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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인형 오토마톤-225화 (225/329)

< 오토마톤과 함께하는 복수! (1) 225 >

트드드득! 트특!

폭발로 드러난 흙바닥 주변 돌덩이들이 스르륵 움직여 한자리에 모여들더니 3미터쯤 되는 돌 고렘이 되어 일어서기 시작했다.

그것도 수십 채가 동시에.

“우어엉!”

“워어엉!”

돌 고렘의 기괴한 울음소리를 들으며 단창을 거둬들인 캐롯이 혀 차는 소리를 내더니 인상을 찌푸렸다.

거칠고 커다란 수십 채의 고렘 군단을 거느린 여성형 마도사 인형의 모습만큼은 참 멋졌다.

이게 적이라는 것이 문제일 뿐.

“그렇지. 마법사가 혼자서 덤빌 것 같지 않더랬어.”

캐롯도 지원군을 부르기 위해 단창을 바닥에 꽂아 놓고 우아하게 박수를 쳤다.

짝짝!

그러자 곳곳에 숨어 있던 하드 스킨 오토마톤들이 위장포를 걷어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쿵, 쿠쿵, 쿵!

무겁고 커다란 갑옷과 달빛에 출렁이는 망토, 숲과 초원을 울리는 묵직한 발소리.

방주 도시 아르곤이 보유한 근접전 최대 전력, 하드 스킨 오토마톤 20여 기가 캐롯과 울파의 뒤로 늘어섰다.

도시 내 각 단체에 내려진 동원령에 따라 징집된 것은 물론, 최근 경비대에서 새로 도입한 녀석들도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뒤로 쫙 늘어선 덩치들을 보고 기분이 좋아졌는지 캐롯이 크히히 웃기 시작했다.

그리고 장갑 낀 손을 들어 앞의 돌덩이들을 가리켰다.

“오빠들! 저 녀석이에요! 저 녀석이 우리 괴롭힘!”

굳이 따지자면 캐롯의 연배가 그들보다 많은 편이었지만 아무도 그걸 신경 쓰지 않았다.

다만, 분노한 표정만큼은 확실하게 드러냈다.

막둥이 여동생을 지키러 나온 오빠들이 하나같이 무시무시하다.

막강한 적대 세력이 서로를 마주했다.

시작은 돌고렘들이 먼저였다.

투지를 다지려는 것인지 머리가 있음직한 부분의 입으로 추정되는 구멍에서 커다란 소리를 뿜어냈다.

“우어어어엉!”

“워어어어엉!”

어찌나 크고 시끄러운지 주변 숲속에서 산새들이 날아올랐다.

그리고 이런 상대의 도발을 그냥 받아넘길 하드 스킨 오토마톤이 아니다. 그들도 마주 고함을 질렀다.

투구가 열리고 입을 드러낸 거인들이 전투 함성을 지르기 시작한다.

“우오오오!”

“으으으아아아!”

서로 마주하고 지르는 함성은 밤하늘을 찢고 꽤 떨어진 아르곤에까지 울려 퍼졌다.

그 함성에서 느껴지는 짜릿한 실전 감각은 도시의 젊은이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우아아아!”

“아으아아!”

피가 끓어오르는 청년들의 괴성이 골목길 곳곳에서 울려 퍼진다.

성벽의 경비병들과 모험가들이 어이없다는 시선을 했지만 젊은 피를 말릴 수는 없었다.

이 와중에 한참 떨어진 들판 저편과 숲속에서도 몬스터와 늑대들의 하울링이 울려 퍼진다.

온 세상, 투쟁 본능을 가진 것들이 모두들 고개를 쳐들고 응원가를 불러댔다.

“어, 으으! 후우!”

성벽에 올라와 있던 아리에테도 잔뜩 상기된 얼굴로 씩씩 숨을 고르자 크랭크가 그녀의 어깨를 붙잡았다.

“진정해라.”

“지, 진정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진정하지 못했다.

“으아아아! 덤벼라!”

