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토마톤과 함께하는 복수! (2) 226 >
위를 올려다본 캐롯이 잔인하게 웃으며 외쳤다.
“핫하! 이중 탄두라는 거다!”
이름 그대로 투창 끝부분의 마력석이 마법 방어막을 무효화시키면 묵직한 강철제 스피어가 질량 가속도 그대로 목표에 때려 박히는 것이다.
단창을 회수하지 못한 캐롯이 다음으로 꺼내 든 무기는 쇠사슬로 연결된 사람 머리만한 철퇴 유성추로 삐죽삐죽 돋아난 뿔들이 험악한 인상을 자아냈다.
“이것도 전주인 거야! 아래로 떨어지면 이걸로 혼구녕을 내 주겠어!”
그렇게 말하며 몸을 돌린 캐롯은 곧장 덤벼드는 골렘에게 먼저 그것을 집어 던졌다.
“으럅-!”
촤르르르륵! 쾅-!
한 방에 돌 고렘의 머리가 사라지자 캐롯이 눈을 찡그리며 크헤헤 웃는다.
“크-! 이 손맛!”
캐롯이 근처에서 덤벼드는 돌 고렘을 격퇴하는 사이 울파는 여전히 위를 올려다본 채로 사레나의 다음 행동을 주시했다.
울파가 중얼거린다.
“목표 상승한다. 고도를 높여 대공 포화를 회피할 생각, 이대로 다음 작전으로 이행.”
이어서 산속의 벙커에서 전장 상황을 살피고 지휘하던 파본 경비대장이 외쳤다.
“보고대로 능력치는 높지만 개인 전술 능력은 별로다! 다음! 신호탄 발사!”
퉁퉁!
빨간색과 노란색 신호탄이 동시에 솟아오른다.
매서운 시선을 돌린 사레나는 이제 쳐다보는 것만으로 마법을 발동시켰다.
찡-!
쿠쾅-!
신호탄이 솟아오른 장소가 폭발, 증발해 버렸으나 신호탄의 효과는 지속되어 그걸 확인한 다음 작전이 연속적으로 실행되었다.
초원이나 숲속 곳곳에서 위장포를 뒤집어쓴 병력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아스칸의 어깨에 매달려 있던 것과 같은 파이프 다발을 가지고 있었다.
“쏴라!”
투투투퉁!
강력한 스프링의 힘으로 발사된 묵직한 투창 세례가 비틀거리는 사레나에게 날아들었다.
결계 관통자가 달려 있어서 마법으로는 막을 수 없다. 게다가 첫 번째 공격으로 몸에 박힌 투창 때문에 한쪽 팔마저 접히지 않는다. 장갑판도 엉망이고.
터터터텅! 투투투퉁! 쉭쉭! 쉭-!
재정비할 틈 따위 주지 않겠다는 듯이 날아드는 스피어를 피해 사레나는 이리저리 회피기동을 하며 더욱 높은 밤하늘로 솟아올랐다.
도시 성벽 위, 망원경으로 전투 지역을 살피던 병사가 외쳤다.
“아래에서 공격이 시작됐습니다! 저 녀석이 고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어느새 성벽 위로 올라온 드워프 쿠르프가 외쳤다.
“으하하하! 그걸 기다렸다! 이놈아! 다시 아래로 끄집어 내려주마! 이놈들아! 준비됐냐!”
“예! 어르신! 설치 끝났습니다!”
애써 만든 작품이 제대로 움직이는 것만큼 제작자에게 큰 찬사는 없을 것이다.
비장의 무기를 들고 성벽에 올라선 드워프들이 하나같이 광기에 물든 얼굴로 발사대에 올려진 원통에 횃불을 가져다 댔다.
치이이이!
“크하하하! 날아올라라!”
푸쉬익! 콰아아아! 쿠오오오!
엄청난 연기와 불꽃을 뿜어내며 여러 개의 뚱뚱한 맥주통을 급하게 이어 붙여 만든 커다란 화약통이 하늘을 가르기 시작한다.
이 듣도 보도 못한 지대공 화약 병기의 출현에 성벽 아래와 위에서 고개를 든 사람들이 입을 딱 벌렸다.
발사를 확인한 쿠르프가 특별히 섭외한 마법사에게 고개를 돌리고 소리쳤다.
“지금이야! 자네! 유도해!”
“어, 예, 예에!”
로브에 후드를 뒤집어쓰고 있던 마법사 하나가 넋 놓고 하늘로 솟아오르는 나무통을 올려다보다가 고함 소리에 놀라 정신을 집중했다.
그녀의 눈에서 푸른빛이 번뜩인다.
찡!
과거의 마법사들은 여러 가지 마법을 다 배워 쓸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고 현장의 모험가들은 필요할 때 도움이 되는 마법 몇 가지만으로도 충분히 환호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장르 하나, 혹은 적합도가 가장 높은 마법 하나만 갈고닦아서 바로 현장으로 나서는 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또한 여기서도 인기가 많고 적음으로 나뉘는데, 불이나 번개 같은 강력한 한 방을 가지는 자연계 마법을 최고로, 화살의 유도나 회피 정도만 가능한 조작제어계 마법은 그다지 선호되지 않았다.
