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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인형 오토마톤-217화 (217/329)

< 오토마톤과 함께하는 외나무다리! (2) 217 >

캉-!

방어벽이 사라지고 맨손 격투기와 검술의 싸움이 벌어졌다.

퍽퍽! 캉캉!

하지만 둘은 별안간 뒤로 떨어졌다.

울파의 경우엔 칼의 날이 다 나가 버려서, 사레나의 경우엔 무기가 없어서였다.

“바어마호이라도 사요한 고야?”

턱이 나가 버리는 바람에 발음이 마구 샌다.

캐롯이 다가오자 울파는 손에 든 롱소드를 옆으로 던지더니 새로운 검을 뽑아 들었다.

“이건 샤프 샤이닝이 걸린 마법 검, 바위도 자를 수 있다.”

캐롯 역시 아껴둔 도끼를 꺼내 들었다.

“이건 우리 주인님이 날을 갈아준 고야.”

여전히 앞을 바라보며 울파가 말했다.

“주인님의 사랑이 함께, 든든하다.”

“데헷.”

2대1의 상황, 맨손으로는 힘들겠다고 생각했는지 사레나도 무기를 원했다. 그래서 외쳤다.

“롱소드-!”

“캬르르릉! 사레나!”

“사레나!”

“내 도끼를 써라!”

“자동 석궁!”

달리는 건물의 창문이며 문에서 구경하던 강도단원들이 자기 무기를 후두둑 집어 던졌다. 그것들은 던지는 족족 허공에 고정되었다.

“헥헥-! 사레나!”

코볼트 요크도 어디서 꼬불쳐 놓은 멋들어진 롱소드를 가져와 던졌다.

그것은 무언가의 힘으로 공중에서 검집이 벗겨지고 사레나의 손아귀에 들어왔다.

사레나의 몸체는 원래 군대에 납품하기 위해 이송 중이던 신형 오토마톤의 몸체를 활용한 것이라서 발군의 전투력을 자랑했고, 거기에 몇 세기나 살아온 마도사의 능력이 합쳐지자 유례없는 병기가 탄생했다.

기사들이 그러는 것처럼 자연스레 검을 얼굴 앞에 세운 사레나가 고개를 들자 그 주변으로 각종 무기가 허공에서 떠올라 있다.

“복수, 복수를 원한다. 나를 기억하겠느냐? 나를, 기억, 하겠느냐?”

2개의 목소리가 동시에 울려 듣기에 불편하다.

하지만 캐롯은 간단하게 정의했다.

“몰라-! 내일을 살기도 벅찬데 그런 거 알게 뭐람! 내 팔 다시 붙여줘!”

투투투투투퉁-!

공중에 뜬 자동 석궁에서 화살이 날아오고 그걸 피하려는데 매직 미사일까지 날아든다.

퍽퍽!

몸으로 그것을 막으며 뛰쳐나간 울파가 롱소드를 휘두르자 마녀의 모자를 쓴 사레나도 마주 칼을 휘둘러 대기 시작했다.

채채채챙!

여기에 캐롯까지 난입, 3대가 날붙이를 휘두르는 통에 사방으로 불꽃이 튀었다.

투투투퉁! 투투투퉁!

챠챠챠챵!

퍼퍼퍽!

맞붙어서 칼을 휘두르는 중이라 날아오는 화살을 피할 겨를이 없다.

캐롯과 울파는 점점 몸에 화살을 박은 채로 싸우기 시작했다.

지직! 지지직!

무아지경으로 휘두르는 사레나의 검에 번개가 일렁이기 시작한다.

빠자자작!

투퉁-!

벼락을 피해 뒤로 물러선 캐롯과 울파는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평소의 장난기가 완전히 사라진 캐롯은 기겁했다.

“강적이야! 이렇게 말도 안되는 괴물은 만난 적이 없었어!”

“일반 전투로는 승산이 없다. 스펙이 나를 능가.”

도망갈까?

캐롯이 그런 생각을 떠올리고 있는데 그들이 있는 선두 차량 부근에서 장갑차량 한 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붕에는 롱코트와 카우보이 모자를 눌러쓴 중년 남자가 허리에 벨트를 묶은 채 원통을 어깨에 올리고 서 있었다.

“로마니!”

“주인님.”

뒤를 이어 어둠을 뚫고 모험가들의 장갑차량이 나타났다.

그들은 강도단의 차량에서 노획한 물자를 가지고 공격을 가했다.

어깨에 작살통을 맨 사내들이 창문으로 고개를 내밀고 그걸 쏴대기 시작했다.

퉁! 퉁퉁-! 촤라락! 촤락!

밧줄이 묶인 작살이 달리는 오두막이며 저택에 박혀 들고 그렇지 않아도 기관실이 반파된 덕분에 시원찮은 출력이었던 연결 차량의 속도가 늦춰지기 시작했다.