“그래! 이 자식들아! 호락호락 당할 것 같으냐!”

주변에서 울려 퍼지는 함성에 결국 모험가 몇몇도 따라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다.

“이겨라! 싸워라! 아르곤의 전사들아!”

“너희들만 믿는다고!”

급기야 그들은 노래까지 불러댔다.

씩씩한 행진곡이었다.

등 뒤에서 지켜야 할 존재들의 응원이 울려 퍼지자 거인들은 하나같이 눈에서 빛을 뿜어내며 무기를 집어 들었다.

울파와 함께 선두에 선 캐롯이 고개를 저었다.

“이거야 원, 못 말리겠네. 온 세상이 싸움꾼들 천지야.”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캐롯과 울파가 뛰쳐나갔다. 더 머뭇댔다간 등 뒤의 전차들에게 깔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쿵쾅쿵쾅-!

“우오오오오!”

“우워어어엉!”

서로에게 덤벼든 돌 고렘과 인형 기사들이 격돌하자 순식간에 돌가루가 날리면서 고렘이 박살 나기 시작했다.

숫자는 고렘이 배 이상 많았으나 공성 병기 수준의 무기를 휘두르는 하드 스킨 오토마톤을 당해낼 수가 없었다.

애초에 대형 몬스터 구축을 위해서 만들어진 녀석들이었으니까.

쾅쾅! 퍼석! 쿠쾅!

망토를 휘날리며 싸우는 녀석들 사이를 뛰어다니던 캐롯은 난전을 벌여 놓고 몸을 빼내려는 사레나를 쫓았다.

“야! 거기 서라고!”

캉-!

어느새 손에 쥐어진 검을 휘둘러 날아온 단창을 쳐낸 사레나는 도주로를 우회하여 정면에서 덤벼든 울파와 검격을 마주했다.

채채채채채챙!

계절이 가을이나 겨울이었다면 번쩍이는 불꽃 때문에 들불로 번질 모양이었다.

울파가 시간을 끄는 동안 캐롯이 발레 자세를 잡았다.

원래라면 전투복 바지를 입혀서 내보낼 참이었지만 캐롯의 억지로 장신에 어울리는 전투용 롱스커트를 다시 만들어야 했다.

그것도 하루 만에.

“보라! 이것이 8번가 부인회를 과로로 몰아간 작품! 회전하는 오르골 인형이시다!”

치이이잉-! 촤아아악!

몸을 뒤틀어 회전을 시작하자 들쳐 올라간 치마의 반경이 기존의 3배쯤 되는 것 같다.

더구나 끝에 매달린 칼날은 무시무시한 검광을 뿌려댔다.

울파가 자리를 피한 곳으로 커다란 칼날 회오리바람이 덮쳐들었다.

캉! 카가가각!

사레나가 양손으로 붙잡은 롱소드로 그걸 겨우 막아냈지만 칼날이 다 갈려 버렸다.

회전을 멈추고 몸을 바로잡은 캐롯이 바닥에 꽂아 놓은 단창을 뽑아 들더니 날카롭게 웃었다.

귀여운 꼬마 얼굴일 때는 악동 같은 얼굴이었지만 어른이 된 지금은 그저 차가움만 남았다.

“으랴!”

챙챙! 챵! 캉!

인형답게 무기를 휘두르는 속도가 인간의 눈으로 좇기 힘들 정도다.

무섭게 날아드는 창날을 쳐내기 위해 사레나는 엄청난 속도로 롱소드를 휘둘러댔다.

한 손으로 창대를 빙글빙글 돌리며 캐롯이 유쾌하게 웃는다.

“으악하하! 창은 오늘 처음 잡아보는데 말야! 대단하잖아! 몸의 기억!”

챠챠챠챠챠챵!

몸체의 전 주인이 즐겨 쓰던 무기가 단창이었다.

길이가 2미터 정도의 창과 긴 팔다리는 상당한 파괴력을 자랑했다.

캐롯은 울파와 협공으로 사레나를 밀어붙였다.

