 신병기라도 원하게 된 거지. 이젤리아에는 여러 가지로 빚이 많아서 이번 기회에 이것저것 지원하면서 덩달아 가는 거야.”

공방 구석에는 크랭크가 재미로 만들어 본 외부 추가 장갑 자동 갑옷이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투구를 끄덕인 크랭크가 아리에테를 바라보았다.

“잘됐구나. 다녀와라. 여기 걱정은 말고, 캐롯도 붙여주겠다.”

아리에테가 우거지상이 되었지만 르클레르는 하하 웃으며 그에게도 손가락을 들이댔다.

“제작자인 당신도 가야 하거든?”

“나도 말입니까? 양산형은 내가 만든 게 아닙니다만.”

“그쪽에서 원제작자의 이야기도 듣고 싶다고 해서 꼭 가야 해. 지정이지.”

아리에테는 꼴 좋다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캐롯이 환하게 웃으며 손가락으로 얼굴을 가리켰다.

“그럼 우리 파티 전부 가요?”

“그건 아냐. 아무래도 배 타고 나가는 해외니까 인원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해. 그래서 네 파티는 다 못 데려가.”

하지만 아리에테는 캐롯의 어깨를 강하게 끌어당겼다.

“캐롯은 데려가야 한다. 얘가 없으면 나는 잠을 못 자.”

보기와는 다르게 똑똑한 르클레르는 그 말을 듣고 안고 자는 베개쯤 되냐고 말하지 않았다. 대신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세한 일정을 공유한 그녀들은 곧 자리에서 일어섰다. 다만 일정표를 받아 든 아리에테는 격하게 분노했다.

“당장 모레 출발이잖아! 이런 중대사는 최소한 일주일 전에 연락을 주란 말이다!”

“어쩔 수 없었어. 의회의 천치들 때문에 결정이 늦어졌거든? 하여튼 급하게 준비해 둬.”

갑자기 발등에 불이 떨어진 아리에테는 일을 마치고 저마다 숙소에서 뒹굴거리고 있을 파티를 소집하여 이 소식을 전하고 부재시의 대책을 협의했고, 크랭크는 크랭크대로 해가 떨어지는 저녁 시간임에도 캐롯을 데리고 성 밖 고르곤의 연구실로 향했다.

* * *

“이젤리아?”

“예, 급하게 그렇게 됐습니다.”

“내 몸은 어떻게 했어? 팔다리 다시 붙이려면 시간이 없어.”

어디로 튈지도 모르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는 마녀라서 캐롯은 조금 조바심을 느끼고 있었다.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 흐히히 웃고 있던 고르곤이 뒤를 돌아보며 외쳤다.

“케리-!”

“네, 주인님.”

뽀작뽀작 걸어 나온 것은 귀여운 메이드 복장을 차려입은 조그만 인형 소녀였다. 팔다리가 다시 붙어 있는 것은 둘째로 치고.

“마, 말을 하잖아! 야! 이 마녀야! 내 몸에 무슨 짓을 해놓은 거야!”

“우후후, 어떠니? 몸을 빼앗긴 기분은? 케리, 아까 보여준 그거 또 보여주렴.”

모여든 메이드 케이스들이 박수를 치며 장단을 맞추자 조그만 인형 소녀 케리가 몸을 빙글빙글 돌려가며 엉덩이를 흔드는 등의 재롱을 떨기 시작했다.

고르곤의 멱살을 붙잡고 싶었던 캐롯은 그걸 보고는 무릎을 꿇어 버렸다.

“호아아! 귀여워! 귀여운데! 저게 내 몸이라는 게 문제야! 으어억! 더더더더-! 데데데데!”

논리 충동을 일으킬 만큼 충격적인 상황에 캐롯이 버벅이기 시작했다.

곁에 쭈그려 앉은 크랭크가 그 머리를 톡톡 두드리며 춤추는 꼬마 인형을 지켜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팔다리의 수리, 감사합니다.”

마녀 고르곤은 빙그레 웃기만 했다. 허리를 숙여 앉아 있는 크랭크의 투구의 눈구멍을 들여다본 고르곤이 작게 속삭였다. 누가 보면 키스라도 하는 것 같은 모양새였다.

“공짜 아니야. 언젠가 네가 자식을 가지게 되면, 그 아이 중에 아들 하나는 내게 넘겨줘야 해.”

“그건 미래의 부인께 물어봐야겠군요.”

“아하하! 내 나름대로 꼬드겨 볼 테니 대충 그리 알고 있으렴.”

자리에서 몸을 일으킨 크랭크는 이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작업대에서 공구를 준비하는 그녀를 향해 눈살을 찌푸렸다.

이 마녀가.

이튿날 아침, 아르곤의 공방 앞마당으로 들어온 마차에서 폴짝 뛰어내린 메이드 옷차림의 캐롯이 공방의 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꼬꼬마 캐롯! 지금 화려하게 부활-!”

요즘 뭘 하는지 여기저기 사람도 만나러 다니고, 오래된 자료도 뒤지며 잠도 제시간에 자지 않는 투나가 때마침 작업대에서 늦은 요기를 하다가 입에 물고 있던 빵부스러기를 뿜어냈다.

“푸흡! 콜록콜록-! 오~! 오오! 메, 메이드 캐롯이야.”

좀비처럼 비틀비틀 일어서는 투나를 보고 다시 쪼꼬미가 된 캐롯이 달려와 그녀를 부축했다. 아니, 부축하는 척하면서 얼굴로 그 커다란 가슴에 부비부비를 선보였다.

“으엥헤헤헤! 이걸 노린 거지! 우부부부!”

투나가 간지럽다고 히히히 웃는다. 그러더니 캐롯의 겨드랑이에 팔을 집어넣어 번쩍 들었다.

“오옹, 역시! 캐롯은 이, 이래야지.”

작아진 캐롯은 으헤헤 웃을 뿐이었다.

밤을 새우고 아침에 돌아온 크랭크는 오면서 때려잡은 머리 셋 달린 늑대를 가리키며 말했다.

“로테, 이걸 해체 업자에게 가져다주고 가죽이 필요하다고 해라. 직접 하고 싶지만 나는 나머지 준비를 해야 한다.”

“준비는 무슨! 좀 자! 4시간 있다가 깨워 줄게.”

크랭크는 그 제안을 거절했다. 그는 서랍과 작업장을 뒤적이며 말했다.

“벌써 하루 지났다. 내일 정오에 출발이니 오늘 저녁까지는 준비를 마쳐야 해. 잠은 이동 중에 보충하자.”

“일 중독이야!”

짐을 챙기던 크랭크가 대답했다.

“무기력증에 빠져서 방구석에 틀어박혀 세상을 비관하는 것보다는 낫다. 오늘도 멋진 죽음을 향해 최대 출력으로 달려보자.”

“극단적으로 말 돌리지 마! 뭐든 적당히 하라고! 적당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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