크랭크 대신 차량에 앉은 지오가 있는 힘껏 제동장치를 밟으며 외쳤다.

“멈춰라-!”

강도단의 연결 차량 운전실 안, 사내들이 다급해졌다.

“두목! 이대로면 정차합니다!”

“세이건!”

운전실의 상석에 앉은 세이건이 혀를 쯧 차더니 말했다.

“전차량 퍼지, 각자 어떻게든 살아서 집결지에서 만납시다.”

몸을 돌린 사내들이 통신관에 대고 차량의 분리를 경고하고 동시에 레버를 당겨 각 차량의 연결부를 끊었다.

터터텅!

애초에 이동 요새에 대한 발상은 사이퍼즈 유목민 출신인 세이건의 제안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한곳에 오래 있으면 위치가 발각당한다.

도망치면서 해 먹자!

처음 얼마 동안은 이 전술이 통했다. 그래서 이마만큼 성장했고.

하지만 무법촌이라는 이름이 나올 정도로 구성원이 많아지자 그만큼 이동 횟수도, 움직임도 둔해져 버렸다.

게다가 이때쯤 세이건은 동맹을 맺은 오크와 강도단이 의외로 잘 지내는 걸 보고 어떤 꿈을 가지게 되었다.

분리된 이동 주택들은 처음엔 우왕좌왕하더니 곧 자체 출력으로 사방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닭 쫓던 개 꼴이 된 모험가들이 멍청한 얼굴을 했다가 분노했다.

“뭐야! 야! 이 자식들아! 거기서!”

“뭘 잡죠?!”

“아무거나 잡아!”

모험가들도 흩어져서 뒤쫓기 시작했으나, 숫자가 월등히 많아서 반수 이상이 그들의 손을 피해 달아나기 시작했다.

“엄마야, 이게 무슨 일이야?”

와이어로 지붕에 몸을 묶은 로마니가 양손에 자동 석궁을 들고 외쳤다.

“울파! 캐롯을 데리고 피해라!”

투투투투투퉁! 타타타타타!

수십 발의 화살이 날아간다.

사레나가 귀찮다는 듯이 방어벽을 쳤으나 화살은 그 방어벽을 뚫고 몸에 닿았다.

비록 표면 장갑판을 뚫지는 못했지만, 모자에 박혀서 꼴사나운 모습을 선보였다.

분노한 사레나가 화살을 뽑아서 보았다.

화살촉이 일반 화살이 아니라 가공한 마력석이다.

이것도 언젠가 본 적이 있다.

“대마도사용 방어 결계 관통자!”

빠직-!

손아귀 힘으로 화살을 꺾어 버린 사레나가 고개를 돌리고 목표를 바꿨다. 그리고 눈이 마주쳤다.

눌러쓴 모자와 망토처럼 휘날리는 저 롱코트도 어디서 본 것 같다.

내 친구며 동료들을 붙잡아가던 그놈! 울파의 마스터!

짝-!

양손을 마주하자 다시 한 번 팔과 가슴의 문자가 번뜩였다.

“로오오마니이이이!”

빠자자자작!

라이트닝 볼트 같은 것이 날아들자 모자를 붙잡은 로마니가 허허 웃는다.

“어이쿠.”

동시에 그의 오른팔이 번개처럼 움직였다.

찍!

칭-!

역시 코트에 매달린 종이를 찢어 버리자 직격하던 번개 마법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주변 모두가 놀라워하는 사이 분노한 사레나가 손에 든 롱소드로 그를 가리켰다.

투투투투퉁-!

주변에 떠오른 자동 석궁이 화살을 마구 뿜어냈으나 그래도 분이 가라앉지 않는다.

“강제마법해제를 사용하다니! 감히! 감히!! 내 마법을 무시하다니! 로마니! 이 막되어 먹은 녀석! 망할 녀석! 썩을 녀석!”

사레나에게서 나오는 목소리는 이제 잔뜩 쉰 마도사의 그것뿐이었다.

언제나 여유 넘치는 로마니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놀랍게도 마도사의 모자를 쓴 오토마톤이 갑자기 비행을 시작한 것이다.

여전히 개기일식 중인 태양의 앞으로 떠오른 사레나가 다시 두 손을 마주치고 팔을 벌렸다.

그러자 갑자기 어둠이 사라지고 원래의 아침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어둠에 익숙해져 있던 사람들은 별안간 쏟아지는 햇살에 고통스러워했다.

곧 더 큰 고통이 엄습하는지도 모른 채.

하늘에서 태양을 등진 사레나가 말했다.

“썬라이즈 라이트.”

찌이이잉! 찌이잉! 찡!

태양광선을 한곳에 모은 빛무리가 사방으로 쏟아졌다.

모양은 매직 미사일 같은데 이것은 하늘에서 쏟아지는 빛의 기둥 같은 느낌이었다.

쾅! 펑! 화르르륵!

“이게 뭐야?!”

“으아악!”