화려하게 봉을 돌리면서 창날을 찔러대자 사레나는 칼로 쳐내거나 뒤로 뛰어 피하기만 했다.

게다가 조금이라도 주춤거리면 연이어서 울파의 칼날이 날아온다.

자리를 교대한 캐롯이 외쳤다.

“마법을 못 쓰게 하려면 아주 바쁘게 만들어야 해!”

“안다.”

땡강-!

기어코 롱소드를 부러뜨려 먹은 사레나는 재빠르게 두 손바닥을 마주 대더니 플라이 마법으로 하늘로 떠올랐다.

“쯧!”

어디서 배운 것인지 고개를 들고 혀를 차 버린 캐롯은 바로 근처에서 전투 중인 하드 스킨 오토마톤의 어깨를 밟고 뛰어올랐다.

그리고는 사레나의 다리를 붙잡아 그대로 끌어당겨 바닥에 패대기 쳐버렸다.

“하하하! 어딜 가려고!?”

쾅-!

바닥에 나뒹군 사레나가 캐롯을 노려보자 수십 발의 매직 미사일이 발사된다.

파파파파!

캐롯과 울파는 그것들을 와다다다 칼과 창을 휘둘러서 다 쳐냈다.

그 틈의 시간에 사레나는 다시 하늘로 떠올랐다.

캐롯이 그걸 보고 단창을 스피어처럼 잡아 던지려는데 울파가 나섰다.

왼손 주먹을 잡아당긴 울파가 주먹질하듯 그것을 뻗어내자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팔이 날아올랐다.

텁?!

하늘로 떠오르던 사레나의 다리에 이번엔 울파의 손아귀가 달라붙었다.

가느다란 와이어로 연결된 팔뚝을 보고 캐롯이 환호했다.

“와! 그게 뭐야?”

“새로운 기능, 원거리 공격 수단의 일종이다. 회수 가능.”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끌려 내려온 사레나가 다시 땅바닥에 패대기쳐졌다.

쾅-!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비행을 방해당하자 마도사가 급발진하며 손바닥을 마주 댔다.

“네 이놈들-!”

찌이잉!

당황한 캐롯과 울파의 얼굴이 새하얀 빛으로 물든다.

“으갹?!”

“주의!”

어둠이 깔린 숲속의 밤하늘로 번쩍이는 섬광이 여러 차례 날아오르고 폭발과 진동이 일어났다.

꾸르르릉! 쿠쾅-! 쾅!

범위 공격을 터트리는 것으로 방해를 뿌리치고 기어코 날아오른 사레나는 분풀이라도 하듯이 지면을 향해 무수한 불덩이와 번개 마법을 마구 난사했다.

쾅쾅-! 쾅!

폭발로 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캐롯이 아래에서 주먹을 휘둘렀다.

“야! 네 부하도 터진다고! 좀 노리고 쏴!”

“멍청한, 그것은 도구다! 너희들을 붙잡아 놓기 위한! 얼마든지 다시······!?”

목소리를 높이다 말고 문득 고개를 돌린 사레나가 저 멀리 빛의 기둥을 쏘아 올리는 밤의 도시를 발견했다.

마력을 아끼기 위해 내내 걸어만 다니다 지면의 울창한 나무에 가려 눈치채지 못한 것이다.

바로 저곳이 이 녀석들이 수호하는 도시! 고향! 안식처! 둥지! 집! 가족!

마도사 오토마톤이 시뻘건 눈과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채 웃기 시작한다.

“흐흐흐하하하! 거기에 있었구나! 이제 네놈들에게도 맛보여주마! 보금자리가 털리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짝-!

주로 대형이나 고출력 마법을 쓸 때마다 마주하는 손바닥에는 마법 술식이 깨알같이 새겨져 있었다.

그중 하나가 밝은 빛을 발하더니 사레나의 모자 위에 마법진이 떠올랐다.

찡-!

“문 라이즈 라이트.”

이번엔 밤하늘에 뜬 달에서 쏟아진 빛무리가 사레나를 거쳐서 직선으로 발사되었다.