그래서 슬슬 모험은 그만두고 도시의 시설 관리 쪽으로 직업을 바꿀까 싶었던 여마법사 초코는 지금 이 순간, 별거 아닌 자신의 능력에 열광하는 사람들을 만나 그만 눈물을 흘려 버렸다.
그래도 눈 깜빡이면 안돼!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에 잔뜩 힘을 준 그녀는 엄청난 위용으로 솟아오르는 3단 맥주통을 노려보았다.
쿠오오오오!
“우오오! 휜다! 휘어! 좋았어! 유도되고 있다!”
“와아아아아! 가라!”
“한 방 먹여줘라!”
성벽 위에 올라온 경비병들과 모험가, 그걸 만든 드워프들까지 격한 환호성을 내질렀다.
위로 솟아오르기만 하던 맥주통 미사일이 급격하게 몸체를 비틀어 저 멀리 공중에 떠 있는 마도사 인형에게로 날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하얀 머리와 수염을 휘날리며 성벽의 요철에 올라간 드워프 쿠르프가 주먹을 휘둘렀다.
“마법사의 시선 유도식 맥주통 하늘 사다리다! 으하하! 맛 좀 봐라!”
콰아아아아!
골렘을 박살 내다 말고 멀리 떨어진 도시 성벽에서 날아오는 익숙한 무언가를 발견한 캐롯이 외쳤다.
미친 소리같이 들렸던 작전이 실제로 운용되는 걸 보고 놀랍기도 했지만 기쁘기도 하다.
“오우야! 온다! 와요! 가능한 저걸 한자리에 묶어 둬요! 견제! 견제 사격!”
발사통을 짊어진 병사들이 견제용 오조준 발사를 시작했다.
투투투퉁! 터터터텅!
쉭쉭-! 휭!
무섭게 날아오던 투창 스피어의 정확도가 떨어지자 다소 여유가 생긴 사레나는 그 틈에 어깨에 박혀 있던 투창을 뽑아내고 자유로워진 두 손바닥을 마주 댔다.
찡-!
그의 주변으로 반격을 위한 수십 발의 파이어 볼이 생성되었다.
“엎드려!”
아래의 사람들이 갑자기 몸을 피한다.
막 불덩이를 뿌리려는 찰나, 처음 들어보는 소리가 엄습한다.
쿠오오오오!
하늘에 뜬 채 고개를 돌리자 대단히 이질적인 물건, 왜 여기에 있는지 의문인 물건이 나타났다.
커다란 맥주통이 바로 코앞까지 다가온 것이다.
맥주통?
쾅-!
날으는 맥주통이 사레나의 얼굴에 직격했다.
이제 제어를 풀어도 상관없지만 커다랗게 뜬 눈에서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도 초코는 그걸 풀지 않았다.
“흐으읍!”
“이봐! 마법사 처녀!”
마법사 초코가 고개를 들자 맥주통 미사일이 방향을 꺾어서 위로 향했다.
탄두는 마력수정폭탄, 조금이라도 거리를 벌려야 해!
부들부들 떨던 그녀의 안구에서 기어코 실핏줄이 터져 버렸다.
마법사 초코가 두 손으로 눈을 가리며 몸을 숙였다.
“아으으윽! 하, 한계예요!”
“충분하다! 터트려!”
스크롤 찢은 사내가 손가락을 튕겼다.
강제 기폭!
밤하늘에서 연속적인 반짝임이 일어나더니 난데없는 빛과 폭음이 사방으로 울려 퍼진다.
번쩍-! 쿠구구구구궁-!
드디어 아르곤에서도 이른 아침 해가 떠올라 버렸다.
사레나의 폭격 마법으로 박살 난 벙커에서 기어 나온 파본 경비대장과 그의 부하들이 낄낄 웃으며 점점 밝아지는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주먹을 휘둘렀다.
“이놈아! 맛이 어떠냐! 방어 마법도 그건 못 버틸 거다! 으흐하하!”
“대장님! 후폭풍이 옵니다!”
쿠와아아아! 콰아아아!
하늘에서 쏟아지는 폭풍에 그들은 또 이리저리 굴러다니기 시작했다.
꼴은 말이 아니었지만 제대로 한 방 먹였다는 사실에 기분은 좋았다.
나무를 붙잡고 휘몰아치는 폭풍을 버텨 낸 캐롯과 울파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어때? 어때? 보여? 보여?”
“안 보인다. 추적 중.”
공중에서 폭발한 마력수정폭탄은 총 3발, 1발 정도는 우습게 막아내기에 3발을 동시에 터트려 보았다.
쿠구구구!
폭발이 점차 사그라지는데도 불구, 하드 스킨 오토마톤과 돌 고렘 군단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고 있었다.