그 빛에 닿은 것은 순식간에 녹아서 관통당하거나 불길을 뿜어내며 타올랐다.

강도단의 도주를 돕기 위함인지 대부분 모험가의 이동 차량에 떨어졌으며, 로마니가 탄 차량에는 특히 커다란 것이 떨어졌다.

그걸 올려다본 로마니는 코트에 매달린 강제마법해제 스크롤을 전부 다 찢어 버렸다.

그의 머리 위로 3중 방어막이 펼쳐졌다.

찡-! 텅! 찡-! 텅! 찌이잉-!

강제마법해제는 스크롤에 담아온 것이기 때문에 일정 출력 이하의 마법만 해제할 수 있다.

그래서 지속 시간이 길거나 출력이 높은 마법사가 쓰는 것은 다 막아낼 수 없다.

그래서 대비한 것이 스크롤의 연속 사용인데, 3장을 전부 뚫는다고?

마력이 드래곤 수준인가?

강력한 마법 때문에 그걸 분해, 해제 중인 술식이 붉게 달아올라 눈에 보일 정도다.

조만간 뚫린다. 어서 빨리 피해야 하건만 안전상의 이유로 몸에 묶어 놓은 안전대가 그것을 방해했다.

나이프를 꺼내 두꺼운 안전대를 자르던 로마니가 환하게 쏟아지는 빛에 그만 피식 웃어 버렸다.

멋진 인생이었다.

그래도 자손은 남겼군.

촤아악-! 쿵!

빛 속으로 날아든 오렌지색 물결이 그의 눈앞에 출렁인다.

그 거리를 뛰어올라 롱소드로 난간째로 잘라낸 울파가 그를 밀쳐냈다.

그런 울파의 머리 위에 빛기둥이 쏟아졌다.

치이이익-!

순식간에 상반신을 남겨두고 나머지는 전부 타 버렸다. 게다가 차량에도 문제가 생겼는지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운전대를 잡고 있던 크랭크가 외쳤다.

“로마니!”

“나, 나는 괜찮네.”

넘어진 로마니의 곁에 떨어진 울파의 상반신이 움직이더니 그를 보았다.

끼긱, 기긱.

“돌, 아가는 길, 셀린, 부인, 좋아하는, 딸기, 케익.”

마력 엔진의 파손으로 출력이 차단당한 울파는 결국 움직임을 멈췄다.

씁쓸한 얼굴의 로마니는 타 버린 울파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뭔가 멋진 말이라도 남길 줄 알았는데, 심부름을 떠넘기는 거냐.”

멀리서 그걸 보고 있던 캐롯이 비명을 질렀다.

“울파-! 울파가-!”

진한 분노는 슬픔이 된다. 하지만 캐롯은 그것까지는 흉내 내지 못했다. 그래서 화를 냈다.

“야! 이 망할 녀석! 내려와!”

기이이이잉-!

“캐롯!”

아리에테가 자동 2륜차를 타고 달려왔다.

사방으로 흩어진 강도단의 연결 차량을 살피던 캐롯은 어쩔 수 없이 뛰어올라 아리에테의 뒷자리에 안착했다.

기이이잉!

“실패했어!”

“반쯤은 성공이라고 생각하자!”

평소라면 환호했을 테지만 하늘에는 여전히 마도사 인형이 건재, 캐롯은 뜨거워지는 머리를 굴려서 생각했다.

“어떻게 하지?”

“철수한다!”

“그러고 싶은데 저 녀석 우리랑 악연이 있나 봐. 로마니랑 나랑 울파를 알고 있었어.”

쾅-! 쾅! 쿠쾅-!

폭음에 놀라 뒤를 돌아보니 이제 사레나는 공중에 뜬 채로 파이어 볼을 떨어뜨리며 로마니를 태운 차량을 뒤쫓고 있었다.

아까 그건 이젠 못 쓰나보네?

캐롯이 하나 남은 팔로 아리에테의 어깨를 붙잡았다.

“우리 차는 어디에 있어?!”

주변을 살피던 아리에테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작살로 연결된 이동 가옥과 줄다리기 중이던 파티의 장갑차량을 발견하고 그곳으로 달려갔다.

지붕으로 뛰어오른 캐롯이 안으로 들어가자 사람들이 반색했다.

“캐롯-! 파, 팔이!”

“괜찮아?”

“안 괜찮아.”

짧게 대답한 캐롯은 작업실로 달려가 크랭크가 숨겨둔 그의 전 재산을 끄집어냈다.

상자의 뚜껑이 열리고 모습을 드러낸 것은 주먹만한 크기의 수정구.

쳐다보던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설마? 마력수정폭탄?”

“그것도 3발이나!”

“돈 대신 가치를 가진 물건은 얼마든지 있다면서 저축이 모이면 꼭 이걸 사더라고.”

리슐리에가 손에 낀 마법 반지를 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리가 있어요. 그걸 팔면 돈이 되니까.”

“팔긴!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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