새하얀 광선의 목표는 방주 도시 아르곤.

폭격을 얻어맞고 롱소드를 지팡이처럼 짚은 울파가 놀라서 뒤를 돌아본다. 그 옆에서 캐롯은 단창을 스피어처럼 쥐고 들어 올렸다.

한편 도시 쪽에서는 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성벽에 상체를 쑥 내밀고 눈을 부리부리하게 뜬 엘프들이 외쳤다.

“인간들아! 저게 뭘 쏘려고 그런다! 주변 마나가 따금따끔거려!”

“목표로부터 고위 마력 반응!”

“대도시용 방어진을 펼쳐라! 마법사는 대응 사격을 준비!”

지휘관의 외침에 중책을 맡은 기민한 얼굴의 병사가 달려오더니 허리춤에 매달린 대나무 통에서 커다란 두루마리를 꺼내 펼쳤다.

복잡한 도형과 글자는 밖으로 노출되자마자 환한 빛을 뿜어낸다.

칭-!

콰아아아!

순식간에 성벽 앞으로 거대한 마법 방어벽이 나타나고 뒤를 이어 큼직한 백색 광선이 내리쬐어졌으나 더 이상 진행은 하지 못하고 그대로 폭발을 일으켰다.

찌이잉! 쿠쾅-!

새하얀 빛이 폭발하고 하늘에서 안개구름이 쏟아졌다.

흩날리는 것은 다름 아닌 눈송이.

고개를 든 사람들이 어이없어했다.

“으어! 추워! 그래도 아직 여름인데!”

“눈 내린다! 눈!”

경비대원들이 얼이 빠진 얼굴로 중얼거렸다.

“과연 대도시 방어용 스크롤. 가격만 억 단위답다. 이걸 쓰게 될 날이 올 줄이야.”

“잘했어!”

간단한 임무라곤 해도 실수 없이 그걸 펼쳐 도시를 수호한 경비대원은 그만 다리가 풀려 주저앉은 채였다.

복귀하자마자 도시 방어 지휘를 맡은 제3경비대장이 롱소드를 휘두르며 외쳤다.

“마법사! 대응 사격!”

성벽에 오른 마법사들이 대응 공격을 시작했다.

무수한 마법 공격이 날아오는데도 사레나는 피하지 못했다.

어느새 몸에 박힌 창날 때문이었다.

발아래 지상에서 그것을 던진 캐롯은 이제 다른 누군가에게 손짓하고 있다.

자꾸 재생하는 돌 고렘을 박살 내던 아스칸이 하늘에 떠 있는 사레나를 보고는 바로 몸을 돌렸다.

그는 다른 형제과 다르게 양어깨에 거추장스러운 구조물을 붙이고 있었는데 바로 크랭크와 쿠르프가 급하게 만든 1회용 대공 사격 병기였다.

터터터터텅-!

아스칸의 거구마저 흔들리게 만드는 묵직한 반동과 더불어 밤하늘을 향해 무수한 쇠꼬챙이가 솟아오른다.

강도단이 사용하던 고래사냥용 스프링 작살을 인상 깊게 본 크랭크가 발사통 여러 다발을 묶어서 만들어 낸 투사 병기로, 대형 몬스터 제압용 투창을 발사한다.

아래와 앞에서 날아드는 공격에 정신을 차린 사레나는 빠르게 방어 술식을 연산, 전개했다.

쿠쾅-! 콰쾅!

“우와아!”

상공에서 일어난 폭발에 캐롯과 울파가 몸을 숙였다.

잠시 후 폭연이 사그라드는 공중에서 모습을 드러낸 사레나는 여전히 건재했으나 날아든 창날이 몸 곳곳에 박혀 마치 고슴도치처럼 되어 버렸다.

덜덜 떨리는 팔로 몸에 박힌 투창을 뽑아내자 캐롯이 던진 단창과 마찬가지로 창끝에 가공한 마력석이 박혀 있었다.

“바, 방어 결계 관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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