그 말은 곧,
“이 녀석이 아직 살아 있다는 거지!”
계획상 관통자 투창 세례는 견제의 목적으로만 사용하려고 했기 때문에 유도 마법사는 생각지도 못했다.
눈을 크게 뜬 캐롯이 밤하늘을 가득 채운 태양의 여운이 가시기 전에 사레나를 추적하려고 밤하늘을 연신 두리번거렸다.
“쯧! 실수했어! 이쪽에도 마법사 한 명 정도 데려올걸! 계획을 너무 급하게 짜서 그래!”
“모든 계획은 계획대로 흐르지 않는다. 실수를 탓하면 그것을 두려워하게 되고, 결국 스스로에게 족쇄를 거는 행동이 될 것이다. 그러니 주변을 살피자. 후회를 하고 반성을 하고 그때그때 상황을 수정해 가며 앞으로 나아가자.”
묵직한 유성추를 손에 쥐고 호오오, 입술을 오므린 캐롯이 새로운 몸으로 다시 돌아온 울파를 바라보았다.
“주인님이 그래?”
존경하는 그 주인님에게서 빼앗아 온 카우보이 모자를 눌러쓰고 고개를 든 오토마톤 울파는 대답 대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전투에 집중. 추적이 우선.”
“하하! 그래. 어서 찾자.”
어쩐지 처음 봤을 때보다 좀 더 유연해진 느낌이었던지라 캐롯은 실없이 웃어 버렸다.
폭음이 잦아들자 숨겨져 있던 소음이 드러났다.
어디서 폭탄이 터지건 말건 하드 스킨 오토마톤들은 임무를 충실히 수행 중이었다.
쾅! 퍽! 쿵쾅쿵쾅!
아무리 부셔도 무한 재생하는 돌 고렘을 상대로 인형 기사단이 분전하고 있다.
만약 이들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스칵! 트드득!
“우워엉!”
퍽! 콰드득!
히트 소드로 잘라내도 다시 붙어서 덤비는 돌 고렘의 머리에 강맹한 주먹을 박아 넣은 아스칸이 투구를 돌렸다.
캐롯이 팔을 들고 냅다 질러대는 목소리에 반응한 것이다.
“저기! 저기 보여! 으악! 도시 방향으로 떨어지고 있잖아?!”
“선수필승!”
울파가 앞서 뛰고, 캐롯도 뒤따르며 뒤에다 소리를 지른다.
“아스칸! 술사를 처리할게! 그동안 버텨!”
“벌써 말인가? 전투 기술 향상에 아주 좋은 연습이 되고 있으니 천천히 해도 상관없다.”
생각지도 못한 대답에 캐롯은 뛰다가 넘어질 뻔했다.
그새 몸은 돌린 아스칸은 한자리에 모이기 힘든 형제들과 싸움을 이어 나갔다.
어이가 없어진 캐롯이 주먹을 들고 흔들어댔다.
“야! 노는 게 아니라고! 하나라도 도시 쪽으로 보내면 안돼! 아저씨들! 잘 살펴요!”
대공 사격을 위해서 현장에 자원했던 용감한 경비대원들과 모험가들이 손을 흔들었다.
“알았으니 어서 가!”
고개를 끄덕인 캐롯이 달리기 시작한다.
마력 엔진의 출력은 낮아졌으나 몸체가 최적화되어 있어서 전혀 무리가 가지 않는다. 오히려 움직임이 아주 경쾌하다.
* * *
연기와 함께 힘없이 떨어지던 사레나의 몸체가 공중에서 뒤집히더니 다리부터 착지했다.
쿵!
하지만 비틀대다 다시 한쪽 무릎을 꿇고 만다.
마력수정폭탄 3발의 위력은 방어 결계의 출력을 완전히 압도, 결과 오른팔이 떨어져 나가고 외부 장갑판이 엉망이 되었다.
하지만 모자만큼은 끝까지 사수한 사레나는 그걸 붙잡고 있던 왼팔을 들어 몸에 박힌 스피어를 뽑아냈다.
끼긱! 긱!
터덩! 텅! 땡그랑!
마지막으로 뽑아낸 투창을 지팡이 대신 짚고 몸을 일으킨 사레나가 고개를 든다. 여전히 모자의 챙 아래로 드러난 눈매는 사납다.
“오른팔 소실, 더 이상 고출력 마법을 운용할 수 없습니다.”
“아직이다! 아직 나는 보여 줄 것이 더 있다! 저놈들에게 저주를! 복수를!”
그리하여 나에게 안식을.
사레나가 손에 쥔 스피어를 들고 마치 콤파스처럼 몸을 휙 돌리자 바닥에 동그라미가 그려진다.
그 중앙에 선 마법사 오토마톤이 스피어를 중앙에 박아넣자 붉은 마법진이 들판에 펼쳐졌다.
칭-!
검은 백합의 꽃말은 사랑, 저주, 복수, 그리고 타락.
분노한 저주의 인형 사레나가 외쳤다.
“마신 소······!”
“사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